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71)
# 371
천족의 비밀 (3)
광풍의 무구. 거기에 깃든 힘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신의 반열에 오른 광풍이 애용하던 무구가 아니던가?
자연히 그의 행보를 함께하며 쌓은 ‘이야기’가 장비 하나하나에 축적되었고 무혼 각성을 통해 풀려나왔다.
희귀한가, 유일한가. 그도 아니면 서사로 남았느냐, 전설로 남았느냐.
본디 ‘이야기’의 유무에 따라 장비의 등급이 결정되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세트] 아이템으로 표기되고는 있지만 광풍의 무구가 가진 힘은 전설 그 이상이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신의 반열에 오를 때까지도 사용을 했다면 신급, 혹은 적어도 반신급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즉, 무구 자체에 ‘신성’이 깃들어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로칸에게 적들의 신성에 대항할 힘을 주었고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광풍참!”
“마, 말도 안 돼!”
푸화화확!
로칸의 배틀 액스가 움직일 때마다 뼈와 살이 분리되어 날았다.
원래도 필살기급의 공격력을 자랑하던 광풍참이 무혼 각성까지 일으키자 한층 더 강화된 것이다.
이 정도면 범위 공격이지만 누구라도 정면 승부를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다.
내장된 세 번의 스킬을 발동시키는 것만으로 그를 포위하던 수비대의 상당수가 죽어 나갔다.
대적자 효과까지 발동하며 저항조차 불가능한 압도적인 파괴력이 그들을 유린했다.
“흐흐흐, 오라 폭격!”
그 위력을 확인한 로칸은 즉시 모든 공격을 범위 공격 중심으로 펼쳤다.
그들의 수준으로 막을 수 없는 공격력이라는 것을 이미 확인했기에 굳이 일일이 베어 넘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스쳐도 사망인데 뭐 하러 그런 수고를?
게다가 그렇게 대충 박살을 내더라도 잡아 죽여야 할 놈들이 가득했기에 마구잡이로 힘을 난사하는 것이 오히려 힘을 아끼는 방법이었다.
광풍 현신이 발휘되는 동안 마나는 무한이니까.
“물러나라!”
“우리가 상대한다!”
그렇게 힘을 빼기 위해 먼저 달려들던 수비대가 처참히 박살 나자 근위대도 더 이상 그들에게만 맡길 수 없었다.
전혀 상대가 안 되는 것은 물론 오히려 그들의 피를 뒤집어쓸 때마다 오히려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드니 이대로는 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수비대 병력을 물리고 근위대가 전면에 나섰다.
“천신의 분노!”
“천신의 저주!”
“천신의 광휘!”
각자가 가진 창조 스킬을 한 번에 몽땅 털어 넣었다.
천신의 이름으로 적을 멸하고, 약화시키고, 제약하는 스킬들과 더불어 아군을 강화하고 고양시키는 주문들이 마구 중첩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알까? 그들이 그렇게 부르짖고 있는 천신의 피가 지금 상대의 몸속에 녹아 흐르고 있다는 것을.
덕분에 로칸은 의미 없는 알림을 수도 없이 들어야 했다.
효과는 없지만 성가시기 짝이 없는 능력들이다.
아니, 오히려 귀중한 창조 스킬을 그따위 능력에 사용해 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까?
차라리 개인 강화에 사용했다면 더 위협적이었을 텐데, 근위대라는 이름 아래 묶인 탓에 서로를 보조하는 것에 아까운 스킬이 낭비되고 있었다.
애초의 의도대로 적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자랑할 테지만, 이번에는 상대를 잘못 만났다.
“내 밑으로 꿇어!”
그때 로칸의 일갈이 터져 나왔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스킬이었다.
광풍의 무구 세트에 내장된 무혼 스킬.
그리고 그 효과는 놀랍게도, 사용자와 같은 계열의 힘을 사용하는 하위 능력들을 모조리 무효화시키는 것이었다.
본래대로라면 광전사 계열이나 전사 계열의 무력화이겠지만, 지금의 상태라면 말이 다르다.
피. 고대 천신의 피가 흐르는 그의 하위종으로 천족이 포함된 것이다.
“어헉!”
“히, 힘이…… 빠져나간다!”
근위대가 발동시켰던 천신의 가호들이 일순간에 삭제되어버렸다.
조합 스킬? 마스터 스킬? 창조 스킬? 진정한 천신의 피를 이은 자 앞에 부끄러운 모습을 감추고 사라져 버렸다.
갑작스레 힘을 잃은 천족들은 당황했고, 커다란 빈틈이 만들어졌다.
그 틈을 놓칠 로칸이 아니다. 전신의 돌격과 점멸을 시작으로 근위대의 진형을 무너뜨렸다.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힘이 돌아오고 있다. 버텨!”
아쉽게도 하위의 힘을 날려 버리는 무혼 스킬의 지속 시간은 짧았다.
몇몇의 근위대원들을 몸으로 희생시키며 시간을 번 녀석들은 이를 악물고 다시 신성을 일으켰다.
완성하지 못했던 궁극의 스킬을 발동시켰다.
“천신의 피……!”
“천신의 뼈!”
“천신의 살!”
제각기 다른 놈들의 창조 스킬이었다.
아무리 흉내 내어 만들어 내는 것이라도 신위를 갖춘 이의 육신을 복원해 낸다는 것은 초월자의 창조 스킬로도 감히 해내기 어려운 것이기에 제각각 하나씩을 맡아 창조 스킬로 등록 시킨 것이다.
이런 놈이라면 확실히 무혼 스킬에도 영향을 받지 않겠다.
“미쳤다고 그걸 기다려 주냐?”
마치 변신 합체 로봇 같은 모습이지만 로칸은 태평하게 그것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하나로 합쳐져 어떤 존재를 구성 중인 그것을 향해 힘껏 배틀 액스를 내질렀다.
“천신 강림!”
쿠르르릉! 번쩍!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정확히는 어떤 존재를 구성 중이던 ‘덩어리’의 위로.
천신의 강림. 신위를 획득한 그를 신성을 소모해 불러오는 궁극의 스킬 조합이 펼쳐진 것이다.
회복되는 신성이 아닌, 아예 신성을 제물로 바쳐야만 사용 할 수 있는 최후의 스킬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대로면 전멸을 면치 못할 판이니까.
벼락과 함께 재구성된 육신 안으로 깃든 천신이 번쩍 눈을 떴다.
“제길, 초극!”
이렇게 되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정말 신위를 갖춘 천신이 강림한 것이라면 자신에게 승산은 없었다.
그나마 노릴 수 있는 것은 선공!
완전히 육신에 적응하지 못한 천신의 몸을 파괴해 오랫동안 머무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초극.
신성마저 삼키는 파멸의 힘이 천신을 향해 길게 뿜어졌다.
“정식으로 만나는 건 처음인데, 인사가 너무 거창하군.”
콰과과광!
하지만 힘의 격차가 너무나 컸다. 잠시뿐이지만 마제스티 마스터를 뛰어넘는, ‘신’을 불러오는 기술인 만큼 초극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강림한 천신은 가볍게 손을 들어 초극을 막아 냈다.
거기서 비롯된 엄청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커헉!”
천신을 소환해 낸 천족들이 가슴을 움켜잡고 피를 토했다. 너무나 강력한 힘을 끌어낸 것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그것을 보며, 로칸은 무위로 돌아간 초극이 아깝지 않았다.
초극을 정면으로 막아 냈다는 것은 그만한 힘을 사용했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천신의 강림 제한 시간이 극도로 단축되었다는 뜻이니까.
억지로 만들어 낸 육신인 만큼 한계에 달하면 파괴되기 마련이다.
“천신이시여, 저 악적을 처단해 주시옵소서!”
그것을 그들도 인식하는지, 폭발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천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너무나 높은 격의 존재인 까닭에 소환하고도 마음대로 부릴 수 없기에 ‘후손의 부탁’이라는 방식으로 뜻을 이루려는 것이다.
“싫은데?”
“감사……. 옛?”
그런데 그것이 불발이 되었다. 강림한 천신은 로칸을 쓰러뜨릴 의사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후손이라고는 하나 따지고 보면 로칸은 피를 이은 자가 아니던가?
어쩌면 피가 섞이고 희석된 그들보다는 로칸이 더 가까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어느 쪽의 편도 들 수 없는 상황이기에 천신은 개입하는 것을 포기했다.
신성을 거저 준다니 받아먹으러 강림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겸사겸사 로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의도 등을 포함한 이유이지 그들의 뜻대로 로칸과 싸우기 위함은 아닌 것이다.
“난 너희 뜻대로 로칸과 싸울 생각이 없다. 그러니 허튼 기대는 말도록.”
“……?”
천신이 선언하자 얼떨떨한 것은 로칸도 마찬가지였다.
간접 메시지를 통해 누구의 편도 아니라는 것을 밝힌 바 있는 천신이긴 하지만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
그저 자신의 안배를 받아들인 자라서? 아니면 로칸이 신위를 획득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광풍과 제법 친밀한 사이기 때문에?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가 시간을 끌어 주고 있는 이 시간에도 초극의 사용으로 봉인된 스킬들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다가오고, 저 황궁에서는 라푸제가 대업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시간을 끌수록 로칸에게 무조건 유리했다.
“로칸.”
천신이 로칸을 불렀다. 천족들에게 싸늘히 말하던 것과 달리 온기가 도는 말투였다.
“좀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상황이 좋지 않군. 언제 시간이 되면 내 제단이나 신전으로 찾아와 줄 수 있겠나?”
“음……. 그러겠습니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의아했지만 로칸도 뻗대고 나올 수는 없었다. 만약 그가 마음이 바뀌어 자신을 공격한다면 막아 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어떤 스킬도 사용할 수 없다. 그저 머리와 심장이 터져 나가지 않게 웅크리고 두들겨 맞는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럼 이제 내가 할 일은 딱히 없는 것 같군. 나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남은 신성은 이렇게 쓰도록 하지.”
파앗.
천신이 다시 손을 휘젓자 하얀 빛 무리가 날아 로칸에게 스며들었다.
그의 내부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천신의 신성에 의해 모든 스킬 재사용 시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모든 스킬의 재사용 시간 초기화. 스킬은 물론이고 초극마저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이미 상당 시간 소요했던 광풍 현신과 피의 각성의 지속 시간마저 초기화되었다.
다시 처음처럼 싸울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천신님께서…….”
“천신님이 우릴 버리시다니……!”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상황은 이미 유리했다.
천신의 배신.
자신들이 아닌 적의 편을, 그것도 천족도 마족도 아닌 인간의 편을 든 것에서 오는 정신적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놈들은 일제히 패닉에 빠졌고,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행동까지 굼떠졌다.
“흐흐흐, 광살!”
그 틈을 로칸이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이런 보너스 스테이지 같은 상황을 놓치면 게이머로서의 자격이 없지!
즉시 적의 수뇌인 마제스티 마스터들의 목부터 따며 그들의 육신과 세계를 빼앗았다.
[신성을 획득했습니다.]400레벨 이상의 존재를 처치할 때마다 경험치 이외에 별도의 어떤 힘이 그에게 스며들었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 수 있다. 바로 신성.
450레벨에 올라 세계를 얻은 다음에만 수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분이지만 이미 신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는 것이 450레벨일 뿐이다.
450레벨에 이르는 동안 얼마만큼의 신성을 모아 두었느냐가 일종의 초기 자본의 차이를 만들어 낼 터였다.
그렇기에 로칸은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적들을 해치웠다. 그들이 가진 신성을 빨아들였다.
차곡차곡 신성과 경험치를 쌓아 갔다.
좀 더 마제스티 마스터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