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13)
# 413
연합군 (1)
쿠구구구구구구궁.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정확히는 파괴와 폭력 행위가 난무한 것이었다.
주인을 잃은 영혼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고, 서로를 죽이고 물어뜯고 보이는 모든 것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정신을 복속당했던 영혼들이 제어를 잃고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을 제압할 만한 강대한 힘을 지닌 이들이 주변에 셋이나 있었지만 너무 급작스러운 일이라 수습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대응 자체가 너무 늦어 버렸다.
다섯이 모여 하나의 광활한 영토를 이루던 이들 중 둘이 소멸하며 영역 자체가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참상을 만들어 낸 주범.
가장 연약한 종족 중 하나로 꼽히던 인간족의 최강자는 아주 먼 곳에서 여유롭게 사라진 두 존재가 남긴 잔재들을 살피는 중이었다.
[세계 : 백귀야행을 인수하시겠습니까?] [세계 : 악귀천하를 인수하시겠습니까?]고작 신의 힘을 일부 전해받은 사도들을 때려잡았을 때와는 또 다른 반응이다.
‘세계의 인수라…….’
신성으로 흡수할 것인지, 백염왕과 흑염왕. 그들이 쌓아 올린 세계를 통째로 인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로칸에게 강요되었다.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대강의 유추는 가능했다.
신성을 습득할 경우 그들이 만들어 둔 세계가 파괴되어 흡수될 것이고, 인수를 선택하면 지금 상태 그대로 새로운 세계를 운영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로칸이 만든 세계인 명부마도와는 별개 운영이 되는 것이겠지.
이를 테면 멀티와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보기에는 발전 정도가 오히려 이쪽이 위겠지만.’
전자를 선택하면 신성의 양이 증가하며 레벨이 오르고 세계 : 명부마도에 신나게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이 마련될 테고, 후자를 선택하면 동시에 세 개의 세계를 운영하며 주기적으로 공급받는 신성의 양이 급증할 터였다.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겠지?’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후자가 유리했지만 유령들이 만든 세계이다 보니 불안한 감은 있었다.
유령들이 자신의 통제를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혹여 세 개의 세계가 별개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도 겹쳐져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그런 이유로 로칸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30초 이내에 결정을 내리지 않을 시 세계가 파괴되어 신성으로 흡수됩니다.]때문에 잠시 이대로 선택 창을 멈춰 두고 광풍을 만나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시스템은 그런 꼼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선택을 강요했다.
“인수하겠다.”
[세계 : 백귀야행을 인수했습니다.] [세계가 잠시 보관됩니다.] [세계 : 악귀천하를 인수했습니다.] [세계가 잠시 보관됩니다.]“휴우!”
마침내 결정을 내리자 세계가 파괴를 멈추었다.
미니어처와 같은 형태의 아이템으로 변해 로칸의 인벤토리에 들어왔다.
“이건…….”
로칸은 그중 하나를 얼른 꺼내 살펴보았다.
어떤 세계인지, 또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가능성을 읽어 냈다.
“재미있겠는데?”
백염왕과 흑염왕의 세계에는 비단 유령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본디 유령이라는 것은 생명체의 영혼에서 비롯된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유령이 밥을 먹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니까.
필연적으로 생명체도 있었고, 자연도 있었다.
아무런 생기도 없이 원한만으로 살아가는 세계라는 것은 애초부터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인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세계를 가꾸어 온 그들조차도 최소한의 종족과 자원만큼은 남겨 두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방치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꾸준히 관리를 했고, 착취했다.
이를테면 농장과도 같달까.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종족들이 울타리 안에 갇힌 채 유령들의 먹거리라 할 수 있는 비명과 분노, 고통, 공포 따위를 내뿜고 있었다.
[세계 : 백귀야행을 추가하시겠습니까?]“그래.”
[세계 : 백귀야행이 당신의 세계에 추가되었습니다.] [스스로 일군 세계가 아닌 만큼 세계를 관리하기 위해 소모되는 신성의 값이 1.1배가 됩니다.] [속성값이 맞지 않습니다. 유령들로부터 신성을 획득하실 수 없습니다.]예상대로다.
신성을 얻어 반신의 지경에 오른, 이미 인간이라는 종족으로 한정 지을 수 없는 수준이 되었건만 그렇다 해도 유령들로부터 신성을 채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긴, 그게 가능했으면 신성의 형태로 흡수하는 경우가 없겠지.’
그러나 그것은 로칸도 충분히 감안하던 사항이었다.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일단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 뒤, 새롭게 추가한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럼 치트 키를 써 보실까?”
세계 : 백귀야행을 관조하고 샅샅이 훑어본 로칸은 대량의 신성을 일으켰다.
그저 영웅적 인물의 탄생, 또는 유령들을 상대할 수 있는 신성한 무기의 전달 따위가 아니다.
고작 그런 것으로는 유령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오래 버틸 수 없을 터였다.
일단 힘의 차이가 명백하니까.
때문에 일단 변방으로 눈을 돌린 뒤, 한 집단에게 축복을 내렸다.
[권능 : 불굴의 의지를 사용하셨습니다.]바로 불굴의 의지.
로칸이 가진 것 중 유령 계열에게 대항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것이 있을까?
가히 만능이라 부를 수 있는 그 권능이 사육당하는 인간들에게 깃들었다.
모든 것을 놓아 버린 채 통곡하고, 공포에 울부짖던 인간들의 눈에 희망과 의지가 깃들었다.
[광전사의 축복을 내리셨습니다.]대량의 신성을 사용해 아예 그들을 광전사로 만들어 버렸다.
버서크 상태에서도 피아 구분이 가능해지기에 불굴의 의지와 가장 상성이 좋은 능력.
그것이라면 오랫동안 고통받고 핍박받으며 쌓아 온 울분과 분노를 터트려 낼 수 있게 하기에 충분할 터였다.
더불어 피폐해진 몸 상태로도 능히 유령들과 겨룰 수 있는 힘을 부여할 것이고.
물론 버서크를 사용한 이후가 문제이긴 하겠지만 어설픈 힘으로 싸우다 죽는 것보다는 백번 나은 일이다.
인간이 도저히 살 수 없는 세계는 아니니 어떻게든 해낼 수 있지 않겠나?
게다가 그들에게는 이 세계를 관리하는 신인 로칸이 붙어 있었다.
[퀘스트 : 대탈주를 부여했습니다.]그들은 아니지만 로칸에게는 유령들의 상태와 움직임, 위치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마치 맵 핵을 켜고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로칸은 퀘스트를 내려 그들의 탈출을 준비시켰고, 적당한 타이밍을 골라 들고일어나게 만들었다.
워낙 변두리 지역이었기에 관리 유령들의 수준은 낮았고, 버서크의 힘을 받은 인간들이 약간의 희생만으로 충분히 탈출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그렇게 탈출한 인간들을 안전하게 이끌고, 추격을 따돌리게 만드는 것도 로칸의 몫.
그 과정에서 간접적인 도움을 주느라 상당한 신성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지만 다행히도 로칸에게는 얀켄에게서 주워 먹은 수억의 신성이 있었다.
몇백만쯤 빠져나가는 것은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그렇게 탈출한 인간들에게 터를 잡게 하고, 게릴라전을 펼쳐 인간뿐 아니라 다른 종족들을 구해 내게 하고 이른 바 ‘대항군’을 설립하게 하는 것까지, 마치 진짜 신이 된 것처럼 퀘스트로 조종하며 빠져들었다.
한두 번만 실수해도 전멸하여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될 만한 순간들을 몇 번이나 넘기면서도 꾸역꾸역 그들을 규합하고 마침내 작은 도시를 이루었다.
‘자, 그렇다면 이제…….’
그다음 해야 할 일은 뻔했다.
자신의 화신을 만들어 내는 것.
광전사의 축복과 권능 : 불굴의 의지 덕분에 아직까지 잘 버티고 있지만 지금 인간과 이종족의 수준으로는 중소 도시의 유령 군대만 파견되어도 전멸이었다.
그나마 아주 작은 변두리 지역이었기에 아직까지 살아남은 것이라는 사실을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이 바짝 힘을 키울 때라는 것도.
다시 대량의 신성을 소모해 자신을 똑 닮은 영웅을 탄생시킨 로칸은 그제야 간신히 세계 : 백귀야행에서 시선을 떼었다.
이제는 그들이 만들어 갈 차례였다.
영리하게 군다면 승리를 거듭하며 유령들에 대항할 힘을 키워 낼 수 있을 것이고, 섣불리 움직인다면 전멸을 면치 못하겠지.
로칸이 지켜보고 있다가 신성을 소모해 구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스스로 성장하지 못하는 세계는 밑 빠진 독에 불과하니까.
여차하면 버리는 패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다음 세계에 시선을 옮겼다.
세계 : 악귀천하.
백귀야행과 아주아주 흡사한 형태를 지닌 세계에서 또다시 인간들을 구원하고 대항할 세력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로칸이 두 개의 세계를 제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동안, 지상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
“스플뢰 영지가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이르스 영지도요!”
“젠장! 이번엔 또 어디야?”
“영국이랍니다.”
“이 새끼들이 단체로 돌았나.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강철대오 길드의 마스터 강철은 그야말로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한 곳도 아니고 무려 십여 곳의 거점이 동시에 공격을 당하는 중이었다.
다른 길드와의 길드전? 아니면 원한 관계에 의한 영지전? 그런 것이면 차라리 낫다.
대한민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길드인 그들의 전력이라면 방어에 집중할 경우 거점 두세 곳의 방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등 몇 개인지도 파악이 되지 않는 다수 국가의 동시 침공이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그동안은 동남아 지역을 비롯한 소위 약소국에 대한 침공만을 해 오던 그들이 동시에 눈을 돌려 한국의 영토를 침공한 것이다.
“로칸, 로칸 쪽은 소식 없어?”
“예. 아무런 움직임도 없습니다. NPC들과 유저들이 저항하고는 있는데 상대가 되지 않아요! 길드장님은 로칸과 친구 추가가 되어 있지 않습니까. 메시지는 아직도 안 받아요?”
“제길. 그래. 접속을 하지 않은 건지 메시지 기능을 꺼 놓은 건지 아직 감감 무소식이야. 빌어먹을! 사태가 이 지경인데 대체 혼자 뭘 하는 거야? 다른 길드는, 아니 다른 종족들은 어때? 지원 요청 한 지는 한참 됐잖아!”
“그쪽도 우리랑 비슷해요. 우리만 털리고 있는 거 아닌 거 아시면서!”
그동안 로칸과 관련된 곳에 눈길조차 주지 않던, 아니 두려워하며 피하는 모습이 역력했던 것과는 무척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아예 작정하고 연합한 듯, 겹치지도 않고 황금사자 진영과 검은용군단을 동시 타격하며 지상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나마 주요 거점은 어떻게든 각 길드들이 힘을 집중시켜 막아 내고 있지만 그것도 시간문제다.
한 국가의 힘을 일개 길드가 막아 내려 하니 상대가 될 리 없었다.
더구나 저쪽에는 ‘사도’라 불리는 규격 외의 존재들마저 다수 포진한 상태.
한국에도 사도의 위를 받은 유저가 몇이나 있었지만 그 물량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며칠이 아니라 몇 시간 만에 다른 국가들처럼 식민지화가 진행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자 인간 황제 로칸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하는지 연락조차 되지 않았고, 그의 영토들 또한 속속 적들에게 넘어가고 있었다.
‘설마?’
이쯤 되자 로칸이 먼저 당한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한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저들도 그런 게 아닌 이상 로칸이 버티고 있는 이곳을 침공해 올 리 없겠지.
적어도 로칸을 처치했거나 처치할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일 터였다.
암담했다.
아직 모든 약소국가들이 침공을 당한 것이 아님에도 대한민국 유저들이 활동하는 이곳 지상이 국제길드연합의 손에 넘어가게 생겼으니까.
“제발, 빨리 좀 와라……!”
이미 로칸이 나타난들 뒤집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전황이긴 했지만 그런 상황에서 한국 유저들이 기댈 곳은 딱 하나였다.
로칸.
그가 나타나 무지막지한 폭력으로 그들을 응징하며 반격의 물꼬를 터 주기만을 모두가 두 손 모아 기다릴 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