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81)
481 공허의 군주 (1)
“일로네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일격에 모든 것이 끝장났다.
공허의 신성까지 끌어올렸지만 로칸은 이미 공허에 대한 분석까지 마친 존재였고, 그 무엇이라도 파괴할 수 있는 신성마저 갖춘 상태였으니까.
힘을 부풀려 봐도 격의 차이가 압도적이었다.
그사이 정령 신 일로네는 상처를 모두 회복한 상태였다.
공허의 신성이 몸속을 파고들긴 했지만 그 정도도 해소해내지 못한다면 최상위 신 중 하나로 불릴 수 없었으리라.
때문에 로칸도 광풍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다만 가장 믿었던 존재에게 배신당한 슬픔까지는 그들이 헤아리기 어려웠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도 합류할게요. 다만 다른 아이들은 신들의 도시로 보내야 할 것 같네요.”
이 상태로 일로네가 공허와 싸울 수 있을까?
마냥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기에 물었지만 일로네는 이미 단단히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안타까운 것은 안타까운 것이고, 자신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예정한 대로 정령들과 엘프, 숲의 신들은 신들의 도시로 보내고 셋, 아니 카이까지 넷만 이곳에 남았다.
고작 넷뿐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능히 일당백, 그 이상이 가능한 존재들이었기에 위기감이나 압박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그들은 전면전을 하려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공격 능력도 출중하지만 보조 계열 능력에 특화된 정령 신의 합류는 로칸과 광풍 둘의 전투 능력을 최소 30% 이상 올려 줄 테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들을 보내고 역으로 공허의 존재들을 찾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미 공허의 경계는 빼앗긴 상태.
곧 적의 본대가 이곳을 향해 진격할 것이기에, 기습을 하기 좋은 위치를 골라 매복을 시도했다.
“대자연의 가호가 그대들과 함께하기를.”
[정령 신의 기원을 받았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30% 증가합니다.] [모든 저항력이 50% 증가합니다.] [모든 원소 공격력이 50% 증가합니다.]“뀨우우웃!”
학살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카이의 엘리멘탈 브레스.
처음에는 자신의 신성에 원소의 힘을 담아 쏘아 냈지만 일로네의 지도 아닌 지도를 받은 지금은 신성의 사용 방식이 아예 달라졌다.
대기를 끌어모으듯 신계에 퍼져있는 신성을 끌어모은 뒤 자신의 신성을 살짝 섞는 것이다.
그런 만큼 단숨에 쏘아 내는 위력은 약간 감소했지만 힘을 모으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력은 강화되었고, 소모되는 신성의 양은 극히 줄어들었다.
“갈까?”
“가시죠.”
이후 약간의 딜레이가 생기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광풍과 로칸이 날뛰기 시작한 이상 카이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을 테니까.
“저쪽도 시작한 모양인데요?”
“그래? 그렇다면 질 수 없지!”
콰과과광!
그때 저 멀리에서도 폭음이 울렸다. 강력한 신성 반응으로 보아 그들과 마찬가지로 게릴라전을 펼치는 신들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질 수 없지.
광풍과 로칸도 발동이 걸렸다.
상대의 레벨 따위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무자비한 학살을 시작했다.
***
소위 종족빨로 신위를 얻은 자들이라면 모를까, 신계에서도 최상위 신으로 불리는 이들은 기나긴 투쟁의 역사를 거쳐 온 역전의 용사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공허의 존재들은 밟으면 꿈틀대는 지렁이 같은 존재였다.
저항이라 부를 수 있는 행위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였고, 그것은 중급 신 수준이든 상급 신 수준이든 마찬가지였다.
이미 그들은 최상위 신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한 이들이었으니까.
그렇게 얼마 동안 몇 번의 전투를 치렀을까.
죽여도 죽여도 끝도 없이 밀려드는 공허의 군세를 토막치고 갈아 버렸지만 칼로 물 베듯 다시 까맣게 적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며 거의 습관적으로 무기를 휘두르던 신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그리고 동시에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나타나셨구먼.”
거대한 존재감, 그리고 압도적 크기의 공허의 신성이 느껴진 것이다.
단순히 신성의 크기만으로 본다면 로칸을 압도하는 것은 물론 다른 최상위 신들과도 비견할 만했다.
공허의 군주.
공허의 신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강력한 존재들 중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니, 하나가 아니었다.
둘, 셋……. 도합 다섯이나 되는 인원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내뿜는 격만으로도 주변이 터져 나가고 반신 이하의 존재는 짓뭉개질 지경이었다.
“모두 물러나라!”
양 진영의 존재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그들의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버티지 못하고 개죽음을 당할 것이 뻔했기에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물러났겠지만 허락이 떨어지자 전력을 다해 도주하듯 물러난 것이다.
“흐흐흐, 겁도 없이 여기까지 왔군.”
[공허의 군주 샤르트랑][Lv 595]군주 중 하나가 자신의 격을 드러내며 앞으로 나섰다.
모두가 긴장했지만 오직 한 명. 광풍만은 배틀 액스를 어깨에 턱 걸치고 껄렁하게 그에게 대꾸했다.
“그러는 넌 또 처맞으려고 겁도 없이 여기까지 기어 나왔냐?”
“광풍……!”
이미 한 차례 전투를 벌였던 전적이 있는 둘이었기에 허공에 스파크가 튀며 대치 상황이 만들어졌다.
“예전의 나를 생각하다간 그 거만한 얼굴이 뭉개질 것이다. 덤벼라!”
“그럼 사양 않고.”
콰아앙!
둘은 순식간에 격돌했다.
자신감 넘치는 일격을 날린 광풍이었지만 상대 역시 믿는 구석이 있는지 자신의 검을 휘둘러 그에 맞섰다.
힘과 공격력에서는 광풍의 우위.
녀석이 형편없이 밀려났지만 금방 다른 손을 뻗어 공허의 신성을 발했다.
“오염된 세계!”
오염되어 파멸로 치달은 자신의 세계를 이끌어 내며 광풍을 덮쳐 갔다.
“인마,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줄 아냐!”
그러나 광풍 역시 한 손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거리가 있었지만 그런 것의 의미가 없었다.
권풍을 날려 날아드는 공허의 힘을 파괴하고 나머지는 신성의 보호막을 일으켜 몸으로 막아 내었다.
치이이익.
시커먼 오염의 힘이 독액처럼 보호막을 녹였지만 그중 광풍의 몸에 직접 닿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거리는 가까워졌고, 놈이 힘을 모아 검을 내질러 보지만 광풍은 별것 아니라는 듯, 가뿐히 피하고 배틀 액스를 내리찍었다.
“오염 폭발!”
그때, 놈이 기다렸다는 듯 힘을 폭발시켰다.
자신을 중심으로 오염의 힘을 퍼트리며 광풍을 밀어 내고, 자신의 공허를 묻힌 것이다.
“드러운 새끼.”
공허. 그것도 오염된 힘을 품은 공허의 신성은 맞닿은 신이 신성은 물론 세계에까지 영향을 주지만 광풍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똥물이 튄 것처럼 와락 인상을 구기고 재차 놈에게 쏘아져 나갔다.
“너도 나와 똑같이 만들어 주마! 오염 폭풍! 오염된 비!”
이번에도 녀석은 광풍에게 충격을 주기보다 그의 세계를 오염시키는 데 주력했다.
어차피 무력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를 파멸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이었다.
“샤워하러 가게 얼른 끝내자!”
푸확!
그러나 광풍은 놀랍게도 그 오염들을 그냥 받아 내었다.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허의 힘이, 오염의 기운이 그의 몸과 신성을, 세계를 침식해 가는 것이 멀리서도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고 놈의 가슴을 길게 베어 버린 것이다.
“커헉!”
공격에 적중당한 녀석은 비틀거리면서도 끊임없이 오염의 힘을 사용했다.
같이 죽자는 물귀신 작전이라도 되는 듯, 광풍의 세계를 망가뜨리는 것에 제 목숨을 걸었다.
‘진짜 괜찮은 건가?’
이렇게 되자 로칸도 걱정이 되었다.
만약 저것을 자신이 뒤집어썼다면 어땠을까? 세계에 뿌려진 오염의 힘을 정화해 낼 수 있을까? 광풍은 다른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또 다른 곳들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다른 군주들도 최상위 신들을 붙잡고 전투를 시작한 것이다.
상성의 문제인지, 그냥 광풍이 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호각을 이루고 있었다.
신들이 괜히 공허의 군주를 두려워하던 것이 아니라는 듯, 그들은 각자가 가진 공허의 신성을 이용해 신들을 상대하고, 그들을 공허에 빠뜨리려 애를 썼다.
“로칸 님, 조심하세요.”
그리고 로칸의 앞에서 공허의 군주가 하나 나타났다.
정확히는 로칸이 아닌, 정령 신을 노린 녀석이겠지.
아직 로칸을 다른 최상위 신들과 동일 선상에 놓을 리 없으니까.
멀리서 그가 공허의 존재들을 학살하는 모습을 봤다면 조금 경계할지도 모르지만 아직 신계와 공허에 있어서 로칸은 신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애송이일 따름이었다.
[공허의 군주 로스마룬][Lv 593]“드디어 정령계를 모두 불태울 수 있겠구나.”
그 증거로 마주 선 로칸은 보이지 않는지 공허의 군주가 정령 신 일로네를 보며 침을 질질 흘렸다.
‘이것 봐라?’
하지만 로칸은 개의치 않았다. 화를 내거나 놈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애를 쓰지도 않았다.
감히 자신을 무시한 대가는 몸으로 치르게 해 주면 그만이었다.
“……헉!”
파괴의 신성을 담은 배틀 액스가 공간을 격하고 놈의 머리를 쪼개 갔다.
뒤늦게 그 위력을 깨달은 녀석이 몸을 빼내려 들었지만 정령 신이 로칸을 보조했다.
신성한 나무줄기들이 치솟아 녀석의 몸을 옭아매고 행동을 제약시켰다.
“타, 탈피!”
푸확!
로칸의 배틀 액스가 놈의 정수리부터 꿰뚫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관통하여 반으로 갈라 버렸다.
“쳇.”
그러나 로칸은 만족하지 않았다. 손에 느껴지는 감각이 달랐으니까.
꽤나 많은 양의 공허의 신성이 흡수되긴 했지만 그뿐이다. 놈이 어중간한 공허의 존재라면 그것으로 끝났다 믿겠지만 놈은 공허의 군주였다.
공허의 신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강력한 존재.
그런 놈이 고작해야 중급~상급 신 수준의 신성을 뱉는다고?
로칸은 얄팍한 눈속임 따위에 속지 않았다.
다시금 배틀 액스를 쥔 손에 힘을 주며 달려 나갔다.
“타락의 불꽃!”
쿠화아아아아아아.
그때, 전방에서 검붉은 불꽃이 뿜어졌다.
공허의 힘이 뒤섞인 불꽃.
로스마룬의 진실한 형태는 다름 아닌 불도마뱀인 것이다.
드래곤도 아닌 주제에 화염 브레스를 뿜어 대는 꼴이 우스웠지만 그 위력만큼은 만만치가 않았다.
짧은 차징에도 불구하고 신성을 부수고 피부를 녹이려 들었으니까.
뀨웃!
하지만 그때, 카이가 벼락같은 노성을 터트렸다.
[조화와 비행의 신 카이가 테트라 엘리멘탈을 사용했습니다.] [일정 시간 동안 모든 속성 공격에 면역을 가집니다.]그와 동시에 불길이 약해진 느낌을 받았다.
화염 브레스가 가지는 파괴력 자체는 남아 있었지만 화염의 기운으로는 로칸에게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는 것이다.
“수신의 가호!”
[화염 속성 저항력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수 속성 공격력이 대폭 상승했습니다.]거기에 정령 신의 가호가 더해졌다.
물 속성의 힘을 사용해 화염으로부터 로칸을 보호하고, 오히려 그의 공격에 수 속성의 힘을 실어 공격력을 강화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려야 질 수가 없다.
녀석은 나름대로 자신이 있어 정령 신에게 다가온 것이겠지만 정령 신은 물론 카이의 보조까지 받는 로칸은 어떤 의미에서 녀석의 천적과도 같았다.
“불과 얼음의 노래.”
쩌저저적.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주변 모든 공간을 얼려 버렸다.
로스마룬은 화염의 신성을 일으켜 자신을 보호했지만 그뿐이다.
로칸의 공격은 이제 막 시작되었으니까.
“프로즌 월드.”
확장된 빙결의 힘이 놈의 행동을 다시 한번 제약시켰다.
“부서져라.”
얼음덩이처럼 굳어 버린 놈의 정수리로 다시 한번 로칸의 배틀 액스가 떨어져 내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