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31)
# 431
칠대죄악 (2)
-저를 해치지 마세요!
-함께 행복해져요!
-하악, 전 이미 당신의 것이에요!
다음 공격도, 그다음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로칸은 마지막 순간마다 번번이 방향을 틀었고, 릴리스의 몸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
“그러지 말고 우리 함께해요. 원한다면 제가 당신을 마계의 왕으로 만들어 드릴게요.”
살포시 웃으며 유혹하는 릴리스의 모습이 마음을 흔들었지만 놈에게 넘어가는 일은 없었다.
그 웃음이 마치 자신을 향한 비웃음 같다 느낀 것이다.
살랑살랑 나풀거리는 릴리스의 홑겹 옷이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지만 로칸은 배와 다리에 힘을 빡 주고 일어섰다.
거친 분노를 일으켰다.
“크허허허헝!”
광기의 외침이 도시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 속에 도사린 광기에 화들짝 놀란 이들이 난교를 멈추고 고개를 돌릴 정도.
릴리스마저 깜짝 놀란 표정이 되었지만 곧 고양이 같은 눈으로 생긋 웃었다.
로칸을 유혹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투지의 발걸음.”
그사이 로칸은 다시 한번 놈에게 달려들었다.
배틀 액스를 크게 휘두르며 릴리스의 머리통을 쪼개려 들었다.
-오빠, 때릴 거야?
푸욱!
심령의 언어가 뇌리에 스치는 그 순간, 로칸의 왼손이 바삐 움직였다.
단검으로 제 허벅지를 찌르고 아득해지는 정신을 바로잡았다.
피의 집중!
버서크의 과격한 상태 이상 회복 기술이 발휘되며 정신과 몸의 통제권을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응, 때릴 거야!”
파괴의 신성을 담은 일격이 처음으로 릴리스의 코앞까지 짓쳐 들었다.
“꺄악!”
그 와중에 색욕의 권능을 사용하며 배틀 액스를 피해 내는 릴리스.
그러나 이번 공격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아슬아슬하게 피해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폭렬.”
그리고 애초부터 로칸의 목표는 릴리스가 아니었다.
단지 그녀를 자신의 공격 범위 안에 가두는 것!
심령을 통한 정신 조작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고 판단한 로칸의 한 수였다.
콰과과과과광!
파괴의 권능이 깃든 신성의 폭발이 주변을 집어삼켰다.
릴리스는 물론 다시 쾌락에 빠져 가던 이들까지 몽땅.
순식간에 공간이 터져 나가고 그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이 파괴되었다. 건물과 인원들까지 몽땅.
“저의 호의와 연정을 이런 식으로 돌려주시다니, 정말 슬프군요.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 건가요?”
그 안에서 살아남은 것은 금방이라도 닭똥 같은 눈물을 똑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짓는 릴리스뿐이었다.
그녀 역시 넝마가 되어 더욱 아슬아슬해진 옷자락을 부여잡고 위태롭게 서 있었지만 로칸은 그조차 기만이오, 유혹의 몸짓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까고 있네. 생각을 해 봐라. 현실적으로 너 같은 미인이 나한테 옷 벗고 매달릴 리가 없잖아.”
어쩐지 슬픈 말이었지만 로칸은 그 슬픔마저 파괴 욕구로 승화시켰다.
전생에도 이런 식으로 자신을 유혹하던 여성 유저들이 얼마나 많았나.
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호구라는 별명과 손가락질 그리고 배신뿐이었다.
하물며 그들과 비교도 되지 않는 미인인 릴리스가 자신을 연모한다?
이건 대놓고 사기를 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지 않나?
그 분노가 파괴의 힘을 부추겼다.
다시 한번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초극!”
마음을 뒤흔드는 목소리가 여전했지만 또 한 번 허벅지를 찌르며 이겨 냈다.
아예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초극의 힘까지 이끌어 냈다.
쿠와아아아.
릴리스는 급히 자신의 신성을 끌어내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로칸의 신성은 철저히 파괴와 폭력에 맞추어진 것이었고 그 속에는 신성뿐 아니라 공허의 힘마저 녹아 있었으니까.
“키야아아아악!”
새된 비명 소리와 함께 릴리스의 몸이 블랙홀 같은 힘에 빨려 들었다.
그 어떤 이동 기술도, 신성의 발현마저도 잡아먹는 강력한 인력(引力)에 저항하지 못하고 절반이 빨려 들어가 버렸다.
“허억, 허억.”
그리고 그 결과, 릴리스의 육체 절반이 사라져 버렸다.
‘미친.’
하반신이 사라진 몰골임에도 놈의 색기는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다.
당장 달려가 끌어안고 싶은 생각은 여전히 뇌를 자극했다.
“살려 주세요.”
포기한 것일까, 마지막 반전을 노리는 것일까.
릴리스가 색욕의 신성을 듬뿍 담아 로칸을 포섭하려 들었다.
제 품에 안고 마음대로 주무르며 자신을 파괴한 신성을 다른 곳으로 향하게 만들려 들었다.
“안 통한다니까!”
그 간질간질한 신성에 로칸이 짜증스레 힘을 일으켰다.
노리는 것은 릴리스가 아닌 그 옆의 땅.
애초에 타깃이 다르니 공격이 실패해도 소용없다.
듬뿍 담아 낸 파괴의 신성이 타격한 공간과 함께 일대를 집어삼켰다.
그마저도 불굴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지만 마음의 벽을 단단히 세운 로칸은 마침내 릴리스를 도륙하고 욕망을 자극하는 매혹의 힘을 소멸시키는 데 성공했다.
[세계 : 주지육림을 인수하시겠습니까?]“아니!”
그 세계에는 릴리스만큼은 아니지만 아리따운 미녀와 아우라가 비치는 미남이 즐비했다.
그들이 엉키고 어울려서 마음껏 쾌락을 누리고 있었다.
그 세계를 인수한다면 그녀들을 마음껏 주무르고 지켜 볼 수 있기에 유혹이 강렬했지만 로칸은 인수를 거부했다.
그 세계를 부수고 신성으로 바꾸어 흡수했다.
그 즐비한 미남들을 보고 있자니 왠지 자괴감이 들었으니까.
“빌어먹을, 끝까지 열 받게 만드는군.”
그 슬픔이 신성으로 승화되어 그의 몸에 깃들었다.
[폭력의 왕 로칸][Lv 491]릴리스의 고유 권능이자 칠대죄악의 힘 중 하나인 색욕의 신성은 생각보다 작았다.
아무래도 특수 능력에 의존하다 보니 세계 자체의 신성은 다른 대공들에 비해 크지 않은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둘뿐.
그리고 고맙게도 놈들은 아직 로칸과 이불리안의 군세에 대항할 힘을 일으키고 있지 않았다.
“정말 처치한 건가……?”
뒤늦게 찾아온 이불리안이 경악에 가까운 빛을 띠었지만 로칸은 짜증스레 대꾸하며 전후 처리를 서둘렀다.
릴리스가 소멸하며 그녀가 뿌려 놓은 색욕의 기운이 사라졌기 때문에 혼란과 공포, 도주가 이어지는 세력 수습에 박차를 가해 남은 전력의 약 70%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미 이곳까지 밀고 들어오는 동안 불나방처럼 덤벼든 놈들을 처리한 까닭에 많은 힘을 상실한 상태였지만, 그 정도면 소모한 병력의 양과 질을 얼추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은 노스토칸이다.”
“노스토간이라고? 그는 제일 마지막에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나? 그의 성향을 보자면 코앞에서 전쟁이 벌어져도 개입할 것 같지 않은데, 차라리…….”
“그렇기에 놈을 먼저 치는 것이다. 캬루파도 성향이 의외로 놈과 비슷해. 먼저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우리를 치러 오지 않을 거다. 그리고 지금 상태로 캬루파를 먼저 건드리는 건 위험해. 이러니저러니 해도 놈은 확실히 강하니까.”
“흐음…….”
로칸의 결정에 이불리안이 반대를 했다가 다시 생각에 잠겼다.
남은 대공은 단둘뿐이었고 그들이 가진 죄악의 힘은 각각 나태와 분노였으니까.
그것이 두 대공이 인접해 있음에도 크게 반목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나태의 노스토칸은 전쟁이고 뭐고 모두 다 귀찮아 하는 타입이었고, 분노의 캬루파는 자신을 건드리거나 심기에 거슬릴 경우 폭발할 뿐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제자리를 지키는 인물이니까.
제 스스로도 제어가 안 될 만큼 분노로 인해 폭주할 때가 많아서 억지로 제약을 걸어 두는 것이다.
‘그 말은 분노의 힘을 제대로 써먹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지.’
그렇기에 일견 로칸의 주장은 틀린 것처럼 보였다.
만약 제 영지와 인접한 곳에서 난리를 피우는, 또 다른 대공들을 차례로 사냥하고 결국 자신을 노릴 것이 뻔한 둘의 군세가 바로 옆인 노스토칸의 영지까지 침범했는데 위기를 느끼지 않을까?
과연 그가 분노를 하지 않고 참을 수 있을까?
간단한 질문만 던져 보아도 부정적인 답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분노의 캬루파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불리안과 로칸 모두 아직 신성을 더 키워야 하는 것이다.
490레벨을 넘길 만큼 막대한 신성을 손에 넣었다고는 하지만 상대는 그 투신 발록과도 비견되던 존재였다.
다소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노스토칸의 신성을 취한 뒤 놈과 일전을 벌이는 것이 더 확실히 끝을 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제 영지에조차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노스토칸이지만 그 신성만큼은 진짜였으니까.
“가자, 끝장을 보러.”
때문에 마지막은 속전속결. 시간 단축이 생명이었다.
혹시나 개입할지 모르는 분노의 캬루파가 끼어들기 전에 노스토칸을 처리하는 것.
마음이 조급해진 로칸과 이불리안이 서둘러 병력을 움직였다.
모든 힘을 다해 노스토칸의 영토로 침공을 시작했다.
“……설마 함정인가? 우리를 끌어들이려는?”
“그런 귀찮은 짓을 할 리 없지.”
그리고 그야말로 순식간에 십여 개나 되는 거점을 휩쓸어 버렸다.
이렇게 되자 허무해진 이불리안이 불안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아무리 나태의 힘을 사용하는 노스토칸이 주인이라지만 마계 대공의 영토인데 이렇게 쉽게 뚫려도 되는 건가?
물론 다섯 대공의 영토를 집어삼키고, 그 병력까지 한 곳에 집중시킨 만큼 뚫리는 것은 당연했지만 그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이래서야 분노의 캬루파가 아니라 자신마저도 대응하기 힘들 정도였다.
“릴리스도 비슷했고.”
하지만 로칸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처럼 나태하고 방만한 대응을 하는 이면에는 언제든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유와 상태는 조금 다르지만 릴리스의 영지 또한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던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여겼다.
그들이 집중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마계 대공이자 칠대죄악 중 하나인 나태의 주인, 노스토칸.
그를 앞에 두고 로칸은 다시 한번 모두에게 권능을 뿌렸다.
색욕의 힘을 마주해 보았기에 이것으로도 전투 의지마저 상실하게 만드는 나태의 힘에 저항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웠지만, 이 고비만 넘긴다면 오히려 분노의 신성은 상대하기 쉬운 편이었다.
힘과 힘의 대결이라면 속편하게 치고받으면 그만이니까.
[피로의 저주에 노출되셨습니다.]그리고 놈의 본진에 가까워졌을 때, 노스토칸이 몸을 일으키는 것을 느꼈다.
극심한 피로에 병력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고 심지어 자신마저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준비해라. 까딱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으니까.”
춘곤증처럼 은근하게 다가오는 신성의 기운에 로칸이 경고를 날렸다.
폭력의 왕과 절대자의 힘을 끌어올리며 놈의 신성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모두 원거리 공격을 퍼부어라!”
그리고 이번에는 전략을 바꾸었다.
당초에는 나태의 힘에 저항할 만한 반신들을 모아 정예들로 습격을 할 생각이었지만, 색욕의 힘을 견식해 보았기에 원거리에서 공격을 때려 붓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 지시에 수십만의 병력이 넓게 펼쳐졌다.
노스토칸이 있는 도시를 향해 전방위 공격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저건……!”
그 순간, 도시에서 노란 빛이 뿜어졌다.
나태의 힘을 담은 신성이 도시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가 싶더니 날아드는 투사체와 마나, 신성을 뒤덮었다.
푸쉬쉬쉭.
그러자 투사체의 힘이 약해졌다.
의지를 지닌 존재도 아니건만 나태의 저주에 휩싸여 제 역할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부스럭.
약화될 대로 약화된 포격들은 결국 도시의 성벽을 무너뜨리기는커녕 간지럽히듯 살랑거리다가 사라져 버렸다.
이것이 나태의 힘.
이래서야 원거리 포격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어쩌면 색욕의 힘보다도 더 까다로울 수 있겠다 생각하며 로칸이 도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