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73)
473 신들의 도시 (15)
‘이건 거의 신성 역전이라고 봐도 되겠는데?’
천신이 다급히 자리를 뜬 후, 로칸은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천신이 건네준 신성에 담긴 정보를 읽어 내기 바빴기 때문이다.
천신의 신성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발군인 것은 역시 그가 이야기했던 신성 성질 변환이었다.
사실 기본기에 가까운 것이기도 했기에 로칸 역시 폭력과 파괴의 신성 이외에 회복과 버프 효과까지도 낼 수 있었지만 천신이 넘겨준 능력은 그 기본기를 아득히 초월했다.
괜히 그가 최상위권의 신으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는 듯, 고절한 기술이 담긴 것이다. 변환을 넘어 역전이라 해도 좋을 만큼의.
그런 만큼 써먹을 곳은 많았다. 자신의 신성뿐 아니라 흡수한 다른 이들의 신성을 변환시키는 것이 가능해졌으니까.
‘이거라면…….’
그리고 동시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인벤토리에 잠들어 있는 세계수의 묘목. 일로네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그것의 신성을 조작해 변형 시키면 어떻게 될까? 그 후에도 일로네의 분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로칸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일단 그 동안 흡수했던 신성들을 가지고 놀며 신성 성질 변환을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천신이 남긴 변환 능력이 어찌나 대단한지 마치 레고를 조립하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받을 정도였다.
그렇게 새로운 신성 능력을 한참이나 가지고 놀며 제 것으로 만들고 있을 때, 그에게 뜬금없는 신언이 전해졌다.
-카이스만이네. 잠깐 와 줄 수 있겠나?
천신이 찾아간다던 신들의 수호자 카이스만이 그를 부른 것이다.
대체 무슨 일로? 증언이라도 필요한 건가?
살짝 의아했지만 로칸은 즉시 그를 찾아갔다. 그의 거처가 어디인지는 처음 만났을 때 들었기에 단숨에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와 줬군.”
“무슨 일이십니까?”
“자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려 하네만……. 들어줄 수 있겠나?”
“부탁요?”
뜬금없이 부탁을 하겠다는 카이스만의 말에 살짝 거부감이 들었다. 그가 신계에 올라 경험했던 퀘스트들은 모두 잡일에 가까운 심부름들이었으니까.
물론 하급 종족 신 따위가 내린 것이기에 그런 것이기도 했지만 어떤 것일지 선뜻 상상이 가지 않았다.
“광풍을 부르려 했으나 자네도 알다시피 그는 지금 공허에 넘어가 있지 않은가? 이 일이 중하다 한들 한번 내려진 판결을 임의로 바꾸기는 어려우니 자네의 손이라도 빌리려는 것일세.”
“말씀해 보시죠.”
하지만 광풍을 대신한다는 그 이야기에 눈이 반짝였다.
그에게 맡기려 했다면 전투에 관한 것을 확률이 99.9% 정도 될 테니까.
아직 자신의 전투력이 그에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자신하기로 어지간한 상급 신쯤은 지금 당장 찜 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의욕을 드러냈다.
[변이의 신 조사][퀘스트]변이의 신 키레마를 조사하여 공허와의 관계를 밝혀라.
공허의 힘을 사용하는 신이 반항할 경우, 사살해도 좋다.
-성공 조건 : 변이의 신 키레마 조사
-성공 보상 : 대량의 신성
“이건?”
그 순간 눈앞에 나타난 퀘스트 창에 적힌 내용은 무척이나 의외였다.
변이의 신 키레마를 조사하는 것까지는 좋다. 당장 그가 자신을 습격했던 인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의심이 되니 카이스만이 그를 지목한 게 아니겠나?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사살해도 좋다’라는 문구였다.
신을 살해하는 것은 신계에서 기본적으로 금지된 일이 아니었던가? 그런 규칙마저 깨는 면책권을 주겠다니 로칸으로서도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천신님은요?”
“그는 다른 임무를 맡아 이미 이동했네. 맡아 주겠나?”
“물론이죠!”
천신도 있을 텐데 왜 하필 자신일까? 흥분되면서도 의심을 거두지 않은 로칸에게 카이스만이 해답을 주었다.
손이 모자라다더니 이미 천신을 비롯한 몇몇의 상위 신들을 움직인 모양이다.
이 일의 특성상 한 명의 신이 당할 경우 공허와 결탁하거나 타락한 신들이 은둔해 버릴 수 있기에 최대한 동시다발적으로 일을 벌이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손이 모자라 아직 신계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는 로칸에게까지 도움을 청하는 것이겠지.
대충 상황을 파악한 로칸은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걸 받게. 그리고 즉시 이동해 주게.”
로칸이 퀘스트를 수행하자 카이스만은 두 개의 아이템을 그에게 건넸다.
하나는 지도, 하나는 룬이다.
지도는 신계를 대략적으로 표시한 것이었고 룬은 신성이 담겼다는 것이 다를 뿐, 그도 이미 수 없이 사용해 본 것이었다.
이동 좌표가 찍혀 있는 이동 수단.
천상의 룬과도 비슷한 것이었기에 사용에 무리는 없을 터였다.
“좋습니다. 바로 가죠.”
“……조심하게.”
카이스만은 살짝 못미더운지 로칸을 묘한 눈길로 쳐다보았지만 로칸은 자신 있었다.
즉시 신성의 룬을 사용해 저장된 좌표로 이동했다.
“여긴가?”
신성의 룬을 사용하자 그가 이동한 곳은 꽤나 음침해 보이는 숲이었다.
아니, 이걸 숲이라고 불러도 좋을까?
마치 마계를 보는 것처럼 기괴하고 기형적인 식물들이 방문자를 잡아먹을 듯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이것들이 어딜.”
당장이라도 공격해 올 것 같은 기세였지만 로칸은 망설이지 않았다. 폭력적인 신성을 발휘하며 놈들의 기를 죽여 놓았다.
대게 이런 놈들의 경우, 자신보다 강한 존재가 지나갈 때는 모르는 척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변이의 신이라고 했었지.’
이것들도 놈이 변이시킨 것들일까? 아니면 이놈들도 종족 신쯤 되어 이곳에 있는 것일까.
당당히 숲의 안쪽으로 걸어가면서도 주변을 살피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로칸이 흥미롭다는 눈길로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어디…….’
그냥 지나쳐도 되지만 로칸은 문득 궁금해졌다. 변이의 신이라는 녀석과 천신의 신성 능력 중 무엇이 더 우위에 있을까?
로칸은 그들 중 하나를 어루만졌다. 신성을 살짝 불어 넣으며 성질을 변환시켰다.
끼룩! 파앗!
빛이 번져 갔다. 육식식물의 기운이 온화해지며 줄기가 로칸을 어루만졌다. 애완동물이 뺨을 부비듯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이게 되네.”
아예 존재의 성향까지 바꿀 수 있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 반신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식물들이기 때문이긴 하겠지만 반대로 반신이나 신격을 갖춘 이라도 압도적인 신성을 퍼부어 조작하면 완전히 다른 존재로 바꿔 버릴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놀랍다 못해 두려운 능력이라 생각하며 좀 더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응?”
그리고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 중급 양의 신][Lv 553]그것은 양이었다.
중급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걸로 보면 종족 신쯤 되는 모양인데, 그 앞이 이상했다. 온통 물음표투성이인 것이다.
그 순간 로칸의 눈빛이 돌변했다.
이런 현상을 처음 본 것이 아니니까.
“폭력의 신, 절대자의 힘.”
방심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부딪혔다.
녀석이 화들짝 놀라 머리를 들이밀었지만 로칸의 배틀 액스를 간단히 녀석의 뿔을 파괴했다.
파괴의 신성을 일으킴과 동시에 이번에 얻은 능력을 활용해 놈이 가진 성질을 바꾼 것이다.
중급 양의 신이 가진 뿔의 단단함에 미세한 균열을 일으켰다.
쩌저저적!
중급 양의 신의 뿔이 파괴되며 신성이 새어 나왔다. 순수하지 못한, 공허가 뒤섞인 신성이.
이것으로 놈의 죽음이 확정되었다.
그가 받은 퀘스트에는 ‘공허의 힘을 사용하는 신이 반항할 경우, 사살해도 좋다.’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으니까.
딱히 그가 조사하기로 한 변이의 신 키레마가 아니더라도 면책 특권이 발동하는 것이다.
로칸은 곧장 왼팔을 뻗어 놈의 남은 뿔을 움켜쥐었다. 도망치지 못하도록.
당황한 녀석이 힘 싸움을 걸어왔지만 고작 양 따위를 이기지 못할쏘냐.
놈이 아무리 용을 써도 로칸의 팔뚝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재차 배틀 액스가 떨어졌다.
퍼억!
이번엔 놈의 머리통을 깨 놓았다. 정수리를 정확히 찍는다 싶더니 뿜어져 나오는 신성을 게걸스레 먹어 치우며 더 강한 일격을 내리꽂은 것이다.
부르르르.
그렇게 파괴의 신성을 담아 몇 번이나 후려치자 제대로 된 저항도 해 보지 못하고 녀석이 쓰러졌다.
‘동물 신이 어쨌다고?’
처음 신계에 진입했을 때 바위 신이 이야기했던 것들이 떠올랐지만 이제는 상관없다.
‘양’과 관련된 어떤 것들이 변하려는 낌새를 채자마자 신성을 발휘해 약간의 조작을 가한 것이다.
[종족 : 양의 특성이 변형됩니다.]세계 : 명부마도에 서식하는 양들의 특색을 아주 약간 바꿔 버렸다. 그리하여 종족 신과 일치되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것으로 간단히 해결.
아예 양들의 털이 없게 만들어 버린다든가 하는 큰 변화라면 생태계 자체에 이상이 생기겠지만 로칸이 일으킨 변화는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마나를 머금은 풀도 먹을 수 있게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물론 이것이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지만 최대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 만한 수준의 변화이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신성을 쏟아부어 변형시키거나 조치를 취할 수 있었기에 상관없었다.
세계 내에 양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었고.
“공허는 확실하군.”
그렇게 문제를 해결한 로칸은 걸음을 서둘렀다.
이미 신격 하나를 해치운 이상, 녀석이 겁을 먹고 도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제법 많은데?’
로칸이 속도를 높이자 악의를 갖고 따라붙는 신들이 늘어났지만 무시했다. 유니콘을 소환해 신화를 타는 자의 힘을 부여하자 그들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가 되었으니까.
이미 공허에 물든 자들이니 어차피 처치하긴 해야겠지만 일단은 퀘스트부터 완료하고자 하였다.
‘계속 따라와 주면 더 좋고.’
포위될 위험도 없지 않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좋았다. 한 번에 몰이사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이미 공허에 들어가 학살을 해 본 로칸이기에 자신이 넘쳤다.
[변이의 신 키레마][Lv 581]그리고 마침내, 목표를 눈앞에 두었다.
“광풍이 왔나 하고 긴장했더니 웬 애송이가 왔군.”
하지만 녀석은 로칸을 보자마자 안도의 기색을 띠었다. 무시하는 것이다. 당장 로칸은 신계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신출내기 신이었으니까.
월드 크래프트로 딴 신성과 정령 신, 천신에게서 받은 신성 덕분에 빠른 레벨 상승이 있었다지만 아주 오랫동안 신격을 유지한 그의 입장에서는 어설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녀석은 귀찮다는 듯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로칸의 주변으로 어떤 생명체들이 나타났다.
[타락한 키메라 신][Lv 544]신의 시체를 오려 붙여 만들어 낸 기괴한 몰골의 괴물들.
생명체라기보다는 언데드라는 말이 적합할 것 같은 녀석들이 다섯이나 생겨나 로칸을 압박했다.
“건방을 떠는군.”
그 모습에 로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감히 자신을 상대로 부하들 따위를 보내?
아예 이쪽을 쳐다도 보지 않는 키레마를 보며 고유 신성을 끌어올렸다.
일거에 다섯 키메라 신들을 휩쓸어 버렸다.
“휠 윈드!”
한 순간에 몇 바퀴인지 모를 회전이 일어났다.
폭력과 파괴의 신성을 가득 머금은 배틀 액스가 키메라들을 이어붙인 시체 조각의 수보다 잘게 찢어 놓았다.
너무나 막강한 힘 때문에 잘리다 못해 찢기고 뭉개져 버렸다.
“……!”
그제야 로칸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키레마가 몸을 돌려 보지만 로칸의 어깨는 이미 놈의 가슴팍을 때리고 있었다.
퍼억!
신의 육체까지 사용해 모든 능력치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숄더 차지다. 제 아무리 신이라 해도 멀쩡히 받아 낼 수 있을 리 없다.
대번에 녀석의 허리가 꺾이고 몸이 튕겨져 나갔다.
“마, 막아라!”
로칸이 곧장 뛰어들며 뒤쫓았지만 그보다 빠르게 앞을 막아서는 존재들이 있었다.
‘신이었던’ 것들.
숨겨 왔던 공허의 힘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기 시작한 신들이 일시에 로칸을 덮쳐 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