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1)
# 41
매너 플레이 (4)
저녁 10시.
예고했던 대로 로칸의 게시 글이 올라왔다. 몇 개나 되는 영상 파일과 함께.
맨손으로 화살을 잡아채던 상황부터 블러드 체이서를 학살하는 영상, 그리고 MP 길드에서 비매너 플레이로 로칸에게 깝죽거리다가 통쾌하게 발리는 영상까지.
재미있는 것은 그 영상들 하나하나가 피리아가 올린 영상과 대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그보다 많은 수의 영상이지만 적어도 일대일의 원본 파일 공개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잘 가라, 머저리들.”
하나하나가 매드 무비에 가까워서 유튜브에만 올려도 상당한 조회 수를 얻을 수 있을 만한 것들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한 가지 의문을 자아내고 있었다.
피리아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받았다던 그 영상이 모두 ‘블러드 체이서’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칸이 대립한 유저는 그들이 유일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피리아가 올린 교묘히 편집된 영상에서는 상대가 블러드 체이서라는 것을 알 수 없었지만, 로칸이 올린 날것 그대로의 영상에서는 그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모두의 머릿속에 이상함과 이질감이 떠올랐다.
블러드 체이서와 MP 길드는 어떤 관계일까
PK길드인 블러드 체이서와 매너 플레이를 지향하는 MP 길드. 이 둘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대한 의문은 곧 확신으로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올려진 피리아의 분노 영상이 그것을 완전하게 만들었다.
와드 : 헐. 블러드 체이서가 MP 길드 거였어 개새끼들이네. 뒤로 호박씨 오진다. 역시 로칸갓! 정의 구현 잼.
└DD : 너 자아분열이냐 뭔 글마다 태세 전환 시발ㅋ
제레미 : 블러드 체이서도 폭파 직전이던데 MP 길드도 좆 됐네 ㅋㅋㅋ
고소미 : 와, 로칸 혼자 무쌍 찍네. 근데 저게 가능해 레벨이 몇이기에 진짜 저게 핵이 아니라고
└마도로스 : (캡쳐) 로칸 핵 신고 했는데 답변 왔네요. 정상적 플레이랍니다. 로칸갓!
└ : 로칸 클래스 뭔지 아시는 분 바로 갈아탑니다.
└ : 도끼 전사 아님 도끼 공격력 센 건 알았지만 이렇게 보니 개쩌네. 저도 갈아탑니다222
└ : 전사 계열은 저 스킬 없음. 찾아보니까 광전사인데 광전사 개망 직업 아니었냐 ㄷㄷㄷ
대군장 : MP 길드 정의 구현 갑니다. 파티원 모집 (1/10)
└심각한콘셉트 : MP 길드 정의 구현 갑니다. 파티원 모집 (2/10)
하티 : 친구 어제 MP 길드 가입했다던데 빨리 탈퇴하라고 해야겠네.
블러드 체이서와 MP 길드의 밀월 관계가 낱낱이 밝혀진 것은 물론 모든 여론의 화살이 MP 길드와 피리아에게로 돌아갔다.
매너 플레이를 지향한다던 MP 길드의 모토가 비수가 되어 스스로를 찔렀고 대규모의 탈퇴 선언이 이어졌다.
길드 가입은 길드장의 승인이 있어야 하지만 탈퇴는 자유로웠기 때문에 피리아도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
가장 최근에 가입한 순서대로 길드 탈퇴 릴레이가 이어졌고, 아예 블러드 체이서와 MP 길드를 한 묶음으로 보고 적대하는 글들이 게시판을 뒤덮기 시작했다.
게임인벤을 비롯한 각종 게임 웹진에서도 이 일을 크게 다루었다.
로칸의 예고로 더듬이를 세우고 있던 덕에 심지어는 게임웹진뿐 아니라 일부 인터넷 언론에서도 기사를 내보냈고, 더 로드가 사회현상이 되어 가는 시점이었기에 기사들은 수차례 재생산되어 포털과 SNS를 뒤덮었다.
“이 정도면 녹다운이군.”
덕분에 블러드 체이서와 MP 길드는 그야말로 너덜너덜해졌지만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 로칸은 짧은 감상을 내놓았을 뿐이다.
어차피 MP 길드는 나중에 중견급도 되지 못하는 어중간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 놈들 하나 박살 냈다고 기뻐 날뛰기에는 로칸의 짬밥이 너무 많았다.
게시판에 불씨, 아니 횃불을 던져 놓고서는 다시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스캔한 뒤 더 로드에 접속했다.
* * *
벌써 다른 지역에서는 90레벨 달성자가 나왔다. 라크나로크라는 팀이었는데, 신들의 이름을 아이디로 사용하는 그들은 로칸도 잘 알고 있는 자들이었다.
‘창세의 왕…….’
창세의 왕이라 불리던 오딘이 그 팀의 리더였으니까.
자신이 엄청난 업적들을 쌓은 것처럼, 그들 역시 최초 타이틀을 독점하며 성장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더구나 그들의 종족은 하프엘프. 인간 종족에 비해 기본 능력치가 우월하고 스킬 하나하나의 위력도 강력한 종족이었다.
그 때문에 전생에서도 가장 먼저 100레벨을 달성하고 앞서 나가던 것도 그들이었다.
“서둘러야겠군. 이번에도 내줄 순 없으니까.”
로칸은 종족마다 지역이 갈려져 있는 두 번째 도시까지는 몰라도, 같은 진영이 처음으로 만나는 세 번째 도시에서부터는 최초 타이틀을 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로칸은 레벨 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버서크!”
머더러 상태도 풀렸으니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사냥 속도를 올릴 필요가 있었다. 아예 산적 소굴로 뛰어들어 버서크를 사용한 로칸은 수십 마리의 산적들을 도륙한 뒤, 버서크 지속 시간 1분을 남기고 다시 밖으로 빠져나왔다.
[버서크의 지속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생명력이 부족합니다. 5초 이내에 최대 생명력의 10%까지 회복하지 못하면 사망할 수 있습니다.] [1차 후유증으로 10분 동안 모든 능력치의 40%가 하락합니다.] [1차 후유증 이후 2차 후유증으로 20분간 모든 능력치가 20% 하락합니다.] [후유증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버서크를 사용할 시, 재사용 대기 시간이 2배로 늘어납니다.]떨어진 생명력은 비싼 중급 포션으로 커버가 가능하지만 문제는 버서크 후유증이었다.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잠시 휴식을 취할까
‘그건 너무 시간이 아깝지.’
그러기엔 30분이란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단숨에 많은 몬스터를 쳐 죽일 수 있다고는 하지만 10분 사냥하고 30분씩 휴식을 취하는 것은 너무 큰 비효율이었다.
그래서 로칸이 선택한 것은 비교적 저레벨의 사냥터였다. 숲 리자드맨 역시 70레벨의 적지 않은 레벨이지만 타이틀의 상승효과는 영향을 받지 않으니까.
순수 능력치만으로는 숲 리자드맨에게도 다소 밀릴 수 있겠지만, 타이틀의 효과라면, 자신의 컨트롤이라면 비벼 볼 만했다.
특히 숲 리자드맨의 경우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적당한 반복 퀘스트가 여러 개나 있었으니 완료 경험치와 용돈 벌이도 노려 볼 수 있었다.
“슬슬 적응이 되는군.”
더구나 전생에 비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이 상태에 적응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렇게 전투를 계속할수록 로칸이 공격을 받는 횟수는 줄어 갔고, 몬스터를 격살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차곡차곡 경험치가 쌓여 가기 시작했다.
* * *
계획은 완벽했다.
한쪽에서는 유저들의 성장을 지연시키고, 그들이 애써 모은 아이템을 긁어모으며 큰 수익을 만들어 내는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인망과 지지를 얻으며 대형 길드로 성장해 나간다는 투 트랙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어 가고 있었다.
심지어 기대도 하지 않았던 비밀 던전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신입 유저의 성장 면에서도, 드롭 템을 팔아 챙기는 수익 면에서도 큰 이득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유저가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빌어먹을 새끼! 이게 다 그 새끼 때문이야.”
캐시 카우처럼 꾸준히 수익을 만들어 내던 블러드 체이서가 적자로 돌아섰고, 최근에는 어떤 오지랖 넓은 유저에게 비밀 던전의 존재를 들키면서 독점 사냥 체제가 위태로워졌으며, 블러드 체이서와의 관계가 밝혀져 MP 길드의 입지마저 흔들렸다. 아니, 이제는 와해 직전이었다.
초기부터 있었던 이들, 그리고 적대하고 있는 로칸의 수작일 뿐이라며 아직 블러드 체이서와의 관계를 믿고 있지 않은 일부 길드원들만 남았을 뿐 반수 이상의 길드원들이 임의 탈퇴를 해 버렸다.
“길드 하우스 계약만 하지 않았어도…….”
한몫 챙겨서 뜰까 하는 생각도 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도 어려웠다. 무리한 길드 하우스 계약 때문에 매월 지출해야 하는 돈만 무려 35골드였다. 현금으로 따져도 무려 월 7백만 원의 거금, 아니, 이제는 시세가 2배로 뛰어 1천4백만 원이었다.
계약서 아이템을 이용한 계약이었기에 그것은 캐릭터를 삭제해도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빚이다. 아예 더 로드를 접고 다시는 거들떠보지 않을 작정이 아니라면 갚아야만 하는 돈이었다.
만약 갚지 않는다면 아무리 사냥을 해도 인벤토리에 들어오는 돈은 0쿠퍼일 것이고, 획득하는 아이템 역시도 모조리 상점가로 책정되어 압류당할 터였다. 회복 아이템 하나조차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악마 같은 아이템을 추가한 제작사를 향해 욕도 퍼부어 봤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파산하든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모르는 척하든가.
……그도 아니면 한 1~2년쯤 접었다가 골드 시세가 내려가면 현질을 해서 모두 갚은 뒤 다시 시작하던가.
“씨발!”
하지만 그때의 시세가 크게 내려갈 것이란 보장도 없었고, 상위권 유저들을 따라잡을 방법은 요원해질 터였다.
아무리 집이 잘 살아도 재벌 2세가 아닌데 385골드나 되는 금액을 일시에 현질해서 답도 없는 게임에 쏟아부을 정도는 아니었다.
한마디로 완전히 망한 것이다.
“이게 다 그년 때문이야!”
결국 그의 분노는 여자 친구인 임수희에게로 향했다. 그년만 아니었으면, 그년이 은신의 망토를 드롭하지만 않았으면 이렇게까지 놈에게 집착하지 않았을 터였다. 이렇게까지 모든 것이 망가지지는 않았을 게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분노가 치솟았다. 이미 연인에 대한 애정 같은 것은 식은 지 오래였다. 로칸이라는 놈이 분탕질을 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은신의 망토를 잃어버리고 애교로 때우려고 했을 때부터.
“이 연놈들. 다 죽여 버릴 거야.”
임수희가 어쩌면 로칸일지 모르는 사람을 알고 있다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러자 둘이 작당하고 자신을 물 먹인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생겨났다.
분노는 의심을 잡아먹고 광기로 몸집을 부풀렸다.
“길드에 힘 좀 쓰는 애들 있다고 했지 다 집합시켜. 없으면 심부름센터라도 부르고! 어디 그 로칸이라는 새끼 면상 좀 보자.”
더 로드가 아닌 현실에서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임수희를 불러내 앞장을 세웠다.
“하지만 영민 오빠가 로칸인지는 확실하지가…….”
“시끄러! 일단 잡아서 족쳐 보면 실토하겠지.”
무서워진 임수희가 반대 의사를 펼쳤지만 광기에 빠진 그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진짜 로칸이든 아니든, 그저 이 분노를 풀 대상이 필요할 뿐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아버지가 어떻게든 해결해 줄 것이라 믿으며 사람을 모아 로칸이 살고 있다는 원룸으로 쳐들어갔다.
* * *
띵동!
“누구세요 ”
“오빠, 나야. 수희.”
현관 앞에선 임수희가 긴장하며 입을 떼었다. 섹시 콘셉트를 일상으로 장착하고 다니는 그녀였기에 그 떨리는 목소리가 더 없이 색기 있게 들렸다.
그 때문일까 안에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부스스한 차림의 남자가 헤벌쭉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나왔다.
“아, 안녕하세요. 아무래도 집을 잘못 찾으신 것 같은…….”
퍼억!
그때, 그녀를 밀치고 사내들이 들이닥쳤다. 말은 필요 없다는 듯, 주먹부터 날리고 봤다.
“어억!”
“밟아!”
문을 열었던 사내가 쓰러지자 마구잡이 난타가 시작됐다. 주먹질과 발길질, 그리고 온갖 욕설이 날아들며 무자비한 구타가 이어졌다.
“오빠! 이 사람이 아니야!”
그 행동은, 잠시 후 놀란 임수희가 소리치기 전까지 계속 이어졌다.
“씨, 씨발. 너희들 뭐야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 이 지역 경찰청장이야! 개새끼들, 너넨 다 콩밥 먹을 줄 알아!”
쓰러진 사내가 토해 내는 울분에 찬 목소리에 그들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