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97)
# 397
랭킹전 – 본선 (4)
압살.
그것 이외에 이 상황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랭커들, 그리고 관중은 오해하고 있었지만 제작진은 로칸에게 따로 ‘보스화’를 걸지 않은 상태였다.
생명력이나 방어력, 공격력 등에 이점을 주지 않은 순수한 유저 그 자체.
하지만 결과는 참담할 정도였다.
다수의 사도를 포함한 랭커들이 무참히 도륙당했고, 온 힘을 쥐어짠 저항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가볍지도 않은지 로칸은 시선도 주지 않고 살육을 이어 갔다.
‘이거 괜찮군.’
[피의 살육 효과로 별자리의 신의 사도가 가진 힘을 일부 흡수합니다.] [피의 살육 효과로 강철의 신의 사도가 가진 힘을 일부 흡수합니다.] [피의 살육 효과로 뱀의 마음을 가진 신의 사도가 가진…….]경험치로 보면 티도 나지 않는 수준이다. 랭커라고 해 봐야 400레벨짜리는 단 하나도 없는 잔챙이들뿐이니까.
하지만 사도들을 베고 그 피를 뒤집어쓰자, 생각지 못한 효과가 나타났다. 피의 살육 스킬이 피를 머금으면서 그 안에 담긴 사도의 신성을 일부 흡수해 버린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신성들이 조각조각 로칸의 몸 안으로 쌓여 갔다.
[무한 대전 최종 라운드 결과 : 몬스터 승리.]그것을 즐기며 배틀 액스를 한참 휘두르자 어느새 승부가 갈렸다.
별다른 변수도, 장애도 없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랭커들은 전멸했고, 4라운드까지 쌓아 온 보상을 모두 잃었다.
[승리 보상이 지급됩니다.] [10,000,000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아이템 진화 키트를 획득하셨습니다.] [불가능한 업적! 당신은 혼자서 1,000명의 랭커들을 쓰러뜨렸습니다.] [타이틀 ‘일인무적’을 획득하셨습니다.] [일인무적][레전드]당신은 1,000명의 랭커들을 상대로 승리하였습니다. 절대 지지 않는 당신의 무용이 전설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 타이틀은 랭킹전 패배 시 에픽 등급으로 하락합니다.
[보유 효과]-유저를 대상으로 공격력, 방어력, 저항력 10% 상승
-유저를 대상으로 승리를 거둘 때마다 랜덤 능력치 상승
-유저에게 사망 시 모든 누적 능력치 상승 초기화, 타이틀 등급 하락
하지만 잃는 사람이 있으면 얻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마지막 보스로서 출격했던 로칸은 랭커 1천 명을 쓰러뜨린 업적을 인정받아 보상과 타이틀을 획득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7백 명에 불과했지만 시스템은 처음 무한 대전에 참여한 모든 인원을 카운팅해 그에게 힘을 부여했다.
이름도 거창한 일인무적.
그 타이틀 등급처럼 전설적인 기록을 로칸에게 새겨 넣었다.
‘한 번이라도 사망하면 사라지는 타이틀이라…….’
등급이 하락한다는 건 전혀 다른 타이틀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즉 삭제된다고 보아도 옳겠지.
‘안 죽으면 되지.’
하지만 로칸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안 죽으면 그만인 것 아닌가?
더구나 승리를 거둘 때마다 랜덤하게 능력치가 상승한다고? 이런 꿀 빠는 옵션이 또 어디 있나?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타이틀을 살피고, 어쩌면 지금 시점에서 더 중요한 보상으로 눈길을 옮겼다.
[아이템 진화 키트][레전드]지정한 아이템을 한 등급 진화시킬 수 있는 키트. 최대 레전드 등급으로까지 승급시킬 수 있으며 등급 진화 시 새로운 옵션이 추가되거나 기존 능력이 강화된다.
바로 아이템 진화 키트다.
어설픈 랭커 놈들을 도륙하는 것에는 사실 큰 관심이 없던 로칸이지만 이 보상 때문에 기꺼이 보스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최대 레전드 등급이라는 제약이 있긴 하지만 주력 아이템의 격을 올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귀중한 기회인지는 말해 봐야 입만 아프지 않을까?
조심스레 그것을 작동시킨 로칸은 즉시 생각해 둔 아이템에 그 힘을 부여했다.
“아이템 진화. 욕망의 나침반.”
지이이잉.
로칸의 선택은 욕망의 나침반이었다.
에픽 등급이던 욕망의 나침반에 어떤 기운이 스며들더니 찬란한 빛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에픽에서 레전드로. 한 단계 등급 상승을 일으킨 것이다.
‘꼭 장비 아이템에 쓰란 법은 없으니까.’
다른 장비 아이템에 사용했다면 적잖은 파워 업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그렇다.
조금이든 어쩌든 파워 업을 했을 것이고, 만약 능력이나 공격력이 퍼센트로 상승하는 옵션이 붙어 있다면 더 어마어마한 괴물이 되었을 터였다.
하지만 로칸은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공격력이나 능력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마땅한 사냥감.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내에 마제스티 마스터의 경지를 달성하려면 힘이 아니라 사냥감이 필요했다.
바로 드래곤.
지금은 신성 따위의 어떤 힘이 작용할 경우 감지해 내지 못하는 욕망의 나침반이지만 레전드 등급으로 승급하게 되면 어떨까? 감지하지 못하던 것을 감지해 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드래곤의 레어라든지 말이야.’
승급이 완료되었음을 확인한 로칸은 즉시 시험해 보았다.
골드 드래곤의 레어를 탐지해 내기 위해 욕망을 끌어올렸다.
핑그르르르르.
탐욕의 나침반이 거칠게 회전했다. 감지에 실패하고 이대로 계속해서 회전을 거듭하는 것일까?
실망의 빛이 스치려는 그때, 바늘이 어느 한 방향을 가리켰다.
‘됐다.’
이제까지는 하지 못했던 골드 드래곤의 레어를 찾아내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로칸의 입가에 득의의 미소가 걸렸다.
다시 한번 욕망을 끌어올려 다른 위치도 확인했다.
핑그르르르르.
“오, 이게 되네?”
이번에도 성공. 그러나 로칸은 좀 전보다 더 놀란 눈으로 바늘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가 떠올린 욕망은 ‘물속에 살지 않는 블루 드래곤의 위치’인 것이다.
물론 전격 속성도 가지고 있다지만 물 속성이 메인인 블루 드래곤이 물에 살지 않다니, 사냥 난이도가 폭락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은가?
욕망의 나침반으로 가늠할 수 있는 것이 방향뿐이라지만 로칸의 입이 귀에 걸렸다.
‘이놈을 잡고, 골드 드래곤까지 잡으면……. 정말 마제스티 마스터를 찍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최후의 보루인 영혼의 구슬과 힘의 정수도 있었다. 혹여나 약간, 아주 약간 경험치가 모자란 정도라면 그걸 몽땅 섭취해 448레벨까지 올린 뒤 레벨 상승의 비약을 들이킬 생각까지도 있는 로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만 된다면…….
‘유명계고 나발이고 아무도 날 못 건드리지. 박쥐 대장 새끼도 족치는 거고.’
로칸은 자신이 있었다.
이미 마제스티 마스터의, 신성의 비밀을 알고 있기에 누구보다 빠르게 세계를 구축하고 성장 시킬 자신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신성의 성장은 곧 레벨의 상승과 힘의 증대로 이어진다.
이미 지금도 어지간한 마제스티 마스터는 찜 쪄 먹는데 신성까지 온전히 다룰 수 있게 된다면 감히 그를 막을 자가 있을까?
글쎄. 신위를 가진 신들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면 그런 무리일 터였다.
사도라는 작자들이 그랜드 마스터의 위에 오른다 한들 쥐꼬리만 한 신성을 넘겨받아 사용하는 것과 온전히 제 것으로 지니고 사용하는 것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할 테니까.
“사흘. 그 안에 끝장을 본다.”
로칸의 눈빛이 활활 불타올랐다.
즉시 지도를 펼치고 방향을 가늠한 뒤 무지개 전송기를 사용해 이 도시 저 도시를 넘나들었다.
“……어?”
그리고 마침내 대략의 위치를 특정해 낼 수 있었다.
“이거 고장 난 건 아니겠지?”
범위를 좁히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그 위치가 어째 좀 이상했다.
블루 드래곤의 레어이니 하다못해 호수 근처에라도 위치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곳은 그저 평야에 불과하지 않던가?
심지어 심판의 대지처럼 벼락이 자주 치는 지역도 아니었고, 딱히 레어로 삼을 만한 산이나 동굴 따위도 없는 곳이었다.
때문에 로칸은 욕망의 나침반의 고장을 의심했다.
“마법?”
아니면 환상 마법 따위로 모습을 감추고 있거나.
“그건 아닌 것 같고…….”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지형이 좀 묘했다.
온통 농사를 짓는 곳이다 보니 단순히 눈속임으로 여기기에는 수확량에서 차이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혹시나 싶어 인근 마을을 뒤지고 정보를 모아 봐도 드래곤과 관련된 그 어떠한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몇 년 전부터 매해 풍년이 들었다는 정도인데…….”
특이 사항이라면 얼마 전부터 비와 바람이 제때 적당히 와서 풍년이 거듭되고 있다는 정도다.
하지만 그것과 드래곤을 연결시킬 수 있을까? 드래곤이 무슨 농사의 신 같은 것도 아니고 말이다.
“제길. 이러면 발품을 팔아 보는 수밖에.”
어쩔 수 없이 로칸은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나침반의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걷고 또 걸으며 목적지가 나올 때까지 전진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겠지.
“이건 또 무슨…….”
나침반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걷기를 한참,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빙글.
한참을 따라가던 나침반의 바늘이 어느 순간 기우뚱하더니 다른 방향으로 돌아선 것이다.
아주 미세하게, 천천히 돌아가며 방향을 보정하는 것도 아니고 90도 가량을 휙 돌아 버린다고?
그때 문득, 로칸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아, 드래곤의 위치였었지?”
자신이 끌어올린 욕망이 ‘블루 드래곤의 서식지’가 아닌 ‘블루 드래곤의 위치’였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는 건 목표인 블루 드래곤의 이동에 따라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젠장.”
펄럭!
로칸이 즉시 광풍의 날개를 펼쳤다. 만약 놈이 멀리 날아가 버리기라도 한다면 골치가 아파지는 것이다.
방향이 돌아간 나침반을 들고 전속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일이야?”
그렇게 이동하기를 잠시, 로칸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블루 드래곤이 다른 도시로 날아가 버리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했건만, 그가 도착한 곳에는 작은 농가가 있을 뿐인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보아도 환상 마법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저런 허름한 곳에 블루 드래곤이 산다고?’
아니, 해츨링이라도 무리다. 농가는 헛간을 포함해도 너무 작았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 또한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진짜 고장 난 건가.’
이렇게 되니 로칸으로서도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뭔가 확실히 잘못되어 보이니 말이다.
스르륵.
그때, 욕망의 나침반의 바늘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끼이익.
그와 동시에 어떤 사내가 농가의 문을 열고 나왔다.
“……!”
아무래도 집주인인 모양.
그의 바다색 머리카락을 본 로칸의 표정이 음흉하게 변했다.
폴리모프를 사용해 유사 인종으로 변할 수 있지만 그 머리색만큼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은 하나의 법칙이었으니까.
아예 머리카락이 없다면 모를까, 이건 빼도 박도 못할 증거에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 증거로 로칸을 알아본 사내의 표정이 바뀌었다.
“광풍 현신, 피의 각성, 무혼 각성!”
“……현신.”
로칸이 힘과 광기를 일으키는 것에 맞춰 푸르른 마나를 개방하며 달려 나왔다.
푸르고 거대한 드래곤이 되어 로칸의 몸뚱이를 밀어붙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