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80)
480 신계 방어 (3)
“네가 할래, 내가 할까?”
“가위바위보 어떻습니까?”
“……뭐 하는 짓이냐!”
다가오는 적을 마중한 광풍과 로칸은 이상한 짓을 하는 중이었다.
가위 바위 보.
승자가 싸우는 것인지, 패자가 싸우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둘이 동시에 전투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이 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렇다보니 정작 상대인 공허의 신은 황당할 따름이었다.
광풍이야 애초부터 미친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저놈은 또 무어란 말인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을 이렇게 무시하다니.
내심 광풍이라 해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던 놈이었기에 급격히 기세를 끌어올렸다.
“모두 죽여 주마!”
그와 함께 그를 뒤따르던 공허의 신들도 일제히 기운을 발했다.
주변의 대지가 말라 가고, 생기가 사라졌다.
신성이 공허에 물들어 가며 온통 회색빛으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기다려, 새끼야!”
퍼억!
그러나 다음 순간, 놈의 안면이 무너졌다.
배틀 액스도 아니다. 그저 주먹질 한 방에 안면이 함몰되고 처참하게 튕겨져 나갔다.
함께 달려들던 놈들은 그 모습에, 짜증스러운 그들의 기세에 몸이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했다.
“뭐야, 찌끄레기들이잖아?”
“뭘 믿고 저런 허접들이?”
이쯤 되자 당황한 것은 로칸과 광풍도 마찬가지였다.
군주급이 아닌 것은 확인했지만 고작 주먹질 한 방에 저 모양이라니? 그 뒤로 늘어선 인원수가 제법 되긴 했지만 어이가 없을 만큼 약했다.
정확히는 그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다는 것이 맞겠지만 아무리 선발대니 정찰대니 하는 것이라 해도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진짜 쪽수만 믿고 덤빈 건 아니겠지? 그랬다면 생각보다 쉽게 끝나겠는데.”
“그러게요. 중요도가 있는 만큼 그래도 좀 센 놈들이 올 줄 알았는데요.”
“이래서야 서두를 필요도 없었겠군.”
“뭐, 그래도 의뢰를 받았으니까요. 카이!”
실망한 로칸은 직접 움직이는 대신 교감으로 카이에게 지시를 내렸다.
쿠오오오오오.
엘리멘탈 브레스.
정령 신에게 신성을 받으며 엘리멘탈의 힘이 더욱 강해진 카이가 입안 가득 원소의 힘을, 신성을 끌어모았다.
“피, 피해라!”
그 위협적인 기운을 느낀 것일까? 굳어 있던 공허의 신들이 뒤늦게 반응했다.
가장 좋은 것은 카이가 충분한 힘을 끌어모으기 전 공격하여 캔슬시키는 것이겠지만 이미 늦은 감이 있는 데다 카이의 앞에는 광풍과 로칸이 버티고 있었기에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
쿠화하아아아아아아.
이내 엘리멘탈의 힘을 지닌 브레스가 쏘아졌다.
공허의 신성은 신성을 비롯한 원소의 힘들을 침식시키는 힘을 가졌지만 반대로 조화의 힘은 그들을 정화하는 기운을 가진 것이다.
물로 불을 끌 수 있지만 반대로 강력한 불이 물을 증발시킬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홍해가 갈라지듯 공허의 군대에 커다란 길이 뚫렸다.
그 안에 있던 놈들은 모두 신성의 파편이 되어 흩어졌고, 그나마 버텨 낸 놈들조차도 멀쩡히 서 있을 수는 없었다. 팔이든 다리든 어떤 신체 부위든 엘리멘탈 브레스가 스쳐 지나간 곳은 뜯겨 나간 것이다.
그 처참한 광경에 모두가 입을 벌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몸이 굳어 주춤거렸다.
“오우, 네 애완동물도 꽤 하는걸?”
뀨우~. 뀨우~.
광풍의 칭찬에 카이도 신이 낫는지 지저귀었다.
꽤 한다는 말로는 부족함이 넘쳤다. 이 정도 위력을 발휘하려면 최소 상급 신에 준하는 전투력을 지녀야 하니까.
필살기 같은 능력이라고는 하지만 고작 하급 신 수준의 카이가 이만한 위력을 냈다는 것은 경악할 만한 일인 것이다.
“일단 정리하는 게 낫겠지?”
“시간을 버는 게 목적이니, 그렇겠죠?”
그 순간 광풍과 로칸이 동시에 날았다.
이대로 윽박만 질러도 알아서 도망칠 것 같지만 도망치게 둘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그 또한 시간을 버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들을 전멸시키고 소식이 끊기게 만드는 편이 좀 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선발대의 소식을 기다리다가 길어지면 그때 조사를 하고 후발대를 보낼 테니까.
물론 본대가 바로 올수도 있지만 선발대가 전멸했다면 그만큼 조심하며 느리게 다가올 수도 있었다.
“폭력의 신, 절대자의 힘.”
“학살의 전장!”
로칸과 광풍이 동시에 힘을 개방했다.
그와 함께 공간 전체가 우그러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이 내뿜는 기세만큼 심한 압박감이 다가온 것이다.
그 속에서 공허의 신, 공허의 존재들은 고민했다.
싸울 것이냐, 도망칠 것이냐.
생존 본능이 양쪽 모두를 부르짖고 있었기에 더욱 혼란스러웠다.
저건 못 이긴다.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과 도망칠 수 없다. 어떻게든 저항해야 한다는 생각이 뒤섞이며 혼란이 찾아온 것이다.
그 짧은 망설임이 죽음을 불러왔다.
“어딜!”
양쪽으로 갈라진 광풍과 로칸은 그야말로 적들을 휩쓸었다.
소용돌이가 되어 단 한 놈조차 도망치지 못하게 빨아들였고, 분쇄했다.
선발대라 그런지 꽤나 약한 느낌.
그렇다 해도 상급 신 수준의 존재도 몇이나 있었지만 이미 기세에서 밀린 까닭인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불과 30분도 되지 않아 공허의 선발대를 모조리 쳐죽였다.
“이상하죠?”
“이상하군.”
마지막으로 확인 사살까지 마친 로칸과 광풍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아무리 선발대라지만, 기세 좋게 달려온 것치고는 너무나 약했으니까.
과연 이들이 정말 이곳을 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덤빈 것일까?
이 정도 전력으로는 숲은커녕 정령 신 혼자 나서도, 아니 숲의 신들과 엘프들만 나서도 충분히 정리가 가능했다.
“당했군.”
“뛰죠.”
파앙!
그 순간 둘이 있던 공간이 터져 나가며 둘의 모습이 사라졌다.
신성까지 사용해 극도로 속도를 높인 것이다.
순식간에 숲의 전경들이 스쳐 지나갔고, 정령 신 일로네가 있어야 할 장소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젠장, 어떤 놈이지?”
그곳에는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큰 폭발 따위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치열한 신성의 대립의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정령 신과 그에 준하는 강력한 신성을 지닌 누군가가 전투를 치른 것이다.
하지만 미묘하다. 공허의 기운이 섞여 있긴 하지만 완전히 공허에 물든 존재는 아닌 것 같았으니까.
공허를 품은 신계의 누군가가 정령 신을 노린 것이다.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그것이 조금 어이가 없었다.
정령 신이 머무는 이곳에는 엘프와 정령들을 비롯해 정령 신과 오랫동안 함께해 온 이들만 있지 않던가?
그들 중 누군가 정령 신을 노렸다면 그 역시 전혀 예상치 못하던 존재일 확률이 높았다.
로칸과 광풍은 빠르게 그들을 추적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규모의 이동이다 보니 어느 정도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 흔적을 쫓아 속도를 높이자 곧 신성의 격돌이 피부로 느껴졌다.
“와, 저 새끼 봐라?”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장소. 그곳에 도착한 로칸과 광풍은 어이가 없었다.
정령 신과 일전을 벌이고 있는 존재가 무척 의외였기 때문이다.
[공허에 사로잡힌 엘프 신 사야][Lv 574]엘프 신.
정령 신과는 절친 또는 가신 수준으로 가까이에서 지내던 존재가 정령 신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정령 신은 작지 않은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아마도 기습을 가한 것이겠지.
전신에 몇 개나 되는 상처가 나 있었고, 그 안에서 공허의 기운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정령 신의 표정이 무척이나 슬퍼 보였다.
가장 믿었던 존재에게 배신당한 것에 대한 실망과 슬픔이겠지.
거의 무력화에 가까울 정도로 엘프 신의 공격을 방어하고 있음에도 그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그런 이유인 것 같았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저거 지 손으로는 못 죽여.”
그러나 정령 신의 힘과 능력이라면 놈을 죽이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상처를 입었더라도 확실한 격의 차이가 있으니까.
문제는 과연 정령 신에게 엘프 신을 죽일 각오가 있느냐는 것.
광풍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들의 관계와 세월이 그리 쉽게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전신의 돌격, 점멸.”
콰앙!
그 순간 로칸의 몸이 엘프 신과 부딪혔다.
정령 신과의 전투에 신경이 팔린 까닭이기도 했고, 로칸의 공세가 워낙 급작스러웠기에 미처 피하지 못한 것이다.
“더러운 인간 따위가……!”
“네 꼴이나 보고 지껄이지?”
급히 신성을 발휘해 보호하긴 했지만 크게 밀려 난 엘프 신 사야가 로칸을 노려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미저리냐.’
그 눈빛이 마치 바람난 연인의 새 애인을 보는 것 같았다.
로칸은 그 눈빛이 거북했다. 내가 뭘 어쨌다고?
그리고 이해했다. 정령과 엘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엘프들이 사용하는 힘의 대부분은 정령들에게서 받은 것인 만큼, 좋게 말해 친구, 나쁘게 말하면 하인과 같은 관계였지만 정령들에 대한 엘프들의 감정은 거의 애인에 가까운 것이다.
그런 정령들이 로칸과 카이에게 큰 관심을 보인 까닭일까?
엘프 신 사야의 눈빛에는 질투의 감정이 들어 있었다.
“가질 수 없으면 부수겠다, 뭐 그런 건가? 중2병이야 뭐야?”
하지만 로칸의 반응은 심드렁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의 감정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으니까.
저딴 눈빛을 받는 것이 거북하긴 했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자신의 배틀 액스에 죽을 놈인데.
온갖 저주의 말이나 헛소리들을 수도 없이 들어온 그였으니 대꾸하는 대신 도끼를 들어 올릴 뿐이었다.
“죽엇!”
신성을 머금은 화살들이 날카롭게 쏘아져 왔다.
아마 반신 이하의 존재들이었다면 빗살만을 목격할 뿐이었겠지.
그러나 로칸은 달랐다.
이미 상위 신의 격을 얻은 그인데다 여러 존재들의 신성을 먹어 치우고 분석한 만큼 그런 빠르기만 한 공격에 당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더구나 엘프 신 사야는 이미 정령 신과의 연결이 끊어진 상태였으니까.
정령의 기운으로 강화해야 할 화살을 신성과 공허의 힘을 때려 박아 메운 것이었기에 그저 강하고 빠르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그 둘이라면 로칸도 뒤지지 않았다.
파앙 파앙 팡 팡 팡.
무심하게 휙휙 배틀 액스를 휘두를 때마다 신성의 화살이 파괴되었다.
사야가 이리저리 몸을 날리며 틈을 노려 보지만 어림없는 일이다.
뭔가 변칙을 만들어 내지 않는 이상 로칸의 몸에 화살 따위가 닿는 일은 없을 터였다.
“병신.”
저벅저벅.
그런 와중에 로칸은 정령 신 일로네를 돌아보았다.
그 슬픈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암묵적 동의를 얻어 내고 나서는 아예 방어조차 하지 않았다.
신의 육체와 카이의 세계 조화의 비경에서 가져온 엘리멘탈의 힘을 사용하자 사야의 공격 따위는 몸을 파고들지조차 못하는 것이다.
“이, 이런……!”
그 모습에 사야는 더욱 절망했다.
로칸의 몸을 보호하고 있는 엘리멘탈의 힘과 자신을 떠난 정령의 기운에 자신의 상황을 더욱 절감하게 된 것이다.
“되찾겠어……. 반드시……!”
그 순간 사야가 흑화하기 시작했다.
공허에 몸을 내맡기며 자신의 신성을 공허의 신성으로 전환해 버린 것이다.
서서히 물들거나 잠식되는 것이 아닌 자발적인 신성 변환.
그와 함께 파괴적인 기운이 놈의 주위로 넘실거렸다.
자신의 주변에 있던 엘프와 정령들까지 집어삼키며 몸집을 부풀리려 들었다.
“까고 있네.”
그 순간 파괴의 신성을 담은 배틀 액스가 놈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