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64)
464 신들의 도시 (6)
“인간 신 따위가 건방지군!”
그 흉포한 기세에 크로캄도 지지 않고 신성을 일으켰다.
트롤이라는 종족에 대한 자부심과 인간에 대한 멸시가 뒤섞인 모습이지만 로칸이 주눅 들 리는 없다.
이미 저런 반응쯤이야 많이 봐 왔으니까.
‘결국 처맞고 나면 생각이 바뀌기 마련이지.’
그 생각을 많이 고쳐 보기도 했고 말이다.
‘인적도 드물고, 경비병도 없고 딱이군.’
지상 또는 천상의 도시와 대부분이 비슷한 신들의 도시이지만 한 가지 다름 점이 있었다.
바로 도시에 경비병이 없다는 것.
어차피 모두가 신위를 가진 자들이니 의미가 없는 것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지 않았지만 작정하고 말썽을 부린다면 탈 없이 막을 만한 이들도 드물었다.
게다가 다른 신을 제압하려면 막대한 신성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누가 그 일을 맡으려고 하겠나?
귀찮고, 신성까지 투입되고.
그런 의미에서 신들의 수호자라는 카이스만이 무척 특이한 경우였다.
하지만 로칸은 그게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지상이나 천상에서도 경비병이 끼어들면 그들까지 모조리 베어 버리기는 했지만 귀찮은 건 귀찮은 거니까.
자신의 고유 신성을 끌어올리며 크로캄에게 달려들었다.
“폭력의 신, 절대자의 힘.”
쩌엉!
탐색전 따위는 없다. 로칸은 시작부터 꽤 농밀한 신성을 담아 배틀 액스를 휘둘렀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힘으로 그것을 받아 내는 크로캄.
‘이건 또 뭐야?’
맨몸인 것 같던 놈에게서 신성으로 이루어진 몽둥이가 나타나더니 배틀 액스를 받아 낸 것이다.
물론 병기의 이점이 있어 놈의 몽둥이가 반쯤 잘려 나가기는 했지만, 신성으로 생성된 무기인 만큼 수복하는 것도 금방이었다.
우우웅!
“……!”
그리고 그 순간, 놈의 무기가 변화했다.
몽둥이가 흩어지더니 트롤의 거대한 몸을 가리는 타워 실드가 나타난 것이다.
콰앙!
녀석은 숄더 차지를 하듯 그대로 로칸을 들이받았다.
“흥! 부숴 주마!”
하지만 로칸도 호락호락 당해 주진 않았다. 폭력과 파괴의 신성을 가득 머금은 배틀 액스를 휘둘러 그대로 타워 실드를 내리친 것이다.
그 반탄력 때문에 뒤로 꽤나 밀려 나긴 했지만 타워 실드 역시 반으로 뚝 쪼개졌다. 아니, 그것을 넘어 크로캄의 몸에 큰 상처를 남겨 놓았다.
“큭! 이까짓 상처 따위는 우리 트롤들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크로캄의 몸에 생긴 상처가 쉬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다른 종족도 아닌 트롤, 그것도 트롤의 종족 신인 그가 상처를 회복할 수 없다니?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 상처에 화들짝 놀라 신성을 쏟아붓자 그제야 조금씩 치유가 이루어졌다.
트롤 특유의 재생에 가까운 회복력과 로칸이 가진 폭력과 파괴의 신성은 거의 상극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가진 파괴의 힘은 재생조차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리니까.
그나마 크로캄이 가진 신성의 양이 대단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회복이 가능한 것이지, 크로무슈 따위의 하급 트롤 신이었다면 그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흐흐흐, 전신의 돌격, 점멸!”
그러나 로칸은 놈이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다시 한번 몸을 날리는가 싶더니 놈의 코앞으로 나타나 어깨를 부딪쳤다.
스킬과 신성이 더해진 강력한 숄더 차지!
덩치는 크로캄 쪽이 1.5배쯤 컸지만 누가 비명을 지르며 튕겨져 나갈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간신히 치유되던 상처가 더욱 벌어지고, 신성의 이동이 어려워졌다.
그나마도 신성이 저절로 일어나 몸을 보호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정신이 아득해진 크로캄의 몸이 고깃덩이처럼 짓뭉개져 버렸을지 모를 일이다.
“어찌 인간 따위가……!”
그럼에도 아직까지 놓지 못하는 종족 우월주의.
이미 신위를 얻었다는 것은 종족을 초월했다는 의미이기도 했지만 녀석은 인정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종족 신 따위가 그렇지 뭐.’
그가 신위를 얻은 배경이 종족 신이기 때문인 것도 컸다.
트롤이든 엘프든, 소위 종족 신이라 불리는 이들은 강력한 신성을 지닌 선대의 피를 각성하고 세력을 물려받아 탄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력이나 실력 없이 신성을 획득하고, 또 그 신성을 기반으로 승승장구하기만 했으니 어디 고행이나 수련 따위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있겠나?
로칸은 비웃음을 흘리며 녀석의 위에 올라탔다.
신성으로 무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조심해야겠지만 이쪽 또한 같은 능력을 사용하지 못할 것은 아니니까.
“제압.”
비틀거리는 놈을 향해 로칸이 신성을 움직였다. 아니, 굳이 신성으로 만들어 낼 것도 없다.
타락을 봉인한 쇠사슬이 그의 의지에 따라 허공을 유영하며 놈을 옭아매기 시작한 것이다.
타락도 봉인하지만 신성 또한 봉인할 수 있는 사슬의 힘이 놈을 제압했고, 놈은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선 채로 몸을 쭉 펼 수밖에 없었다.
“후, 나도 참 마음이 약해서 문제라니까. 50억을 달라고 했지? 딱 쉰 대만 맞자.”
그야말로 샌드백이 되어 버린 상태.
놈이 부들거리며 힘을 써 보지만 사슬을 끊어 내는 것은 무리였다. 사슬 자체가 갖는 힘도 힘이지만 로칸의 신성마저 깃들어 있는 상태였으니까.
자칫하다가는 팔다리가 잘리고 신성이 파괴되어 회복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었다.
“감히 위대한 트롤들에게 이런 짓을 하고도……!”
퍼억!
더 들을 것도 없다. 로칸은 배틀 액스조차 넣어 둔 채 놈에게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쿠억!”
무기도 아닌 주먹질이었지만 크로캄은 배틀 액스에 베였을 때보다 고통스러워했다.
이유는 단 하나, 로칸의 고유 신성 때문이었다.
타락을 봉인한 쇠사슬에 흐르고 있는 폭력의 기운이 상대를 약화시키고, 고통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크으으으으으…….”
“허약하기는.”
기고만장하던 크로캄은 불과 열 대를 버티지 못하고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 되었다.
하지만 기절 따위를 로칸이 허용할 리 없다.
신성을 일으켜 그를 깨우고 다시 두들겨 패기를 반복하며 놈을 무력화시키고 굴복시켰다.
“쳇, 이래서야 남는 것도 없군. 웬만하면 다음에 덤빌 땐 너도 월드 크래프트로 덤비는 게 어때? 나도 얻는 게 있어야지.”
결국 쉰 대를 모두 채운 로칸은 이미 정신 줄을 거의 놓아 버린 크로캄에게 핀잔을 주며 자리를 떠났다.
신이 아니라 반신이 와서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몰골이지만 신위자를 죽이는 건 안 된다고 하니 그냥 둬도 문제는 없겠지.
“흠, 이제 뭘 해야 하나.”
그런 놈을 뒤로하고 로칸은 다시 고민했다.
게임을 하는 것 이외에 딱히 신성을 쌓을 방법이 정말 없는 것일까?
가만히 고민하다가 신언을 날렸다.
대상은 천신.
자신에게 몹시 호의적인 데다 FM적인 성격을 지닌 녀석이라면 뭔가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로칸 님!”
로칸의 호출에 천신은 곧장 응답했다. 한걸음에 달려와 그를 맞이했고, 로칸의 요구대로 못다 했던 신계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대부분 광풍이 해 주었던 것들과 겹치는 부분이었지만 그건 그것대로 색다르다.
광풍은 이 규칙들의 허점이나 꼼수들을 중심으로 알려 주었으니까.
선후는 바뀌었지만 그런 식으로 규칙들을 비틀고 허점을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 이야기를 들으니 이 내용을 어떻게 이용해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신계에서 따로 신성을 얻을 방법은 없는 겁니까?”
“월드 크래프트는 알고 계신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몇 가지 더 있기는 해요. 일단 월드 크래프트와 비슷하게 신들의 전장이라는 방식이 있죠. 이건 세계를 소환해 겨루는 것이 아니라 신들이 직접 전투를 치르는 방식이에요. 처음에는 모두 동일한 신성을 가지고 전장에 투입되지만 상대의 병력을 잡아 신성을 키우고 결국 상대의 주요 건물을 파괴하는 것이 목적인데, 신들의 개인 능력이 무척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호전적인 성격의 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식이죠.”
‘이것도 재미있겠네.’
신들의 전장. 이것 또한 그가 알고 있는 게임과 비슷했다. AOS라 불리는 장르의 게임과 룰이 비슷한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경험치가 아닌 ‘신성’을 획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참여한 신의 개인 능력에 따라 레벨 차이를 무시하고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고 능력에 따라 실제 전투력은 더 약한 신이라 할지라도 보유 신성이 적을 때는 상대를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신성의 차이를 벌려 버린다면 신성의 양으로 찍어 누르는 것도 가능하고.
이건 또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지만 여러 신들이 팀을 이루고, 또 동의하에 치러지는 것이기 때문에 흔히 일어나는 경기는 아니라고 했다.
‘일단은 킵.’
“그리고 다른 방법은……. 다른 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면 돼요.”
“문제 해결요?”
“예. 신계에서의 일을 해결해 주거나 해당 신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신 해결해 주고 신성을 나눠 받는 방식이죠. 일종의 용병과 같다고 할까요?”
“용병이라……. 굳이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나눠 줄 신성으로 직접 개입하면 될 것 같은데요.”
“간단해요. 그게 더 효율적이거든요. 신이 자신의 세계에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 다른 신의 아바타나 다른 세계의 주민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쪽이 신성이 덜 들어요. 물론 자신이 해결하기 어렵거나 방법을 떠올리지 못해서일 수도 있죠.”
“용병이라기보단 해결사 같은 느낌이군요.”
“맞아요. 그렇다고 볼 수도 있죠.”
“그럼 그 도움이 필요한 신들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 겁니까? 아무나 붙잡고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을 수도 없고요.”
“신들의 도시에 있는 게시판 네트워크를 이용하시면 돼요. 보통 거기에 의뢰가 올라오거든요. 심부름 같은 자잘한 의뢰부터 스킬이나 아이템 제작에 대한 연구 의뢰, 세계에 도움을 주는 의뢰까지 다양하게 올라오죠.”
“모험가 길드 같은 거로군.”
결국은 퀘스트뿐이라는 것일까? 그것도 세계에 도움을 주는 것을 제외하면 사냥 퀘스트는 없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퀘스트들.
로칸의 표정이 심드렁해지자 슬쩍 눈치를 살피던 천신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아, 거래를 하는 방법도 있어요. 스킬이나 아이템, 권능, 축복, 지식 따위를 대여하거나 판매하는 거죠. 서로 이해관계만 맞다면 이것도 적지 않은 신성을 벌어들일 수 있어요.”
“흐음, 그것도 나쁘진 않네요. 그런데 그래서……. 전투가 필요한 일은 없는 겁니까?”
“그건……. 네, 거의 없어요. 굳이 따져 보자면 공허의 존재들을 잡고 그들의 부산물이나 신성 일부를 연구용으로 파는 정도?”
“공허의 존재요?”
그 순간 로칸의 눈이 반짝거렸다.
벌 또는 사회봉사 따위의 방식으로 공허의 존재들과 전투를 치르게 된다는 것은 광풍에게 들어 알고 있지만 그게 신성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몬스터 대신 공허라 이건가?’
이제야 막힌 속이 좀 뚫리는 기분이었다.
공허와 싸우기 위해서는 신성의 소모가 있을 테니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어디 그렇기만 하겠나? 만약 그렇다면 전투 계열의 호전적인 신들은 지루해 죽으라는 소리와 같을 텐데.
‘가만, 의뢰와 거래라면…….’
그리고 또 한 가지. 머리가 맑아지자 또 다른 꼼수가 생각났다. 어쩌면 꽤나 대량의 신성을 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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