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8)
# 38
매너 플레이 (1)
“힘자랑하려는 의도도 있겠지.”
길드들이 들고 일어난 이유는 그것만이 아닐 터였다. 적극적으로 실력 있는 길드원들을 모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힘을 보인다면 모집이 더 수월해질 것이라는 의도도 있을 게 분명했다.
피리아의 판단 미스가 다른 길드들의 기회로 작용한 것이다.
“뭐, 해 먹을 만큼 해 먹었으니까.”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를 확인한 로칸은 더 이상 블러드 체이서에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자신이 시작한 일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털어먹을 것이 제법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슬슬 이득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몬스터 사냥보다 인간 사냥에 열을 올리느라 레벨이 답보를 보이고 있는 블러드 체이서였기에 잡아 봤자 50~60레벨 초반대의 몬스터 수준의 경험치밖에 주지 않았다.
게다가 이미 로칸에게 한두 번씩은 죽어 아이템도 많이 떨군 상태였다. 어차피 계속 놈들과 어울릴 것이 아니라면 적당히 손을 털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었다.
“MP 길드는 어떻게 나오려나 ”
그렇다면 문제는 MP 길드의 태도였다. 전생처럼 앞장서서 블러드 체이서의 소탕에 나서는 모습을 취할 것인가, 아니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중립적 위치를 취하거나 블러드 체이서의 편으로 돌아설 것인가.
당연히 가장 멍청한 마지막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로칸 자신을 포기할지는 모를 일이었다.
“제발 포기하지 마라.”
물론 로칸은 그들이 계속해서 덤벼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블러드 체이서는 이제 별 볼 일 없지만 MP 길드의 정예들을 잡고 얻은 아이템과 경험치는 제법 쏠쏠했던 것이다.
그들만 잡아도 80레벨 정도까지는 그럭저럭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놈들에게는 여러모로 빚이 있으니 이대로 끝내기는 아쉬웠다. 감히 자신을 노린 대가는 확실하게 치르게 해 주는 것이 로칸, 폭력의 왕의 방식이었으니까.
‘준비해 놓은 것을 이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끝나는 것도 조금 아쉽고 말이지.’
하지만 덤비지 않는다면 굳이 질척거릴 생각도 없었다. 아직 게임의 초반에 불과했고, 놈들 따위에게 발목 잡혀 있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로칸은 블러드 체이서를 쫓아다니는 대신, 레벨 업을 하고 경매장을 들락거리며 하킨네의 일지를 모으는 것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이미 100레벨 이상의 전투력을 가진 로칸이 마음먹고 사냥을 개시하자 레벨을 올리는 것은 금방이었다.
아직은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라 한 번 한 번의 사냥에 시간이 제법 소모되다 보니, 하루에 1~2레벨을 올려도 상당히 빠른 축에 속했다.
그런데 로칸은 이미 62레벨을 달성했음에도 1~2시간이면 1레벨을 가볍게 올렸다. 사냥하는 몬스터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숲 리자드맨 서식지부터 청명 호수까지, 순찰을 돌듯 이동하며 마주치는 모든 몬스터를 사냥해 대자 초반처럼은 아니었지만 순식간에 레벨이 올랐던 것이다.
62레벨의 유저가 최소 70레벨 중반~80레벨 중반의 몬스터를 어렵지 않게 사냥해 대니 레벨이 빨리 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흐음, 조금 느린데.’
하지만 로칸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레벨이 오를수록 필요 경험치는 커지고, 획득 경험치는 고만고만해지는 것이다.
70레벨 몬스터와 80레벨 몬스터가 주는 경험치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90레벨은 좀 낫긴 하지만 시간이 걸린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70~80레벨대의 몬스터들을 학살하는 쪽이 빠르다고 판단했다.
여전히 레벨 업의 속도가 빠르기는 했지만 이전처럼 폭발적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들었다면 욕을 한 바가지 퍼부어 주었을 일이지만 말이다.
“슬슬 장비를 바꿔야겠군.”
이래서는 가장 먼저 100레벨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분명히 관련 업적과 타이틀도 있을 텐데 그것을 놓치기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렇다면 방법은 두 가지였다. 더 강한 몬스터를 사냥하던가, 사냥 속도를 높이던가.
그 때문에 로칸은 장비를 갈아 치우기로 마음먹었다.
“흐음, 그게 매물로 나왔을지 모르겠네.”
돈이야 넘치도록 있다. 문제는 원하는 매물이 시장에 나와 있느냐인데, 고작해야 매직 등급인 현재의 장비들로는 로칸의 전투력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로칸은 딱 한 가지만 보았다.
“오! 있다.”
[매 조각 갑옷][매직]가슴에 매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는 철제 갑옷. 예술적인 가치에 치중한 나머지 갑옷의 본질인 방어력과 내구력이 낮아졌다.
-방어력 : 110
-내구력 : 300/300
-민첩 +5
-치명타 확률 5%
-레벨 제한 : 70
[야성의 숲 리자드맨 바지][매직]숲 리자드맨 중에서도 야성이 넘치던 자의 바지. 숲 리자드맨의 야성이 깃들어 있다.
-방어력 : 80
-내구력 : 400/400
-민첩 +3
-치명타 확률 3%
-레벨 제한 : 70
[명궁의 장갑][매직]명궁이라 불리던 이가 사용하던 장갑.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붙을 것 같다.
-방어력 : 40
-내구력 : 250/250
-보 마스터리 +10%
-치명타 확률 +7%
-레벨 제한 : 70
[치명의 벨트][매직]-방어력 : 40
-내구력 : 200/200
-치명타 확률 +5%
-레벨 제한 : 70
[탐색꾼의 철 부츠][매직]탐색꾼이 사용하던 부츠. 지형이나 함정에 의한 피해와 확률을 줄여 준다.
-방어력 : 70
-내구력 : 300/300
-체력 +2
-함정 발동 확률 10% 감소
-함정에 의한 모든 피해 10% 감소
-레벨 제한 : 50
바로 치명타 발동 확률!
어차피 자잘한 능력치 상승 옵션이나 어중간한 방어력 상승은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니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타이틀에 의한 치명타 확률 20%에 다시 아이템에 의한 치명타 확률이 20%, 도합 40%의 치명타 발동 확률이다. 대충 두세 방에 한 번은 치명타가 터진다는 뜻이다. 지금도 무지막지한 로칸의 공격력이 2배로 뻥튀기된다면
“다 죽었어.”
이것을 위해 방어력과 내구력, 능력치 상승효과를 전부 포기했지만 로칸은 만족스러웠다. 내구력 하락이야 광전사의 업보와도 같은 것이고 방어력은 사자왕의 봉인된 투구가 커버해 주니까.
사자왕의 봉인된 투구가 아니더라도 방어력을 포기할 의향이 있는 로칸이지만 이것까지 있으니 과감히 투자할 수 있었다.
“돈은 좀 썼지만…… 티도 안 나는군.”
남들에게는 상점행이라도 이상하지 않은 ‘망템’이지만 그래도 매직 등급이라 그런지 가격이 꽤 높게 책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래 봤자 골드 단위는 아니었지만.
로칸은 치명타 확률이 붙은 아이템을 중심으로 구입하고, 나머지 암 실드와 넥 실드는 적당한 걸로 구입했다. 그럼에도 총 보유 금액은 약 3백 골드쯤 되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공격력 강화의 핵심이 남아 있었다.
[전투용 마법 강화 도끼][매직]전투용으로 만들어진 전사용 강철 도끼. 마법적인 처리가 더해져 예기와 내구력이 더 강해졌다.
-공격력 : 150
-내구력 : 500/500
-레벨 제한 : 70
공격력이 딱 100을 찍었던 오크족 배틀 액스보다 1.5배나 강력한 무기였다. 무기 중에서도 도끼 종류는 드롭률이 낮다 보니 경매장을 뒤져도 쓸 만한 놈을 찾기 어려웠지만 레벨 제한 70의 조건을 만족시키니 그럴싸한 놈이 하나 나온 것이다.
로칸이 70레벨을 찍자마자 경매장으로 달려온 것도 그 이유니까. 보통 50레벨에 장비를 한번 맞춘 뒤 70레벨, 90레벨, 100레벨에 다시 새로운 장비를 맞추는 것이 정석이었다.
“이거면 100레벨 정도까진 쓸 만하겠네.”
아예 다른 옵션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로칸이야 ‘득템’이 있지 않는 한 이 장비에서 무기 정도만 바꿔 가고 100레벨대에서도 써먹을 생각이지만 말이다.
모두 컨트롤에 자신이 있기에 부릴 수 있는 배짱이었다.
“하킨네의 일지는 딱 1페이지가 모자라는군. 모일 때까지 사냥이나 좀 더 해 볼까 ”
하킨네의 일지는 3페이지를 더 구해 이제 1페이지만 남은 상태였다. 사냥을 하다가 우연히 얻는다면 모를까, 당연히 노가다를 통해 모을 생각은 없었다.
그 때문에 로칸은 소모품을 보충하고 다시 사냥터로 이동했다.
* * *
“어디 템발을 좀 확인해 볼까 ”
피잉!
다시 사냥터로 돌아와 손맛을 느껴 보려는 순간, 화살 한 대가 로칸을 스치고 날아갔다.
푸욱!
그리고 로칸이 노리던 사냥감에게 틀어박혔다.
“…… ”
“아, 미안합니다!”
순간 갈 곳을 잃은 로칸의 도끼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뒤에서 사과의 말이 들려 왔다. 아무래도 로칸이 먼저 타깃을 잡은 걸 못 본 모양이다.
‘슬슬 여기도 사람이 차나 보군.’
시간이 지나고 블러드 체이서가 길드들의 공세에 활동이 위축되면서 고레벨 사냥터에 슬슬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로칸처럼 빠른 레벨 업 속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파티를 이루고 5~10레벨 정도 높은 사냥터로 들어서는 것이다.
이것은 로칸이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거슬린다면 더 높은 레벨의 사냥터로 향할 수밖에.
그것을 알기에 다른 사냥감을 바라본 순간, 또 한 발의 화살이 그를 스쳐 갔다.
“아, 미안합니다!”
연속된 스틸. 엄밀히 따지면 그들이 로칸보다 먼저 공격을 선공시켰으니 스틸이 아니긴 했지만 짜증스레 뒤를 돌아보는 순간 모든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이 새끼들 봐라 ’
미안하다는 사람치고는 너무나 생글거리며 웃음을 띠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 뒤로 쭉 늘어선 궁수와 마법사들.
무엇보다 신경에 거슬리는 건, 그들의 장비에 박힌 MP 길드의 문양이었다.
놈들이 드디어 직접 시비를 걸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리프 어택!”
“속사!”
그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기 위해 몸을 돌려 다시 한 번 전투에 임하는 로칸. 하지만 이번에도 궁수의 화살이 더 빨랐다.
쿠웅!
결국 로칸의 도끼가 맨땅을 때리고 말았다. 선공을 하지 않았어도 처치 기여도에 따라 경험치와 아이템을 먹을 수도 있지만 놈들이 하려는 수작이 뻔히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나온단 말이지…….’
이것은 사실 많은 게임에서도 문제가 되던 일이었다. 궁수 계열 클래스가 긴 사거리를 이용해 근접 계열이 이동하는 중에 모조리 선공을 치고 독식하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사냥은 물론이고 퀘스트 수행조차 되지 않아 곤란해지고, 결국에는 유저의 70% 이상이 궁수 계열의 클래스를 선택하게 된 게임도 있었다.
이들이 하는 것도 근본적으로 같았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주변 몬스터들을 모조리 선공하여 로칸이 사냥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길드 이름에서부터 매너 플레이를 지향하는 MP 길드가 할 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이런 짓을 하는 것일 터였다.
‘MP 길드가 비매너 플레이를 일삼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겠지. 직접 보지 않는다면 말이야, 후후.’
그들이 믿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이미지나 인식만이 아닐 터였다.
자신이 어떤 반응을 보인다면 영상을 촬영해 교묘히 편집하고, 선동을 목적으로 한 글에 덧붙여 게시판에 올려 댈 터였다.
그렇게 되면 블러드 체이서의 척살을 통해 올라간 로칸의 이미지도 상당히 깎이겠지. 어쩌면 천하의 나쁜 놈이 되어 블러드 체이서 다음의 타깃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로칸 역시 게임 내 영상 촬영을 생활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걸 너희만 할 수 있을 줄 알았냐 ’
일반 유저들이라면 영상을 찍는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겠지만 이미 더 로드에서 구를 만큼 굴렀던 로칸은 달랐다. 애초에 최상급의 캡슐을 산 것에는 저장할 수 있는 영상 용량이 다르다는 이유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경우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일반 사냥 영상만으로도 조금만 편집하면 훌륭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로칸은 알았다. 그래서 로칸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동영상 촬영을 해 오고 있었다.
비록 그중 튜토리얼 완벽 클리어나 고급 훈련장의 비밀 등 밝힐 수 없는 것들이 많긴 했지만, 시간이 없어 편집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뿐 사람들의 흥미를 끌 만한 영상은 제법 모아 둔 상태였다.
‘그놈의 멍청한 떠벌림을 포함해서 말이지.’
그러니 로칸은 하나도 겁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놈들을 어떻게 요리해 줄까, 재미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