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28)
# 428
마계 대공 (3)
“같잖은 짓을 하는구나!”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한 발록은 즉시 공격의 형태를 바꾸었다.
마법은 배제하고 물리 공격에 힘을 실은 것이다.
아니 그 마저도 바뀌었다.
채찍이 가져오는 공격 가능 범위의 이점마저 포기하고 직접 달려든 것이다.
콰앙! 콰앙! 콰앙!
채찍을 버린 발록의 공격은 실로 매서웠다.
그 날카로움도 날카로움이지만 한 손에서 두 손으로 바꿔 쥔 바이킹 소드에서 뿜어지는 경력이 로칸을 울컥거리게 만들었다.
권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강자를 상대 할 때 더 강해지는 타이틀 효과까지 발동했음에도 육체 스펙 면에서 밀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 정도면 감히 드래곤보다 우위에 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러나 로칸은 혼자가 아니었다.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
로칸이 놈에게 버티는 동안 바큘이 속도를 높여 놈의 옆구리를 찔러 갔다.
등 뒤를 노리고 싶었지만 타고난 감각으로 몸을 틀며 뒤를 내어 주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성공할 리 없었다.
마냥 핏줄만을 타고 난 것은 아니라는 듯, 바큘이 제법 고매한 수법으로 검을 찔러 갔지만 발록의 무시무시한 힘 앞에서는 그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달려들던 몸을 황급히 뒤집으며 꼴사나운 모습으로 간신히 회피할 따름이었다.
“크허허헝!”
푸확!
그러나 그때, 발록의 몸이 베어졌다.
이 싸움은 애초부터 2대1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허수아비 따위가!”
바로 로칸의 분신. 놈의 등 뒤로 소환해 낸 분신이 놈의 등줄기를 길게 베어 내는 데 성공했다.
80%라고는 하나 그 공격력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니까.
잔뜩 성질이 난 발록이 검을 휘둘러 단숨에 분신의 허리를 끊어 놓았지만 그 또한 실책이었다.
80%가 아닌 100%의 힘을 지닌 본신이 눈앞에게 오히려 등을 내준 셈이 되었으니까.
“전신의 돌격, 점멸!”
퍼억!
로칸의 몸뚱이가 발록의 거체에 부딪혔다.
크기로 따지자면 7분의 1쯤이나 됨 직했지만 그 위력이 만만치 않아서 발록이 바닥을 구르며 나뒹굴었다.
‘일부러 굴렀군.’
아니, 몸을 빼내고 자세를 바로 하기 위해 낙법을 하듯 굴러 이동한 것이다.
과연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유니콘! 전설을 타는 자!”
그때 놈의 뒤에서 신수가 나타났다.
진화의 힘까지 받아들여 마계에 깔린 마기에 저항하다 못해 그것들을 물리치는 힘을 가진 고귀한 피가 날카로운 뿔을 번뜩이며 놈에게 달려들었다.
이곳이 마계라는 것을 생각하면 나이트메어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동류의 힘이 발록에게 통할 리가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이깟 망아지로 뭘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히잉!”
발록이 신경질적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유니콘은 특유의 몸놀림을 이용해 그것들을 모조리 피했다.
놈의 신경을 긁어 놓으며 시선을 끌었다.
“발악은 거기까지다!”
그때 바큘이 강대한 신성을 발현했다.
뒤가 없다고 느껴질 만큼 막대한 신성이 놈의 검 끝으로 몰려들었다.
놈의 검으로부터 크고 강력한 신성의 검기가 솟아올랐다.
신성 싸움. 힘으로 찍어 누르겠다는 의지가 담긴 일격이 놈의 머리 위로 내리꽂혔다.
“크헝!”
그러나 발록 역시 499레벨이다.
신성을 끌어올려 맞부딪쳐 갔다.
“로칸!”
“알고 있어!”
그것이 바큘의 노림수였다.
억지로 힘 싸움으로 몰고 간 뒤, 로칸에게 공격을 맡기는 것. 조금만 신성을 아꼈다가는 그대로 바큘의 신성에 치명상을 입을 테니 발록으로서도 이번만큼은 외통수였다.
“초극.”
그 틈을 노려 로칸도 자신의 모든 역사를 담아 배틀 액스를 휘둘렀다.
억대의 신성을 아낌없이 쏟아부으며 발록의 심장을 노려 갔다.
“이딴 추잡한 짓거리에 내가 당할 것 같으냐!”
그 순간, 발록의 신성이 형태를 바꾸었다.
바이킹 소드에서 한순간 이동한 신성이 놈의 몸에 응축되는가 싶더니 대폭발을 일으켰다.
콰과과과과과광.
자폭이라도 한 것일까?
그럴 리가. 신성을 폭발시켜 일대를 날려 버린 것이다.
검기가 아닌 마법에 가까운 활용.
검과 마법, 채찍을 고루 활용하는 발록이기에 가능한 기예였다.
쩌적. 쩌저저적.
“흐흐흐, 힘들어 보이는데?”
“닥쳐라!”
위기에서 탈출한 발록이지만 그렇다고 멀쩡한 건 아니었다. 일단 막대한 신성 소모가 있었고, 무엇보다 놈의 자랑인 투신의 검에 실낱 같은 금이 가 있는 것이다.
크지 않은 균열이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것을 확인하지 못할 이는 없었다.
그것을 발록도 알고 있었기에 버럭 성질을 부리면서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로칸이 바라던 바였다.
신성을 소모해 즉시 쿨 타임을 재생시킬 수도 있지만 이미 방금 전의 일격으로 너무 많은 신성을 사용한 탓에 놈을 골리며 잠시 시간을 버는 것이다.
“로칸, 멈추지 마라. 서둘러 놈을 끝장내야 한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큘은 조급함을 드러냈다. 방금의 일격으로 원기옥처럼 끌어모은 신성의 상당 부분을 써 버렸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놈의 레벨이 다시 내려가 있었고, 덩달아 발록의 레벨 또한 하락한 상태였다.
지금은 바큘의 레벨에 맞춰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낮은 레벨이 되어 버린 상태겠지.
어떻게든 신성을 끌어모아 오던 바큘과 투쟁의 대상에게만 신성을 빼앗아 온 발록의 차이였다.
“끝장을 보자!”
바큘이 놈을 몰아붙일 동안 로칸은 슬금슬금 주위를 돌며 기회를 노렸다.
쿨타임이 돌아올 시간을 버는 것이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발록이 로칸을 의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공격에 제대로 된 힘이 실릴 리 없었고, 바큘로서도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 되었다.
발록이 도망을 계획한다면 상황이 좀 어렵게 될 수는 있지만 그러지 않을 것을 알기에 로칸은 천천히, 진중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바큘이 다시 한번 힘을 폭사하는 타이밍에 맞춰, 그 역시 몸을 날렸다.
“부서져라!”
파괴의 신성을 담아 정면에서 발록과 부딪혀 갔다.
파츠츠츠츠츳!
2대1의 힘이다.
반신 둘의 힘이 동시에 한 지점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투신의 이름은 허명이 아니었다.
놈은 자신의 고유 신성을 일으켜 둘의 힘에 동시에 저항했다.
상대가 강할수록 자신 또한 강해지는 투신의 권능이 신성의 차이를 단숨에 좁혀 버렸다.
‘이대로는 못 이겨.’
아무리 큰 신성을 사용해도 상대는 딱 그만큼의 힘으로 받아친다.
애초에 신성으로 찍어 누르려는 바큘의 전략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뭔가를 시도해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전투 경험과 센스라면 로칸 자신과 비등하거나 오히려 우위에 있는 발록이었으니, 뭔가 허를 찌르는 수를 쓰지 않으면 영영 싸움이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아닛?”
그 순간, 로칸이 배틀 액스에 밀어 넣던 자신의 신성을 회수해 버렸다.
양측 모두 전력을 다하던 터라 한순간 힘의 조절이 삐끗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대응에 성공한 것은 발록의 쪽이었다.
더 막강한 신성을 실어 힘을 일어내는가 싶더니, 자신의 난폭한 신성을 더욱 밀어 넣어 바큘과 로칸의 몸을 난자해 버렸다.
“크아아악!”
온몸을 저며 오는 날카로운 신성의 기운에 바큘이 비명을 질렀다.
그럴수록 정신이 흐트러지고, 신성을 컨트롤하는 힘은 약해져 더 큰 고통이 엄습해 올 뿐이다.
그것은 로칸 역시 마찬가지.
이를 악물고 버텨 보지만 피부와 살점을 하나하나 벗겨 내는 듯한 고통에 전신이 불에 지진 듯 화끈해졌다.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크하핫! 나의 승리……!”
발록은 승리를, 바큘은 패배를 직감하는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로칸의 배틀 액스가 자루까지 발록의 심장에 틀어박힌 것이다.
“어, 어떻게……?”
발록의 눈빛이 허망해졌다.
어떻게 자신의 신성을 맨몸으로 버텨 냈단 말인가!
분명히 자신의 신성이 둘을 모두 밀어내고 전신을 난자했을 텐데.
“흐으으으!”
그러나 로칸은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 웃어 보일 뿐이었다.
불사의 신성.
놈은 맨몸이라고 생각했지만 로칸은 신성을 단단히 두르고 있는 상태였다.
파괴의 신성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신성의 성질을 바꾸고 제 몸을 보호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아부은 것이다.
덕분에 힘의 전환이 늦은 바큘이 크게 상처 입기는 했지만, 로칸의 연약한 신성으로 멀쩡히 버텨 내기에는 발록의 신성이 생각 이상으로 거칠고 난폭했지만, 어쨌든 죽지 않고 버텨 내는 것에는 성공한 것이다.
그렇게 발록이 승리를 확신하는 순간, 다시 한번 신성의 속성이 바뀌었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신성만을 남겨 둔 채, 모든 신성이 파괴의 신성으로 바뀌어 놈의 심장을 꿰뚫었다.
단순한 베기일 따름이지만 모든 것을 파괴하는 신성의 기운이 심장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크, 크하하, 크하하하! 꼴 좋구나 발록!”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바큘이 광소를 터트렸다.
그 역시 몸이 성치 않은 상태였지만 다리를 부들거리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이번만큼은, 발록의 신성만큼은 반드시 자신이 취해야 했으니까.
로칸의 기지에 환호하면서도 탐욕의 빛을 잔뜩 드러내며 절뚝절뚝 죽어 가는 발록에게로 다가갔다.
푸확!
그사이 로칸은 놈의 심장에서 배틀 액스를 뽑았다.
그것을 지팡이 삼아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어떻게든 처치하기는 했지만 그 역시 정상적인 몸 상태는 아니었으니까.
심장을 파괴하며 흘러 들어온 신성의 일부를 통해 조금 몸을 회복해 바큘보다는 나은 상황이었지만 말이다.
“후우, 후우.”
로칸은 잠시 숨을 고르다가 몸을 돌렸다.
배틀 액스를 지팡이 삼아 바큘을 부축하기 위해 다가갔다.
“필요 없다!”
마지막 자존심이라는 것일까?
자신이 하지 못한 발록 사냥에 성공한 로칸의 부축을 바큘이 뿌리쳤다.
비틀거리면서도 팔을 휘둘러 로칸의 손을 쳐 내려 들었다.
덥썩!
그러나 로칸은 왼손으로 놈의 어깨를 단단히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난 필요한데.”
“……!”
“초극.”
그리고 바큘의 심장을 꿰뚫었다.
놈이 가진 생명력도, 신성도, 죄악까지도 모조리 빨아들이고 흩어 버렸다.
“비, 빌어먹을 천족 놈드을!”
천족의 배신. 어쩌면 처음부터 설계된 파멸의 계획.
바큘은 죽어 가는 그 순간까지도 그렇게 믿었다.
그 간악하기 짝이 없는 천족 놈들이, 라푸제가 애초부터 자신을 처리할 생각으로 전쟁을 부추기고 일을 꾸민 것이라고.
사실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천족만큼이나 음흉하기 짝이 없는 마족의 대공인 그가 그 정도로 생각지 못했을까.
그렇기에 로칸을 선봉으로 돌리며 자신에게서 떨어뜨려 놓았던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로칸이 슈발츠의 신성을 흡수하면서 마음이 조급해 진 것이 화근이었다.
어쩌면 배신은 가장 마지막, 마지막 대공을 상대할 때 일어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 것이 문제였는지도 몰랐다.
투신 발록의 전투력이 생각 이상으로 막강했던 탓에 알아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알면서도 당했다는 사실이 그를 편하게 눈 감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게 바큘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사망했다.
[세계 : 투쟁의 장을 인수하시겠습니까?] [세계 : 탐욕의 보석함을 인수하시겠습니까?]그리고 로칸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