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19)
# 419
뱀파이어 로드 (2)
두 개나 되는 뱀파이어의 거점을 털어 먹은 로칸은 계속해서 다음 스텝을 밟았다.
그러나 뱀파이어 로드가 있는 ‘중앙’으로 향한 것은 아니다.
최종적으로는 놈을 쓰러뜨리는 것이 목표이긴 했지만 그 과정 또한 중요한 작업인 것이다.
신성의 획득과 세계의 강화.
수십이나 되는 뱀파이어들을 지배하고 관리하는 자이니 만큼 결코 만만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로칸에게도 차분히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은근히 짭짤한데?’
때문에 광활한 영토 중앙에 위치한 뱀파이어 로드의 거성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 빙글빙글 돌며 뱀파이어들을 사냥해 나가기 시작했다.
뱀파이어로드의 먼 친인척 정도 되는 놈들.
그저 피만을 전승 받아 진조 뱀파이어로서 힘을 갖췄을 뿐, 제대로 된 치열함 따위 겪어 보지도 못한 애송이들이니 감히 로칸을 감당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미 자신들의 형제나 다름없는 이들이 제대로 손을 섞어 보지도 못하고 파멸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처음부터 도주를 택하거나 아예 로칸이 도착했을 때 자리를 비운 놈들도 허다한 것이다.
아쉬웠지만 그들을 잡아 봤자 약간의 신성을 얻을 수 있을 뿐이기에 로칸은 개의치 않았다.
각 거점을 파괴하고 축적된 자원을 빼먹으며 뱀파이어들을 천천히 말려 죽이기 시작했다.
혼자일 뿐이지만 마치 뱀파이어들의 왕국을 포위하고 좁혀 들어 가는 모양새가 한동안 지속되었다.
“오호?”
그리고 십여 개의 거점을 털어 먹었을 때, 드디어 제대로 싸워 보려 하는 뱀파이어 무리를 만날 수 있었다.
“열 마리쯤 되는 건가?”
무려 열 명의 반신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엔 좀 영양가 있는 놈들이면 좋겠군!”
“로칸! 네놈을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만들어 주마! 산 채로 매달아 피 주머니로 쓸 것이다!”
외형상으로는 별다른 차이점을 모르겠다. 그러나 이만큼 자신감을 보이는 걸 보면 조금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언제는 내 피가 더럽다며? 흐흐!”
로칸이 환하게 웃었다.
말장난은 여기까지. 이제는 힘으로 서로를 증명할 차례다.
“폭력의 왕, 절대자의 힘!”
문답무용.
먼저 힘을 일으킨 것은 로칸 쪽이었다.
그에 호응하듯 적들의 쪽에서도 만만치 않은 신성이 일어남을 느꼈지만 열 마리나 되는 반신치고는 영 성에 차지 않는다.
단 한 번의 목숨밖에 없는 뱀파이어들인 만큼 전부를 걸어 초장에 승부를 봐도 좋을 것 같은데, 오히려 그렇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쯧, 낭만 없는 자식들!”
감히 자신을 상대로 뒤를 생각해 여력을 남겨 두다니.
그것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 일깨워 주기 위해 로칸이 힘을 발했다.
시작은 역시 전신의 돌격과 점멸!
“폭렬!”
대뜸 적진 한복판에 뛰어든 로칸은 배틀 액스로 공간을 찍었다. 힘과 신성을 폭발시켰다.
“크윽!”
“진조 각성!”
“혈류 가속!”
“뱀파이어의 고성!”
“피의 결계!”
과연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여럿이기 때문일까.
로칸의 광역기를 어떻게든 버텨 낸 녀석들은 각자가 자신 힘을 발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성채가 떨어졌고 피의 마법진이 몇 개나 겹쳐지며 결계를 형성했으며, 로칸에게 각종 디버프가 쏟아졌다.
공격 계열의 블러드 매직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아예 디버프와 육체 강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이었다.
“오, 그럴싸한데?”
여전히 로칸은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잔뜩 부풀어 오른 그의 근육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팽창하고 있었다.
여유로운 얼굴과 다르게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
반면 뱀파이어들의 모습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송곳니가 더욱 길게 솟아오르고 안색은 창백해졌으며 찢어진 눈에서는 혈광이 흘렀다.
태초의 뱀파이어가 물려준 힘. 그들의 피 속에 담긴 역사를 이끌어 낸 것이다.
까가가강!
처음으로 로칸의 배틀 액스가 막혔다.
일대일은 아니었지만 둘이 동시에 신성을 일으킨 손톱으로 막아서자 허공에서 멈춰선 것이다.
“부서져라!”
그리고 그 순간 로칸이 발하던 신성의 성질이 바뀌었다. 순수한 힘에서 파괴와 폭력의 성향을 지닌 그것으로.
끄그그극!
손톱이 잘려 나갔다. 막아섰던 놈들이 화들짝 놀라 피하려 들었지만 그보다 빠르게 길게 자라난 손톱을 자르고 그들의 몸을 파괴했다.
박쥐 변신도, 피 웅덩이로의 변신도 통하지 않았다.
피 한 방울 새어 나오지 않도록 타격당한 부위가 그 순간 파괴되어 버렸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동료들이 황급히 그들을 구원하려 했지만 구할 수 있는 건 단 한 놈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마저도 온전한 상태로는 돌아올 수 없었다.
“회복이 통하지 않는다니!”
전투를 이탈한 후에도 마찬가지다.
피를 소모해 얼마든지 부상을 치유하고, 잘린 신체도 접합 또는 생성이 가능한 것이 뱀파이어들의 권능 중 하나이건만 능력을 써도, 치유 주문을 발휘해도 도무지 베인 상처가 회복될 줄을 몰랐다.
그것이 로칸이 지닌 파괴의 권능.
뱀파이어들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블러드 매직도 통하지 않고 회복도 통하지 않으니 가장 강력한 종족의 특성이 모두 봉인된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뱀파이어들의 안색이 더욱 창백해지는 것 같았다.
“힘으로 찍어 눌러라!”
결국 놈들이 무식한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방법이기도 했다.
신성의 힘 싸움으로 몰고 가 신성의 총량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니까.
“힘 싸움이라? 그거 좋지!”
그리고 그런 정면 승부는 로칸으로서도 달가운 것이었다.
만약 광풍과의 일전이 있기 전이었다면 어려웠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 같은 신성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방법을 깨친 것이다.
“피의 역사!”
뱀파이어들의 힘이 한데 뭉쳤다.
비슷한 속성을 가진 핏빛 신성이 서로 어우러지며 하나의 힘 덩어리를 만들어 내었다.
‘강림? 아니군.’
마치 초대 뱀파이어이자 신위를 획득해 저 신계로 넘어간 어떤 존재를 소환해 낸 것처럼 강대한 신성을 품은 핏빛 뱀파이어가 로칸을 향해 덤벼들었다.
일격에 끝장을 보겠다는 듯, 모든 신성을 끌어올려 로칸을 찔렀다.
이렇게 되면 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점멸 따위의 스킬은 저 불길한 핏빛 신성의 힘에 가로막혀 사용이 불가했으니까.
공간마저 매혹시키는 붉은 핏방울이 놈의 몸에서 번져 갔다. 로칸과 세상을 감싸듯 뒤덮었다.
“부숴 주마!”
그에 로칸 역시 신성으로 맞대응했다.
자신의 개성이 담긴 독특한 신성.
신성마저 파괴시키는 폭력의 힘으로 놈들의 신성에 맞서 갔다.
“크으윽!”
그러나 힘에 부쳤다.
로칸이 지닌 신성의 특성상, 열 개의 신성이 조합된 저 힘을 다시 열 조각으로 쪼개며 잡아먹을 수도 있었지만 신성의 양이 부족했다.
로칸이 가진바 모든 신성을 사용했다면 가능했을 일이지만, 뱀파이어 로드와의 결전을 앞둔 상태에서 과도한 신성을 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 패착이었다.
로칸의 몸이 밀리고 핏빛 신성이 전신에 상처를 더했다. 그대로 로칸을 집어삼켜 완전히 소멸시켜 버렸다.
“크하하핫! 어디서 인간 따위가 위대한 혈통에게 반기를 드느냐!”
“아쉽구나, 아쉬워!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피를 뽑아내야 했거늘!”
온 힘과 신성을 쏟아부은 탓에 기진맥진했지만, 뱀파이어들은 승리의 기쁨을 으스대며 만끽했다.
“으흐흐흐, 걱정할 것 없다. 놈은 방문자이니 곧 인근의 도시에서 부활할 터. 기다리고 있다가 잡아서……. 어, 어엇?”
퍼엉!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이 만들어 냈던 핏빛 뱀파이어가 터져 나갔다.
목적을 다해서?
아니다. 열이나 되는 반신이 자신의 신성과 세계를 동원해 만들어 낸 그 힘은 누가 명령을 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커헉!”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돼!
게다가 심장을 터트리듯 가해지는 고통.
그것은 신성이 파괴되었을 때 전해지는 반동과도 비슷했다.
아니, 경험이 일천해 바로 확신하지 못했지만 비슷한 게 아니라 바로 그것이었다.
“흐흐흐흐! 걱정 마라. 난 여기 있으니까.”
“어, 어떻게?”
뱀파이어들이 신성 파괴의 반동으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동안 로칸은 신성의 격돌이 있던 지역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분명 압도한 것은 자신들인데!
그사이 베이고 찢겨 만신창이이던 로칸의 몸 상태가 회복되었다.
아주 약간의 신성을 투입하자 재생력이 뻥튀기가 되면서 몸 상태를 정상으로 돌린 것이다.
공포.
뱀파이어들은 태어나서 두 번째로 공포를 느꼈다.
처음은 그들의 주인인 뱀파이어 로드에게서 느낀 압도적인 힘과 위엄의 차이에서 느낀 것이었고 지금은 죽음을 떠올리고 있었다.
불사에 가까운 종족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어우, 죽을 뻔했네.’
그러나 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로칸도 사실 그리 썩 상황이 좋지만은 못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는 있지만 사실 당장 놈들을 목을 벨 정도로 몸이 회복되지 않은 것이다.
바로 ‘불사의 권능’을 사용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정확히는 죽지 않았을 뿐, 놈들의 신성 공격을 몸으로 받아 낸 대가라고나 할까.
힘 싸움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파악한 순간, 로칸이 급히 신성의 속성을 조작해 버서크처럼 불사의 힘을 끌어올린 것이다.
순간적인 신성 성질의 변화.
당연히 힘을 뿜어내다가 죽어 버릴 것이라 생각한 상대의 방심을 이끌어 내기에는 그보다 좋은 방법이 없었다.
[타이틀 불굴의 의지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100% 상승합니다.]더불어 그 자신은 능력치를 2배로 만들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고, 공격해! 놈도 정상은 아닐 거다!”
“블러드 네일……!”
뱀파이어들은 잠시 주춤거렸지만 곧 의지를 회복했다.
공포를 넘어서기 위해 남은 힘을 모조리 긁어모으며 로칸을 향해 덤벼든 것이다.
퍼억!
그리고 대번에 머리가 으깨져 죽어 나갔다.
로칸은 이미 몸 상태를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였고, 불사의 신성은 다시 파괴의 신성으로 전환되어 박살 난 머리를 회복시킬 수 없었다.
죽음이 막연한 공포에서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 이럴 수는…….”
“인간 따위에게……!”
“아아, 로드이시여!”
그렇게 하나둘 동료들이 죽어 나갈 때마다 신음에 가까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쯤 되면 도망칠 법도 하건만, 전의를 상실한 것인지 다른 제약이 있는 것인지 머뭇거리거나 반쯤 미쳐 로칸에게 달려들 뿐이었다.
자존심 강한 뱀파이어들이니, 로칸을 처치하지 못하면 내 손에 죽는다는 식으로 뱀파이어 로드가 엄포를 놓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아끼다 똥 된다는 게 바로 이런 건가?”
마치 불로 뛰어드는 나방처럼 제 한 몸을 던져 로칸의 힘을 더욱 키워 주었다.
신성의 증가는 물론 피의 살육에 의해 한 방울 피까지 헌납하며 그렇게 사라져 갔다.
그렇게 흡수한 신성의 양을 확인한 로칸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당장 사용할 수 있던 신성의 양이 부족했던 것인지 끝까지 힘을 아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세계를 신성으로 치환해 흡수하자 그 양이 대단한 것이다.
‘이거라면…….’
이 정도 양이라면 생각만 해 두었던 것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로칸의 시선이 저 먼 곳을 향했다.
뱀파이어 로드가 있는 거대한 성을 향해서.
그곳에 있는 뱀파이어들은 이 얼치기들과 다른 진짜배기일 터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