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75)
# 375
역천 (2)
“이제 진짜 카운트다운이군.”
초극을 사용한 후유증에 잠시 뻗어 있던 로칸은 카이의 등에 업혀 한참을 날았다.
그사이 공중 몬스터들이 알짱거리기는 했지만 카이의 일갈에 꼬리를 말고 도망친 게 대부분이었다.
덤비는 놈도 없지 않았지만 압도적인 덩치와 정령계에서 한층 강화된 엘리멘탈의 힘에 패퇴했고, 카이도 굳이 놈을 쫓지 않았다.
당장 중요한 것은 몬스터 한 마리를 더 사냥하는 게 아니라 주인을 보호하는 것이었으니까.
무리하지 않고 날자 오래 걸리지 않아 저 멀리 도시가 나타났다. 천족의 접경 지역. 일명 자유도시라 불리는 곳들 중 하나였다.
[자유도시 피스밀에 입장하셨습니다.]“자유도시라…….”
하지만 이곳이 천족의 국경과 분쟁 지역인 것은 아니다.
토리칸이 지키던 국경은 어디까지나 외부의 몬스터들로부터 천족의 땅을 보호하기 위한 곳일 뿐, 자유도시에 기거하는 이들은 연합하지도 않았고, 딱히 호전적이지도 않은 것이다.
웅성웅성.
오히려 자유도시의 분위기는 평화롭고 활기찼다.
개중에는 호전적인 놈들도 문제아로 불리는 종족도 있었지만, 기본적인 성향은 중립적이고 자기방어적인 것이다.
오히려 천상에 적을 둔 여러 종족들이 모여 케미를 이루고 있었다.
“재미있군.”
그중에는 천상에서 제법 오랫동안 머물렀다 자부하는 로칸조차도 처음 보는 종족들이 즐비했다.
천상에 지성을 가진 종족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싶을 만큼 다양한 종족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타이탄?”
심지어 그중에는 파괴와 파멸의 종족으로만 여기던 타이탄들까지도 있었다.
“꽃 사세요! 싱싱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잔뜩 있습니다!”
천족의 사냥터지기도 타이탄이기는 했지만 여기서는 아예 타이탄이 꽃을 팔고 있었다.
특유의 파괴적이고 패도적인 기운이 아니라 온순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며 식인 꽃도 아니고 진짜 관상용 꽃을 팔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니 로칸으로서도 가치관에 혼란이 올 정도였다.
“타이탄이 꽃을 팔다니…….”
충격적인 건 그 뿐만이 아니었다.
우편배달부 조인족, 연금술사 오크 등 어울리지 않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활동하는 종족들이 무수히 많았다.
“환상 같은 건 아니겠지?”
“뀨웃!”
당황스럽기는 카이도 마찬가지인 듯싶었다.
대붕의 모습에서 돌아와 로칸의 어깨에 걸터앉은 카이가 동의한다는 듯 소리를 내었다.
너무나 당황스러운 모습에 로칸은 할 말도, 할 일도 잊고 한동안 가만히 지켜보았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생태계가 생겨난 거지?
일단은 정보부터 조금씩 수집했다.
“그렇군.”
중립지대 혹은 자유도시라 불리는 이곳은 소수 종족들이 살아남기 위해 힘을 합치며 생겨난 곳이었다.
마족과 천족의 힘이 커지면서 영토를 확장하고 힘과 물량으로 밀어붙이자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힘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지만 좀처럼 다른 종족들과 협력하지 않는 종족들도 위기를 느끼고 합류하면서 어느 정도의 억제력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협은 아직도 진행형이기에 작은 분란은 일어나도 한 종족이 빠져나갈 만큼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더불어 그들 연합의 힘을 인정받으면서 마족과 천족에서도 교류의 손길을 내밀었다고 했다.
유명계와 정령계, 환마계야 애초부터 저들끼리 똘똘 뭉친 데다 서로 견제하느라 정신이 없으니 따로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완충지대이자 모두를 견제하는 도시인 자유도시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럼 사냥감은…….”
좋은 일이었지만 로칸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 뭘 사냥해 힘을 키우란 말인가? 어지간한 종족들은 모두 자유도시에 소속되어 있으니 건드렸다가는 연합이 움직일 텐데.
하지만 그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응? 정말? 그걸로 된다고?”
개인의 경우 특정 종족과의 분쟁을 일으키면 중재를 할 수는 있어도 강제하는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천족이나 마족, 유령, 정령, 환수라면 그들이 속한 집단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어느 쪽에도 소속되지 않은 자유 시민이라면 개인의 다툼이나 원한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방치하는 편이었다.
[자유 시민으로 등록하셨습니다.]그렇다면 자유 시민이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른 집단에서 공격을 해 올 때 힘을 더해야 한다는 서약만 지킨다면 다른 강제적인 의무 따위가 없으니 그 정도 서약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등록 비용으로 1천만 코인이나 받아가기는 했지만 그 정도야 로칸에게는 껌값이었다.
“흐흐, 그럼 이제 사냥을 시작해 보실까?”
자유 시민으로 등록하고, 자유 시민만이 구입할 수 있는 자유도시들의 지도까지 구입한 로칸은 즉시 동선을 짜기 시작했다.
가장 효율적으로 사냥할 수 있고, 가장 매력적인 사냥감들이 있는 곳들을 표시한 뒤 사냥 동선을 구성한 것이다.
“응?”
지도를 들여다보며 가만히 계획을 세우던 로칸의 눈에 이상한 것이 밟혔다.
자신이 표시한 적 없는 위치에 X 자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이다.
마치 보물 지도이기라도 한 것처럼.
“가만, 이거 혹시…….”
로칸은 황급히 퀘스트 창을 열어 어떤 퀘스트를 찾았다.
“없네. 그럼 이게 그거인가?”
모테론의 원한 퀘스트가 완료되어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 보상인 고고학자의 유산은 인벤토리 내 어디에도 없었다.
자동 습득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긴, 영혼이 물건을 가지고 있을 리 없으니 당연한 것이지만 로칸은 저 표시가 그 보상과 연관이 있음을 직감했다.
고고학자답게, 보물을 숨기듯 자신의 유산을 숨겨 둔 것은 아닐까?
천족의 땅에서도 제법 떨어진 곳이라는 것이 조금 의아하긴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다른 천족들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천족의 영향력을 벗어나는 자유도시 인근에 감추어 두었을 확률도 높았다.
“딱히 기대는 안 되지만……. 일단 가 볼까?”
그렇다면 챙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동선을 살피니 다행히도 그가 가려고 했던 사냥터들 중 한 곳과 인접해 있었다.
공교롭게도 타이탄 부족의 인근이었다.
‘타이탄…….’
로칸과 그리고 광풍과 인연이 깊은 종족이다.
천족의 밑에서 사냥터지기를 하는 것도, 피스밀에서 꽃을 파는 것도 보았지만 지상에서 보았던 그리고 천상의 변두리 지역에서 패자로 군림하는 것을 보았던 기억을 지우기는 무리였다.
그때의 인상이 너무 강렬했으니까.
때문에 놈들에게 자비를, 인정을 가지지 않았다.
게다가 타이탄을 대상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타이틀과 옵션도 있으니 사냥감으로는 딱이지 않겠나?
최소 400레벨 이상의 강력한 존재들인 만큼 레벨을 올리고, 신성을 쌓기에는 이만한 놈들이 드물었다.
마제스티 마스터의, 신성의 비밀을 안 이상 350레벨 몬스터 수만 마리를 잡아 레벨 업을 하는 것보다 400레벨 이상의 몬스터 수백 마리를 잡아 레벨 업을 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도 했고.
“카이, 가자.”
로칸은 즉시 카이를 타고 이동했다.
인근이라고는 하지만 천상의 땅덩어리가 워낙 큰 탓에 광풍의 날개보다는 카이를 이용한 이동이 훨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으니까.
[거인의 산맥을 발견하셨습니다.]타이탄들의 마을이 있는 곳은 거인의 산맥이라는 곳이었다.
오래전부터 타이탄 일족이 터전으로 삼은 곳.
그들의 식생활을 감당할 수 있도록 나무며 열매, 짐승들도 모두 대형종이었기에 로칸은 자신이 거인국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광풍 현신이나 카이를 대붕으로 변신시켜야 비로소 격에 맞는 느낌이랄까.
원근감을 무시하는 거대한 족속들의 모습을 살피며, 일단 모테론이 남긴 유산이 있는 곳부터 찾았다.
엑스표로 표시가 되어 있을 뿐 정확한 좌표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위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로칸에게는 욕망의 나침반이 있으니까.
따로 복층의 건축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방향을 잡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치를 감지 할 수 있었다.
“여기라고?”
그렇게 도착한 곳은 누가 봐도 유적의 모습이었다.
지금은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것 같지만 과거 타이탄들이 사용했던 듯 주위에 널브러진 물건들이 하나같이 큼지막했다.
“가만, 그냥 유적이 아닌데?”
주변에 타이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내려앉은 로칸은 입구를 찾아 둘러보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 유적의 형태가 어째 수상한 것이다.
“이거 혹시…….”
크기가 너무 커서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지만 다시 하늘에 올라 내려다보니 확실해졌다.
이것은 어떤 신의 제단이었다.
광풍의 제단처럼 어떤 신을 기리며 만들어진 제단.
타이탄들도 신을 모셨던가? 가만히 턱을 쓸며 둘러보던 로칸의 눈에 반짝이는 어떤 것이 들어왔다.
바로 비밀 통로의 작동 장치였다.
오랜만에 타이틀 효과가 발동하며 비밀 장치에 대한 힌트를 보여 준 것이다.
드륵, 드르륵.
그것을 만져 작동시키자 곧 제단의 위로 작은 통로가 열렸다.
쿠웅, 쿠웅, 쿠웅.
그와 함께 저 멀리서 거센 진동이 다가왔다. 타이탄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다.
“쳇.”
이왕 이렇게 된 것, 한 마리 잡고 살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곧이어 느껴지는 불규칙적인 진동에 마음을 접었다.
한 마리가 아니다. 다수의 타이탄이 이곳을 향하고 있었다.
드르륵. 쿠웅.
로칸은 어쩔 수 없이 비밀 통로 안으로 몸을 던졌다.
싸우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그러다가 자칫 비밀 통로와 공간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손해를 보는 것은 자신이니까.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가자 비밀 통로가 저절로 닫혔고, 그 위쪽으로 거센 진동이 몇 번이나 이어졌다.
하지만 이곳을 발견하지는 못했는지 주변을 서성거릴 뿐이었다.
다시 나갔을 때는 한판 붙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거라면 문제없다. 로칸은 일단 지상에 신경을 쓰고 자신이 들어온 비밀 공간에 집중했다.
“함정 같은 건 없는 건가?”
고고학자의 유산이니 마법사의 던전처럼 함정과 몬스터 따위로 꾸며 놓을 법도 했지만 의외로 모테론의 유산은 금방 나타났다. 그저 비밀 창고 정도로만 이용을 했던 모양이다.
진실의 종을 사용해 함정이 아닌지 체크해 봤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이게 전부야?”
다만, 그 유산이라는 것이 좀 실망스러웠다.
누가 고고학자 아니랄까 봐 책장에 꽂힌 책들이 대부분이었고, 딱히 고대의 장비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소소한 도구들이나 돌의 파편 같은 것은 제법 널브러져 있었지만 사실상 책이 전부라도 해도 될 정도였다.
[모테론의 고대학 총론 1권][에픽]무려 서른여섯 권짜리 전집.
혹시나 스킬 북 따위가 섞여 있는 것은 아닐까 훑어보았지만, 이건 더 로드의 설정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각 종족의 역사와 각 신들의 이야기가 빼곡히 적혀 있을 뿐인 것이다.
물론 그 안에서 약점이라든가, 그들에게 얻어 낼 수 있는 퀘스트 정보 따위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개중에는 이제는 사라지고 잊힌 종족까지 있어서 설정 덕후들에게나 팔아먹기 좋은 놈이었다.
“어후, 이래서 펜쟁이들이란…….”
로칸은 진심으로 실망했다.
고대의 아이템이 있다거나, 하다못해 보물 지도 또는 고대의 신성 따위가 잠든 장소를 찾을 수 있는 힌트 같은 게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설정집이 전부라니.
허탈한 표정으로 설렁설렁 책장을 넘겼다.
아쉬운 대로 타이탄에 대한 정보가 적힌 책을 찾아 대충 책장을 넘겼다.
“……어?”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전혀 다른, 이상한 내용을 발견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