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9)
# 39
매너 플레이 (2)
‘역시 이럴 때는 정석대로 가야겠지.’
놈들을 슥 돌아본 로칸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다시 사냥감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스로잉!”
리프 어택마저 봉쇄당한 로칸의 다음 행동은 스로잉이었다. 놈의 화살이 빠르기는 하지만 로칸의 압도적인 근력으로 투척하는 손도끼의 속도 역시 대단한 것이다.
퍼억!
정확히 머리에 박히며 적의 생명력을 크게 깎아 버리는 로칸의 손도끼. 그러나 그 뒤를 뒤따르는 것들이 있었다.
파바바밧!
“어이쿠, 미안합니다. 제가 먼저인 줄 알았네요.”
그럼 그렇지. 같은 타깃에게 날아들어 경험치를 빼앗아 먹은 화살의 주인들은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다음도, 또 그다음도 마찬가지였다.
로칸이 아예 사냥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겠다는 듯, 무엇인가를 공격했다 싶으면 화살과 마법이 득달같이 날아들어 경험치를 갈라 먹었다.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
전리품은 상관없다. 돈이라면 넘치도록 있는 로칸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렇게 경험치를 빼앗겨서야 레벨 업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화가 난 듯, 표정을 굳히며 놈들에게 다가갔다.
로칸을 직접 공격한 것이 아니니 정당방위가 성립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놈들을 족치면 오히려 로칸이 PK가 되어 버리고 말 터였다.
그리고 그것은 좋은 빌미를 제공하겠지.
“뭐가 말이죠 좀 전의 일은 사과했지 않습니까 ”
그것을 놈들도 알기에 여전히 입가에 비릿한 웃음을 띠고 로칸에게 비아냥거렸다.
“일부러 제가 노리는 사냥감에만 일점사를 퍼붓고 있지 않습니까. 여기 사냥감은 꽤 많을 텐데요 ”
성질 같아서는 그냥 쥐어 패고 싶지만 일단은 대화를 시도했다.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필요한 법이니까.
하지만 놈들은 한결같았다. 자신들이 먼저 로칸을 공격하지 않는 한, 로칸이 자신들에게 해코지 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는지 실실거리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우겨 대는 것이다.
“우연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우, 연.”
“우연, 이란 말이죠 ”
“당연하죠. 저희가 굳이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
로칸의 어이없다는 웃음에도 끝까지 우겨 대는 녀석들. 로칸은 일단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열심히 사냥하십쇼. 별것 아닌 일로 얼굴 붉히기 싫으니 제가 다른 사냥터로 가죠.”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사냥터 이동을 선언한 것이다. 아마도 따라붙겠지만 로칸이 원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어 그거 우연이군요. 저희도 막 사냥터를 옮길까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그래요 그럼 전 여기 있죠.”
“음, 생각해 보니 좀 더 여기서 사냥을 해도 좋을 것도 같고 ”
이제는 명백하다. 이들이 여기에 있는 이유는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서였다. 그것을 확인하자 로칸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상대 역시 이빨을 드러내며 마주 웃었다. 그래 봤자 네가 어쩔 것이냐는, 조롱 섞인 웃음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로칸을 모르기에 부릴 수 있는 객기였다. 전생에 로칸에게 그런 식으로 행동한 자들이 모두 어떻게 되었는지를 안다면 결코 취할 수 없는 태도였다.
“마지막으로 경고하지. 이 이상 나를 따라다니거나 몹을 스틸할 경우 이유 불문하고 나와 적대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네놈뿐 아니라 네놈이 믿는 알량한 길드도 함께. 그러니 그만한 권한이 없다면 까불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그러나 로칸은 단호했다. 말투와 분위기도 바뀌었다.
적어도 한 계단 위에 있는 자가 아니고서는 낼 수 없는 위엄을 내보이며 놈들의 면면을 살피었다.
“시, 시비를 거는 거냐!”
절대자의 기도를 마주한 놈들은 움찔 몸을 떨었지만 간신히 말을 쥐어짜 냈다. 미리 준비된 대본이 아니었다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도망을 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시비는 네놈들이 걸고 있는 거겠지. 분명한 건 난 경고했고, 그에 대한 책임은 확실히 져야 할 거라는 거다.”
더 이상의 문답은 필요 없었다. 로칸은 몸을 돌려 다른 사냥터로 이동했다. 숲 리자드맨 서식지보다 조금 더 수준이 높은 곳으로.
그러나 여기에도 그의 노림수가 숨어 있었다.
정말 로칸이 그들을 따돌리고 싶었다면 산적 소굴 같은 90레벨대의 사냥터로 향하면 될 터였다. 아직 그곳에서 사냥할 만한 유저의 수가 많지 않아 사냥감이 득실득실한 곳이었고, 로칸이라면 모를까 이놈들이 제대로 된 사냥을 할 수 있을 리 없으니까.
하지만 로칸이 향한 곳은 80레벨대 초반의, 놈들이 어떻게든 비벼 볼 수 있을 만한 곳이었다. 로칸의 레벨을 생각하면 약간 무리하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시시하고 일방적인 전투가 일어날 터였다.
이것은 마치 따라오라고 유혹을 하는 듯한 행보랄까.
그리고 놈들은 그 미끼를 물어 버렸다.
“속사!”
옮긴 사냥터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로칸이 첫 사냥감을 향해 느긋하게 몸을 날리는 순간, 그를 제치고 화살 한 발이 날아든 것이다.
당연히 그 화살의 주인은 그를 따라다니던 MP 길드원 중 하나였다.
“아이고, 여기서 또 우연히 만나…… 헉!”
퍼억!
그 순간, 놈의 머리에 손도끼 한 자루가 솟아났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몸을 돌린 로칸이 즉시 행동을 개시한 것이다.
“대화는 끝이다.”
문답무용.
이 이상 무슨 대화가 더 필요하랴. 당황하는 놈들의 사이로 로칸이 리프 어택을 펼쳐 떨어져 내렸다.
“P, PK를 하겠다는……!”
“멈춰! 우리를 죽이면……!”
설마 이렇게 곧바로 대응할 줄은 몰랐는지 MP 길드는 당황하며 팔을 내저었지만 로칸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더욱 도끼에 힘을 주어 놈들을 둘로 쪼개 갈 뿐이었다.
[크리티컬!]새로 마련한 장비의 위력이 몬스터가 아닌 인간을 향해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로칸보다 레벨이 높으면 40%, 낮거나 같아도 30%나 되는 높은 확률로 터지는 치명타에 놈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무기가 닿으면 부러질 듯 내구력이 깎이고 방어구에 닿으면 가뭄 난 논처럼 쩍쩍 갈라지니, 자신이 상대하는 것이 유저인지 보스 몬스터인지조차 헤아릴 수 없었다.
“너, 너! 이렇게 묻지 마 PK를 하고도 무사할 줄 알아 ”
그러나 그중에도 머리가 돌아가는 놈은 있었다. 찍소리도 못하고 죽어 나갈 줄 알았더니, 궁수 특유의 이동 스킬을 발휘하며 어떻게든 준비된 말을 이어 간 것이다.
묻지 마 PK.
아무래도 놈들이 로칸에게 씌우려던 프레임이 그것인 모양이었다.
씨익!
그것을 알아차린 로칸이 이제야 좀 개운하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입만 나불대지 말고 아니꼬우면 덤벼, 새끼들아!”
악당 같은 대사와 함께 마지막 한 놈을 쪼개 죽였다.
[머더러 카운트가 상승했습니다.] [당신은 머더러입니다.] [머더러 상태에서 죽을 경우 더 많은 경험치를 잃게 됩니다.] [머더러 상태에서 죽을 경우 착용 장비를 포함한 보유 아이템의 드롭 확률이 크게 높아집니다.] [머더러 카운트를 낮추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악업을 쌓은 존재를 해치워야 합니다.] [머더러 상태에서 추가로 머더러 카운트를 쌓을 경우, 페널티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정당방위가 인정되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시스템은 로칸이 PK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시스템은 로칸을 머더러로 인식하고 두 눈을 붉게 만들었으며 사망 페널티를 부여했다.
“귀찮게 됐군.”
참으로 귀찮은 일이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로칸에게 PK, 머더러가 되었다는 것은 딱 그 정도의 감상이었다. 당장 도시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귀찮았지만 초반의 머더러 카운트는 그의 입장에서 금방 풀어 버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잡을수록 빠르게 머더러 카운트를 낮출 수 있듯이, 저레벨의 유저를 죽여 봤자 머더러 카운트가 그리 높게 올라가지 않는 것이다.
물론 놈들이 이 기회를 이용해 계속해서 불나방처럼 덤벼든다면 좀 더 귀찮아지겠지만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100레벨이 되기 전 머더러 상태에서 벗어날 자신이 있었다.
“이제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볼까 ”
일단 로칸은 사냥터부터 옮겼다. 지금까지 다니던 곳을 벗어나 90레벨대의 ‘산적’들이 나타나는 산적 소굴이 목적지였다.
따로 마크를 찍어 두지 않았기에 걸어서 움직여야 했지만 어차피 그의 앞을 가로막을 만한 몬스터는 이 근처에 존재하지 않았고, 지름길 또한 알고 있었기에 가뿐히 사냥터들을 가로질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여기서 하루 이틀만 사냥해도 지금 쌓은 머더러 카운트 정도는 가볍게 풀어 버리겠지.
하지만 그 전에 확인할 것이 있었다.
“홈페이지 오픈.”
홈페이지를 통해 트린식 일대의 상황과 여론을 파악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이미 놈들의 분탕질이 시작되었을 테니까.
“이거군.”
그리고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빠르게 조회 수를 올리고 있는 게시 글이 하나 있었으니까. 딱 봐도 길드원들을 동원해 조회 수를 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두 얼굴의 유저 로칸을 규탄합니다.][작성자 : 피리아]트린식에서 활동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로칸이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겁니다. 최근 PK 길드인 블러드 체이서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유명세를 탄 유저인데요. 많은 분들이 이 유저를 약자를 보호하는 선인으로 잘못 알고 계실 겁니다. 저희 MP 길드 역시도 불과 얼마 전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이것을 아십니까 그가 블러드 체이서와 여러 차례 전투를 벌이기는 했으나 실제 일반 유저들을 도운 적은 없다는 사실을요. 그는 블러드 체이서의 길드원들이 죽고 남긴 경험치와 아이템을 목적으로 대립했을 뿐, 실제 일반 유저들이나 초보 유저들을 도운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그가 저희 MP 길드처럼 꼭 다른 유저들을 도와야 하는 의무는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얼마 전 저희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그가 ‘핵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으며 비매너 플레이를 일삼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그 증거로 아래의 화살을 낚아채는 영상과…….
(중략)
또한 이를 확인하고 항의하기 위해 대화를 요청한 저희 길드원을 무차별 PK 하는 등의 만행을 보였기에 비매너 핵 사용 의심 유저 로칸을 규탄하는 바입니다.
물론 일부는 저희의 오해일 수도 있습니다. 진실은 여러분이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MP(Manner Play)길드장, 피리아 배상
“푸하! 걸작이구먼.”
예상 그대로였다. 은근한 돌려 까기는 기본이고, 영상을 교묘하게 편집하고 말을 꼬아서 로칸이 마치 핵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게 유도했을 뿐 아니라 대화를 요구하고 멀쩡히 사냥하는 MP 길드원들을 무차별 살해한 것처럼 꾸미고 있었다.
영상을 통해 로칸이 머더러가 되어 두 눈이 빨갛게 변하는 것이 나타났으니 신빙성은 더해지겠지.
게다가 우스운 것은 그런 편집 영상들을 올려놓고 ‘진실은 여러분이 판단해 달라.’고 이야기한다는 것이었다.
“많이 해 먹어 본 솜씨인데 ”
어디서 배워 먹은 버릇인지는 몰라도 꽤나 치밀하게 준비한 올가미였다. 여기서 로칸이 무슨 말을 한다 해도 그간 초보자와 일반 유저들을 도우며 쌓은 MP 길드의 이미지가 있으니 여론을 뒤집긴 어려울 터였다.
그들의 말대로였다. 로칸은 유저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이 없었지만, MP 길드는 유저들의 사냥을 돕고 마주칠 때마다 회복 주문과 버프를 돌리는 등 호의를 베풀었으니까.
그러나 로칸은 느긋하기만 했다. 바로 그 이미지가 반전의 열쇠가 될 테니까.
사람들은 힘 있는 폭군보다 힘없는 위선자에게 더욱 냉정한 법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