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63)
# 363
유명계 (1)
이상한 것은 다름 아닌 유저들이었다.
다른 유저들이 유입된 것? 뭐, 그건 그럴 수 있다.
러시아 유저들처럼 편의를 봐줄 수는 없기에 평판이나 호감도 작업부터 진행해야겠지만 아예 진입 자체를 차단한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정작 이상한 것은 러시아 유저들이었다.
본 적 있는 이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피부가 훨씬 창백해졌고 비릿한 혈향을 풍겼으며 어딘지 음침해졌다.
얼핏 봐서는 잘 모르지만 로칸은 그 차이를 확연히 느꼈다.
하얀 것과 창백한 것의 차이. 그리고 이 판타지 세계에서 그런 피부를 가진 이들은 몇 되지 않았다.
“이봐.”
“아, 로칸 님?”
로칸 역시도 그사이 장비가 약간 달라졌지만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기에 사냥 준비 중이던 체리셰프가 얼른 달려왔다.
[체리셰프][Lv 373]그의 행동은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로칸의 표정은 냉담하기만 했다.
“너네 종족 변환 했냐?”
움찔.
무언가를 들킨 이의 표정을 짓던 체리셰프가 슬쩍 머리를 굴리는가 싶더니 순순히 답했다.
이미 알고 말하는 로칸에게 거짓을 고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맞습니다. 역시 로칸 님은 예리하시군요.”
“뱀파이어?”
“예. 낮에는 조금 약해지지만 밤에는 오히려 이점이 있거든요.”
“흐음.”
좋은 선택은 아니다.
물론 그의 말처럼 이점은 있을 터였다. 보통 밤에는 더 강해지는 몬스터도 있고 몬스터를 발견하는 것부터가 어려워 사냥이 쉽지 않은데, 흡혈귀가 된다면 그런 것쯤은 간단히 해소가 되니까.
남들이 사냥을 못 하거나 던전으로 기어들어가야 하는 밤 시간 동안 필드를 독식 할 수 있으니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한 것도 있고, 뱀파이어 특유의 블러드 매직을 배우거나 혈류 가속 등을 이용한 전투력 향상도 꾀할 수 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제 살 깎아먹는 짓인데…….’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은이나 미스릴, 성수 등에 약점을 보이기 때문에 포션까지는 상관없지만 성수의 사용이 불가능하고 상위의 혈족에게는 절대 복종해야 하니까.
절대 복종.
일반 감염에 의한 일시적인 뱀파이어화는 한번 죽어 해결할 수 있지만 아예 계약을 맺고 뱀파이어로 종족 변환을 하는 경우는 강력한 위계가 발생하는 것이다.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들어 준 상위 혈족에게는 저항할 수 었다. 죽으라면 시늉이 아니라 정말 죽어야 할 정도로.
물론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도 있기는 했지만 어려운 것도 어려운 것이고 그들의 주인이 가만 놔둘 리가 없었다.
‘뭐, 내 알 바 아니긴 하지.’
그렇게 따지면 차라리 뱀파이어보다 웨어울프가 더 나을 수도 있는데.
여러 가지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로칸은 굳이 따져 묻기를 포함했다. 그들이 만족하고 있는데 말해 무엇 하랴.
“그렇군. 수고해.”
돌아가는 체리셰프의 주위로 모여드는 놈들을 보자니 러시아 유저의 상당수가 종족 변환을 마친 듯싶었다. 어쩌면 종족변환이 유행처럼 번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꼭 러시아 유저들이 아니라도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뱀파이어 종족이 되는 것만으로 새하얀 피부를 가질 수 있으니 서구형 백인 미인처럼 되고 싶은 이들이라면 혹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예뻐 보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니까.
‘미용 포션의 판매에 영향이 좀 있으려나?’
값비싼 미용 포션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예뻐 보일 수 있는 방법이기에 사업적 위기를 잠깐 느꼈지만, 유저가 아닌 NPC들에게 종족 변환은 그리 쉬운 선택이 아니다.
위계 서열을 깰 수 있는 방법도 유저들보다 상대적으로 어렵기도 하고.
그렇기에 미용 포션의 수요에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 여겼다. 아직까지 미용 포션은 입소문을 통해 NPC들에게만 판매가 되고 있는 것이다.
“뭐, 타격이 있다 해도 수입은 어마어마하겠지만.”
슬쩍 포션을 통한 매출액을 확인한 로칸은 살짝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그렇게 느낄 만큼 어마어마한 수익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정령계와 환마계를 잇는 중계무역도 성황이었으니 돈 걱정은 앞으로도 할 일이 없겠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 ‘흙 수저’로 태어나 흙 수저로 살아온 그이지만, 이번에 미국과 러시아 길드들로부터 받은 비트코인만 팔아도 평생 먹고 살 정도이지 않던가?
한때는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던 비트코인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크게 변동이 없었으니 갑자기 똥값이 되는 일도 없을 터였다.
그러니 더 로드에서 모은 골드와 코인을 몽땅 재투자하는 것도 가능했다.
예를 들어 지상에 천상제 무구들을 팔아 힘의 정수를 추출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힘의 정수를 획득하셨습니다.]몬스터의 심장을 응축시켜 힘의 정수를 몇 개나 추출한 로칸은 미용 포션을 판매하는 판매원들의 루트를 통해 힘의 정수에 대한 소문도 같이 흘렸다.
이렇게 되니 뭔가 정력제를 파는 것 같은 느낌이긴 했지만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힘이 강해지는 건 똑같지 않은가?
그리고 그 덕분에 힘의 정수까지 덩달아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슬슬 천상도 난리구먼.”
그렇게 수입 확인과 재투자까지 깔끔하게 마친 로칸은 다시 정령계로 돌아가기 전, 천상과 마계의 소식을 수집했다.
어차피 확장된 천상 맵을 중심으로 활동할 그이기에 이곳의 소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곳이기에 정세를 파악해 두는 것은 필수였다.
그리고 확인 결과, 천상으로 유입된 상당수의 유저들이 천족과 마족으로 갈려 각종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직은 대립보다 내부 소란 쪽인가?”
그래도 천계 쪽은 낫다. 오만하기 짝이 없는 순수 천족들이 버티고 있으니 납작 엎드려 기는 모양새가 대부분인 것이다.
모든 유저들이 순수 천족의 눈치를 보았고, 그들의 눈 밖에 나지 않게 피해 다니거나 아예 기생하듯 아부를 떨며 붙어 있었다.
하지만 마족은? 그런 것이 없다. 오직 힘과 능력으로 모든 것을 증명하는 강자존의 세계답게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문제가 있다면 일부 악질적인, 아니 평범한(?) 마족들에 의해 유저들끼리 싸움이 붙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동족 살해, 동족 배반 등을 주제로 퀘스트를 주니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 싸우고 죽일 수밖에.
퀘스트라니 이해는 되지만, 그렇다고 기꺼이 껄껄 웃으며 죽어 줄 이들은 없다. 자연히 소란과 은원을 동반했다.
“곧 진영 대결 구도가 자리 잡히겠군.”
사실 그렇기에 로칸의 마계 영토가 인기 있는 것이기도 했다.
마족도 아닌 순수 인간이 주인이다 보니 거주하는 마족들이라 해도 감히 그따위 퀘스트를 내릴 수 없다.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안정적이고 일반적인 성장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한 유저들을 천족과 마족들이 가만 놔둘까?
그럴 리가. 그들도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유저들의 성장을 돕는 것뿐이다.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르면, 슬슬 천계와 마계를 공략하는 퀘스트들이 내려질 확률이 높았다.
로칸이야 워낙 기형적인 방식으로 성장을 한 케이스인데다 그런 퀘스트 없이도 양쪽을 뒤집어엎은 이이니 예외로 두어야 했지만.
한눈에 그것을 파악한 로칸은 음흉한 미소와 함께 접어 두었다. 상황을 더 재미있게 돌아가게 만들 방법이 생각났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좀 더 유저들의 분쟁이, 전쟁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그때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을 터였다.
“일단은 넘어가 보실까?”
때문에 다시 정령계로 넘어갔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극대량의 경험치는 이미 받았지만 아직 하나가 남은 것이다.
[대정령의 축복을 받으셨습니다.] [모든 원소 저항력이 30%만큼 상승합니다.] [모든 원소 공격력이 30%만큼 상승합니다.]대정령의 축복!
나무의 대정령에게 받은 것이기는 하지만 특정 속성 효과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원소 저항력과 공격력이 함께 상승했다.
원소 저항력은 이미 100%를 훌쩍 넘겼지만 100%라는 것이 면역과 같은 말은 아니었기에 높으면 높을수록 좋았다.
“또 시키실 일은 없습니까? 예를 들어 뭘 가져다 달라거나, 유명계나 환마계를 공격하라거나…….”
“아니에요. 환마계에서의 침공은 언제부터인가 줄어들고 있고 유명계는……. 순리를 거스르는 이들이지만 한두 사람의 힘으로 현재의 상태를 바꿀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래도 이번에 그대가 해 준 일이 큰 도움이 되겠죠. 그래서 당장은 부탁할 일이 없네요.”
“쩝.”
이참에 속성 계열 능력을 올려 두면 좋겠다 싶었던 로칸이 나무의 대정령을 상대로 은근한 퀘스트 요청을 해 보았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로칸을 경계해서가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도울 일이 없다는 것이라 로칸도 뭐라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빠져나왔다.
‘나머지 속성 대정령들이라도 만나 볼까……?’
아쉬움에 잠시 미련을 가져 보지만 곧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거처에 있던 바람의 대정령도 비슷한 말로 퀘스트를 주지 않은 것이다.
“젠장, 더럽고 치사해서 안 한다.”
결국 로칸은 정령계에서 뭐가 퀘스트를 더 진행하는 것을 포기했다.
뀨우!
도와 달라는 듯 구슬피 우는 카이 때문에 하루는 이곳에 더 머물러야겠지만 말이다.
지난번 정령들과 약속했던 카이와의 일일 데이트가 진행 중이었다.
이전에도 큰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400레벨까지 찍고 나자 아예 이곳에 있는 정령이란 정령이 다 모여든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녹초가 되어 쓰러진 카이를 역소환시킨 뒤 로칸은 다시 새로운 모험 길에 올랐다.
“흐음, 어디로 갈까?”
환마계도 정령계도 아닌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유명계를 관통하는 방법과 정령계 외곽을 통해 이동하는 방법. 방법은 총 두 가지였지만 로칸은 굳이 유명계를 거치는 쪽을 택했다.
실컷 이곳까지 와서 유명계를 제대로 구경하지 않고 가는 것도 아깝지 않은가?
물론 작은 마을 하나를 털어먹고 그곳의 유령들을 지배해 전투를 치른 전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땐 제대로 구경이나 사냥을 하지 못했다.
‘원래 언데드가 경험치를 많이 주는 법이지.’
정확히는 그들이 가진 경험치가 탐이 났다.
원래 유령을 포함하여 언데드라 불리는 족속들이 아이템을 짜게 주지만 경험치는 동급의 몬스터들보다 풍족한 법이니까.
당장 돈이나 아이템에 관심 없는 로칸이니 경험치가 많은 쪽을 택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흐흐흐, 꿀 좀 빨아 보실까?”
가볍게 준비를 마친 로칸은 성큼성큼 유명계로 진입했다.
사실 많은 것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보통 실체가 없는 유령들을 상대할 때 일반 물리 공격은 통하지 않으니 성수나 인챈트 마법 따위를 넉넉히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로칸은 스스로 인챈트며 축복 따위를 걸 수 있었다.
더구나 유령 계열 몬스터의 전매특허인 정신 공격은 타이틀 불굴의 의지가 얼마든지 막아준다.
이쯤 되면 가히 천적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경험치를 얻을 수 없게 되는 악령 지배는 제외하더라도 숫자와 관계없이 유명계에서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광풍 현신!”
여기에 광풍과의 전투를 통해 체득한 묘리들이 더해지자 학살이 시작되었다.
유명계에 서러운 영혼들의 비명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