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83)
483 공허의 군주 (3)
“위상 변환?”
그러나 이번에도 둘의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공격이 닿으려는 순간, 녀석의 몸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해 회피한 것이다.
“……[공간]이 아니라 [차원]을 다루는 거였나?”
공격 실패의 이유를 파악한 광풍의 표정이 굳어졌다.
공간과 차원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힘이니까.
그리고 차원은, 신계에서도 오직 카이스만만이 다룰 수 있는 힘이었다.
“어리석은 놈들. 너희들의 힘으로는 내게 아무런 피해도……!”
파츠츠츳!
그런 그들을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돌아선 카이륜이 순간 얼굴을 찡그렸다. 그들의 공격이 먹혀든 것이다.
“어떻게……?”
방심하다 당했기 때문일까? 피해는 생각보다 컸다.
멀쩡하던 가슴이 쩍 하고 벌어졌고, 공허의 신성이 세차게 뿜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헹, 내가 가만히 놀고만 있을 줄 알았냐? 언젠가 카이스만 영감과 한판 붙어 보기 위해 준비를 좀 해 봤지.”
바로 광풍의 소행이었다. 이미 충분한 무력을 갖추었음에도 언젠가 카이스만과 대결을 벌여 보기 위해 그의 고유 신성인 [차원 조종]에 대해 연구한 것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카이륜은 생각지 못한 치명상을 입고 비틀비틀 물러났다.
“버러지 같은 놈들이 발악을 하는구나. 어차피 이미 신계의 멸망은 예정되었다. 다시 만나는 날, 죽여 달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들어 주지.”
파앗.
그 순간 카이륜의 모습이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 어떤 기척이나 흔적도 없이 신들의 도시에서 사라진 것이다.
혹시나 싶어 신성의 파편 따위를 회수해 보려 했지만 녀석이 모두 다시 흡수한 것인지 티끌만 한 조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카이스만 님!”
“영감!”
놈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한 둘은 서둘러 카이스만에게 다가갔다. 척 보기에도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고 느껴지는 신성의 기운도 예전만 못했다.
“영감, 장난이지? 죽으려면 나한테 죽어야지, 이게 무슨 꼴이야?”
“흘흘, 걱정 마라. 그놈의 주둥이를 다른 차원으로 날려 버리기 전까지는 안 죽을 테니.”
실없는 농담이 오갔지만 분위기는 무겁기 짝이 없었다. 분명 신성을 사용해 치유를 하고 있을 텐데도 좀처럼 상태가 호전되고 있지 못했으니까.
‘설마……?’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도 생각을 해 봐야 했다.
그저 공허에 침식당하거나 상처를 입은 것만이 아니라 세계 자체에 타격을 받았을 수 있다는 사실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로칸, 자네에게 한 부탁은 어찌되었나?”
“두 곳의 방어 장치를 재가동시켰고, 한 곳은 아직 찾아가지 못했습니다.”
“서둘러 주게. 그들이 특이점의 힘을 손에 넣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세 곳 모두를 작동시켜야 하네.”
“알겠습니다.”
카이스만은 고통에 신음하는 중에도 로칸을 불러 특이점 조사 퀘스트를 서두르도록 지시했다.
어느 정도 위력은 있지만 절대적이지는 않아 내심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던 차였기에 뭔가 말을 하려했지만, 그가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것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의 말을 따랐다.
“미안하지만 나를 좀 옮겨 주게나. 이곳은 이렇게 파괴되어 있어서는 안 돼. 도시를 복구시키고 신들의 힘을 규합할 장소를 만들어야 하네.”
“영감, 어차피 부서진 건데 좀 나중에…….”
“아니, 이제 놈들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걸세. 내가 직접 개입하기 어렵게 되었으니 더욱 기세를 올리겠지. 그것을 막아 내기 위해서는 이쪽도 구심점이 필요하네.”
광풍은 살짝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어쩔 수 없다는 듯 카이스만을 부축했다.
쿠구구구구구궁.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카이스만이 신성을 발하자 폐허에 가깝게 변해 있던 신들의 도시가 복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도 차원의 힘일까, 아니면 신들의 수호자가 지닌 힘일까.
도시는 금세 원래의 모습을 찾았고, 죽어 흩어진 신성과 공허의 신성들이 한데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치 찰흙덩이와 같이 카이스만의 손에서 빚어지더니 곧 세세히 분열하여 신계의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저건…….”
조금 다르지만 로칸도 알고 있는 방식의 신성 활용이었다.
생명 창조.
정확히는 장차 신이 될 존재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하나의 완전한 신을 창조하지는 못했지만 가능성과 그 씨앗이 되는 신성을 뿌려둠으로서 장차 신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로 놀라운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신의 창조라니? 말살이라면 모를까, 로칸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기에 눈만 껌벅거리며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가 나타났으니 정말 비상 상황이네. 모든 신들을 집결시키고 공허의 군세를 막아 주게. 자네라면 그들을 잘 이끌 수 있을 거야.”
“내가 다 쓸어버릴 테니까 영감은 회복이나 하쇼.”
“그래 주면 고맙겠군. 그리고 로칸, 자네는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 바로 마지막 특이점을 점검해 주게. 상급 신 이상에게는 잘 통하지 않겠지만 그것이 무사한 것만으로도 우리 신계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네.”
“그렇군요. 알겠…….”
“잠깐.”
“……?”
그때, 카이스만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지속적으로 가해지고 있는 고통 때문만은 아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집중하는가 싶더니 동공이 흔들리고 호흡이 가빠졌다.
“서두르게. 지금 다른 존재가 마지막 특이점에 접근하고 있어.”
“공허의 군주입니까?”
“아니, 그는……. 맙소사. 포세이둔, 그가 타락해 버렸네!”
“그 물고기 새끼가?”
포세이둔이라면 최상위 신 열 명 중 하나였다. 광풍과 마찬가지로 카이스만을 제외한 신계 최강의 신들 중 하나.
그 말에 로칸도 침을 꼴깍 삼켰다.
카이스만에 따르면 그 역시 특이점에 대한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바다의 신으로 불리는 존재이니 바다에 위치한 세 번째 특이점이 금세 장악당할 수 있었다.
“서두르게. 아니, 자네만으로는 어려울 수 있으니 다른 신들과 함께 가게. 어차피 특이점의 신성을 장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니 조급하게 움직이는 것보다 확실하게 그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할 걸세.”
“다른 신이라면…….”
“지금 이쪽으로 오고 있군.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게.”
카이스만의 말에 따라 곧장 떠날 채비를 마치고 잠시 기다리자 총 세 명의 신이 먼저 그의 앞에 나타났다.
하나같이 로칸도 잘 알고 있는 얼굴들이었다.
정령 신과 천신, 그리고 마신.
최상위 신 열 명에 속하기도 하는 그들이 지원군인 것이다.
그 밖에 카이스만의 신언을 전해 들은 신들이 꾸역꾸역 신들의 도시로 몰려들었지만 어차피 그들 모두를 데려갈 수는 없었다.
그들 가운데 천신과 정령 신이 로칸과 함께 포세이둔을 막기 위해 출발했고, 이동에는 카이가 힘을 써 주었다.
광풍도 성질을 부리며 포세이둔을 찢어 죽여 주겠다고 소리를 쳤지만 아쉽게도 그는 카이스만의 다른 요청을 받아 함께 갈 수 없었다.
함께 간다면 확실한 전력이 되겠지만 포세이둔보다 공허의 군단을 막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
마신 역시 마찬가지. 패도적인 신성을 발휘하는 그는 공허의 존재들을 쓸어버리는 데 적합했기에 굳이 이미 최상위 신이 둘이나 포함된 전력에 끼는 것보다 도시에 남아 광풍과 호흡을 맞추는 쪽이 낫다고 판단된 것이다.
결국 로칸과 정령 신, 천신이 함께 세 번째 특이점을 향해 이동했다.
“조심하세요. 포세이둔은 바다에서 누구보다 강한 능력을 발휘하는 신이에요.”
이동하는 동안 천신은 걱정되었는지 로칸에게 주의를 주었다.
바다에서의 전투로 한정했을 때는 설령 광풍이라 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쪽도 만만치는 않다. 정령 신은 기본적으로 수 속성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원소를 다룸으로써 상대에 맞춘 전략적 신성 활용을 보여 줄 수 있었고, 천신 역시 본신의 능력도 출중하지만 신성 변환 능력을 통해 상대의 고유 신성을 무력화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로칸은, 그 무엇이라도 파괴하고 파멸시킬 수 있는 파괴적인 힘을 지니고 있었다.
쿠와아아아아아아.
그렇게 한참을 날아 세 번째 특이점에 가까워지고 있을 때, 해수면에 가깝게 비행하던 카이의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해일.
거대한 해일이 그들을 덮쳐 오고 있었다.
“해류 제어!”
먼저 나선 것은 정령 신이었다. 물이라면 그 역시 일가견이 있으니까.
거대한 해일이 반으로 갈라졌다.
포세이둔으로 추정되는 어떤 신의 힘과 정령 신의 힘이 맞서며 힘겨루기를 한 것이다.
첫 승부는 정령 신의 승리였다.
반으로 갈라진 해일은 그들에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했고, 출렁거리며 덮쳐 오는 파도는 카이의 비행 실력으로 가뿐하게 피해 냈다.
“이번엔 제가 막겠습니다!”
그러나 해일은 하나가 아니었다.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해일이 연달아 덮쳐 들고 있는 것이다.
“열려라!”
이번에는 놀랍게도 해일에 구멍이 생겼다. 이미 발현된 상대의 신성을 변형시켜 틈을 만든 것이다.
“이런, 또?”
하지만 상대는 그런 돌파를 예상했다는 듯 해일 뒤에 또 다른 해일을 바로 붙여 놓았다.
“프로즌 월드!”
미처 대비할 새도 없이 부딪혀오는 해일을 이번에는 로칸이 나서서 베었다. 아니, 파괴했다.
쩌저저적. 콰앙!
불과 얼음의 노래를 발동해 해일을 통째로 얼려 버리고 배틀 액스를 휘둘러 부수고 무너뜨린 것이다.
“얼마나 남았죠?”
“이제 다 왔어요. 한데…….”
그걸로 첫 번째 장애물은 돌파했지만 이번에는 바닷속이 까맣게 물들었다.
공허가 퍼진 건가 싶을 정도로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온갖 해양 몬스터와 바다 계열의 신들이 몸을 일으킨 것이다.
‘눈이 갔군.’
이미 공허에 침식당한 듯, 자신을 잃고 그들에게 덤벼들려 하고 있었다.
“카이.”
쿠화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카이의 엘리멘탈 브레스가 뿜어졌다.
정령 신과 천신이 나서는 동안 만일을 대비해 주변의 신성을 끌어모으고 있었기에 그 위력은 실로 엄청났다.
한순간 바닷물이 증발해 버릴 만큼 강력한 에너지 브레스가 그들을 덮쳤다.
죽은 신들의 신성이 두둥실 떠올랐지만 한가롭게 그것들을 수확하고 있을 시간조차 없었다.
지금쯤이면 포세이둔이 특이점 안으로 진입했을지 모르니까.
파앙 파바바방!
아니나 다를까, 공허에 물든 바다 신들을 떨궈 내고 이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다가 요동쳤다.
물에는 소용돌이가 생성되어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였고, 수시로 불규칙한 물줄기가 튀어나와 그들을 공격했다.
“특이점이 넘어갔군요.”
카이가 유연하게 대처하며 피해 내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공격은 더욱 거세졌고, 천신과 정령 신이 한 팔을 거들고 나서야 간신히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해졌다.
“제가 여기에서 시선을 끌겠습니다. 두 분은 내려가서 그를 막아 주세요.”
간신히 특이점이 있는 바다 위까지는 이동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특이점 안에 들어간 포세이둔을 막기 위해서는 특이점의 방어 장치는 물론 그가 홀려 놓은 바다 신들을 뚫어 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너무 힘을 뺄 경우 정작 포세이둔에게 패배할 수 있었기에 체력과 신성 안배도 중요하다.
때문에 정령 신은 자신이 물 위에 남아 시선을 끌 것을 선언했다.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에 둘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따지고 보면 그만큼 그 일을 잘해 낼 만한 존재도 없었다.
“정령들이여, 내게로 오라!”
정령 신이 대규모의 정령들을 소환했다.
신계에 있는 정령들은 하나하나가 여느 신들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한 존재들이었기에 포악하게 달려드는 바다 신들을 막아 내면서도 제법 여력이 있었다.
괜히 최상위 신이 아니라는 듯, 정령 신은 자신의 힘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갑시다.”
그사이 로칸은 천신과 함께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정령 신이 시선을 끌고 있다 해도 무혈입성은 불가능하다.
물속에서도 해류가 요동치며 그들의 접근을 방해했지만 로칸은 장비를 교체하며 가뿐하게 그것들을 물리쳤다.
해신의 트라이던트.
언젠가 포세이둔이 남겨 두었던 신기가 로칸의 손에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