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87)
# 387
불과 얼음 (1)
‘나쁘지 않은데?’
카이 이외에 용병 등 일체의 아군을 두지 않고 레드 드래곤의 레어 주변으로 난입한 로칸은 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건 대박이야!’
새롭게 얻은 서리의 힘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쩌저저적!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용암지대였지만 피격당하는 부위마다 얼음이 맺혔다.
대미지가 증폭되어 들어가는 것은 물론, 용암지대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화염 공격 능력이 봉인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지형 효과 때문에 [서리의 힘]이 가지는 이동속도, 공격 속도 저하의 오라가 적에게도 통하지 않았지만 주력과 보조를 봉인당한 두 상대 중에 누가 유리한지는 자명했다.
“하앗!”
푸쉬쉬쉭!
무력화된 것은 근접 공격만이 아니다. 화염구를 던지거나 불기둥을 일으키는 등의 마법들 역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로칸이 딛고 선 장소만큼은 용암지대가 아니라 북극이라도 되는 것처럼 차가웠고 수증기가 마구 피어올랐다.
화염구 따위는 배틀 액스에 닿는 순간 사그라들어 소멸했다.
키에에엣!
로칸을 둘러싸고 위세를 부리던 용암 리자드맨들이 기겁을 했다. 온갖 화염 공격을 뒤집어쓰고도 아무렇지 않게 덤벼드는 로칸에게 근원적인 공포를 느낀 것이다.
스펙 싸움, 컨트롤 싸움에서는 애초에 상대가 되질 않는데다 특수 공격까지 막히니 전의를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살라만다!”
결국 최후의 보루를 꺼내들었다.
거대한 불도마뱀에게 자신을 바쳐 적을 파멸시키려 든 것이다.
사방에서 새빨간 불꽃의 혀를 날름거리는 불도마뱀들.
로칸은 놈들을 보며 사납게 웃었다.
“프로즌 필드.”
푸쉬쉬쉬쉬쉭!
그 순간 주변이 급속히 냉각되었다. 무려 창조 스킬로 만들어 낸 불도마뱀이건만, 화이트 드래곤의 미약한 신성마저 품은 서리의 힘에는 맥을 추지 못했다.
산불처럼 일어나던 불꽃이 촛불처럼 휘청거리고 거칠게 휘두른 로칸의 배틀 액스가 놈들의 심지를 잘라 버렸다.
일도양단.
불도마뱀의 몸체가 한 방에 반으로 쪼개지며 소멸해 버렸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꼬박 이틀간의 몰이사냥.
그 결과 로칸은 또 한 번의 레벨 업을 이루어 내었다.
“흐흐흐. 간단하네!”
로칸이 이루어 낸 것은 단지 레벨 업만이 아니었다.
불도마뱀을 베어 낸 로칸의 덩치가 거인의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했다.
광풍 현신을 사용하지도 않고 창조 스킬까지 베어 내 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풀 도핑, 풀 버프를 두른 채 싸우던 로칸이지만 서리의 힘 덕분인지 컨트롤이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것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스킬을 하나씩 빼고도 사냥할 만했다.
광풍 현신, 피의 각성, 무혼 각성. 그것들 모두 제한 시간과 후유증이 있는 만큼 단기 전투력 상승에는 큰 메리트가 있지만 지속 전투에는 적합하지 못하던 것들이기에 경험치가 쌓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 것이다.
이로써 444레벨. 앞으로 5레벨만 더 올리면 마제스티 마스터에 도전할 수 있을 터였다.
쿠구구궁!
“……!”
그때, 화산 쪽에서 거센 진동이 느껴졌다.
휴화산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다시 활동을 재개하기라도 한 것일까?
긴장된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던 로칸의 이마가 형편없이 찌그러졌다.
“젠장.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가?”
저 멀리 붉은 점이 생겨났다. 그리고 점점 더 커져 갔다.
거리가 가까워지며 크기가 불어나는 것이다.
아직도 먼 거리였지만 로칸은 그 존재의 정체를 바로 알아차렸다.
레드 드래곤 할슈타크.
그가 사냥할 네 번째 사냥감이 먼저 다가오고 있었다.
꿀꺽
전신에 힘이 들어가고 심장이 조여 옴을 느꼈다.
앞선 그린 드래곤이나 화이트 드래곤의 경우 잠들어 있는 놈들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전투를 시작했고, 블랙 드래곤은 아예 그랜드 마스터급으로 격 자체가 하나 낮았으나 이번에는 정면 승부였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행을 쌓으면서 스킬을 아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 어디 한번 붙어 보자!”
놈이 어느 정도 근접해 왔을 때, 로칸이 광풍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놈을 맞상대하기 위해, 전속으로 돌진을 시도했다.
광풍 현신과 피의 각성, 무혼 각성이 순차적으로 펼쳐졌다.
고오오오오오오오.
“이런 개……!”
하지만 그 당당함도 오래가지 못했다. 로칸을 발견한 레드 드래곤 할슈타크가 거대한 아가리를 쩍 벌리며 가공할 기운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드래곤 브레스.
창조 스킬도 아닌 종족 특유의 권능이지만 미약한 신성마저 느껴질 만큼 강력하고 폭력적인 기운이 로칸을 향해 폭발되었다.
“프로즌 필드! 전신의 돌격!”
이미 피하기는 늦었다. 점멸을 써 보려 해도 이미 시야 가득 화염 브레스가 들어찬 까닭에 회피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렇다는 부술 수밖에.
순간 초극을 떠올린 로칸이지만 꾹 눌러 참았다. 그것을 써 버리면 진짜 뒤가 없어지니까.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티고, 정 안 될 상황이면 시간 역행이라도 쓴다!
판단을 내린 로칸이 냉기를 최대 출력으로 뿜어냈다. 몸으로 화염 브레스를 견디며 놈에게 짓쳐 들었다.
푸쉬쉬쉭. 화르르르르륵!
불도마뱀의 불꽃마저 잠재워 버린 냉기였지만 드래곤의 브레스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화염 브레스에 대항하는가 싶더니 로칸의 몸을 겨우 보호할 정도로 줄어들었고, 이내 힘을 잃으며 로칸의 전신에 불이 붙었다.
극한의 화염 저항력이 몸체가 녹아내리는 것을 막으며 간신히 견뎌 낼 뿐이다.
“시, 시간…….”
그렇다고는 해도 몸이 통째로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피부가 말랑해지다 못해 흘러내리는 기분은 제아무리 로칸이라 해도 쉬이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시간 역행을 사용하려는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뀨웃!
[엘리멘탈 빅버드 카이가 폭력의 왕 로칸에게 테트라 엘리멘탈을 사용했습니다.] [일정 시간 동안 모든 속성 공격에 면역을 가집니다.]“……!”
화염 속에 파묻힌 로칸의 몸이 무지개 빛깔로 빛나는가 싶더니 열기가 싹 가신 것이다.
이미 녹아내린 피부는 어쩔 수 없는지 진한 화상의 흔적이 남았지만 그것이 로칸의 전투력을 낮추지는 못했다.
“고맙다, 카이!”
상황 파악을 마치자마자 로칸이 배틀 액스를 휘젓듯 마구 휘둘렀다. 광살을 사용해 여전히 강대한 에너지 집합체인 브레스를 가르며 놈의 입으로 뛰어들었다.
“아니!”
무려 마제스티 마스터에 오른 드래곤이다. 누가 있어 감히 그의 브레스를 정면으로 맞설 수 있었겠는가.
브레스를 정면으로 뚫고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지 로칸이 지척으로 다가와서야 화들짝 놀라 머리를 비트는 할슈타크였지만, 그대로 놓아줄 로칸이 아니다.
“점멸! 오라 폭격!”
닫히려는 입안으로 쏙 들어가 버리더니 무자비한 폭격을 난사했다.
“크와아아앙!”
할슈타크가 고통에 몸을 비틀었다. 로칸을 입안의 사탕처럼 굴리며 마구 깨물어 죽이려 들었다.
“이판사판이다 이거야!”
그러나 그럴수록 로칸은 놈의 목구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입안에 있어 봤자 물려 죽을 것 같았고, 바깥으로 나간다고 딱히 해답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때문에 더 깊숙이, 식도를 타고 넘어갔다.
위장으로 넘어가기 전 배틀 액스를 박아 넣으며 꿋꿋이 매달렸다.
“어우, 드럽게 흔들리네!”
목안에 상처를 입은 할슈타크가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로칸이 아니었다면 진작 떨어져나갔을 만큼, 로데오 뺨치는 흔들거림이 온몸에 충격을 주었다.
화르르륵!
그리고 또 한 번의 강대한 불길까지.
놈이 로칸을 목 안에서부터 태워 버리기 위해 브레스를 사용한 것이다.
[테트라 엘리멘탈의 효과로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습니다.]그러나 소용없었다. 여전히 지속되는 테트라 엘리멘탈의 효과에 단 1의 화염 대미지도 주지 못하고 흘러가 버렸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상 할슈타크가 로칸에게 충격을 줄 방법은 없다.
‘서둘러야 해.’
하지만 마냥 여유를 부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테트라 엘리멘탈의 효과가 언제 끝이 날지도 모르고, 만약 바깥에 있는 카이가 당해 버리기라도 하면 지속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스킬 효과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었다.
‘찾았다.’
로칸은 배틀 액스에 매달린 채 정신을 집중했다. 드래곤 브레스를 비롯해 놈이 사용하는 마나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
그렇게 놈이 하루에 허락된 마지막 세 번째 브레스를 내뿜기 시작했을 때, 로칸이 드래곤 하트의 위치를 파악했다.
“초극.”
드래곤의 속살은 그 자체로 강대한 마나를 머금은 금속과 같다.
누군가는 고작 살덩이라고 생각 할지도 모르지만 오죽하면 그것을 금속처럼 제련할 수만 있다면 미스릴에 버금가는 강력한 마법 무기의 생산이 가능하다는 말이 나왔을까.
하지만 최강의 방어구를 만들 수 있다는 드래곤의 비늘에 비하면 손색이 있었다.
그리고 로칸의 필살기 초극은 그 드래곤의 비늘마저도 가뿐하게 뭉개 버린 전적이 있는 기술이었다.
쩌저저적!
두꺼운 살의 벽은 아무런 저항감도 가지지 못했다.
드래곤의 비늘 이상의 강도를 지닌 마나의 그릇에 균열을 일으키고 그 마나와 신성의 상당 부분을 잡아먹었다.
“으으으윽!”
드래곤 하트에 잠들어 있는 강대한 마나와 신성이 일순간에 뿜어져 나오자 초극을 사용한 로칸의 몸마저 조금 밀려났다.
폭발의 충격파에 휘말리듯 강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그를 밀어 낸 것이다.
“투지의 발걸음!”
그러나 질 수 없었다. 여기서 튕겨져 나가 버린다면 이 죽어 가는 드래곤의 위액 호수에 빠져 몸이 녹아내릴 뿐 아니라 커다란 기회를 잃게 되는 셈이니까.
“흐아아압!”
온갖 돌진 스킬들을 반복해서 사용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드래곤 하트 쪽으로 다가갔다.
심장을 먹는 아귀를 찔러 넣었다.
[심장을 먹는 아귀가 레드 드래곤 할슈타크의 심장을 탐식합니다.] [대상의 심장과 영혼에 깃든 힘을 흡수합니다.] [레드 드래곤의 피를 흡수합니다.] [당신의 몸속에 지옥 불의 힘이 깃듭니다.]심장을 먹는 아귀의 마지막 슬롯을 채우고 그 힘을 취하는 데 성공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초대량의 신성을 획득하셨습니다.]더불어 한 단계 레벨의 상승까지!
너무나 계획대로 착착 흘러가서 두려워질 정도다.
이로써 드래곤 킬러 퀘스트의 성공 조건까지도 한 걸음 더 다가가서 4/7로 수치가 변화했다.
‘하지만 진짜는 역시 이거지.’
[불가능한 업적! 당신은 지옥 불의 힘을 품었습니다.] [타이틀 ‘지옥 불의 지배자’를 획득하셨습니다.]마지막으로 잊지 않고 레전드 등급의 타이틀까지 따내고 말았다.
서리의 힘에 이은 지옥 불의 지배자라니, 언밸런스하지만 이처럼 효용성 높은 능력의 조합이 또 있을까?
상극의 힘인 만큼 어느 한쪽이 안 통하는 상대가 있을지는 몰라도 둘 다 통하지 않는 놈은 없을 테니 말이다.
“어? 이거 왜 이래?”
그러나 그때, 로칸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새롭게 획득한 타이틀 정보가 나타나는 대신해 몸을 얼리고 굽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엄습해 왔다.
[경고! 당신은 극한에 이른 얼음과 화염의 기운을 동시에 품었습니다. 두 가지 힘은 서로 섞일 수 없는 종류입니다. 어느 한쪽을 포기하지 않으면 모두 잃게 될 수 있습니다.] [절대 빙결의 힘 또는 지옥 불의 힘을 포기하시겠습니까?]아무리 심장을 먹는 아귀의 힘을 취했다고는 하나 극한에 이른 두 가지 상극의 힘을 동시에 취할 수는 없던 것이다.
고통은 심해지고, 시스템은 선택을 강요했다.
[선택이 늦어질 경우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선택하십시오. 어떤 힘을 포기하시겠습니까?]로칸이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얻은 힘인데 이걸 모두 잃어버린다고?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비명에 가까운 대답을 고함처럼 내질렀다.
“좆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