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95)
# 395
랭킹전 – 본선 (2)
전 세계가 지켜보는 더 로드 최고의 랭킹전.
공개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대회는 기본적으로 유저들의 서열을 매긴다는 의미도 있지만 중요한 인 게임 요소 또한 지니고 있었다.
그건 바로 ‘명성’이다.
NPC들에게 적용되는 평판 수치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과 내일의 결과에 따라 개인의 영향력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들의 전투 스타일, 직업 조합, 착용 장비 세팅 등이 유행을 탈 것이고 어쩌면 팬클럽이나 길드 가입 희망자 따위가 넘쳐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사도들은 더 애가 탈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도의 경우 그들이 모시는 신을 따르는 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되면 사도의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고, 신위를 얻은 이들이 지상과 천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의 범위도 더 커질 터였다.
‘이래도 숨기고 있을 테냐.’
그러니 더 이상 그들로서도 힘을, 마지막 한 수를 감추어두고만 있을 수 없을 터였다.
만약 로칸을 대비해 수를 감추고 있다가 어이없이 패배해 버린다면 랭킹도 랭킹이거니와 자신을 사도로 삼은 신의 영향력 역시도 형편없이 떨어질 테니까.
특히 상대 역시도 사도의 위를 받은 자라면 더 그랬다.
두 신의 사도가 싸워 한쪽이 이겼다면 사람들이 어느 쪽으로 몰릴까?
그 당연한 추론을 하지 못할 리는 없을 테니 이제 그들로서도 힘을 내보일 수밖에 없어질 터였다.
32강전부터 벌써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좀 볼 만하네.”
로칸이 분위기를 만들자 이후부터는 그가 원하는 대로 알아서 상황이 굴러갔다.
그의 바로 다음에 나온 사도들은 쭈뼛쭈뼛 눈치를 보았지만 한쪽의 기습적인 필살기 발동에 패배하면서 다른 이들의 표정이 결연해진 것이다.
어차피 힘을 숨겨 봤자 로칸에게 통할지는 미지수이다.
그리고 상대들은 대부분 자신과 같은 ‘사도’였다.
힘을 숨기고도 무조건 이길 수 있다 자신할 수 없으니 아예 소라칸처럼 시작부터 대놓고 힘을 발휘하는 놈들이 부지기수였다.
어차피 경기가 끝날 때마다 완전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던가?
후회 없이 싸우고, 여지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 보였다.
“저건…….”
덕분에 흥미진진해진 32강 경기들을 구경하던 로칸이 생각에 잠기며 턱을 쓸었다.
같은 사도들이지만 그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음을 감지한 것이다.
그건 바로 아이템의 유무였다.
나름대로의 장비 세트를 맞추고 온 그들이지만 어떤 이들은 본 적 없는 특수한 장비, 이를 테면 소라칸의 완드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신의 힘을 빌려 쓰지만 눈에 띄는 특징이 부족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분명한 위력의 차이가 존재했다.
“신물이라는 건가?”
존재의 유무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것을 확인한 로칸은 그 물건이 신물이라 단정 지었다.
신이 자신의 사도에게 직접 내려 준 아이템.
그것의 가치는 최소 천신의 안배나 마신의 안배급이거나 광풍의 무구 세트에 비견될 것이 분명했다.
세트 아이템 또는 신급의 장비라는 뜻이다.
“아이템 빵을 하자고 하면 안 하겠지?”
슬그머니 욕심이 생겨 각자의 신급 장비를 걸고 대결해 보자는 제안을 할까 생각도 들었지만 상대가 받아들일 리 없었다.
나름의 승산은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패배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분명하니까.
“빨리 끝났으면 좋겠군.”
거기까지 생각한 로칸의 눈빛이 뱀처럼 번들거렸다.
마신의 이빨 허리띠의 아이템 정보를 다시 한번 살폈다.
“드랍 방지나 거래 불가 옵션은 없다 이거지?”
옵션의 어디에도 죽어서 드롭되지 않는다거나 거래할 수 없다는 옵션은 붙어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든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직접 사용하는 건 무리라도 마신의 이빨 허리띠의 제물로 바치면 적지 않은 파워 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흉흉한 눈빛을 빛내고 있는 사이, 차례는 돌아 다시 로칸의 경기 순서가 돌아왔다.
“항복! 항복입니다!”
“…….”
16강에서 만난 상대는 다름 아닌 하멜이었다.
함께 나온 밋티는 어제의 경기 중에 탈락했지만 하멜은 천신의 무구를 가진 사도로서 끈질기게 살아남아 여기까지 딛고 올라온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신성 바퀴벌레라고 불리던 녀석이 천신의 사도가 되어 더욱 막강한 회복과 방어, 강화 버프 등을 걸어 댔으니 상대들이 얼마나 어이없고 열불이 터졌을지 짐작이 갔다.
하지만 녀석은 로칸의 얼굴을 보자마자 항복을 외쳤다.
혹시나 로칸이 항복도 못 하게 할까 봐 시작과 동시에 멀찍이 달아나며 구석에서 항복을 선언한 것이다.
“우우우우우우우!”
관중의 야유가 쏟아졌다. 다시 한번 화끈한 경기를 기대했는데 싸워 보지도 않고 항복이라니?
상대가 로칸인 만큼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나 김이 새는 모양이었다.
[승자 : 폭력의 왕 로칸]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시스템은 로칸의 승리를 선포했고 16강 첫 경기가 단 1초도 되지 않아 끝이 났다.
그다음부터는 다시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다. 그동안에는 사실 로칸과 비슷한 사례가 없지 않았다.
같은 길드원을 만나거나 할 경우 괜히 힘을 빼고 다른 이들에게 정보를 주는 대신 한쪽이 항복으로 물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16강이다. 한 길드에서 그만한 강자들을 다수 배출하기는 무리였기에 길드도, 국가도 모두 다른 이들이 포진해 있었다. 서로 전력을 다해 부딪쳤다.
[승자 : 폭력의 왕 로칸]이어 오늘의 마지막으로 펼쳐진 8강전에서도 로칸은 가뿐하게 승리를 챙겼다.
광풍 현신이니 뭐니 사용할 것도 없이 격의 차이를 보여 주듯 달려가서 배틀 액스를 내리 그으면 막을 수 없었다.
어찌어찌 간신히 반응해 신물로 막으려 한다 해도 무지막지한 힘에 자세가 무너졌고, 로칸은 상대는 짓밟아 고정시킨 뒤 무자비한 난도질을 가할 뿐이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사도가 무참히 쓰러지고 로칸은 4강에 올랐다.
심지어 4강과 결승 경기는 다음 날이었다.
“아, 드디어.”
8강 경기가 끝나자마자 경기장을 박차고 나가 사냥에 매진한 로칸이지만 경험치 수급은 신통치 못했다.
나름대로 400레벨 대의 몬스터 서식지를 싹 훑었지만 450레벨에 가까워 오자 1레벨 업당 필요 경험치가 천문학적으로 뛰어 버린 탓이었다.
거의 밤이 새도록 사냥에 올 인 했지만 높게 잡아야 10%쯤의 경험치를 채웠을까.
답답한 마음으로 마을에 돌아온 로칸은 반가운 소식을 맞이했다.
[육체 안정화가 끝났습니다.] [불과 얼음의 노래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육체의 안정화가 완전히 끝난 것이다.
두 상극이 힘이 완전히 로칸의 몸속에 녹아들었고 서로 공존하며 힘을 뽐낼 기회를 기다렸다.
“시간이 아쉽군.”
시간만 좀 더 있었다면 이 능력을 사용해 한바탕 사냥터를 훑고 올 텐데.
그러나 아쉽게도 이제 로그아웃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조금 일찍 자고, 쭉 사냥을 하다가 랭킹전을 결승까지 치를까도 생각했지만 그에게는 더 중요한 일정이 있기에 접속 시간을 조정한 것이다.
불과 얼음의 노래를 쓰지 않아도 어지간한 놈들은 가볍게 때려잡을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 한번 타이틀 효과와 스킬 효과를 쭉 훑어본 로칸은 내일을 기약하며 로그아웃을 하고 랭킹전 4강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숨 잠을 청했다.
***
[랭킹전 4강 첫 경기. 폭력의 왕 로칸 vs 황금맹신자 캐시맨.]“캐시맨?”
다음 날 잠에서 깬 로칸은 느긋하게 더 로드에 접속했다. 어차피 4강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따로 사냥을 나가기도 어려웠으니 여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던 자신의 대전 상대를 확인했다.
최강의 현질 유저 캐시맨.
더 로드에만 적어도 수십억을 쏟아부은 현질러.
녀석이 무려 4강전에 등장한 것이다.
“이 정도였던가?”
자신이 기억하기로 그를 제외하고 캐시맨이라는 아이디를 써서 고레벨에 이른 이가 없으니 아마 본인은 맞을 터였다.
한데 이 정도 실력이었다고? 현질로 장비빨은 어이없을 정도로 좋았지만 그 컨트롤이 조금 미숙해서 어중간한 강자 수준에 그치지 않았던가?
아무리 천상이라는 새로운 배경이 등장하면서 장비의 수준이 올라갔다지만 순수 장비빨만으로 그가 여기에 섰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아마 그 역시 무언가의 사도쯤이겠지.
“흠, 한숨 더 자야겠군.”
하지만 그뿐이다.
로칸은 대기실에 머물며 다시 눈을 붙였다. 게임 속에서 잠이 들 경우 현실의 피로가 조금은 더 풀리기 때문이다.
랭킹전이 끝났을 때 다시 빠르게 달리기 위해 최대한 힘을 비축했다.
[5초 후에 경기장으로 이동합니다. 5, 4, 3, 2, 1.]잠시 후, 로칸이 다시 눈을 뜬 것은 경기장으로 이동되기 약 20초 전이었다.
잠이 덜 깬 얼굴로 경기장에 나타난 로칸을 모두가 환호했고 상대는 겁을 집어먹었다.
“웃어?”
여느 때와 같이 별 표정 없이 주위를 살피던 로칸이 상대의 입꼬리에 걸린 웃음을 발견했다.
감히 캐시맨 따위가 자신을 상대로 웃음을 보이다니, 미치기라도 한 걸까?
뚜둑 몸을 꺾으며 준비하자 곧 진행자가 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흐흐흐흐! 황금의 저울!”
“……?”
경기의 시작과 함께 캐시맨이 한 가지 스킬을 발동했다.
이름도 거창한 황금의 저울.
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저울이 경기장 한가운데에 내려앉았다.
“별스러운 짓을. 오라 폭격.”
슈우웅…….
원하는 대로 놔둘 수는 없지.
로칸은 귀찮다는 듯 배틀 액스를 떨쳐 굵직한 오라 다발을 뿜어냈다.
그러나 오라는 저울을 그대로 통과해 버리고 말았다.
애초에 황금의 저울은 공격 가능한 대상이 아닌 것이다.
“권능 : 황금의 심판!”
로칸이 귀찮다는 듯 인상을 찡그리는 순간, 캐시맨이 다시 한번 소리쳐 황금의 저울을 이용한 자신의 전매특허 스킬을 발동시켰다.
놈의 주위로 빛나는 황금빛 기운을 확인한 로칸이 본 적 있는 것 같다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스킬의 효과를 알 수 있는 알림이 나타났다.
[황금의 저울이 황금의 심판을 발동합니다.] [황금의 저울이 대상의 부(富)를 측정합니다.] [부(富)는 곧 권력입니다. 더 많은 골드 또는 코인을 가진 이에게 차액만큼의 강화 효과를 부여합니다.]현질 금액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최고의 현질러가 사용한 기술다웠다.
상대와 자신의 부를 측정하고, 차액만큼의 강화 효과를 얻는 조건부 특수 버프 능력. 황금의 신이 가진 권능이 사도인 캐시맨의 손을 통해 발현된 것이다.
[황금의 저울이 당신에게 불가사의한 힘을 부여합니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그가 아무리 날고 기고 용을 써봤자 로칸의 재력에 비하면 발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마침 얼마 전 수금을 마쳤기에 로칸이 인벤토리에 보유 중인 금액은 캐시맨과 단위부터가 달랐다.
수십 배나 차이가 나는 골드와 코인의 양이 가뜩이나 차이 나던 둘 사이의 갭을 비교할 수조차 없게 벌려 놓았다.
레벨을 끌어올려 마제스티 마스터가 되는 것과는 또 다른 방식의 강화였다. 그냥 레벨은 건드리지 않고 능력치를 몇 배나 버프해 놓은 느낌이랄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잘 쓸게.”
휘익. 콰앙!
그냥 일격도 아니었다. 캐치볼을 하듯 가볍게 던진 배틀 액스에 캐시맨이 뭉개졌다.
예리한 도끼날에 잘릴 새도 없이 무지막지한 힘에 뭉개져 떡이 되어 버렸다.
[승자 : 폭력의 왕 로칸]4강전도 허무할 정도로 쉽게 끝장이 났다.
그리고 치러진 또 다른 4강전.
그 승자가 로칸과 함께 결승 무대에 섰다.
“……파이트!”
“와아아아아아아아!”
대결의 시작을 알리는 함성과 함께 이변이 일어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