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82)
# 382
뱀파이어의 습격 (4)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기다리십시오.”
“아…….”
로칸의 결정에 몇몇이 탄식을 내뱉었다.
호전적인 평소 로칸의 성격을 생각할 때 당연히 정복 전쟁에 뛰어들 것이라 생각했건만, 반대의 이야기를 하자 실망의 기색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어차피 국가 전력은 다 비슷비슷합니다. 이 상황에서 시간과 전력을 다른 곳에 쏟아 준다면 우리는 오히려 환영해야 할 일이죠.”
“하지만 시간이 얼마 안 걸릴 수도 있지 않습니까?”
“지금은 차이가 별로 안 난다지만 식민지화를 완성하고 집중 육성하려는 인원들을 식민지 쪽으로 옮겨 밀어준다면 금세 상위 전력의 수에서 차이가 날 겁니다.”
때문에 로칸이 덧붙였지만 침략 찬성 쪽의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은 여전히 불만인 모양이다.
사실 그들의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그래서, 여기 있는 분들 전부랑 저랑 싸우면 이길 것 같습니까?”
“헛.”
모두가 할 말을 잊었다.
아직 러시아 유저들과 한판 붙은 사실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것을 차치하더라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익스퍼트든, 마스터든 동급의 격을 갖추었다는 이유로 로칸에게 개겨 보다가 처맞은 이가 어디 한둘인가?
게다가 지금은 마스터 대 그랜드 마스터라는 격의 차이까지 보이고 있었다.
여기에 있는 이들? 각 길드의 길드장으로 나름 대한민국 더 로드 최고수들이지만 상대가 로칸이라면…… 글쎄, 피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일 수밖에 없었다.
“……아닙니다.”
결국 그들이 참담한 심정으로 대답을 내뱉었다.
“단언하죠. 여기 있는 분들이 모두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다 해도 당장은 절 이길 수 없습니다. 그간 익스퍼트며 마스터 레벨에 오르시면서 느끼셨듯, 같은 급에서도 숙련도의 차이가 엄청난 전투력의 차이를 보이니까요. 제가 체감해 본 바, 그랜드 마스터에서는 그 차이가 훨씬 커집니다.”
“그래도 시간이 더 많이 지나면 어느 정도 숙련도를 쌓은 이들이 대거 등장할 것 아닙니까?”
로칸의 단언에도 포기할 수 없었는지 누군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불만을 토했다.
씨익.
그리고 로칸이 웃었다.
“걱정 마십시오. 그때는 이미 제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때는, 침략당하는 대상이 바뀌어 있겠죠.”
“아……!”
다들 그제야 깨달은 모습이었다.
로칸이 꼬리를 말고 있는 것이 아님을.
그는 진짜로 때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랜드 마스터보다 더 위의 경지에 도달할 때를. 그리고 그때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모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괴물…….’
아직 로칸을 제외하면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인물도 없는데 벌써 그다음 경지라고? 천상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들 역시 천상에서 활동하고 있는 입장에서 기가 질릴 수밖에 없었다.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랜드 마스터보다 위 단계라면 상급, 최상급 마족에 해당하는 경지가 아니던가? 천족으로 따져도 성주급의 힘이다.
거기까지 떠올린 모두의 머릿속에 각자의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 경지에 도달하면 다수를 쉽게 상대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든지, 천족이나 마계 영지를 다수 복속시킨 뒤 그 NPC 병력을 이용해 타국을 침공해 버린다든지 하는 생각이 말이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알지 못했다.
마제스티 마스터라는 것은 반신의 경지라는 것을.
“그럼 믿어 주시는 걸로 알아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이쯤 되자 더 이상 이론을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아예 침략을 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좀 더 미루겠다는 것일 뿐이다.
게다가 그때가 되면 침략의 대상이 약소국이 아닌 지금의 침략자들이 될 것이니 그들로서도 마음이 바빠졌다.
일종의 국가대항전을 한 사람에게만 맡겨 둘 수 없지 않나?
아니, 공격은 로칸 혼자 한다 하더라도, 그들이 카운터를 치듯 역으로 침공해 들어왔을 때 자신들이 막아 내지 못한다면 얼굴을 들 면목이 없다.
대한민국 최고 길드의 수장으로서 쪽팔려서 자리에 앉아 있기 힘들 터였다.
그러니 준비가 필요했다.
즉시 길드 메시지를 돌려 길드원들에게 몇 가지 지침을 전달했다.
1. 지상 내에서의 분쟁 금지.
2. 무조건 레벨 업에 초점을 맞출 것.
3. 길드 유보 자금 개방. 소모품 걱정하지 말고 더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사냥해라.
지금은 눈치를 보고 몸을 사릴 때가 아니었다. 상대가 신발끈을 고쳐 매는 사이 앞질러 갈 때였다.
가뜩이나 천상 진출이 외국보다 느려 자존심에 상처 입었던 한국 유저들의 눈빛에 불길이 치솟았다.
“된 것 같군.”
막간의 회동이 있은 후, 로칸은 바로 천상으로 돌아가지 않고 지상을 두루 살폈다.
그들 대형 길드 수장들의 지시 때문인지 분쟁 지역이 한산해졌고 고레벨의 사냥터와 신맵의 사냥터로 유저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길드들과의 마찰이 조금 생기기는 했지만, 길드장끼리 협의해 순서를 정하거나 양보하는 흔치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눈 것은 대형 길드의 수장들끼리였지만 그들에게 딸린 동맹 길드, 하위 길드들에게까지 지시가 하달된 듯싶었다.
중요한 건 그러면서도 개인 유저들을 일부 배려했다는 것이다. 길드가 사냥터를 통제하고 장악할 법도 했지만 로칸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마냥 독식을 하려들지는 않았다.
그런 현상이 인간뿐 아니라 황금사자 진영, 그리고 검은용군단의 모든 사냥터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직접 침략에 나서고 있지는 않지만 대한민국 전체가 묵묵히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 유저, 길드원들에게까지 자세한 설명이 들어간 건 아니지만 타국의 정세로 보아 다들 유추하고 있는 것이다.
곧 뭔가 터지겠구나 하고 말이다.
“이 정도 특혜는 괜찮겠지.”
천상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천족을 선택한 이들도, 마족을 선택한 이들도 있었지만 로칸은 대한민국 유저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혜택을 제공했다.
자신에게 소속된 마계 영지의 개방.
천족과 중립 유저들에게는 가오칸과 연계하여 그의 영지 내에서 활동할 수 있게 다리를 놓아 주었다.
작다면 작은 혜택이지만 안전한 거점에서 소모품값만 줄일 수 있어도 사냥 효율은 급격히 증가하는 법이다.
거기까지 마친 로칸은 마지막으로 무지개 전송기에 올랐다.
커뮤니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가 돌고 있긴 하지만 제 눈으로 확인해 보기 위함이다.
각 국의 전력과 전략을.
“이건…… 상대가 안 되는군.”
한창 침략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국가들의 리스트를 추리고 순서대로 이동하며 전쟁의 양상을 살피던 로칸의 눈이 부릅뜨였다.
“생각보다 심한데?”
양국 간의 전력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패를 까 보니 전투력의 차이가 압도적이다.
병력 대 병력? 그런 것도 필요 없다. 미국 쪽의 유저들은 아예 군대를 상대로 소수 정예의 별동대만을 운영했다.
레벨의 차이, 스킬의 차이를 이용해 압도적인 힘으로 그들을 찍어 눌렀다.
“저놈 때문인가.”
그 모습을 멀찍한 곳에서 지켜보던 로칸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미국 측의 별동대의 선봉에 선 인물.
그는 로칸으로서도 처음 보는 유저였다.
“슈팅 스타!”
“콜 오브 스타!”
“매직 포스 오브 갤럭시!”
콰과과과광!
꼴은 우스웠다. 주문 계열이 대체로 그렇기는 하지만 별 모양의 완드를 휘두르는 꼴이 마치 마법 소녀라도 되는 듯했으니까.
그리고 녀석은 체격 좋은 서양인 남성이었다.
그래도 파괴력 하나는 발군이다. 그가 스킬을 쏘아 낼 때마다 적군의 병력이 뭉텅이로 사라지는 것이다.
개 중에는 카이의 붉은 유성과도 비슷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도 있어 로칸이 살짝 놀랄 정도였다.
“비밀 병기, 뭐 그런 건가?”
러시아 길드의 의뢰를 받아 미국의 유저들을 학살할 당시 로칸이 죽인 것은 각 길드의 길드장들만이 아니었다.
그들을 위시해 가장 유력한 인사들을 도륙한 것인데, 지금 날뛰는 저자는 그 명단에 없었다.
노출되지 않았거나, 갑자기 튀어나온 인물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감춰 두었을 수도, 혹은 마스터 레벨에 오르며 갑자기 두각을 나타낸 인물일 수도 있었다.
전생에서도 간혹 스킬 한두 개 잘 뽑아내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인물들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로칸은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스킬 뽑기를 잘했다고 보기에는 그가 사용하는 위력적인 스킬의 수가 너무 많았고, 삼라만상을 꿰뚫는 눈으로 지켜본 놈의 머리 위로 어떤 글자가 표시되었기 때문이다.
[별의 아이 소라칸][Lv 376]이름 앞에 별칭 같은 것이 붙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특별한 타이틀을 얻거나, 명성치가 높으면 수시로 바뀌는 것이니까.
로칸만 하더라도 스스로 보지는 못하지만 아마 플레이하는 동안 십여 번은 더 별칭이 바뀌었을 터였다.
지금도 ‘폭력의 왕’이라는 별칭이 붙은 상태였고.
‘저건 역시…… 그건가?’
하지만 별의 아이라는 타이틀은 로칸으로서도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본 적 없는 별칭이었다.
게다가 저 정도 무력을 발휘하는데 고작 376레벨이라고? 아무리 마스터 스킬을 잘 뽑아냈다고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사도.”
그렇기에 로칸은 다른 이름을 꺼내었다.
사도. 신의 힘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의지를 대행하는 자.
그러나 실상은 그들의 이름을 알리고 신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홍보 대사쯤인 녀석들.
막연히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사도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로칸으로서도 처음이었다.
“확실히 혹할 만하군.”
다른 이들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서 그를 유심히 관찰하던 로칸은 꽤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사도의 힘에 너무 의지하는 것 아닌가 싶을 만큼 별의 힘을 마구 쏟아 내고 있었지만, 그게 효율적이라면 딱히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었다.
어쨌든 놈은 적진을 폭격하듯 마구 유린하고 있었으니까.
이름도 없던 놈이 그만한 힘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다면 사도라는 지위는 확실히 조명 받을 만했다.
“속여 먹기 딱 좋겠어.”
그럼 이제라도 그에게 제안했던 사도 자리를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다. 로칸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힘이란 것을 괜히 주지는 않을 것 아닌가? 특히 신성과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신들에 대한 의심을 품고 있는 로칸이었다.
만약 사도가 된 채로 마제스티 마스터에 올라 ‘세계’를 얻게 된다면 그것은 누구의 세계일까. 혹은 독립된 세계라고 부를 수 있을까?
뱀파이어의 혈족 체계처럼 어쩌면 끊어 내기 어렵고 자동으로 복속되는 구조를 지닌 것일지도 모른다.
‘확실할 거 같은데.’
아니, 확신했다.
물론 그것으로 만족하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로칸은 이 게임의 끝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독보하는 것이 오히려 더 쉬운 방법이라 생각했다.
“전투 방식도 구리네.”
또한 전투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저놈 하나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강력하다 해서 사도의 힘을 남발하고 있지 않은가?
저건 전투가 아니라 그냥 스킬 난사였다.
힘의 차이가 극명한 이들에게는 잘 통하겠지만 비등하거나 조금 위의 상대와 싸우게 된다면 어찌 될까?
로칸의 입가에 비웃음이 스쳤다.
“더 볼 것 없겠군.”
그 전투가 끝나자마자 로칸은 몸을 돌려 천상으로 되돌아왔다.
아마 다른 국가에도 저런 놈들이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신경 쓸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