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73)
# 373
천신의 사도 (2)
-로칸 : 어디냐? 당장 이리로 튀어 와.
천신과의 딜을 성공적으로 마친 로칸은 당장 대신전을 빠져나와 천상의 룬 북을 사용했다.
목적지는 천상의 중립 지역 중 하나.
그곳에서 급히 약속을 잡은 누군가를 만나기로 한 것이다.
“앗, 로칸 님? 모습이……!”
“폴리모프야. 신경 쓰지 마.”
군기가 바짝 들어 있는 모습. 그건 다름 아닌 엘프 성기사 하멜이었다.
일명 성바퀴, 신성 바퀴벌레라고도 불리는 생존의 달인.
로칸이 점찍은 천신의 사도는 바로 이 녀석이었다.
“자, 받아라.”
“엇?”
[천신의 사도 임명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천신이 하멜의 자질에 의문을 표합니다.] [추가 보상 지급이 보류됩니다.]로칸은 녀석을 만나자마자 천신의 별빛 건틀릿을 던졌다. 소유권을 이전시켰다.
하지만 천신은 아무래도 못마땅한 모양.
그도 그럴 것이 하멜은 천상에 오른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천족 또는 마족의 진영을 선택하지 않은 중립 지대의 인물이었으니까.
그렇다고 로칸처럼 압도적인 활약을 보인 것도 아니니 천신이 따로 관심을 갖고 지켜볼만한 위인이 아닌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생긴 건 며칠간 굶은 것처럼 비쩍 곯아 있어 영 허약해 보였다.
처음 본다면 그의 실력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곧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
그러나 이 녀석의 실력만큼은 진짜다. 방어와 생명력 회복에 모든 스킬을 집중시켜 탱킹 하나만큼은 기가 막힌 것이다. 단순히 스킬빨이 아니라 컨트롤 자체가 죽여준다.
이 녀석이라면 로칸 자신을 상대로도 제법 버티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가지고 있을 만큼 생존력 하나만큼은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 엄지를 세울 수 있었다.
물론 생존력만큼의 공격력은 나오지 않아서 사냥에 시간은 제법 걸리는 편이지만 그마저도 큰 문제는 아니다.
‘혼자가 아니니 공격력의 부재도 금방 해결될 테고.’
클릭 저항 밋티.
무한의 네크로맨서 폴텐.
그 둘이 하멜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로칸에 의해 짝지어진 이들 삼인방은 이미 유저들에게는 제법 유명했다.
하멜이 메인 탱커를 맡고, 폴텐의 언데드들이 서브 탱커 겸 서브 딜러 역할을 수행했으며 밋티가 공격적인 포지션의 메인 딜러를 맡는 것이다.
거기다 폴텐에게는 로칸이 넘겨준 퍼센트 대미지 옵션의 아이템까지 있으니 공략하기 어렵다고 소문난 몬스터들을 우격다짐으로 물고 늘어져 잡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버티기만 하면 승리하는 그들의 필승 전략이라면 어쩌면 타이탄이나 드래곤도 잡을 수 있을지 몰랐다.
‘그러고 보니 드래곤도 잡긴 해야 하는데…….’
시간 나면 놈들을 데리고 드래곤이라도 잡아 볼까 생각할 때쯤, 강렬한 빛이 로칸에게 스며들었다.
퀘스트의 보상인 대량의 신성이 그에게 깃든 것이다.
“…….”
근데 잘 모르겠다. 아직 450레벨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400레벨 이상의 존재를 사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는 것이다.
아마도 450레벨을 달성해야만 알 수 있겠지.
‘사기는 아니겠지?’
때문에 혹시나 천신이 사기를 친 건 아닐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건 나중에 가면 알 일이다. 만약 그랬다면……. 그가 원했던 천신의 사도로 재미 볼 일은 영영 없을 터였다.
“헛, 갑자기 오한이……!”
갑작스레 받아 든 천신의 별빛 건틀릿에 기겁을 하며 살피던 하멜이 갑자기 돋는 소름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즉시 착용해 보는 것은 물론 주먹을 쥐었다 폈다, 신성력을 불어 넣었다 빼내기를 반복하며 능력을 살피고 있을 때, 로칸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강렬한 빛이 그에게 내려왔다.
“어……. 로칸 님? 천신의 사도를 하라는데, 이거 해요?”
천신의 무구를 준 것이 로칸이기 때문인지 얼떨떨해하며 되묻는 하멜. 로칸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 빛이 천신의 별빛 건틀릿과 하멜의 심장에 나뉘어 흘러갔다.
하멜이 천신의 사도로 재탄생한 것이다.
어떤 능력치의 상승을 보일지, 어떤 스킬을 획득하고 퀘스트를 받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전혀 부럽지는 않았다.
누군가의 사도가 된다는 것은 일단 그에게 귀속된다는 뜻으로 보였으니까.
그 상태로 만약 450레벨을, 500레벨을 달성하게 되면 어떨까? 그때는 벗어날 수 있을까?
로칸은 부정적으로 보았다.
물론 그렇게 해서라도 빠르게 성장하고 싶은 이들은 얼마든지 있겠지만 적어도 그는 아니었다. 오롯이 홀로 당당히 설 수 있는 자가 되기를 희망할 뿐이었다.
‘남의 밑에서 기는 건 성격에 안 맞아.’
게다가 사도가 된다 해서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래 봤자 스킬 몇 개, 능력치 조금이 전부이지 않겠나?
고작 그걸 얻는다고 다른 유저들이 로칸에게 비빌 수준이 될 수 있을까? 글쎄.
“그럼 난 간다?”
“예엣? 이거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좀……!”
“그건 널 사도로 삼은 천신하고 이야기하고 완전히 인정받거든 다시 얘기하자고.”
“앗, 하지만…….”
로칸은 아직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해 당황해하는 하멜을 놔두고 다시 천족의 수도로 향했다.
이전의 1급 천족이었던 칼라만을 따른다는 일반 천족들을 처치하러 가기 위함이다.
“이걸 타면 됩니까?”
“그래. 자네가 넘어가는 순간 우리는 그곳과의 연결을 끊을 거야. 아직 정보를 통제해서 1급 천족이 바뀌었다는 소문이 나지 않게 했거든.”
그러니 기습을 가하라는 뜻이다. 그들이 낌새를 차리기 전에.
그리고 로칸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연결을 끊겠다는 것이다.
‘철저히 비즈니스 관계라 이거군.’
협력은 하지만, 여차하면 그를 버리고 자체적으로 대비를 하겠다는 의미. 로칸은 역시 영악한 놈들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들의 지원을 기대한 것도 아니니까.
하기야 이번 일이 끝난다고 다시 천족과 사이가 좋아질 것도 아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도 굳이 신수 사냥꾼인 로칸의 평판을 초기화시켜 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1급 천족의 위계가 바뀐 것에 대해 의심하는 자들만 생겨나겠지.
우우웅.
그렇게 폴리모프로 변신한 로칸의 몸이 무지개 전송기에 올랐다. 그 즉시 해당 좌표와의 연결이 끊어졌다.
“여기란 말이지.”
로칸이 이동한 곳은 진짜 천계에서도 국경에 해당하는 지역이었다.
남을 배척하기 좋아하는 순수 천족들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고도 중요한 국경수비대장의 자리에 일반 천족이 앉아 있다는 것이 무척 의외이긴 했지만 천신의 독실한 신자라는 이야기에 어느 정도 수긍을 한 상태였다.
“일단 이걸 전달하라고 했지?”
그곳에 모습을 드러낸 로칸은 인벤토리에서 편지 한 통을 꺼냈다. 라푸제가 국경수비대장인 토리칸에게 전달하라고 전해 준 편지였다.
이것을 전해 주면 로칸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을 것이고, 곁을 내어 줄 거라는 것이다.
토리칸을 처치하는 것은 바로 그때.
로칸에게 일격 필살이라고 할 만한 공격력과 공격 수단이 있음을 알고 있기에, 마제스티 마스터이자 강력한 전사인 토리칸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방책을 일러 준 것이다.
“어디 한번 볼까.”
부욱.
하지만 로칸은 그것을 토리칸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그에 앞서 봉인을 뜯고 편지를 꺼내 펼쳤다.
“이 새끼가……!”
그것을 읽는 순간, 로칸의 두 눈에 불꽃이 튀어 올랐다.
[칼라만 님이 살해당했네. 이 편지를 전해 준 자가 흉수이니 놓치지 말게. -1급 천족 대리 라푸제-]토사구팽.
편지는 함정이었다.
토리칸의 의심을 지우고 암습을 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내용이 아니라, 오히려 그로 하여금 로칸을 죽이도록 지시하는 살인 교사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어차피 이것이 아니라도 토리칸을 잡을 자신이 있었고, 라푸제가 워낙 음험하기 짝이 없는 야망가이기에 뜯어본 것인데 혹시나가 역시나인 것이다.
만약 이것을 전해 줬다가는 오히려 로칸이 기습을 받고 치명상을 입었을 터였다.
믿지는 않았지만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내가, 어? 너네 천신이랑, 어? 퀘스트도 하고, 어? 다 했어!’
좀 전까지 천신과도 대화하던 사이인데 그 하수인 따위들이 자신을 속이고 죽이려 하다니.
아무래도 자신은 천족이랑 영 상성이 안 맞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원하는 대로 해 줄 수는 없지.’
스산하게 눈을 빛낸 로칸은 즉시 도시를 이탈했다. 라푸제의 목적이 자신과 토리칸을 반목시켜 둘 다를 약화시키는 것이라면 뜻대로 해 줄 이유가 없지 않은가?
토리칸과 그 수하들이 줄 경험치가 아쉽기는 했지만 그건 언젠가 라푸제에게 직접 받아 내리라 생각하며 걸음을 서둘렀다.
도시를 벗어나 아예 천족의 국경을 넘기로 결심했다.
쿠구구구구쿵!
“……?”
하지만 로칸이 도시를 벗어나려는 순간, 성문이 닫혔다.
벌써 그럴 시간이 되었던가? 잠시 눈을 껌벅이는 사이, 하늘이 새까매졌다.
해가 진 게 아니다. 무언가 하늘을 가득 메우며 떨어져 내리는 것이다.
“헉? 점멸!”
그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순간, 로칸은 서둘러 건물의 아래로 숨었다.
무자비하게 떨어지는 화살 세례를 막아 내는 대신 몸을 숨겨 대피했다.
일단은 무슨 상황인지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네 이놈! 여기가 어디라고 역천을 행하고서 이곳을 찾았느냐!”
벼락같은 호통이 뇌와 신경을 타고 저릿하게 흘렀다. 타이틀 효과가 아니었다면 사지가 뻣뻣해졌을 강렬한 고함이었다.
[천족 국경수비대장 토리칸][Lv 480]무려 480레벨의 강자.
그가 바로 로칸이 사냥하려던 국경수비대장이었다.
‘잘못 걸렸군.’
상당한 고레벨이라는 것은 들었지만 480레벨일 줄이야.
놈의 강함도 마음에 걸렸지만 무엇보다 당황스러운 것은 일대를 포위한 병력들의 질이었다.
외부의 침략을 막아야 하는 국경수비대의 특징 때문인지 400레벨이 넘는 자들의 숫자만 수백이었고, 장군쯤 되어 보이는 이들은 하나같이 450레벨 이상, 마제스티 마스터였다.
이런 놈들을 자신이 사냥하려 했었다고?
이건 애초에 정보부터가 틀렸다. 굳이 따지자면 근위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윗줄의 전력이 아닌가?
라푸제가 언급했던 전력과는 천지차이라는 점에서부터 이것이 애초부터 계획된 일이었음을 확신했다.
‘천신 놈은 다시 안 오나?’
천신의 독실한 신자라고 하니 천신이 다시 한번 강림해 주기만 하면 깔끔하게 해결이 될 텐데.
하지만 아쉽게도 소식이 없었다. 한창 새로운 사도랑 짝짜꿍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결국 알아서 여길 돌파해야 한다는 건데…….’
로칸은 빠르게 머리를 굴려 그들과 자신의 전력을 비교해 보았다. 섬멸전으로 갔을 때의 확률은? 도주를 목표로 했을 때의 생존 확률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어느 쪽도 살짝 어려워 보였다.
대적자가 완전히 활성화되고 있다면 승산이 좀 올라갔을 테지만 순수 천족과 달리 일반 천족에게는 15%밖에 효과가 발휘되지 않았다. 이게 뼈아팠다.
‘어?’
그런데 그 순간, 로칸에게 생각지도 못한 힘이 생겨났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일이 그에게 일어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