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81)
# 381
뱀파이어의 습격 (3)
뱀파이어 샤로크가 남긴 흔적은 참담했다.
그로모토 영지의 건물 대부분이 무너지고 기반 시설이라 할 수 있는 것도 모조리 파괴되었다.
더불어 상당한 코인을 소모해 채워 놓았던 마족 NPC 병력들도 8할 이상 죽어 사라진 상태였다.
사실상의 완파.
물론 그중 대부분은 뱀파이어들이 아닌 로칸이 벌인 짓이었지만 복구가 어려울 만큼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돈 좀 깨지겠군.”
러시아 길드원들 중 내성으로 잠입에 성공한 이들이 있음에도 굳이 취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얻어 봤자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으니까.
기본 건물만 세우려고 해도 막대한 코인이 들어가지 않겠나?
물론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코인을 모아 온 러시아 길드들이지만 이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그렇기에 잠입 팀은 성을 취하지 않고 대결을 지켜봤으며, 샤로크와 정예들이 패배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튀었다.
굳이 나서서 매를 맞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물론 로칸이 승리한 이상, 쿠데타를 도모한 러시아 길드들은 철퇴를 맞겠지만 자신만 아니면 된다.
심지어 개중에는 벌써 길드를 탈퇴하고 도주한 놈들까지 있었다.
“어딜 가시나?”
움찔.
로칸은 파괴된 건물의 잔해들 속에서 어떤 이들을 찾아냈다. 다시 부활한 러시아 길드 유저들이었다.
감히 자신의 영지에 아지트까지 만들어 놓은 주제에 배신을 했다고? 뭐, 그거야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럼 대가를 치를 각오는 해야 하지 않겠나?
“로, 로칸 님…….”
“부디 용서를……!”
“저희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사실 영 놈들을 괴롭힐 맛이 나지 않았다. 다시 부활하는 놈들은 고작해야 잔챙이들에 불과했으니까.
영리한 건지 충격이 컸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요 인사라 할 수 있을 법한 고레벨들은 즉시 부활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로칸이 자리를 비우는 틈을 타 야반도주를 할 생각일 것이다.
지금 부활했다가는 그에게 걸려 몇 번이고 죽음을 맞이할 테니 말이다.
때문에 로칸은 그들을 쳐죽이는 대신 하얀 이를 드러내며 경고했다.
“체리셰프와 다른 길드장들에게 전해. 당장 달려와서 머리를 조아리든가, 아니면 대가를 치르든가 하라고.”
“예! 전하겠습니다. 제발 목숨만……!”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리는 놈들을 보고 있자니 로칸도 흥미가 식었다.
놈들에게는 길드 채팅이나 별도의 연락망 따위가 있을 테니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겠지.
물론 그 말을 전한다고 놈들이 쪼르르 달려와 머리를 조아릴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놈들은 이미 종족 변환까지 끝마쳤고, 종족 변환은 그저 한 번 죽는다고 풀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 감염이 아니라 스스로 종의 변화를 받아들인 결과이니까.
만약 다시 하프엘프 등 원래의 종족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특수한 퀘스트 수행과 같은 몇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만 가능하겠지.
이번에 샤로크가 그들을 마음대로 이용해 먹은 것을 보았으니 생각이 좀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놈이 죽었으니 이제 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샤로크와 동급의 혹은 상위의 혈족이 나타나면 같은 꼴을 보거나 더 심한 짓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말이다.
“전체 수리.”
로칸은 그들을 기다리며 그로모토 성부터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다.
막대한 코인이 소모된다는 경고가 나타났지만 상관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수준에서의 부담일 뿐이니까.
이미 로칸은 수리가 아니라 도시를 새로 지어도 부담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재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지금 이 순간에도 포션 판매와 정령계, 환마계 상점 등을 통해 엄청난 돈이 쌓이고 있었다.
모든 러시아 길드가 벌어들이는 수입보다도 더 많은 돈이.
“결국 안 오는 건가?”
그렇게 약 30분의 시간이 지났지만 러시아 길드장들 중 나타나는 놈은 없었다.
책임을 질 생각 따위는 없다는 뜻이다.
어쩌면 로칸은 개인이니 피하려면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로칸은 최근 그들이 활동하는 이곳 천상에서도 거의 모습을 비추지 않았지 않나? 여차하면 다른 나라들의 ‘지상’으로 숨어들 수도 있기에 책임 대신 회피를 선택한 듯 보였다.
그것이 옳은 선택일지는 두고 봐야 알 터였다.
“자, 그럼 이놈들을 어쩐다……?”
이렇게 나오면 로칸으로서도 당장 어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접속을 안 하니 죽이거나 괴롭힐 수도 없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 봐야 무지개 전송기를 이용해 러시아 유저들이 있는 지상을 공격하는 정도인데, 로칸의 입장에서는 그것조차 시간 낭비에 불과한 것이다.
그들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각 거점들을 파괴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지만 그런다고 놈들이 망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차라리 기다렸다가 천상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큰 타격일 터였다.
“그래. 450레벨만 찍으면 두고 보자.”
게다가 지상을 타격하는 것 역시 나중이 더 효과적일 터였다. 마침 생각하던 계획도 있으니 복수는 잠시 미루어 두고 다음 스텝을 밟았다.
바로 종족 변환을 한 러시아 길드들을 은근히 도왔던 각 국의 유저들이다.
“이것도 문제군.”
하지만 그들을 징벌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들이 길드 단위로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것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일부 참여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을 노린 것일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길드나 국가 단위로 묶어 죄를 묻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자신에게 반기를 든 것은 분명하다. 그럼 이들을 어찌 처리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로칸에게 생각지 못한 소식이 들려왔다.
“전쟁이라고?”
그가 고민하는 사이, 미국과 중국, 인도,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물론 그 대상이 로칸은 아니었다.
러시아가 그토록 처참하게 깨진 것을 보고도 어찌 로칸을 향해 무기를 들 수 있을까.
그들의 칼날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약소국들이었다.
“드디어 시작하는 건가?”
지상 대 지상.
무지개 전송기를 이용해 옮길 수 있는 병력의 수는 제한되어 있지만 길드 단위로 타국의 영토를 밟은 강대국의 유저들이 천상에 막 한두 명의 유저를 진출시킨 약소국들을 짓밟고 있는 것이다.
인원수에서는 상대조차 되지 않을 만큼 격차가 컸지만 더 로드는 머릿수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 게임이다.
로칸처럼 강력한 한 명의 존재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었기에, 일찌감치 천상에 진출한 소위 선진국들의 힘은 막강하기 그지없었다.
더구나 장비의 질에서도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던가?
그들은 천상제의 질 좋은 무구로 잔뜩 치장을 한 상태였고, 약소국들은 기껏해야 몬스터의 심장을 갖다 바쳐 얻어 낸 기본 장비 정도를 입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조차도 못 사는 국가의 설움으로, 벌어들인 골드와 코인을 모두 장비에 투자할 수 없어 타국에 빼돌려 팔아먹는 실정이었으니 그들의 힘으로 강대국의 정예들을 막아 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지만 이 승부가 얼마나 단기간에 끝날지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었다.
“시선 돌리기인가?”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침공인지, 아니면 로칸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수작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수작이 통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로칸으로서도 타국의 침공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고 반대로 한국의 길드들이 타국에 침공하고 있지는 않은지 체크가 필요했다.
전쟁이라는 것은 수많은 적을 만드는 행위였으니까.
또한 자리 비울 일이 많은 로칸의 행보를 생각할 때, 이번처럼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황궁이 털린다든가 하는 일이 발생할 확률이 높았다.
황제로서 벌어들이고 축적해 둔 막대한 세금이 털리고 세금을 걷어야 할 도시들이 무참히 파괴된다면 로칸으로서도 상당한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황제라는 것은 세금을 걷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각 거점이 파괴되었을 때 지원금을 보내 수리하고 방어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니까.
만약 몇 개 국가가 작정하고 연합해서 쳐들어온다면 화수분 같던 로칸의 주머니도 마를 수밖에 없을 터였다.
“이런 영악한 놈들.”
그런 의미에서 강대국들의 약소국 침공은 많은 의미와 경고를 보내는 것이기도 했다.
감히 자신에게 경고를 보내다니. 생각 같아서는 그들의 기반을 몽땅 파괴해버리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450레벨. 그의 예상이 적중한다면 마제스티 마스터가 되었을 때 비로소 진짜 전쟁을 벌이고 그것으로 가장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을 터였다.
-하멜 : 저, 로칸 님, 길드 애들이 저한테 로칸 님을 만나 뵙게 해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로칸이 잠시 고민에 잠겨 있을 때, 하멜을 통해 한국의 길드들이 면담을 요청했다.
평소 같았다면 단칼에 거절했겠지만 만남의 이유가 확실한 지금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즉시 만남을 주선하고 한국 대표 길드의 장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로칸 님,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이대로라면 먹음직한 놈들을 타국에게 다 뺏기고 말 겁니다. 놈들이 한 곳만 침략하고 말 리가 없어요. 여력이 생기면 제2의, 제3의 식민지를 만들려고 할 겁니다. 그렇게 덩치를 불리고 나면…….”
이미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지 찬반이 분명하게 갈렸다.
우리 역시 타국을 침공하고 식민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쪽의 주장은 명확했다.
선진국들을 가만 두면 안 된다. 그들은 장차 덩치를 불려 한국까지 넘볼 것이 분명하다.
물론 맞는 말이다. 이번 러시아의 일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은가?
뱀파이어라는 특성상, 그들의 의지만이 아닌 샤로크와 뱀파이어 로드의 의지가 강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잠재적인 위험이자 매우 커다란 위험임은 분명했다.
한국 유저들이 빠르게 천상에 진출하고 있지만 그들 중 두 곳, 세 곳이 힘을 합쳐 덤벼든다면 과연 우리의 땅을 방어해 낼 수 있을까? 장담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그나마 로칸의 위세에 눌려 한국의 눈치를 보는 형편이지만, 곧 400레벨의 유저들이 등장하고 로칸과 동급의 존재들이 두 자릿수를 넘어가면 그들로서도 거칠 것이 없어질 터였다.
‘그들이 빠를지 내가 빠를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말이야.’
그때가 되면 로칸 역시도 다음의 경지인 마제스티 마스터에 오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식민지는 좀…….”
“어차피 먹어 봤자 허접한 약소국입니다. 점령해 봤자 방어해야 할 곳만 늘어나요. 차라리 저들이 타국 침략에 정신 팔린 사이 천상을 좀 더 공략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반대쪽의 의견도 나쁘지 않았다.
일단 한국이라는 국가의 역사로 비쳐 볼 때, 식민지라는 단어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었고 꼭 감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약소국 하나 먹어 봤자 달라지는 건 고정 수입 정도에 불과했다.
사냥터까지 독점하면 자국의 유저들이 좀 더 레벨을 빠르게 올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겠지만, 그것을 위해 거금을 쏟아 무지개 전송기를 이용한다? 어지간한 길드가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몬스터가 좀 더 많다 뿐이지 특별히 경험치를 더 주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차라리 그 시간에 천상을 공략해서 상위권의 레벨을 더 올려 두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어느 쪽도 일리가 있는 말이기에 답은 쉽게 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로칸의 의지다.
인간의 황제이자 세계 최강의 존재인 만큼 그의 뜻에 따라 한국의 대응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흠,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고민하던 로칸이 마침내 입술을 떼었다.
대한민국 유저들의 대응 지침이 될 이야기를 내뱉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