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94)
# 394
랭킹전 – 본선 (1)
‘멋지게.’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로칸의 이후로 31경기가 연달아 펼쳐졌다.
어제는 여러 경기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경기가 진행되었지만 이번은 달랐다.
관객들 역시 경기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같은 경기장에서, 대진표에 맞춰 차례로 경기가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최상위 유저들의 대결인 만큼 전투는 치열했고, 사도의 위를 가진 이들이라도 쉽게 승부를 가르지는 못했다. 한 번 한 번의 대결에 제법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흠, 이래서 오늘 안에 8강까지 끝낼 수 있겠어?”
약 1분 만에 상대를 끝장낸 로칸이 최단 시간, 그리고 특이 케이스처럼 보일 뿐이다.
때문에 상대가 너무 약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함부로 그런 소리를 하지 못했다.
영혼 기사 도혼. 그의 다른 별명은 영혼 수확자였으니까.
최근 PK로 가장 핫하게 이름을 올리는 것이 바로 그였다.
“지루하네.”
다른 경기들이 언제 끝날지 몰라 잠깐 사냥을 다녀올 수도 없기에 로칸은 대기실로 돌아와 지루해했다.
대기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서는 다음 경기들을 생생하게 전해 주었지만 마땅히 그를 긴장 시킬 만한 이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사도의 힘이라는 것이 제법 강해 보이기는 해도 일단 사용자의 격 자체가 하이 마스터에 머물러 있으니 어찌 위협이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첫 경기에서처럼 나이트메어를 소환하거나 유니콘, 카이만 소환해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 녀석들은 하나같이 400레벨이 넘으니 말이다.
‘차이가 많이 나긴 하네.’
그렇게 생각하자 새삼 자신과 다른 유저들의 격차가 새로워지는 로칸이었다.
‘이게 다 내가 고생한 덕분이지.’
그러나 불공평하다거나 하다는 뜻은 아니다. 자기가 잘나고, 자기가 고생해서 얻은 힘인데 불공평할 게 뭐가 있단 말인가?
전생의 기억? 어차피 그것이 있다고 다 이만큼 해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로칸은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로칸 님, 일어나십시오. 5분 뒤에 경기가 시작됩니다.”
“하암.”
그렇게 긴장하는 기색도 없이 대기실에서 쿨쿨 잠이 들어 있자 진행요원이 다가와 그를 깨웠다. 벌써 서른한 개의 경기가 끝나고 32강전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32강, 16강, 8강, 4강, 결승.
이제 딱 다섯 경기만 치르고 나면 1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면 남은 레벨은 세 개.
이 정도라면 블루 드래곤과 골드 드래곤을 사냥했을 때 정확히 맞춰 레벨 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행복한 상상에 배시시 웃자 어째서인지 진행요원이 흠칫 놀랐다.
“그, 그럼 저는 이만.”
겁에 질린 눈빛으로 저만치 달아나 버렸다.
[5초 후에 경기장으로 이동합니다. 5, 4, 3, 2, 1.]그리고 잠시 후, 로칸이 다시 경기장으로 소환되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다시금 울리는 함성.
로칸이 심드렁한 눈을 들어 상대를 바라보았다.
“응?”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다. 꽤나 우락부락한 체격의 서양인의 모습.
그러나 그가 의뢰를 받아 해치웠던 러시아나 미국 길드의 핵심 인물은 아니었다.
‘왜 낯이 익지?’
그 외에는 외국인 유저를 기억할 일이 별로 없을 텐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경기가 시작되었다.
“5초 후 경기가 시작됩니다. 두 선수 모두 준비해 주세요. 5, 4, 3, 2, 1! 파이트!”
“아?”
그와 함께 빠르게 뒤로 물러서는 상대.
다음 순간 녀석이 꺼내 든 무기를 보고 로칸은 비로소 그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마법 소녀나 꺼내 들 것 같은 아기자기한 완드가 녀석의 무기였다.
“그 마법 소녀?”
“풉!”
[별의 아이 소라칸][Lv 380]기억났다는 듯한 로칸의 반응에 관중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지만 서슬이 퍼런 눈초리에 차마 입에 담지 못했던 그 말을 로칸이 대신 말해 준 것이다.
“닥쳐라!”
그 발언에 얼굴이 붉어진 소라칸이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그런 것에 겁을 먹을 로칸이 아니다.
“그럼 중년 변태냐?”
“크흐흐흑.”
소라칸의 일갈에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싶은 말을 마구 내뱉었다.
덕분에 여기저기에서 웃음을 참거나 새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소라칸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것을 말할 것도 없는 일. 더 이상 말로 해서는 불리하다는 것을 느낀 녀석이 힘을 발휘했다.
세상에 없는, 강력한 사도의 힘을.
“스타 크리스탈 파워! 이얍!”
놈이 쥐고 있던 완드를 손 위에서 빙그르르 돌렸다.
파워 업 주문이라도 되는 것일까? 그와 함께 놈의 장비에 신비한 힘이 깃들었다. 변신까지는 아니지만 놈이 모시는 신의 힘이 부여된 것이다.
“크큭! 마법 소녀 맞네, 뭐.”
그 어울리지 않는 꼴을 보며 로칸이 한마디를 더 보탰다.
저놈이 모시는 신도 참 별나다. 저런 능력을 줄 거면 차라리 여성 유저를 사도로 삼을 것이지 피지컬 좋은 서양인을 사도로 삼을 게 뭐람.
눈물이 쏙 나도록 웃어 젖힌 로칸이 그제야 비로소 배틀 액스를 들었다.
이미 웃느라 시간을 써 버려서 최단 시간 경기 기록을 갈아치우기까진 못할 것 같지만 그렇다고 길게 끌 생각은 없었다.
놈의 전투 방식은 저번에 얼핏 확인했으니까.
“미니 갤럭시!”
우우우웅!
그 순간, 소라칸의 완드에서 무수한 빛 무리가 뿜어져 나왔다.
심지어 로칸을 향하는 것도 아니었다.
경기장의 하늘 가득, 별처럼 새겨지는가 싶더니 밤도 아닌데 환하게 저마다 빛을 발했다.
“와아……!”
모두가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로칸만 빼고.
“투지의 발걸음!”
“히익! 수호좌의 빛!”
터엉!
하늘에 별들을 박아 넣은 여파로 지쳐 보이는 소라칸을 단박에 반으로 갈라 끝장내려 했지만 아쉽게도 어떤 보호막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슈팅 스타!”
몇 번 더 내리쳐 부숴 볼까 싶었지만 소라칸의 대응이 더 빨랐다. 자신이 띄워 올린 별들 중 일부를 조작해 로칸에게 떨어뜨린 것이다.
쩌엉!
“……!”
이까짓 것쯤 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배틀 액스를 휘두른 로칸의 표정이 일변했다.
크기는 콩알만 한 주제에 그 무게감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마치 별의 질량을 담아 놓은 듯, 근육에 살짝 경련이 왔다.
방심하고 대충 무기를 휘두른 대가였다.
“흐흐흐, 이미 판은 깔렸다. 후회해도 소용없어!”
그 모습에 소라칸이 자신감을 얻었다.
다른 이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지만 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보니 로칸의 팔 떨림을 알아차린 것이다.
“슈팅 스타!”
그래서 이번에는 더 큰 별 조각들을 떨어뜨렸다.
콰광 쾅 쾅 쾅!
이번에는 로칸도 경시하지 못하고 회피를 택했다.
그가 있던 자리에 떨어진 별들이 어마어마한 충격을 일으켰다.
본래는 거대한 크레이터를 동반해야겠지만 파괴 불가 옵션이 걸린 바닥은 크게 진동할 뿐이었다.
하지만 저것에 정통으로 당할 경우 어떤 꼴을 당할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별의 힘이라…….’
다행히 그 순간 로칸의 팔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뻣뻣한 느낌이 사라지고 로칸의 눈에도 흉광이 돌아왔다.
“성가시군.”
“매직 포스 오브 갤럭시!”
소라칸도 지지 않고 다음 스킬을 발동시켰다.
허공에 떠오른 별들이 서로 연결되는가 싶더니 몇 가지 별자리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 별자리에 따라 각기 다른 특수한 효과들을 소라칸에게 부여하기 시작했다.
“좋았어!”
랜덤으로 부여되는 버프였지만 운수대통인 날인 것일까? 가장 소망하던 버프가 걸렸다.
바로 레벨을 끌어올려 주는 버프다.
서로 다른 스무 개의 별이 서로 연결되더니 소라칸의 격을 끌어올렸다.
[별의 아이 소라칸][Lv 380 + 20]400레벨. 그랜드 마스터의 격을 억지로 맞춰 냈다.
스킬 창조의 권능이 그에게 깃들었다.
“메테오.”
슈팅스타와는 다른 차원의 스킬이 발동했다.
버프를 일으키고 있는 별들을 제외한 나머지가 한 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거대한 구체를 이루었다.
진짜 운석은 아니지만 그와 같은 질량과 파괴력을 갖춘 무지막지한 파괴 무기가 완성되었다.
“죽어라!”
그것이 로칸을 향해, 경기장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자칫 자신도 휘말릴 수 있는 공격이지만 소라칸은 여유만만이었다. 메테오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시전자를 지켜 주는 절대의 보호막이 생성되니까.
설령 로칸이라 해도 감히 그것을 부수고 자신을 해할 수는 없다고 믿었다.
“별짓을 다 하네.”
하지만 그가 생각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가 만들어 낸 것은 운석이지만, 상대는 운석도 아닌 행성 파괴급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차합!”
로칸이 뛰어올랐다.
아주 평범한 도약. 그러나 그 결과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콰앙!
일격. 단 일격에 메테오가 잘 익은 감자처럼 반으로 뚝 쪼개지며 가지고 있던 힘을 모두 잃어버렸다.
“어, 어떻게……!”
절대의 보호막 안에 몸을 피하고 있던 소라칸의 눈빛이 흔들렸다.
운이 나빠 그랜드 마스터의 격, 창조 스킬을 경험해 볼 일은 거의 없었지만 이 스킬의 위력은 이미 자신이 확인한 바가 있지 않던가?
엄청난 숫자의 대군을 일격에 몰살시키고, 400레벨을 초월한 강대한 적을 단번에 눌러 죽인 힘이었다.
그런 것이, 스킬도 아닌 그저 단 한 번의 베기에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이게 남이 있으면 계속 귀찮게 굴겠지? 오라 폭격!”
콰과과광!
로칸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재차 배틀 액스를 휘둘렀다.
그러자 서로 연결되어 있던 스무 개의 별들이 파괴되며 연결이 끊어지고 소라칸에게 전해 주던 기운마저 잃어버렸다.
“으윽!”
로칸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레벨 다운의 반동으로 소라칸이 고통스러워했다.
단순한 레벨 다운이 아니라 ‘격’이 변화하는 것이었으니 영혼이 찢기는 타격을 받는 게 당연하다.
“하, 항보…….”
퍼억!
심장을 움켜쥔 소라칸이 전투를 포기하려는 순간, 로칸이 냅다 배틀 액스를 집어 던져 놈의 머리통에 정확히 꽂아 넣으며 말할 기회조차 박탈했다.
[승자 : 폭력의 왕 로칸]“우와아아아아아아!”
관중석이 또 한 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소라칸의 강함은 ‘진짜’였으니까.
로칸에게 처참히 패했다하더라도 그를 비난하거나 비하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특히 그가 마지막에 보여 주었던 메테오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질려 버리게 만드는 힘마저 가지고 있었으니까.
로칸이 가볍게 쪼개 버리기는 했지만 과연 자신이었다면 가능했을까?
모두가 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진땀이 흘렀다.
상대가 나빴을 뿐, 로칸이 아니었다면 그가 4강이든 우승이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모두의 뇌리에 박혔다.
마냥 명예로운 방식은 아니었지만 더 로드에 신성(新星)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경기 장면을 지켜본 대기자들에게는 커다란 압박감이 생겼다.
그보다 화려하고 강대한 힘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이것은 단순히 순위를 결정하기 위함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밖의 부수적인 의미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