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45)
445 라푸제 (2)
로칸과 하멜이 이동한 곳은 다름 아닌 천계였다.
1급 천족 라푸제가 있는, 정령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사실 천신의 사도인 하멜이라면 진작 도착했어야 할 곳이지만, 어째서인지 천신이 딱히 그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로서도 처음 방문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하멜이 아닌 다른 유저들도 마찬가지.
천족 진영 유저든 뭐든 아직 천계에 도달한 이라고는 로칸밖에 없는 상태였기에, 천족들은 하멜의 방문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일단 그들이 이용해먹기 좋은 유저인데다 그들이 모시는 천신의 사도이기도 하니까.
덕분에 예상했던 대로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공허의 존재 처리][퀘스트]천계에 나타난 공허의 존재들을 처리하라.
성공 조건 : 천계에 나타난 공허의 존재 말살
성공 보상 : 천신의 보물, 대량의 경험치, 타이틀 명예 4급 천족
바로 공허의 존재를 처리하라는 퀘스트였다.
공허의 존재들이 똬리를 튼 것이 제법 되었음에도 아직까지 방치하고 있는 놈들이라면 제 손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이 같은 퀘스트를 발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로칸의 예상이 들어맞았다.
그들은 천신의 사도라는 지위와 신성 저항력을 이미 갖추고 있는 하멜에게 퀘스트를 내렸고, 보상도 그럴싸하게 맞췄다.
“딱 좋군.”
경험치나 타이틀은 사실 별것 없다.
4급 천족이라는 것은 비밀에 접근하지 못한 일반 천족 중 최고의 지위이긴 하지만, 사실 천신의 사도쯤 되면 기본적으로 그보다 더 위 급이라고 보아야 했으니까.
그럼에도 놈들은 고작 ‘명예’ 4급 천족의 지위를 가지고 흥정을 걸었다.
얼마나 하멜을 물로 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로칸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원하던 것이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바로 천신의 보물이 그것이다.
천신의 별빛 건틀렛처럼 신급의 장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천족들의 보물이라는 뜻이었고, 그것을 휙 하니 던져 주지는 않을 테니까.
‘1급 천족쯤은 나와 줘야지.’
저들의 생색을 내기 위해서라도 아마 1급 천족, 라푸제가 나와 직접 하사하는 모양새를 취할 터였다.
다른 천족들도 대동하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놈과 마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기회였다.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놈의 코앞까지 다가갈 수 있는.
때문에 로칸은 퀘스트를 받은 하멜에게 엄지를 세웠다.
“자, 그럼 가 볼까?”
그를 데리고 즉시 공허의 존재들이 터를 잡은 곳으로 이동했다.
“여기……입니까?”
천계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사이한 기운이 풍기는 곳. 천계에서도 마냥 변두리라고 할 수 없는 그곳에 도착한 하멜은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신성 저항력이 있다지만, 타모스가 열었던 좁은 공허의 문을 통해 나올 수 있는 존재들의 수준이 그렇게 높지만은 않다는 것은 알지만, 그들은 미지의 힘을 지닌 존재였고, 존재를 타락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런 놈들을 단신으로 말살시키라니.
아무리 천신의 가호가 있다 해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나마 로칸이 있으니 든든하긴 하지만 아직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알지 못하기에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
“제가 뭘 하면 되는 거죠?”
“일단……. 마음껏 날뛰어 봐.”
“……예?”
“네가 가진 능력을 전부 발휘해서 저것들과 싸워 보라고. 꼭 다 죽일 필요도 없고, 무리할 필요도 없어. 그냥 네 전투 스타일을 보아 두기 위함이니까.”
“으흠……. 알겠습니다.”
왜 굳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일까.
하멜은 의아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로칸이 고작 자신에게 수작을 부릴 이유가 없으니까.
게다가 천신 역시 별다른 지시가 없지 않은가?
이건 암묵적인 동의라고 보아도 좋을 터였다.
“후우, 갑니다.”
하멜이 힘을 발휘했다. 자신의 전투 방식을 선보였다.
“세계수의 힘!”
시작은 창조스킬이었다.
그가 소환한 것은 무려 세계수.
마치 샤로크가 뱀파이어의 고성을 소환했던 것처럼 하프엘프로서, 그 종족의 특성을 잊지 않고 세계수를 창조해 낸 것이다.
제법 오랜 시간 세계수에 붙어 있으며 파악한 세계수의 기운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며 오직 그에게만 힘을 전해 주는 한 사람을 위한 세계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쿠궁!
그와 함께 막대한 힘의 증폭이 일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미 공허에 물들어 버린 땅이지만 세계수는 그마저 정화하여 힘을 발했고, 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하멜은 두려움 없이 그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무한의 생명, 천신의 가호!”
더불어 강력한 버프가 그의 몸을 휘감았다.
다만 특이한 것은 모두 그의 생명력을 늘리고, 회복 속도를 증가시키며 방어력을 높여 주는 것이라는 점이다.
신성 좀비. 신성 바퀴벌레라 불리는 그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힘이었다.
하프엘프와 천신의 사도라는 두 가지 강점을 십분 발휘하여 녀석이 칼을 빼 들었다.
“응징!”
하지만 공격력이 마냥 약한 것만은 아니다.
자신보다 선 수치가 낮은 이에게 큰 타격을 주는 힘이 검에 깃들었고, 공허의 존재들을 베어 갔다.
비록 하이 마스터 급의, 로칸에게는 한 방 감도 안 되는 녀석들이지만, 그들을 자르고 분쇄하며 착실히 사냥을 이어 갔다.
‘나쁘지 않네.’
로칸은 그 모습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녀석의 습관, 전투 방식 그리고 스킬이 가지는 의미를 조각내듯 분해하고 분석했다.
“이제 됐다.”
그렇게 수십 마리를 처리했을 때, 하멜을 다시 불러들였다.
대충 감이 잡혔으니까.
아직 공허의 존재들은 수백 마리 이상 남아 있었지만 애초에 그들을 말살할 의도가 없었다.
“이제 정령계로 가 봐도 좋아. 다만, 내가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거기서 벗어나면 안 되고.”
“예? 아, 예.”
하멜은 어리둥절했지만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정령계에는 그동안 아무도 받지 않은 퀘스트들이 산적해 있었고 그것만 해결해내더라도 몇 개나 되는 업적을 달성할 수 있을 터였다.
타이틀을 얻고, 속성력을 얻고, 정령 친화도를 높여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겠지.
자신의 두 친구들이 그러하듯, 그 역시 수련과 퀘스트에 매진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생각이었다.
“그럼 저는 이만.”
그렇게 하멜이 정령계로 사라졌다.
남은 것은 오직 로칸 뿐.
그때까지 신성을 이용해 모습을 감추고 있던 로칸은 망설이지 않고 한 가지 스킬을 발동시켰다.
“폴리모프.”
하멜을 대신해 그의 얼굴과 이름을 대신 사용했다.
장비 또한 교체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늘 검을 사용하던 그가 갑자기 배틀 액스를, 그것도 로칸의 것으로 알려진 무기를 사용한다면 누구라도 의심하지 않겠나.
때문에 로칸은 익숙지 않은 검을 손에 쥐었다.
숙련도에서는 떨어지겠지만 이미 그의 공격력은 상대가 없을 만큼 압도적이었기에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강베기. 배쉬.”
푸확! 퍼엉!
극한이 다다른 육체 능력과 공격력이 부족한 숙련도를 충분히 메워 줬고, 로칸은 질긴 생명력을 이용해 적들을 분쇄해 나가는 하멜의 전투 방식을 흉내 내며 공허의 존재들을 하나씩 줄여 갔다.
‘보고 있나?’
공허의 존재들이 등장함에 따라 썰물 빠지듯 주변에서 우르르 몰려 나간 천족들 중 일부가 자신을, 정확히는 하멜을 감시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신성을 이용해 모양뿐이지만 세계수의 형상을 빚어 두고 하멜인 척 연기하며 착실하게 놈들을 사냥해 나갔다.
‘귀찮네.’
하지만 한 번에 쓸어버리는 것은 무리였다.
그것은 의심을 사기 쉬우니까.
하멜의 레벨은 고작해야 400을 조금 넘긴 수준이고, 반면 공허의 존재들 중에는 반신의 초입에 이른 놈도 있었으니 며칠에 걸쳐 차근히 수를 줄이고 놈들의 영역을 줄여 갔다.
그 과정에서 공허의 신성이 적지 않게 흡수되긴 했지만, 싹을 틔웠다는 지난 알림 이후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기에 일단은 가만 두었다.
언젠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그 때 해결할 일이다.
대신 자신의 세계에는 좀 더 공을 들였다.
‘슬슬 이쪽도 정리가 되어 가는 건가?’
로칸이 아낌없이 신성을 투자한 결과, 세계 : 명부마도에서는 천상 세계마저 점령하기 직전이었다.
폭력으로 점철된 역사를 밟아 온 인간들은 지배종족으로서 이종족들을 규합해 천상 세계를 침범했고, 무수한 실패가 있었지만 결국은 그들의 대다수를 굴복시킨 것이다.
1만 배나 되는 시간을 계속해서 가속한 결과, 명부마도의 최강자들은 무려 반신 급의 힘을 지닌 상태였다.
자신을 위협할 수준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들이 모두 뭉친다면 로칸조차도 쉽게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세력이 만들어졌다.
‘합쳐 볼까?’
상황이 그렇게 되자 로칸은 선택을 해야 했다.
지하 세계의 봉인을 풀 것인가, 아니면 여러 개로 나뉜 세계를 하나로 합칠 것인가.
그대로 둔다면 설령 하나의 세계가 멸망한다 해도 타락이나 공허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새 출발을 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신성의 생산량이 제한적이 될 터였다.
반대로 그가 가진 세계들을 하나로 합친다면 자칫 한 번에 모든 것이 끝장나 버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생산되는 신성의 총량은 더 커진다.
단지 1+1이 아니라 거대한 세계가 하나로 뭉칠 때 믿음의 크기와 밀도가 더욱 커지는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다.
“세계 통합.”
고민하던 로칸은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투신 발록이 만든 세계 : 투쟁의 장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를 모두 합쳤다.
그로 인해 세상에 유령과 악귀가 들끓고 혼란이 찾아오겠지만 세 세계의 주민들이 힘을 합치면, 무리 없이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세계 : 투쟁의 장은 보험으로 남겨 두었지만 여차하면 그것까지도 합칠 의향이 있는 로칸이었다.
그리고 다시 시간 가속.
굳이 신성을 투자해 아바타를 만들지 않아도 세계의 상황과 분위기 속에서 저절로 영웅이 탄생하고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대신 축복과 권능을 조금 추가하며 그들이 스스로 이겨 내기를 독려했다.
슬슬 세계의 성장이 후반부로 치닫고 있었다.
“이쪽도 끝장을 봐야겠지?”
그렇다면 이쪽도 그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했다. 세계의 주민들이 자신보다 강해진다면 어디 신이라 이야기 할 수 있겠나.
어쩌면 그로 인해 더 큰 혼란이 올 수도 있었다.
누군가 로칸보다 강대한 힘을 가지고 신을 자처한다면.
그리하여 모든 이들이 로칸을 부정하고 그를 믿게 된다면 신성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겠나?
더 이상 아무도 창조주를 믿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의 세계라고 할 수 없을 터였다.
‘최대한 빠르게 신위를 얻는다.’
로칸은 그것을 경계했다.
때문에, 합쳐진 세계가 완전히 통합되고 지하 세계와 투쟁의 장마저 통일되기 전에 스스로 신위에 오를 것을 다짐했다.
‘이 일만 잘 끝나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지.’
[폭력의 왕 로칸][Lv 497]이제 499레벨까지는 2레벨이 남았을 뿐이다.
지금과 같은 신성 생산 속도라면 가만히 있어도 머지않아 도달할 경지이긴 하지만, 로칸은 라푸제를 비롯한 1급 천족들을 사냥해 그 시간을 단축시킬 계획이었다.
이후 어떤 승급 퀘스트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까지 해결하여 신위를 얻는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