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27)
# 427
마계 대공 (2)
총 일곱이었던 마계 대공 중 넷은 순수 마족이었지만 나머지 셋은 아니었다.
뱀파이어 로드, 아크 리치 그리고 마지막은 마수였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평범한 마수는 아니다.
마수들의 왕, 투신 발록.
한 손에는 거대한 검을, 다른 한 손에는 지옥의 불꽃이 타오르는 채찍을 든 녀석은 세력으로 따지자면 마계 대공 중 가장 작았지만 반대로 개인의 무력만큼은 가장 강력한 개체로 꼽히는 놈이었다.
“긴장해라, 놈은 강하다.”
바큘이 이곳을 두 번째 목적지로 정한 것도 사실은 도박에 가까운 셈.
원래대로라면 슈발츠를 잡아먹고 챙긴 신성을 더해 놈과 일전을 벌여 볼 생각이었지만 로칸의 방해 아닌 방해로 조금은 불안한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위험하지 않고, 불안하지 않은 상대가 어디 있겠나.
그런 점에서 발록이 아닌 다른 대공을 목표로 삼았다면 부하들의 소모가 심했을 터였고, 승리한다 해도 병력의 절반 이상이 갈려 나간 상태이거나 심할 경우 양패구상에 가까운 상황이 될 수 있었으니, 오히려 단 한 번의 대장전으로 모든 것이 결판나는 발록을 상대로 점찍은 것이다.
더불어 만약 발록 사냥에만 성공한다면, 그 강력한 힘을 흡수해 다른 대공들보다 확실하게 앞서갈 수 있을 터였고.
“발록, 발록이란 말이지.”
그러나 그만큼 상대가 강력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로칸은 그것이 무척이나 기꺼웠다.
강자와의 싸움은 늘 즐거운 법이고 놈을 사냥해 그 신성을 취한다면 그 얼마나 짜릿할 것인가.
바큘은 제가 발록의 신성을 취할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역시 양보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는 로칸이었다.
“외인 따위를 들여 마계를 어지럽히다니, 부끄럽지도 않느냐, 바큘!”
발록은 세계가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고함 소리로 바큘을 압박했다.
고작 목소리일 뿐인데, 살이 떨릴 만큼 엄청난 전율이 느껴졌다.
심약한 자들은 벌써 몸을 벌벌 떨며 자리에 주저앉을 정도.
동시에 놈이 전면으로 나섰기에 로칸이 해야 할 일은 명백했다.
“흐흐흐, 싸움질하는 데 뭐 그렇게 따지는 게 많아?”
발동한 것은 폭력의 왕. 강대한 힘이 로칸의 몸속에서 피어났지만 덩치는 그대로였다.
반면 발록은 광풍 현신을 사용하던 때의 로칸보다도 거대한 모습.
타이탄을 내려다볼 만한 거체에 단단히 달라붙은 근육들을 꿈틀거리던 놈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로칸을 향해 검을 내밀었다.
‘검?’
원거리에서 채찍이 아닌 검이라니.
이상함을 느끼자마자 로칸은 몸을 뒤집었다.
강하게 발을 구르며 그 자리를 이탈했다.
콰과과광!
“마법?”
그저 투사라고만 생각했던 발록이 마법까지 발현한 것이다.
“전천후 쯤 된다는 건가!”
약간의 여파가 미치기는 했지만 저항력이라면 남부럽지 않은 로칸이다. 즉시 폭발의 여파를 뚫고 놈에게 짓쳐 들었다.
파앙!
이어 휘둘러진 발록의 채찍이 로칸의 접근을 저지했다.
가벼운 휘두름이건만 공간이 터져 나간다.
신성도 아닌 순수한 힘에 의한 폭발.
더불어 채찍의 끝에 달린 불길이 공간 자체를 살라 먹었다.
“불과 얼음의 노래.”
불에는 불. 거기에 빙결의 힘까지 끌어올렸다.
“프로즌 월드.”
쩌저저적.
로칸을 중심으로 극한의 냉기가 뿜어지며 주변의 모든 것들을 얼려 버렸다.
치이이이이익.
그러나 발록은 그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동속도 저하고 뭐고 간에 빙결의 힘이 아예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옥화염을 쓰기에는 놈의 채찍에 대롱거리는 불꽃이 심상치 않았다.
놈의 속성이 화염이라면, 지옥화염이 오히려 버프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로칸은 즉시 필드 효과를 없애고 배틀 액스를 더욱 강하게 틀어쥐었다.
“어디 붙어 보자!”
파앙. 파앙. 파앙.
살아 있는 것처럼 기묘한 각도로 후려쳐 오는 채찍들을 피하며 놈의 곁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투신(鬪神)이다.”
그 순간 놈에게도 가공할 힘이 모여들었다.
존재만으로도 압박감이 느껴지던 발록의 몸이 더욱 커지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 크기에는 전혀 변화가 없음에도.
“투신? 반신이겠지!”
하지만 로칸은 이를 악물었다.
투신?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자신은 ‘진짜 신’과도 붙어 본 적이 있었다.
광풍. 혹은 학살의 신이라 불리는 진정한 싸움의 신과.
고작 이따위 존재감에 겁을 집어먹거나 약해질 리가 없다는 뜻이다.
콰앙!
로칸이 크게 발을 굴렀다.
총알처럼 놈의 몸쪽으로 파고들며 폭군의 배틀 액스를 강하게 휘둘렀다.
“오라!”
걸어오는 싸움을 마다한다면 투신이 아니다.
발록은 더 이상 채찍질 하는 것을 포기하고 오른 손의 바이킹 소드를 휘둘렀다.
롱 소드보다 배는 더 크고 두꺼운, 대검은 아니지만 중병기라 불러 마땅한 거검이 로칸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쩌엉!
두 무기가 부딪히는 순간 세상이 쪼개지는 소리가 났다.
호각.
무기는 동시에 튕겨져 나갔지만 약간이나마 손해를 본 것은 로칸 쪽이었다.
힘이 비슷할 경우 덩치에서 오는 이점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공중에서 밀려난 로칸을 향해 또다시 불꽃의 채찍이 날아들었고, 이번에는 로칸도 감히 피해 낼 생각을 하지 못했다.
“큭, 권능, 불굴의……?”
투웅!
그때,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채찍을 대신 감당한 이가 있었다.
“바큘?”
“나를 지원해라.”
그동안 로칸을 전면에 내세우며 엉덩이 무겁게 움직이지 않던 바큘이 직접 나선 것이다.
그만큼 발록이 두려운 존재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번에도 혹시나,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로칸이 발록을 죽이고 그 신성을 독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를 움직였다.
‘나쁘지 않지.’
가능하면 독식을 하고 싶었지만 로칸은 이 상황을 이해했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전쟁을 벌이는 중이라면 모를까, 이 전쟁은 사실 바큘의 것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발록의 신성을 놈에게 몰아줄 생각 따윈 없지만 함께 놈을 처치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가장 많은 신성을 차지하는 건 막타 친 놈이니까 말이야.’
음흉한 속내를 감추고 그를 따라 몸을 날렸다.
“탐욕.”
그때 바큘도 자신의 힘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어설픈 놈들처럼 마신의 힘을 찾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탐욕.
칠대 죄악 중 하나의 힘.
바큘을 포함해 남은 마계 대공 중 넷인 순수 마족들은 각자 하나씩의 죄악의 힘을 품고 있었다.
그럼 나머지 셋은 어디에 있냐고?
둘 중 하나다. 그 죄악의 힘을 제대로 이끌어 내지 못해 빌빌대거나, 이미 신위를 획득했거나.
딱, 딱, 딱, 딱.
그에 호응하듯 마신의 이빨 허리띠가 소리를 내었다.
마신. 그 역시 식탐의 죄악을 품어 신위를 획득한 존재였다.
모든 존재를 씹어 삼켜 신성을 섭취하고 신위에 오른 자.
‘괜히 욕심쟁이가 아니군.’
바큘이 사용하는 탐욕의 힘은 그와 비슷했지만 조금 달랐다.
고오오오오오오.
그가 힘을 발함과 동시에 사방에서 검은 신성이 몰려들었다.
자신의 수하들로부터 신성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이를 테면 원기옥을 몸 안에 품고 있는 것이라고나 할까.
다만 자발적인 신성의 지원이 아니라 착취에 가깝다는 것이 달랐다.
로칸 역시도 강제로 뺏길 뻔한 신성을 지키기 위해 정신을 집중해야 할 정도였으니까.
“얕은 수작을 부리는군!”
심지어 적은 발록의 신성마저 탐하는 그의 권능에 발록이 잔뜩 성질을 부렸다.
놈이 신성을 더 이상 끌어모으지 못하게 하기 위해 불편한 기색을 잔뜩 내비치며 마구 채찍을 날려 보냈다.
파앙! 파앙! 파앙!
공간이 찢어지고 뭉개졌다.
하지만 바큘은 계속해서 힘을 끌어모으며 주변의 신성을 갈취했다.
어차피 지금 상태에서 정면으로 붙어 봤자 투신 발록에게는 닿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는 듯, 철저히 제 신성을 불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온전히 제 것으로 소화할 수 없는 일시적인 힘일 뿐이긴 하지만 바큘의 신성이, 레벨이 쭉쭉 상승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탐욕의 바큘][Lv 495] [탐욕의 바큘][Lv 496] [탐욕의 바큘][Lv 497] [탐욕의 바큘][Lv 498]그렇지 않아도 정점에 가깝던 놈의 레벨이 끝을 모르고 상승했다.
그리고 마침내 499레벨을 달성하였다.
“흐흐흐흐, 이제 붙어 보자!”
한계까지 신성을 축적한 때문일까.
바큘은 회피를 거듭하던 움직임을 180도 바꾸었다.
주 무기인 검을 떨쳐 발록의 채찍을 쳐 내고, 섬뜩한 살기를 놈에게 날렸다.
콰앙!
크기 면에서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두 검이었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로칸의 일격에도 버텨 내던 발록의 몸이 주르륵 뒤로 밀린 것이다. 힘, 아니 신성에서 우위를 점한 것이다.
‘이거 진짜 잡는 거 아니야?’
순간 로칸마저 불안해질 지경.
그러나 발록도 만만치 않았다.
괜히 투신이라는 이명이 붙은 게 아니라는 듯, 다시 한번 힘을 발휘했다.
“투쟁의 역사.”
발록은 본디 처음부터 강자가 아니었다.
마계의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성장한 자수성가형 인물.
그런 그가 대공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셀 수 없이 많고 긴 투쟁의 역사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역사라 풀려나와 놈의 몸속에 알알이 맺혔다.
“이건…….”
사자왕 가오칸과도 비슷한 형태의 힘이었다.
도전의 역사, 투쟁의 역사.
로칸은 그 이야기의 힘이 가지는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상대의 레벨에 맞춰 발록의 힘이 증가했다.
반신의 경우 단순히 레벨의 개념이 아닌 신성에 따른 수치의 기록일 뿐이건만 그저 마주하는 것만으로 상대와 같은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바큘이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그가 가진 죄악의 힘이 대단하긴 하지만 전투 경험과 센스 면에서 발록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었으니까.
“죽어라!”
“크흐흐, 태어날 때부터 신성을 품고 난 애송이 따위에게는지지 않는다!”
콰과과광!
다시 한번 둘이 부딪쳤다.
동일한 신성을 품은 상태라면 그 운용에서 우위가 갈리는 법이다.
“큭!”
그런 만큼 밀려나는 것은 바큘의 쪽이었다.
쐐애액.
게다가 발록은 힘 대결에서 그치지 않고 즉시 채찍을 휘둘렀다.
바큘의 몸을 감싸고 뼈를 으스러뜨릴 작정으로 강하게 그것을 휘감았다.
“날 잊으면 섭섭하지.”
터엉!
그것을 막아 낸 것은 바로 로칸.
2 대 1이라는 다소 치사한 구도이긴 했지만 정정당당을 따지다 각개격파 당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억울하면 너도 친구 부르던가!”
절대자의 힘을 마저 발동시킬 뿐 아니라 한 가지 힘을 더 일깨웠다.
“무혼 각성!”
마신의 이빨 허리띠.
거기에 담긴 마신의 힘을, 식탐의 죄악을 일깨운 것이다.
이전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신성을 깨우친 지금은 할 수 있다.
무혼 각성을 통해 일깨운 무구의 영혼이 가진 힘뿐만 아니라 신성까지 제 것으로 만드는 것을.
“건방진!”
화르르륵!
헬 파이어. 집채만 한 지옥의 불길이 방해꾼인 로칸을 향해 날아들었다.
로칸이 사용하는 지옥불의 힘처럼 일단 적중되면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절대 끌 수 없는 억겁의 불길.
평소 같았으면 신성을 집중시키고 서리의 힘을 이용해 그것을 잘라 냈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자신의 몸에 기생하듯 달라붙은 또 다른 신성의 힘을 이용했다.
“먹어라!”
터업!
그 순간 로칸의 왼손에서 거대한 입이 나타났다.
헬 파이어를 한 입에 삼키고 꿀떡 속으로 넘겨 버렸다.
[신성 : 3,000,000을 획득했습니다.]그 속에 담긴 신성마저 온전히 제 것으로 흡수해 버렸다.
이것이 식탐.
탐욕조차 따라올 수 없는 끝없는 갈증의 힘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