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08)
# 408
새로운 무기 (2)
“무슨 일이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순순히 대답해 줄 리가 없다.
퍼거스는 계속해서 혼자 중얼거리다가 로칸이 묻자 안색을 싹 바꾸고 속으로 씩씩거렸다.
누가 봐도 뭔가 문제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굳이 로칸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쉽지 않네.’
언제까지 그러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철벽을 치는 퍼거스의 반응에 더는 캐묻지 못하고 물러났다.
하지만 다른 때와는 확실히 다른 반응이다.
저렇게 장비를 깨 버린 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라는 식으로 얼른 다시 덤벼들던 퍼거스이지만 이번만큼은 한참이나 고민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아마도 같은 이유로 몇 번이고 장비를 부서뜨린 것 때문인 것 같았다.
“하이널 시티로 가서 이것들을 구해 와라. 그러면 광풍의 배틀 액스를 수리해 주지.”
“어……. 알고 계셨습니까?”
“당연하지. 내가 모를 것 같았나? 그 빌어먹을 학살의 신을 생각하면 만 조각이 나도록 깨부숴 버리고 싶지만 무기에는 죄가 없는 법이지. 그래서, 다녀올 거냐?”
그리고 한참 후,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나타난 퍼거스가 오랜만에 로칸에게 말을 걸었다.
새로운 장비를 주겠다는 제안은 아니지만 자신의 심부름을 하면 적어도 부러졌던 광풍의 배틀 액스는 고쳐 주겠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제안.
‘한 번이 두 번 되는 거지.’
그리고 무엇보다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것이 중요했다.
“물론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로칸은 그가 내민 심부름 쪽지를 받아 들고 얼른 도시로 이동했다.
인근에 더 가까운 마을이 있기는 했지만 쪽지의 내용을 살피자 왜 하이널 시티로 가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작은 마을에서 구할 만큼 간단한 재료들이 아니었으니까.
“성기사용 무기라도 만들 셈인가?”
대량의 정화의 샘물과 최상급 성수, 주교급의 성물, 천족의 날개 깃털 등등 어쩐지 성(聖) 속성에 집중된 모습이다.
‘뭔가 뜻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건가?’
그것들을 확인한 로칸은 합리적인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당장 그가 치운 파괴된 무구들의 이름만 살펴도 살벌하기 그지없는 것들이 아니었나?
자신을 만나 열이 받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자꾸만 무구에 담기는 살심을 제어하기 위해 재료의 효과를 이용해보려는 듯싶었다.
‘맡겨도…… 되는 거겠지?’
이쯤 되자 퍼거스에게 맡긴다 한들 제대로 된 무기가 나올 것인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지만, 일단은 어쩔 수 없었다. 대안이 없으니까.
입을 꾹 다물고 하이널 시티부터 찾았다.
“아, 그러고 보니……!”
그리고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인상을 구겼다.
“돈을 안 받았잖아? 제길, 수리비로 생각하라는 건가?”
코인이야 넘쳐나는 로칸이었지만 그렇다고 돈 한 푼 안 주고 심부름을 시킬 줄이야.
그 정도 되는 인물의 수고비로 생각하면 이 정도 금액도 푼돈이라 할지 모르지만 하나같이 구하기 까다로운 것들이었기에 아까운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어쩌겠나, 까라면 까야지.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로칸은 아예 코인을 대량으로 풀어 더 빠르고 넉넉하게 마구 사들였다.
그리고 동시에 정보를 모았다.
유명계의 추격대가 어디까지 왔는지, 또 세상일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등을 말이다.
“꽤나 열심히들 사는군.”
지난 번 로칸이 한바탕 뒤집어 놓으며 국교 선포를 해 놓은 이후, 각 국가 길드 간에는 암묵적인 룰이 생긴 상태였다.
로칸교는 건드리지 말 것.
하지만 그 외에는 완전 전쟁터요, 쑥대밭이었다.
혹자들에게는 식민지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약소국 차원 침략이 가속화되고 있었고, 지난 랭킹전이 만든 부작용으로 랭킹 쟁탈전도 한창이었다.
첫 랭킹전 이후 별다른 보상도 없는 허울뿐인 랭킹이건만, 유저들은 그것에 열광하고 집착을 보이는 것이다.
사실 로칸도 전생이었다면 비슷한 모습을 보였겠지.
지금이야 상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무력을 지녔지만 고만고만한 놈들뿐일 때는 공식 랭킹이 아니라 비공식 랭킹에도 집착하는 자들이 꽤 많았으니까.
“400레벨이라……. 생각보다 빠른데?”
그리고 인상적인 소식은 또 있었다.
바로 400레벨 유저의 등장.
이전처럼 억지로 끌어올린 반쪽짜리이거나, 사도의 힘으로 400레벨에 준하는 힘을 얻는 것 따위가 아닌 온전한 400레벨 달성 유저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 봤자 창조 스킬에 대한 이해가 생기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실 그 정도 수준의 유저들이라면 걱정할 것도 없다.
로칸을 제외하고 가장 빠르게 400레벨을 달성한 그룹 정도라면 그 센스로 그럴싸한 창조 스킬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테니까.
창조 스킬의 기본은 과욕을 부리지 않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만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어도 최소 중급 이상으로 분류할 수 있는 창조 스킬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은 이미 400레벨을 넘어 450레벨, 마제스티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섰지만.
“몇 가지 아이템은 시간이 좀 걸릴 테니 잠깐 들여다볼까?”
대부분의 아이템은 금방 구할 수 있었지만 일부 아이템은 구하는데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시간문제. 로칸이 자신의 상회 등을 통해 수소문하고, 퍼거스의 호감을 사기 위해 비슷한 아이템들마저 구하고 있으니 가만히만 있어도 곧 알아서 배달이 될 터였다.
덕분에 남는 시간 동안 자신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
첫 번째 아바타이자 영웅인 가룬이 영면에 든 후, 그 후손으로 태어난 라칸이 그의 의지를 이어받았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무려 로칸의 성격과 성향을 이어받은 인물이 평범할 리는 만무했고, 어려서 그 힘을 인정받아 왕권을 휘어잡았고 성인이 되기 전부터 뇌전의 배틀 액스를 뿌려 대며 다시금 영토 확장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병력과 장비들마저 받쳐 주었다.
로칸이 전수한 스킬들을 스스로 발전시킨 인간들은 주변의 몬스터를 정리하는 것을 넘어 제 영역 바깥에 있던 인간들까지 정복하고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병력을 증강시키고 그 힘을 바탕으로 더욱 영토를 호령하기 시작했다.
고작 몇 개의 도시를 규합해 만들었던 도시국가가 수십 개, 백 개가 넘는 도시를 가진 왕국으로 발전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BE 폭력주의.
이만큼 거대한 왕국을 완성했다면 정치라는 문제가 끼어들 법도 했건만, 역사가 짧기 때문인지 아직은 주변의 몬스터들로부터 생존을 걱정하는 것이 우선인 시대이기 때문인지 정치보다는 힘이 우선시 되었고, 암투, 음모, 배신 따위보다는 힘을 숭상하는 문화가 강하게 형성되었다.
단 한 명의 강대한 힘을 지닌 영웅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지만 그가 뿌린 씨가 새로운 영웅들을 만들어 가고, 힘을 숭상하는 문화가 전반적으로 강력한 군대를 양성해 내다보니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룬보다 높은 경지를 이룩한 덕인지 라칸의 수명이 일반의 인간보다 월등히 긴 까닭도 있을 터였다.
마지막까지 그는 강자였고, 전사로서 눈을 감았다.
그래 봤자 세계의 아주 일부를 통일해 냈을 뿐이지만 나머지는 그의 뜻을 이어받은 후손들이 차근차근 이루어 냈다.
기술과 문명, 전투 능력은 꾸준히 성장하고 개발되었고, 게임 시스템 속에서 전체적인 인간들의 능력치는 계속해서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더 빨리 강해지는 법, 더 효율적으로 전투를 치르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병과를 조합했고, 스킬을 조합했다. 퀘스트를 속성으로 클리어하며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리하여 자신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지역을 모두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면 타이밍이 적당하겠군.’
그 모습들을 지켜보던 로칸은 더 이상 확장할 영토가 없게 되자 다시금 신성을 발휘하였다.
그들이 스스로 이룩한 영토를 정비할 새도 없을 만큼 빠르게 자신이 걸어 둔 록(Lock)을 한 단계 해제하였다.
[스테이지 2가 개방됩니다.] [지역 제한이 해제됩니다.] [이종족이 출현합니다.]지역 제한 해제, 이종족의 출현.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이종족 중에는 평화주의자도 있었지만 인간들 이상으로 호전적인 종족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더 로드의 기본 축이 되는 트롤, 오크, 언데드, 고블린, 하프엘프, 노움, 드워프 이외에도 각종 수인족을 비롯해 수백여 종에 이르는 지성체들이 추가되었고 영토를 확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과 마주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어디 박 터지게 싸워 봐라.’
그리고 또 한 가지.
새로운 영웅, 세 번째 아바타를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미 한 차례 만들어 보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미 세계가 감당할 만한 수준의 영웅이라는 것일까.
같은 급의 잠재력을 지닌 영웅을 만들어 내는 데 저번보다 소모되는 신성의 양이 적었다.
그래서 하나를 더 추가했다.
쿠르르릉.
새로운 신물. 유니크 등급의 도끼 한 자루를 새로 태어난 아기 영웅의 곁에 떨어뜨렸다.
그것으로 말미암아 주인이 누구인지, 그에게 주어진 사명이 무엇인지를 알게 만들었다.
라칸의 죽음 이후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영웅의 등장에 인간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정복할 영토가, 이루어야 할 대업이 있을 때는 한데 뭉쳤으나 그것이 끝나자 슬슬 다른 생각들이 올라오는 것이다.
아직은 작은 씨앗에 불과했지만 방치된다면 내란과 내분으로 이어지게 될 사특한 생각들.
로칸은 이에 하나의 퀘스트를 부여함으로써 상황을 종결지었다.
[종족 전쟁][퀘스트]바로 종족 전쟁이다.
내용은 별것 없다. 이 종족이 출현할 것이며 다시 짓밟지 않으면 짓밟히는 처절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암시를 주었을 뿐이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뭉치지 않으면 몬스터에게 산 채로 찢어 먹히고 씹혀 먹는 생황을 청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라칸이 정복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그런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에, 인간들은 다시 뭉쳤다.
자신들의 신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신탁과도 같은 퀘스트를 완벽히 수행해 내기 위해 새로운 영웅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로칸의 성격과 성향에 이어 이번에는 인성마저 물려받은 카루타를 중심으로 다시 정복 전쟁을 시작하였다.
***
“후우, 이 짓도 점점 힘들어지는군.”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인간들이 그의 뜻대로 움직여 주고는 있지만 초반의 성장을 위해 시간 가속을 워낙 급속하게 만들어 놓은 까닭인지 하마터면 끼어들 타이밍을 놓칠 뻔한 것이다.
하지만 운 좋게도 절묘한 타이밍에 세계를 확인했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투쟁의 시작이었다.
사실 애초부터 지역 제한을 두지 않을까도 고민한 로칸이었지만, 그렇게 되면 난이도가 너무 괴악해진다.
더 강하게 성장할 수도 있지만 기본 능력의 차이 때문에 초반이 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특성상 버티지 못하고 괴멸할 확률이 아주 높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두 명의 영웅적 존재는 인간을 잘 이끌었고 제법 넓은 땅덩어리를 손에 넣었으며 자만하고 안주하기보다 끝없는 투쟁으로 로칸을 기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벌써 상당히 많은 양의 신성을 주기적으로 공급해 주고 있었다.
[세계 : 명부마도에서 13,124의 신성을 획득하셨습니다.]세계 : 명부마도의 시간을 기준으로 1년에 약 1만 3천 가량의 신성을 획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만 배로 가속할 경우 로칸의 시간으로 무려 하루에만 36만 5천 정도의 신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뜻이고, 그것은 1만배의 시간 가속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신성 10만의 3.6배 가까이 되는 양이었다.
이제 사용하는 신성의 양보다 회복하는 신성의 양이 훨씬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도 주기적으로 아바타를 생성하고 신물을 내리고 퀘스트를 내리는 데 소모되는 양을 생각하면 아직도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었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세계 : 명부마도는 계속해서 성장할 테고 수급되는 신성의 양 또한 크게 증가할 테니까.
“응?”
그렇게 세계를 점검하는 동안 마냥 놀기 뭐하다는 생각에 카이를 불러 놓고 사냥을 시키던 로칸이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동안 그에게 다가온 한 무리의 유저들을 오시하듯 바라보았다.
“이것들은 또 뭐야?”
그 순간 펼쳐지듯 로칸을 포위하는 이들. 그중에는 로칸에게도 익숙한 얼굴이 몇 있었다.
“로칸 님, 이제 그 자리에서 내려오셔야겠습니다.”
선진국 또는 상위 국가라 불리는 나라의 대표 유저들.
랭킹전에서도 토너먼트에서나 볼 수 있던 얼굴들이 동시에 그를 향해 무기를 겨누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