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21)
# 421
뱀파이어 로드 (4)
“미친놈.”
욕을 내뱉기는 했지만 로칸은 순간 섬뜩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그가 만났던 499레벨들은 하나같이 특별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 역시 신위 획득에 큰 관심이 없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처럼 세상을 집어삼킬 야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호의 에인션트 골드 드래곤 주리프의 경우는 오히려 세상을 수호하기 위해 신위에 오르는 것마저 미루고 어떤 존재들을 가두어 두고 있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로칸도 감히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신위를 얻어 신계에 오르는 대신, 지상과 천상에 남아 지배력을 얻으려 하는 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당장 더 높은 경지를 눈앞에 두고도 권력과 부귀영화를 위해 그것을 포기한다는 건 로칸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범주의 일이었으니까.
“미친 건 내가 아니지. 고작 지상과 천상조차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한 주제에 알량한 힘을 얻었다고 거들먹거리며 떠나 버리는 저 신이란 작자들이지.”
광기에 찬 눈빛.
로칸은 녀석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고민되었다.
자신도 신위를 얻게 된다면 다시 지상과 천상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다. 지상 또는 천상에 깊은 연을 맺어 두면 신들도 일부나마 현신이 가능하지 않았나?
아마도 그 제약에서 유저들은 예외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된 이상 더 들을 것은 없겠지.
아까부터 슬금슬금 몸의 제어력이 약해지는 것을 느끼던 로칸은 한순간 모든 힘을 폭발시켰다.
샤키란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멈춰라!”
그러나 놈도 만만치 않았다.
로칸이 제어력을 잠시나마 풀어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신성을 발휘해 더 강한 제어력을 발휘했다.
푸욱!
하지만 로칸은 주먹을 휘두른 것이 아니었다.
두 손가락. 검지와 중지를 쫙 펼쳐 그 끝으로 놈의 눈을 찌른 것이다.
“크악!”
그것은 제아무리 뱀파이어 로드라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다.
가능하면 실명까지 갔으면 좋겠지만 일단은 두 눈을 부여잡고 물러나는 것으로 족했다.
그와 함께 로칸의 몸을 제어하던 지배력이 사라졌으니까.
“폭력의 왕, 절대자의 힘!”
그것이 기회였다. 로칸은 망설이지 않고 즉시 힘을 일으켰다.
폭력의 왕과 절대자의 힘은 본디 그의 역사를 담보로 한 힘.
그 안에는 뱀파이어들을 때려잡은 역사 역시도 존재했다.
피의 지배에 대한 강한 저항력을 획득함과 동시에 신성을 둘러 몸을 보호했다.
이것이 통하지 않을 경우 더 큰 위험에 내몰리게 될 테지만 로칸은 자신했다.
자신의 역사는, 이야기는 그렇게 나약하지 않았으니까.
“피의 지배!”
피 눈물을 흘리며 다시 어렵게 눈을 뜬 샤키란이 피의 지배를 사용했다. 신성까지 듬뿍 담아 항거불능의 힘을 발휘했다.
부들부들.
그 지배력과 로칸의 저항이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신성의 총량에서는 샤키란이 압도하기 때문인지 생각처럼 쉬이 떨쳐 낼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까처럼 무력하게 휘둘리는 일도 없었다.
로칸이 악의를 강하게 내뿜으며 배틀 액스를 움켜쥐었다.
“크허허허허허허헝!”
광기의 외침은 놈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지만 그것은 곧 의지의 표출이었다.
동시에 신성이 어디론가 흘러가며 로칸에게 새로운 힘을 부여했다.
[타이틀 ‘불굴의 의지’가 진화합니다.] [타이틀 ‘불굴의 의지(GOD)’를 획득했습니다.]그 순간, 불굴의 의지가 힘을 보탰다.
스스로 신성을 빨아들이는가 싶더니 주인을 지키기 위해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였다.
무려 신급의 타이틀!
그와 함께 전신을 옭죄던 힘이 씻은 듯 사라져 버렸다.
‘이건?’
로칸은 황급히 타이틀 창을 띄워 확인해 보았고 그 안에서 한 줄의 설명을 발견했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모든 힘에 저항할 수 있다.]의지력만 충분하다면 정신 계열이 아닌 그 무엇에도 저항할 수 있는 힘.
덕분에 피의 지배 따위는 그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고 진짜 싸움이 시작되었다.
“인간 따위가 어찌 감히……!”
“전신의 돌격, 점멸!”
퍼엉!
공간이 터져 나갔다.
샤킬란이 당황하는 틈을 노려 봤지만 특유의 스피드를 살려 피해 낸 것이다.
파워 업과 동시에 쏘아졌다면 몰랐을 텐데, 아무래도 그가 대비할 시간이 있었던 것이 문제인 모양이었다.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네놈의 사지를 자르고 피를 뽑아낸 뒤 내 뜻을 거스를 수 없도록 만들어 주마!”
피의 지배가 아니라도 뱀파이어 로드는, 499레벨은 그리 만만한 위치가 아니었다.
신성의 싸움으로 몰아가도 패색이 짙었고, 저 사기적인 속도를 봉쇄하지 못해도 어려워질 터였다.
파바바방!
공기가 터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로칸의 시선이 휙휙 돌아갔다.
딱히 공격을 해 오고 있지는 않지만 샤킬란이 초신속의 능력을 발휘해 로칸의 주위를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속도를 봉쇄해야 해.’
하지만 어떻게?
499레벨이나 되는 주제에 샤킬란은 철저하게 자신의 강점을 살리고 있었다.
사실 이 정도 격차가 난다면 신성으로 찍어 누를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프로즌 월드.”
쩌저저적!
그렇다면 로칸도 모든 것을 이용해 상대해 줄 수밖에.
로칸은 서리의 힘을 풀어 주변을 얼렸다.
기본적으로 이동속도 저하의 디버프를 가지는 서리의 힘이니 제아무리 뱀파이어 로드라 해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땅을 딛는 다리가 얼어붙고, 피와 날개에 서리가 끼었다.
여전히 빨랐지만 이제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까지 느려졌다.
챠랑!
놈이 즉시 신성을 일으켜 저항해 보지만 그 짧은 틈을 로칸이 놓칠 리 없다.
즉시 뒤 잡기를 사용해 놈에게 이동한 뒤, 한 가지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림자 이동.”
“어딜!”
쐐애액.
샤킬란이 급가속을 했다. 로칸을 떼어 내기 위해서.
규격 외라 불러 마땅한 그의 공격력은 이미 혈족들의 죽음을 통해 견식하지 않았던가?
단 한 번의 일격조차 허용하지 않기 위해 더, 더 속도를 높였다.
“……!”
그러나 아무리 돌아봐도 로칸을 찾을 수 없었다.
은신이라도 사용한 것일까?
샤킬란은 즉시 피를 뿌렸다. 은신을 했다면 어딘가 허공에 피가 묻어 나올 터.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은신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제압.”
촤라락.
그때, 바로 등 뒤에서 거친 쇳소리가 들려왔다.
굵은 쇠사슬이 서로 부딪치고, 서로 엉켜 무언가를 묶어 냈다.
바로 자신의 몸.
“아닛!”
로칸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계속 그의 등 뒤에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 걸까?
의외로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바로 도적 계열의 스킬 중 하나인 그림자 이동.
상대의 그림자를 따라 이동하기에 아무리 빠른 상대라도 훨씬 수월하게 따라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그 스킬이 작동한 것이다.
고작해야 익스퍼트급의 스킬이고 상대와 완전히 동일한 속도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것이면 충분했다.
샤킬란이 빠르긴 해도 로칸 역시 규격을 벗어난 수준의 능력치를 지니고 있었으니까.
약간의 속도 차이쯤은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는 능력과 센스가 있었다.
“이까짓 걸로 감히 이 몸을 묶을 수 있을 것 같으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빠져나가기 위해 저항을 해 보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평범한 쇠사슬이 아니라 그 ‘타락’을 봉인했던 것이니까.
로칸도 알지 못했지만 반신이 되고 나니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쇠사슬에는 그 자체로 강력한 신성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그 신성의 구조가 광풍의 그것과도 또 달랐기에 누구의 권능이 깃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힘은 반신을 능히 제압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고 튼튼했다.
상대를 제압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는 까닭에 반신쯤 된다면 알고서는 당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말이다.
“젠장, 신성이 남아도냐!”
더구나 지금은 로칸이 가진 ‘불사’의 속성까지 띠면서 거칠게 뿜어지는 샤킬란의 신성마저 견뎌 내고 있었다.
무려 억 단위의 신성이 제압을 풀어내기 위해 사용되고 있었지만 로칸의 신성과 결합한 쇠사슬은 파괴되지도, 약화되지도 않았다.
꿋꿋이 놈을 제압한 상태를 유지하고 오히려 더 강하게 조이기 시작했다.
“이번엔 네 차례다!”
퍼억!
그러나 로칸의 공격 수단은 사슬뿐이 아니다. 몸부림치는 놈을 잠재우기 위해, 배틀 액스가 놈의 어깻죽지를 갈랐다.
본래는 머리를 터트릴 작정이었지만 발악을 해 대는 통에 살짝 빗맞고 말았다.
쩌저저적. 화르륵!
극한의 빙염이 놈의 피와 살을 얼리고 지옥불이 놈의 신성을 태웠다.
같은 곳을 두 번 두들기자 아예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갔고, 파괴의 신성이 깃든 그 자리는 회복조차 불가능해졌다.
“캬아아악!”
하지만 놈도 마냥 당해 주지는 않았다.
왼쪽 팔이 떨어져 나간 순간, 기지를 발휘해 아래로 몸을 빼낸 것이다.
한쪽 팔을 희생한 대신 벌어진 틈을 이용해 로칸의 제압으로부터 벗어났다.
아니, 그럴 뻔했다.
“컥!”
뒤늦게 그 움직임을 쫓아간 사슬이 놈의 목에 걸렸다.
목줄처럼 걸린 채로 다시 조여지기 시작했다.
“으랏차!”
휘익. 콰앙!
로칸은 아예 사슬을 잡고 크게 휘둘렀다.
포물선을 그리며 딸려 온 샤킬란의 몸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피떡이 되어 몇 번이고 바닥에 내리꽂혔다.
그리고 그 사이에도 전신의 피를 끓여 태우는 지옥의 불길이 놈의 몸에서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었다.
“광살.”
로칸은 초극을 사용해 한 방에 끝장을 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광살을 비롯해 자신을 대표하는 여러 스킬들을 반복적으로 꽂아 넣으며 천천히 놈의 사지를 잘라 내고 불태웠다.
자신을 고문했던 복수이기도 했지만, 자신할 수 없는 것이다.
초극으로 놈을 완전히 끝장낼 수 있다는 자신이.
위력은 충분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놈은 신위를 코앞에 둔 강자였다.
혹시나 초극에 힘을 싣느라 사슬의 제약이 약해지기라도 한다면 자신을 떨치고 달아나 버릴 능력이 충분히 되었기에 보다 확실한 죽음을 선사한 것이다.
팔이, 다리가, 몸통이 토막 났지만 로칸은 안심하지 않았다.
뱀파이어들은 본디 박쥐나 피 웅덩이로 변하는 도주 능력을 기본적으로 가진 놈들이니까.
신체의 한 조각, 한 방울의 피라도 남겨 두었다간 후환이 될 수 있었기에 냉정하고 철저하게 놈을 소멸시켜 나갔다.
다행인 것은 지옥 불의 힘이 놈의 피를 증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주 잘게 썰어 낸 뒤 강력한 힘을 발휘해 세포 하나까지 소멸을 시켜야 했겠지.
그렇게 꽤 오랫동안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완전히 승부가 갈렸다.
[세계 : 피의 전당을 인수하시겠습니까?]신성의 흡수 또는 강탈.
그 알림이 나타난 뒤에야 로칸은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세계를 빼앗았다는 것은 놈의 모든 것을 가졌다는 뜻이니까.
아마 지금쯤 부리나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을 놈들을 뱀파이어들을 마저 상대하기 위해 서둘러 결정을 내려야 했다.
로칸은 서둘러 세계 : 피의 전당을 살폈다.
뱀파이어 로드가 만든 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무려 499레벨이 되도록 세계를 키운 인물이었으니 배울 만한 점이 많지 않을까? 어떻게든 피의 저주만 씻어 낼 수 있다면 이것을 인수해 단박에 499레벨 인근까지 올라설 수 있지 않을까?
살짝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세계 : 피의 전당을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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