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38)
# 438
타락과 공허 (2)
욕망의 나침반에 의지한 로칸과 카이를 쉴 새 없이 천상을 날아다녔다.
이미 목표를 이루었는지 아직 찾아다니는 중인지, 그도 아니면 숨어 다니는 중인지 모를 이름을 잃은 ???들을 십여 마리나 찾아 격살하고 그들의 신성을 취했다.
레벨이 444 밖에 되지 않아 흡수하는 신성의 양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 몬스터들까지 사냥하자 그럭저럭 티가 날 정도의 신성은 흡수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러는 동안에도 지상과 천상, 3개의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신성을 공급받고 있으니, 이대로면 가만히만 있어도 언젠가 신위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제기랄, 시작됐나.”
그러기를 한참, 로칸은 수시로 가동하던 정보망을 통해 한 가지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바로 타락한 반신들의 등장.
천계와 중립지대를 중심으로 타락한 반신들이 등장하고,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수가 무려 열이 넘었고, 그로 인해 천상이 엉망으로 변해 가는 중이었다.
그나마 마계는 미리 파악하고, 주변을 정리해 둔 덕에 피해가 없었지만 다른 지역은 다르다.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바뀌어 버린 주인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타락한 반신들이 부하들과 다른 반신들을 사냥하면서 더 큰 힘을 얻어 가고 있었다.
유저들 쪽에서도 난리가 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로칸이 천상의 확장된 맵을 발견한 이후, 서서히 개척로가 열리기 시작한 터였다.
이제 천상 초기 지역에 위치한 천계와 마계를 벗어나 환마계며 정령계, 유명계, 혹은 자유 도시 등에서 활동하는 유저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제일 먼저 된서리를 맞았다.
아무래도 ???들이 탈주한 곳이 천상의 배꼽이라 할 수 있는 중앙 지역이다 보니, 초기 지역보다 확장된 맵의 반신들이 먼저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들에게 몸을 의탁했거나 협약을 통해 서포트를 받던 길드들이 거의 궤멸 직전까지 갔다.
“응? 이걸 잡았다고?”
물론 마냥 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중 일부는 반신을 사냥하는 데 성공하며 그들의 영토를 홀랑 집어삼킨 이들도 있었다.
그래 봤자 로칸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고 반신이 아닌 그랜드 마스터 급의 타락자를 사냥한 경우도 있지만, 유저들의 저력을 보여 주며 상황을 반전시킨 이들도 분명 있는 것이다.
“흠, 괜찮은 건가?”
덕분에 조금은 수고를 덜은 로칸이지만 마냥 달가울 수는 없었다.
자신이야 타이틀 공허를 품은 자를 가지고 있으니 문제 없다지만 다른 유저들에게 타락이, 공허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 로칸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다.
설마하니 유저의 정신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뭔가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생길 텐데, 상대가 유저이다 보니 그들을 잡아 족치는 것도 어려웠다.
죽여 봤자 부활할 테니까.
그렇다고 한 번 죽으면 사라지는 그런 식의 힘도 아닐 테고 말이다.
“골치 아프군.”
머리가 지끈거렸다.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기로 마음먹었다.
남은 이름을 잃은 ??들부터 정리하고,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는 그때 생각할 수밖에.
핑그르르르.
로칸은 즉시 욕망의 나침반을 발동시키며 잔당들을 처리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
[불안정한 신성 추적][퀘스트]불안정한 신성을 지닌 ???들을 추적하여 처리하라.
???가 지닌 기운은 세상에 혼돈을 불러올 것이다.
성공 조건 : ???의 격살 78 / 108
성공 보상 : 대량의 신성, 변형된 신성에 대한 이해, 신성 저항력
실패 조건 : ???에 의한 혼돈 증식
실패 페널티 : 혼돈 시대의 개막
전력을 다해 추격과 격살을 반복한 결과, 이제 남은 ???의 숫자는 30마리에 불과했다.
물론 그중 로칸이 직접 처리한 숫자는 절반도 되지 않았고 이 정도면 어떤 반신이든 타락시킬 수 있는 숫자였기에, 불안함이 가시지는 않았지만 이 숫자라도 완전히 채워 두어야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다.
‘혼돈 시대는 이미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그러는 사이 타락한 반신들의 횡포는 더욱 거세졌다.
마계의 경우 로칸의 명에 따라 타락자들과 일체의 대립도 하고 있지 않았지만, 다른 곳들의 경우 타락자의 신성을 흡수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지 못하기에 서로를 죽고 죽이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일단 놔두기만 해도 어느 정도 해결은 되겠지.’
그러나 로칸은 개입하지 않았다.
유저나 다른 반신들에게 어떠한 경고도 하지 않았고, 그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상대를 죽이고 그 신성을 흡수할 경우, 약탈이나 탐욕의 신성 따위를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상당 부분이 유실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타락의 힘도 작아질 테고, 그것이 반복되면 굳이 타락으로 빠지지 않을 만큼의 수준이 되겠지.
그리하여 타락의 힘이 자연 소멸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안에 타락의 힘이 계속해서 전염되어 세상을 뒤덮어 버린다면 문제겠으나 반신 이하의 타락한 몬스터들은 유저들이 잘 막아 주고 있었고, 다행히도 아직 유저들 중에 타락의 힘으로 어떻게 된 자들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퀘스트 보상도 그렇게까지 매력적인 건 아니야.’
퀘스트를 완료할 경우 제법 특별한 능력을 얻을 수 있을 것도 같지만 사실 보상을 얻지 못해도 상관없다.
이미 신성이야 충분할 정도로 가지고 있었고, 혼돈 시대든 뭐든 오고 나서 타락자들을 사냥해도 꽤 많은 신성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신성 저항력? 변형된 신성에 대한 이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이 또한 문제 될 것은 없다.
이미 타락과 공허에 대한 저항력을 가진 로칸이고, 일반 신성은 같은 신성으로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으니까.
변형된 신성이라는 것이 궁금하긴 하지만 그 궁금증도 결국 어떤 식으로든 해소가 되지 않겠나?
때문에 로칸은 너무 조급해하지 않도록 마인드컨트롤을 계속했다.
“가자, 카이!”
일단은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욕망의 나침반을 끊임없이 발동시키며 놈들의 행방을 추적했다.
“저쪽이다!”
“잡아!”
“도망치지 못하게 해라!”
몇 번이나 그 추격전이 계속되었을까.
새로운 적을 찾아 이동을 완료한 로칸은 욕망의 나침반이 빙글거리는 곳에서 일단의 무리를 마주했다.
“저놈들은…….”
로칸도 본 적이 있는 놈들이다.
소위 사도라 불리는 이들.
반신이 아닌 신위를 얻은 신들을 모시며 그들의 신성 일부를 부여받고, 그들의 무를 대행하며 세상에 모시는 신의 존재를 알리는 자들.
그들이 쫓는 것은 다름 아닌 이름을 잃은 ??이었다.
“뭘 하려는 거지?”
사실 물어볼 것도 없다. 사냥을 하려는 것이겠지.
타락의 힘을 품고 있다지만 기본적으로 놈들의 레벨은 444이다.
그런 주제에 능력치와 전투 감각만 뛰어날 뿐, 이렇다 할 마스터 스킬이나 창조 스킬이 있는 것도 아니니 유저들의 입장에서 보기엔 이보다 훌륭한 사냥감도 드물었다.
레벨은 높고, 스킬만 잘 활용한다면 동급의 몬스터들보다 사냥하기도 쉽고.
하지만 이상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경험치 덩어리라는 측면에서는 훌륭하지만 놈은 아이템을 드롭하지 않는다.
또한 경험치가 동급의 몬스터들보다 압도적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굳이, 놈들을 찾아 죽일 이유가 있을까?
사냥 중에 나타난다면 모를까 굳이 이처럼 패거리를 지어서 사냥을 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더구나 그들의 국적과 길드는 모두 달랐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일시적으로 모인 파티라는 뜻.
로칸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당장 뛰어내려 놈을 도륙하는 대신 그들이 하는 양을 가만 지켜보았다.
“강철화!”
콰앙!
도주하려던 이름을 잃은 ??의 진로가 가로막혔다.
독사 같은 손톱을 휘둘렀지만 엑스자로 팔을 교차시킨 강철의 신의 사도를 뚫어 낼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몸을 날려 놈을 피해 가려 하지만 이미 사방이 가로막힌 상태였다.
놈들 둘러싼 사도들은 각자의 신성을 담은 스킬들을 마구 난사했고 녀석은 새된 비명을 지르다 넝마가 되어 쓰러졌다.
“크르르륵.”
그럼에도 독기는 잃지 않았다.
이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대신 그 빈틈을 살기와 독기로 가득 채운 듯, 다가오는 자는 모조리 물어뜯어 버리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그냥 뒈져라 좀!”
하지만 사도들 역시 말랑말랑한 상대는 아니었다.
놈의 레벨이 레벨인 만큼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고 공격을 꽂아 넣었다.
‘……어?’
그렇게 놈이 완전히 침묵했을 때, 로칸은 볼 수 있었다.
요사스러운 보랏빛의 기운이 그들의 몸에 스며드는 것을.
그것은 놈이 가진 이질적인 신성이었다.
“아아아아……!”
그리고 그것은 로칸에게만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4인의 사도들에게 나뉘어 흡수된 신성의 존재는 그들 역시 알고 있었다.
오히려 그것을 만끽하며 약이라도 빤 것처럼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야?”
사도라는 작자들이 타락의 힘을 취한다?
그것도 의도적으로?
로칸은 어쩌면 괜찮은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타락의 힘이라는 것이 무언가.
오로지 파멸을 향해 달려가게 만드는 기생충과 같은 힘이 아니던가?
부가적으로 강력한 힘을 부여하기는 하지만 그 본질적인 속성은 정신 지배에서 온다.
하지만 유저에게는?
예전 지상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수행할 때 만났던 타락자들.
팀 라그나로크의 사례만 보아도 그렇다.
그들이 정신에 영향을 받았던가?
아니다. 퀘스트에 따라 타락한 타이탄을 부활시키고 세상을 파멸시킬 계획을 획책하기는 했지만, 그들 자체가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들 역시 비슷한 상황인 것은 아닐까?
신의 힘은 신의 힘대로, 타락의 힘은 타락의 힘대로 취한다면, 유저들의 입장에서 이것이 꽤 매력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가 없을 리 없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힘이 공짜일 리 없다.
타락의 힘을 자꾸 취하다 보면 분명 어딘가 삐끗하는 부분이 생길 터였다.
스스로 신성을 가진 반신들조차 그럴 진데 남의 신성을 빌어 쓰는 사도 따위가 멀쩡할 리 없지.
만약 지금 괜찮다고 느낀다면 그건 아마 인지하지 못했거나, 신성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그랜드 마스터이기 때문일 터였다.
“엇, 로칸이다!”
그때 누군가 로칸을 발견했다.
로칸도 카이도 워낙 유명했기에 몰라보는 것이 더 이상했다.
더구나 그들은 모두 로칸에게 한 번 이상씩 죽어 본 자들이니까.
몇은 보는 것만으로도 움찔 몸을 떨었고 또 몇은 전의를 불태웠다.
‘이것 봐라?’
하지만 로칸은 팔짱을 풀지 않은 채 가만히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감히 자신에게 전의를 드러내?
로칸은 어이가 없었지만 조금 더 지켜보았다.
이빨을 드러낸다면 쳐부수면 그만이니까.
이빨은커녕 다시는 자신을 바라보며 짖을 수도 없도록 말이다.
“쫄지 마!”
“하지만…….”
“다른 놈들에게 확인해 봤잖아. 이건 마제스티 마스터도 못 막는다고!”
그리고 잠시 후, 놈들은 전투 대형을 이루었다.
열 명이서 덤빌 때도 어찌하지 못했는데 그때보다 압도적으로 강해진 로칸을 고작 넷이서 상대하겠다고?
로칸은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
대체 저건 어디서 비롯된 자신감일까.
팔짱을 풀고 광풍의 날개를 펼쳐 가만히 지상으로 내려앉는 로칸을 향해 네 사도의 신성이 제각각 뿜어지기 시작했다.
“흠.”
로칸은 그들의 신성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정확히는 그들의 신성에 섞인 타락의 기운에게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