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42)
442 타모스의 부활 (2)
파괴의 신성에도 더욱 힘이 실렸다.
이질적인 신성, 즉 타락의 힘이 저항하긴 했지만 아주 약간 거슬리는 정도일 뿐이다.
로칸이 배틀 액스를 휘두를 때마다 가닥가닥 힘이 끊어졌고 타모스는 갑작스레 깨어진 힘의 균형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 개 같은 잡종 놈이!
그리고 마침내 알아차렸다.
로칸에게 깃든 또 다른 신성의 권능을.
분개했다.
동시대의 인물은 아니지만 학살의 신이 자신의 종족에게 한 짓은 그 역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고작 인간과 타이탄의 혼혈 따위가 최강이자 완벽한 종족인 타이탄들을 학살하고 농락하다니!
종족우월주의가 그 누구보다 강한 타모스로서는 인정할 수 없었다.
언젠가 붙어 보고자 마음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자신의 상태가 온전치 않았으니까.
그렇게 자위하며 한 가지 수작을 부렸다.
콰과과과과광!
“이 새끼가!”
거대한 힘의 폭발. 로칸의 시야와 감각을 가리는 그 일격을 내뻗은 후,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다.
그처럼 호전적인 자가 설마하니 도주를 택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터라 로칸도 순간적으로 벙찐 표정을 지었다.
“탐욕의 나침반, 사용! 타모스를 찾아라!”
핑그르르르.
“……?”
나침반의 바늘이 회전했다.
그러나 어느 한 지점에 멈추어 서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잠시 당황해하는 사이, 돌연 나침반의 회전을 멈추었다.
어느 한 방향을 가리켰다.
“설마 공허의 문을 연 건가?”
탐욕의 나침반이 이런 반응을 보인 이유가 무엇일까.
로칸은 자신도 이용해 보았던 어떤 길을 떠올렸다.
공허의 문.
그것을 열고 그 안에서 이동한다면 천상의 전혀 다른 지점으로 순간 이동을 할 수 있지 않던가?
그러기 위해서는 차원을 찢고 공허를 견뎌야만 하지만 문만 열 수 있다면 이미 공허의 존재인 타모스에게는 별다른 제약이 되지 않을 터였다.
대신 억지로 차원을 찢어 내기 위해 상당한 신성을 소모해야 했겠지.
지금이 기회였다.
로칸은 얼른 카이를 소환해 올라타고 놈이 있는 방향을 향해 속도를 높였다.
***
-빌어먹을! 위대한 피를 잇고도 그깟 하등 종족에게 붙어먹다니!
콰과과광!
타모스가 분노할 때마다 사방이 터져 나갔다.
숲이, 땅이, 대기가 타락에 물들고 그 생명력을 잃어버렸다.
고작 인간 반신과 그를 돕는 잡종에게 패배 공허로 숨어들다니, 파멸의 신이라 불리는 타모스의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분노를 지금 세상에 풀어놓고 있었다.
끼에엑! 우두둑!
반항하며 덤벼드는 차원 괴조의 목을 비틀고 놈들의 신성과 마나를 꿀떡 삼켰다.
고작해야 한 입 거리에 불과한, 신성에 대한 갈증과 허기를 달랠 수조차 없는 약해 빠진 놈들에 불과했지만 신성과 마나보다는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공허의 문.
조금 전 도망칠 때는 어쩔 수 없이 대량의 신성을 퍼부어야 했지만 놈들이 가진 차원력을 이용한다면, 소량의 신성으로도 공허의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차원 괴조를 사냥하고 몸을 추스르며 준비를 마쳤을 때, 타모스가 다시금 힘을 일으켰다.
-먹어라, 삼켜라, 죽여라! 세상을 파멸시켜라!
스츠츠츠츳.
공허의 문이 열렸다.
탐욕에 젖어 혀를 날름거리는 소리와 함께 공허충들이 가장 먼저 세상에 발을 디뎠다.
뒤이어 다른 공허의 존재들도 천상을 물들였다.
초록빛이던 숲이 제 색을 잃어 갔다.
생기를 빼앗겨 흑백사진처럼 변하기도 했고, 공허에 물들어 요사스런 보랏빛을 내기도 했다.
그 안에 있던 모든 동물과 몬스터들이 잡아 먹히거나 공허에 물들었다.
전염병처럼 번져 나가며 하나의 진영을 구축했다.
***
“젠장, 또 튀었나?”
타모스를 쫓던 로칸이 짜증스레 소리를 질렀다.
탐욕의 나침반이 다시 방향을 잃더니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추적을 알아차린 것인지 자신이 도착하기 전, 놈이 먼저 도망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기수를 돌리긴 했지만 탐욕의 나침반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방향뿐이다.
얼마나 멀리 도망갔는지, 정확한 위치가 어디인지는 특정 할 수가 없었다.
무지개 전송기를 이용해 그 거리를 단축해 보기는 했지만 코인만 왕창 들었을 뿐, 놈이 이동하기 전 찾는 것은 무리였다.
“타고난 전사인 것처럼 굴더니 제 후손들만도 못하군.”
그것이 벌써 세 번째.
슬슬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안 좋은 소식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공허의 존재들의 출몰.
???으로 표기되던 타락한 반신들보다 강력한 기운을 가진 타락자들이 나타나 난동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세상에 혼란이 일어났다.
공허의 힘을 지닌 존재는 기본적으로 반신의 위에 올랐던 이들이니까.
어디까지 추락했는가에 따라 그랜드 마스터나 그보다 못한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동급의 다른 존재들보다 월등히 나은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더구나 그들이 발하는 타락의 힘과 그들이 품고 있는 타락의 신성은 그랜드 마스터 이상의 존재들에게 무척이나 위협이 되는 것이었다.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결국 제 세계조차 지키고 유지하지 못한 ‘반푼이’들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그들이 가진 파멸의 씨앗은 신성을 지닌 이들에게 치명적인 독과 같았다.
때문에 자신이 애써 일군 영지를 포기하고 도주하는 반신들도 있었고, 일단 즉시 영향을 받지는 않는 유저들에게 퀘스트를 내려 위기를 해결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나중에 유저들에게 이 타락이, 공허가 어떤 식으로 작용할 지는 모르지만 당장 반신들이 타락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유저들은 그것도 모르고 눈앞의 이익을 쫓아 공허의 존재들에 저항하고 있지만, 장차 그것이 어떤 일을 초래하게 될지는 로칸조차도 알지 못했다.
“어디일까, 어디…….”
사실 그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당장 시급한 것은 이 모든 일의 원흉인 타모스를 잡아 죽이는 것이니까.
때문에 계속해서 장소를 옮겨 다니며 공허를 전파하는 타모스의 경로를 예측하기에 이르렀다.
이대로 뒤를 쫓기만 하다가는 영영 놈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었고, 공허의 문을 통해 움직인다면 그 거리와 위치를 예측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 그가 가야 할 곳은 놈이 찾을 만한 장소여야 했다.
‘타이탄!’
그리고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놈이 계속해서 공허를 퍼트리고 다닐 수도 있지만, 최초로 도망친 곳에서 차원 괴조의 발톱을 다수 획득했다는 것은 알지만 그 수와 힘에는 한계가 있을 터였다.
어쩌면 이미 한계를 맞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놈이 무조건 방문할 만한 곳을 지키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로칸은 그곳을 타이탄 마을로 보았다.
물론 타이탄 마을이 한 곳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크고 알려진 곳은 딱 하나인 것이다.
광풍의 제단이 있는 곳.
로칸도 이미 몇 번이나 가 본 적 있는 그곳이었다.
“천상의 룬 북, 사용!”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다른 곳을 몇 곳이나 돌아서 이곳에 도착할지는 모르지만 결국 놈의 종착은 여기다.
종족우월주의에 뼛속까지 물들어 있는 놈이라면 반드시 타이탄들을 세뇌하여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들 것이라 판단했다.
이미 차원 괴조의 서식지에는 사람을 보내 놈이 등장하면 바로 알 수 있도록 해 두었으니, 이제는 이곳에서 잠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권능 : 불굴의 의지를 사용했습니다.] [권능 : 공허를 품은 자를 사용했습니다.]한발 먼저 타이탄 마을에 도착한 로칸은 아예 타이탄들에게 권능까지 사용해 두었다.
이들이 타모스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것을 알기에, 놈이 나타나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두 가지 권능을 동시에 입혀 놓은 것이다.
물론 놈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은 날때부터 이어져 온 전승과도 같은 것이라 이것으로 충분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타이탄들이 놈의 휘하로 들어가는 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츠즈즈즈즛.
듣는 것만으로 오싹한 독사 같은 소리와 함께 작은 문이 열렸다.
거인이 나오기에는 다소 비좁아 보이는 통로. 그 안에서 인간보다 조금 큰 어떤 존재가 튀어나왔다.
[위대한 종족의 기상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내가 왔다! 후손들이여, 너희들의 핏속에 흐르는 위대한 정신을 깨우거라!]심령을 뒤흔드는 외침.
놈은 놀랍게도 타모스였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
공허의 문을 몇 번이고 열면서 상당한 힘을 소진했는지 타이탄이라 부르기 어려울 만큼 덩치도 작아졌고, 느껴지는 신성의 크기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 존재만으로 타이탄들을 전율케 만들었다.
잊었던 공포를 떠올리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일찍일찍 좀 다녀라, 이 새끼야!”
하지만 놈을 맞이한 것은 머리를 땅에 박고 위대한 선조를 맞이하는 타이탄들이 아니었다.
그들을 감추고 홀로 마을에 도사리고 있던 로칸이었다.
한순간 일어난 파괴의 신성이 타모스의 머리를 찍어 갔다.
초극의 힘이 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작렬했다.
-이놈!
타모스도 마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공허를 그냥 이동 통로로만 이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안을 오가며 공허의 힘을 보충하고, 공허의 문을 열어 공허의 존재들을 세상에 풀어 놓으면서 그 주변에 있던 천상 존재들의 힘을 흡수했다.
타락은, 공허는 그저 상대를 오염시키는 힘이 아니라 대상의 이름을 빼앗는 힘이니까.
그리고 그 힘이 로칸의 일격에 저항했다.
“크윽!”
-뭣들 하느냐! 이 버러지를 내 앞에 무릎 꿇려라!
초극의 힘을 버텨 내었다.
어렵게, 어렵게 힘을 응축시켜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타모스의 상태도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한쪽 팔이 날아갔고, 몸을 튕겨져 절벽에 처박혔다.
입으로 공허를 토하면서도 발작적으로 동족을 불러 모았다.
그러나 그의 말에 따를 리는 만무하다.
이미 그들은 광풍에게 투신했고, 로칸의 권능까지 받아들여 놈의 지배력에서 벗어난 것이다.
-위대한 피마저 잊은 버러지들 같으니!
그 모습을 꿰뚫어 본 타모스가 발작했다.
타이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공허에서 돌아온 자신이건만, 후손들이 이처럼 나약하게 변해 있다니.
두 눈이 광기로 물들었다.
기대가 실망과 배신감으로 변하며 내부에서 폭발했다.
-캬아아아악!
“젠장!”
놈의 몸이 튀어 나갔다. 로칸이 아닌 어떤 곳을 향해서.
로칸이 황급히 몸을 날려 보지만 오직 속도에만 힘을 집중한 녀석을 따라잡기에는 무리였다.
“광풍!”
[권능 : 타이탄 학살자 효과를 받았습니다.] [대상은 타이탄이 아닙니다. 아무런 효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광풍이 재빨리 호응하며 권능을 다시 내려 주었지만 소용없다.
저번 전투에서는 놈을 타이탄으로 규정했던 시스템이 이번에는 놈을 타이탄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공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아니다. 로칸은 악귀처럼 변해 주먹을 휘두르는 놈을 보며 짐작 할 수 있었다.
놈이 스스로 타이탄임을 부정한 것이다.
저 자신을 규정짓던 틀을 벗어 버리고 그토록 ‘애정’하던 타이탄들을 쳐 죽이고 있었으니까.
우적!
아니, 포식하고 있었다.
나름의 신성을 발하며 저항하는 타이탄들을 일격에 쳐 죽이고 그 머리부터 발끝까지 씹어 삼키고 있었다.
그리하여 잃어버린 힘을 되찾고, 보다 강력한 존재로 거듭났다.
공허에 더욱 가깝게 탈각(脫殼)을 시도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