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63)
463 신들의 도시 (5)
“젠장!”
첫 번째 경기가 끝나자 10분의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경기를 복기하거나 새로운 전략을 짜라는 것인데, 로칸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얼른 다음, 그다음 경기를 속행해 신성을 집어먹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매 판의 전략이 이미 짜여 있기도 했고 그게 아니더라도 정찰로 놈의 기지를 들여다볼 수 있으면 그에 맞춰 전략을 수정할 만한 경험이 있었으니까.
“1백억, 잘 먹을게.”
하지만 분통을 터트리는 크로무슈를 놀려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야는 뚫려 있되 공간은 분리된 까닭에 서로가 앉은 자리에서는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지만 말과 표정을 전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2라운드가 시작됩니다. 5, 4, 3, 2, 1.]그리고 잠시 후,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크큭, 서투르군.’
지난 경기의 영향일까? 녀석은 아예 입구를 막아 정찰을 방어하지는 못했지만 처음부터 정찰 일꾼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하지만 초짜 티는 벗지 못했다.
일꾼들을 여러 갈래로 움직여 정찰 일꾼을 잡아 죽이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그만큼 다수의 일꾼을 투입하는 바람에 자원 채취가 늦어진 것이다.
게다가 절묘하게 방향을 트는 정찰 일꾼의 무빙을 제대로 쫓지 못해 꽤 오랫동안이나 정찰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째야지.’
로칸은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일꾼의 생산량을 확 늘렸다.
아예 공격 병력을 배제하고 일꾼의 수를 늘리는가 싶더니 자원 채취장을 추가로 건설해 궁수도 생산하지 않고 자원을 무더기로 채취한 것이다.
그리고 놈의 신경이 거슬리도록 정찰 일꾼을 추가로 보냈다.
‘역시 쫄았네.’
하지만 그것으로는 내부를 완벽히 파악하지 못했다. 트롤 전사가 벌써 네 마리째 생산되어 정찰 일꾼을 쫓아낸 것이다.
죽지 않고 빠져나온 것만 해도 천만다행.
그것을 기지에서 빠져나오는 입구 쪽에 몰래 숨겨 배치하고 시야만 확보했다.
놈의 러시 타이밍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제법 많은 공격 병력을 보유했음에도 놈은 선공을 가해 오지 않았다. 겁을 먹은 것이다.
혹시나 트롤 전사들이 자리를 비웠을 때 로칸의 병력이 쳐들어올까 봐.
첫 번째 판의 트라우마가 남았는지 몸을 잔뜩 움츠렸다.
‘이러면 쉽지.’
단편적인 정보에 불과했지만 로칸은 녀석의 상황을 훤히 들여다보았다.
초반에 마나석 채취가 늦어졌음에도 저만한 병력을 뽑았다는 것은 자원을 쥐어짰다는 의미였고, 다른 고급 병력이 나오거나 능력을 강화시키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린다는 뜻인 것이다.
반면 자신은 충분하다 못해 넘칠 만큼 자원을 생산한 상태.
공격 병력을 뽑아내는 건물들을 동시에 잔뜩 올리고도 자원이 남아 능력을 강화까지 진행시킬 수 있었다.
‘이쯤에서 한번 찔러 볼까?’
먼저 움직인 것은 살아남았던 정찰 일꾼이었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트롤 전사와 트롤 사냥꾼의 집중 공격을 받은 정찰 일꾼은 순식간에 삭제를 당했지만 그것으로 적의 병력 수준은 파악이 되었다.
‘총 공격.’
그리고 로칸이 묵직한 한 방을 날렸다.
궁수와 기사, 사제를 적절히 조합한 것도 모자라 오라까지 개발시킨 병력들이 트롤들을 몰살시켰다.
물량은 물론 병력의 질에서까지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그야말로 압살을 이루어 냈다.
[승리하셨습니다.] [3라운드가 시작됩니다. 5, 4, 3, 2, 1.]이쯤 되니 더 놀릴 것도 없다. 광분하는 크로무슈를 살짝 비웃어 준 로칸은 여유를 부리며 다음 경기에 임했다.
‘학습 능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군.’
세 번째 경기에서 크로무슈는 기존과 살짝 다른 전략을 취했다. 아니 전략이라기보다는 그저 흉내에 지나지 않았다.
로칸과 마찬가지로 일꾼 한 기를 빼내 정찰을 보내온 것이다.
심지어 로칸보다도 빠른 타이밍에.
‘아닌가, 바보인가.’
그렇다는 것은 일꾼의 숫자가 몇인지를 생각하지 않고 보냈다는 의미다.
몇 번째 일꾼으로 정찰을 보내는지조차도 전략이거늘 녀석은 미리부터 로칸의 전략을 살피겠다는 일념으로 무작정 정찰을 보낸 것이 틀림없다.
반면 로칸은 놈의 정찰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 갔다.
자신의 흉내를 내겠다는 것인지 슬쩍 인간 일꾼을 공격해오는 트롤 일꾼을 모른 체하다가 한순간 일꾼들의 공격을 집중시켜 사망시켰고, 놈이 두 번째 정찰을 보낼 타이밍에는 일꾼 하나를 보내 미리 입구를 막아 두었다.
트롤과 인간.
아무리 종족의 차이가 있다지만 기초 유닛인 만큼 그 격차는 크지 않았다.
로칸은 그 점을 이용해 시야를 확보하고 선공을 가함으로써 트롤 일꾼이 뚫고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었고, 녀석의 정찰을 차단한 채 자신의 일꾼만 적진에서 뱅뱅 돌렸다.
‘멘탈 터졌네.’
그러자 놈의 본진에서도 말썽이 일어났다.
자원을 모으는 것도, 병력을 모으는 것도, 그렇다고 공격을 오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크로무슈의 머리가 복잡해지며 뭘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그의 플레이에서 느껴졌다.
그사이 로칸은 알뜰하게 병력을 모았다.
‘마지막은 역시 이거지.’
주 병력은 궁사.
단숨에 병력을 보내 입구를 맴도는 트롤 일꾼을 잡아 내고 그대로 적진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그 순간, 적진을 정찰하던 일꾼에게 건설을 지시했다.
‘참호 러시.’
일명 벙커링이라 불리는 그것을.
적의 공격을 막아 내고 아군은 안에서 원거리 또는 근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방어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저게 뭐 하는 짓인지 몰라 어리바리하던 녀석은 당장 들이닥친 궁사들을 막아 내기 위해 일단 병력을 움직였지만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시간을 끄는 통에 쉽게 잡지 못했고, 그사이 참호가 완성되었다.
“쏴라!”
그리고 그 안으로 궁사들이 쏙 들어가 버렸다.
그것으로 상황 종결.
놀란 크로무슈는 서둘러 생산한 트롤 전사로 참호를 공격했지만 피해를 참호가 대신 맞아 주는 덕분에 프리하게 대미지 딜링을 넣는 궁사들이 놈을 죽이는 것이 더 빨랐다.
트롤 일꾼까지 섞어 몽땅 참호를 부수게 지시를 했다면 모를까 고작 트롤 전사 한 기, 두 기 정도로는 참호를 부술 수 없었고, 얄밉게도 로칸은 참호를 건설했던 일꾼으로 망가진 참호를 수리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아니, 놈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도록 궁사들의 사거리가 닿는 거리 내에 또 다른 참호를 지어 버렸다.
트롤 일꾼들이 마나석을 캐는 자원 채취장의 인근까지.
‘끝났네.’
거기에 본진에서 생산되어 달려온 궁사들이 다시 쏙 들어가 버리니 크로무슈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트롤 전사든 사냥꾼이든 자원이 있어야 소환을 할 것 아닌가?
한데 자원을 채취해야 할 마나석 광산에는 적의 참호와 매의 눈으로 일꾼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 궁사들이 버티고 있으니 아주 먼 곳까지 돌아가 자원을 채취하지 않는 이상 일꾼 생산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실상 끝난 판이었다.
그러나 녀석은 순순히 패배를 인정할 수 없었다.
이 판마저 진다면, 3패를 달성하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1백억.
1백억이나 되는 신성을 로칸에게 빼앗기는 일만 남았다.
그리되면 간신히 신의 지위는 유지하겠지만 비렁뱅이와 다름없는 삶을 살게 될 게 뻔했다.
매일 똥지게를 짊어지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삶을.
그건 신이 아니었고, 자신이 바라던 모습이 아니었다.
‘매너 하고는.’
그 마음은 이해되지만 자원조차 채취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왜 시간이나 끌고 있단 말인가?
로칸은 쯧 혀를 차며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병력을 움직여 놈의 건물들을 하나하나 파괴하는 한편, 그 자리에 자신의 건물을 지었다.
그것은 자원 채취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본진에 있던 인간 일꾼들을 옮겨 와 그곳에서 자원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그냥 건물을 다 부수고 끝내는 것도 가능했지만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놈에게 똑같이 비매너로 응수해 주는 것이었다.
[승리하셨습니다.] [신성 : 10,000,000,000을 획득하셨습니다.]결국 크로무슈는 마지막 건물 하나를 남기고 항복을 선언했다.
“크아아아아아악!”
1백억이나 되는 신성을 뜯기는 기분은 어떨까? 아마 영혼이 뜯겨 나가는 기분이 아닐까?
그것을 상상할 수 있게끔 녀석이 비명을 질러 댔다.
착취가 아닌 양도이기 때문에 실제적인 고통은 없을 테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림에 따라 정신적 고통이 극심한 것이다.
현실을 부정해도, 이 대결은 무효라고 외쳐 봐도 소용없다.
이건 상호 동의하에 이루어진 합당한 계약이고 법칙이니까.
그가 직접 양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신성이 충만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좋군. 잘 쓰도록 하지.”
그 자리에서 좌절하고 절망하는 크로무슈를 향해 살짝 웃어 주고 로칸이 가뿐하게 그 자리를 물러났다.
“가만두지 않을……!”
저 멀리서 뭐라 뭐라 저주의 말을 퍼붓는 소리가 들렸지만 상관없다. 그런 것으로 어찌 될 거였다면 로칸은 골백번도 더 죽었어야 할 테니까.
“공짜 신성도 넉넉하게 벌었고, 이제 뭘 한다…….”
경기장을 나선 로칸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1백억이나 되는 신성도 벌어 여유가 생겼지만 막상 신계에서 딱히 할 일이 없는 것이다.
다시 광풍에게 연락해서 공허나 때려잡으러 가 볼까?
아니면 이런 식으로 몇 판 더 해서 신성을 긁어모아 봐?
경기력도 형편없던데 이 정도면 신성을 긁어모을 수도 있지 않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일단 자신의 세계를 살폈다.
세계 : 명부마도의 경우 일단 천상을 통일하기 직전이었다.
천상에서도 가장 큰 세력을 이루고, 다른 반신들을 복속시키며 힘을 한껏 키운 상태.
다른 세계들 역시 큰 전투를 앞둔 상태였기에 로칸은 이번에 번 신성의 상당 부분을 쏟아부었다.
“권능 : 절대자의 힘.”
절대자의 힘을 부여한 것이다.
그들 역시 많은 거점과 존재들을 굴복시킨 만큼 상당한 파워 업을 이루었지만 무엇보다 이미 지상과 천상을 통일한 로칸의 업적이 빛을 발했다.
절대자의 후예들로서 부끄럽지 않은 강대한 힘을 그들에게 전해 주었다.
“일단 이걸로 어떻게든 되겠군.”
현신이나 강림 따위의 수법을 통해 로칸이 직접 장애물을 제거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로칸은 선호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 경우 신성의 소모도 클뿐더러 세계 자체가 강해지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너무 자주 개입할 경우 믿음이 더 강해지기는 하겠지만 과도하게 신에게 의지하게 될 수 있었다.
로칸은 그것을 경계했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일단 세계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 신계를 탐험할 계획부터 짜기 시작했다.
“일단 한 바퀴 돌아보기라도 해야겠……. 응?”
신들의 도시를 나와 카이를 소환하려던 찰나, 로칸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무척이나 위협적으로 날이 선 신성의 기운을.
“뭐냐?”
적의를 감추지 않는 상대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겠지.
로칸이 살기가 날아온 방향을 향해 으르렁거리자 그쪽에서 반응이 나타났다.
하얀 덧니를 드러내며 위협적으로 말을 던졌다.
“네가 로칸인가?”
“치매냐? 알면서 왜 물어?”
“듣던 대로 건방지군. 좋아, 용건부터 말하지. 조금 전 네가 빼앗은 신성을 돌려놓아라.”
무슨 일인가 했더니 크로무슈의 패거리쯤 되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또 다른 약탈자이거나.
“내가 왜?”
피식 웃어 보인 로칸은 놈의 모습을 확인했다.
[중급 트롤 신 크로캄][Lv 547]놈보다는 한 수 위라는 것인지 이명부터 중급 트롤 신이다.
하지만 겁먹을 이유야 없다.
뭐 어쩔 것이냐는 듯, 로칸은 가슴을 펴고 배에 힘을 주었다.
“너도 신위를 얻었으니 신에게 신성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지. 1백억이나 빼앗은 것은 너무 과한 일이었다. 듣자하니 비료로 맞기까지 했다던데.”
“그거야 맞을 만하니까 맞았겠지. 그리고 내기로 딴 건데 왜 돌려줘? 난 개평 같은 거 안 키운다. 꼬우면 너도 내기를 걸어 보든가. 1백억 받고 1백억 더해서 2백억짜리 어때?”
비료로 처맞았으니 내기로 딴 신성을 돌려놓아라? 어림도 없는 소리다.
로칸은 개소리라는 듯 귀를 후볐고, 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 아이의 실수는 내가 대신 사과하지. 하지만 말한 것처럼 1백억은 과하다. 딱 절반만 돌려 다오.”
“사과는 남이 아니라 본인이 와서 해야 하는 거고, 누구 맘대로 딜이야? 불쌍하면 네 신성을 떼어 주든가.”
억지로 참아 누르는 모습이 보였지만 로칸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본인도 아니고 대리인이 사과하는 건 무슨 경우란 말인가?
그리고 50억? 타짜도 아니고 절반만 가져가라는 게 어디 말이야, 방구야?
애초부터 돌려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로칸이었지만 그 말에 놈에 대한 악의가 더욱 치솟았다.
막말로 정 그렇게 불쌍하면 제 신성을 뚝 떼어 줄 일이지 왜 남의 신성을 가지고 내놓으라 마라야?
그때, 녀석이 결정적인 한마디를 던졌다.
“말이 통하지 않는 놈이군. 넌 이제 신계에서의 생활이 꼬인 줄 알아라.”
“아니, 이것들이……!”
그 순간 로칸의 눈이 돌아갔다.
사람을 호구로 봐도 유분수지 감히 이 몸에게 협박을 해?
“규칙이고 나발이고 넌 뒈졌다고 복창해라.”
폭력과 파괴의 신성이 그의 배틀 액스에서 거세게 몸을 일으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