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95)
495 최후의 결전 (2)
“어? 여기는…….”
카이륜이 있는 곳에 도착한 일행은 살짝 당황했다.
카이륜의 기운이, 존재감이 느껴진 좌표대로 서둘러 이동한 로칸도 마찬가지.
그곳은 공허의 존재들이 머무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직 함락되지 않은 신들의 영역.
놈은 대담하게도 적진이라 할 수 있는 신계의 어느 지점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여긴…….’
로칸과 광풍이 눈을 마주쳤다. 그들의 기억 속에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카이스만의 시험에서 본 신계의 역사.
그 편린에서 마주한 모습과 똑같은 지형이었다.
카이스만과 카이륜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존재가 처음 탄생한 장소.
이곳에 뭔가 특별한 것이 숨겨져 있는지, 아니면 그저 카이스만과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한 것 따위의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놈이 여기에, 홀로 있다는 것이다.
“……놀랍군. 버러지 주제에 차원의 힘을 그만큼이나 이해 할 수 있다니. ‘수호자’의 효과인가?”
녀석은 짐짓 여유로운 모습으로 로칸을 눈여겨보았다. 그리고 간파했다. 어떻게 로칸이 이처럼 차원의 힘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는지를.
하기야, 애초부터 신들의 수호자는 카이스만과 카이륜 둘 모두의 호칭이지 않았나.
로칸은 동요하지 않고 배틀 액스를 들어 올렸다.
놈이 말을 거는 것 자체가 시간을 끌기 위함일 수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카이스만의 신성을 더 흡수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서는 안 됐다.
“전신의 돌격!”
이미 주변에는 카이륜이 쳐 놓은 차원의 결계가 펼쳐진 상태였다.
공간 이동 계열은 점멸조차 쓸 수 없는 상황. 그러나 로칸은 망설이지 않고 놈에게 달려들었다.
공간 이동 계열의 능력을 쓸 수 없는 것은 놈 역시 마찬가지일 테니까.
콰앙!
로칸의 배틀 액스와 놈이 만들어 낸 차원의 검이 부딪쳤다.
이전에는 로칸 쪽이 간신히 이득을 보는 수준이었지만 지금 배틀 액스에 느껴지는 감각은 이전보다 더 묵직했다.
놈이 얼른 도망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겠지.
그만큼 자신이 있으니 스스로의 도주까지도 차단하는 차원 결계를 펼쳐 놓은 것이다.
콰앙! 쾅! 쾅! 쾅!
그러나 로칸도 이전과는 다르다.
카이륜이 차원의 벽을 접어 검처럼 휘두른다면 로칸은 배틀 액스의 날에만 차원의 힘을 집중시켰다.
손오공의 여의봉처럼 휘둘러 대는 놈과 달리 범위를 한정시킴으로써 신성의 낭비를 막고, 응집된 기운으로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덕분에 로칸은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호각.
더 깊이 있는 차원력을 다루는 카이륜과 막강한 전투력에 차원의 힘을 덧입힌 로칸이 대결은 누가 우위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설마, 벌써 흡수를 마친 건가?”
때문에 로칸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건 단순히 약간 파워 업을 한 정도가 아니다. 카이스만의 힘을 완전히 체득해야만 가능한 수준의 파괴력이었다.
격돌 자체는 호각이지만 은근하게 속이 아려 오기 시작했으니까.
그러자 녀석은 우습다는 듯 오만한 비웃음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당연하다. 이건 애초부터 ‘내 세계’이니까.”
“내 세계?”
“그래. 카이스만과 나는 때때로 서로의 세계를 바꾸어 관리하곤 했지. 그러던 중 녀석의 세계가 파괴되었고, 나는 그의 세계를 구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놈은 내 세계와 자신의 세계를 바꿔치기한 뒤 달아나 버렸지.”
“……그런.”
카이륜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무척 충격적이었다.
자신의 세계가 파멸하자 형제와 세계를 바꿔치기해 도망쳤다고? 그리하여 형제는 파멸하고 자신만 살아남았다고? 자신의 실수로 세계를 망쳐 놓고?
만약 사실이라면 그의 복수심도 이해는 되었다.
쌍둥이 형제에게 그토록 잔인하고 냉정하게 손을 쓸 수 있었던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개소리! 그 영감이 그런 짓을 했다는 걸 믿으라고?”
당황하는 로칸과 달리 광풍은 단호하게 그의 말에 딴죽을 걸었다.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그가 진실을 날조하는지 알게 무어란 말인가?
로칸도 마음을 다잡았다.
진실이야 어찌됐든 놈을 쓰러뜨려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차원의 힘을 끌어올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힘을 더 일으켰다.
“절대자의 힘.”
이전과 달라진 것은 카이륜만이 아니었다.
신들의 수호자.
그것은 신들의 왕과도 같은 이름이었으니 절대자의 힘을 일으키는 대상에 신계의 신들이 추가된 것이다.
더불어 그들의 세계에 기거하는 주민들까지.
지금까지와는 비교 할 수 없는 막대한 양의 신성이 로칸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폭력과 파괴의 신 로칸][Lv 599]그나마 레벨 제한에 걸려 599에 그쳤을 뿐이다. 만약 신성의양만으로 그 이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면 600레벨을 넘어 쭉쭉 상승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났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부술 수 있을 것 같은 거력에 그의 몸에 깃들었다.
“그래. 너희 형제의 일이야 내 알 바 아니지. 그런데 말이야, 이제는 이곳이 ‘내 세상’이란 말이지. 남의 것을 탐내고 파괴하려 했으니 그 죗값을 치르도록!”
파앙!
로칸이 힘을 발하자 그가 있던 공간이 터져 나갔다.
일종의 소닉붐이 일어나며 공간 계열의 능력이 없이도 한 순간에 카이륜의 앞으로 나타났다.
쩌저저정!
차원의 힘까지 극도로 끌어올려 배틀 액스를 휘두르자 카이륜도 화들짝 놀라며 신성을 일으켰다.
위상 변환.
자신의 앞에 다른 차원으로 이어지는 방패를 몇 겹이나 둘렀지만 로칸은 모든 것을 부시하고 그것들을 깨부수었다.
차원 자체를 부수며 놈을 베어갔다.
“큭! 무슨 짓을 한 거냐!”
간신히 로칸을 밀어 낸 녀석의 표정에 당혹감이 서렸다.
로칸이 이 정도로 강해질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겠지.
사실 차원의 힘이라는 것이 상대에게 간섭하고, 무력화시키는 것에는 큰 장점이 있지만 전투용으로 그렇게까지 적합한 것은 아니었다.
차원의 검은 막강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상대가 차원의 힘에 저항하지 못한다는 전제가 있을 때의 문제이지, 똑같이 차원력을 사용하는 상대에게는 눈을 조금 어지럽히는 것이 고작인 것이다.
그리고 본신의 전투력에서는 로칸이 우위를 점했다.
일방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카이륜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광풍이나 정령 신, 천신, 마신은 감히 끼어들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고 강력한 힘의 대결이 이루어졌다.
“차원 링크. 대류의 힘!”
“……!”
힘겹게 로칸의 일격 일격을 막아 내던 녀석이 한 가지 꾀를 내었다.
처음 카이스만의 힘을 흡수했을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힘이었다.
세계를 짊어진 것처럼 어마어마한 무게가 로칸의 몸을 짓눌렀다.
“대지 제어!”
그 순간 정령 신이 개입했다.
그의 예상대로 놈이 사용한 것은 다른 차원의 지하 깊숙한 곳, 대지가 맞물려 움직이는 힘과 무게를 상대에게 얹어 버리는 것이었다.
정령 신이 나서서 대지의 힘을 제어하자 무게감이 크게 줄어들었다.
다른 차원의 대지라고는 하나, 정령의 힘을 이용해 어느 정도 제어가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놈이 힘을 사용하는 방식을 알았으니 대지가 아니라 다른 어떤 힘을 쓰더라도 상쇄할 수 있고, 여차하면 놈이 여는 차원 문에 간섭하는 것도 가능했기에 승기는 로칸에게로 점차 기울어졌다.
카이륜은 공허의 신성을 보다 진하게 뿜으며 발악을 했지만 압도적인 파괴력,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는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초……!”
“……바알제불.”
“……!”
형편없이 밀려나기만 하던 카이륜이 마지막 순간, 어떤 이름을 읊조렸다.
그와 함께 로칸은 등줄기 가득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본능적인 위기감에, 마지막 일격을 가하지 못하고 황급히 몸을 빼내며 뒤로 물러섰다.
“크크크큭, 꼴이 형편없구나, 계약자여.”
그와 함께 카이륜의 앞으로 어떤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옥의 왕 바알제불][Lv 599][봉인]‘바알제불?’
어딘지 익숙한 이름이다. 여러 판타지나 게임 등에서 대악마 또는 마왕으로 등장하는 이름이 아니던가?
지옥이라니, 아무래도 마계와는 별도의 세계가 있는 듯싶었지만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로칸이 긴장한 표정으로 다시 힘을 일으키고 있을 때, 누군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뭐야, 저 파리 새끼는?”
광풍이었다.
신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성질을 죽이고 카이륜과의 싸움을 양보한 그였지만 상대가 둘이라면 굳이 물러설 이유가 없었다.
파리처럼 생긴 바알제불이 내뿜는 격을, 압박감을 간단히 풀어내며 로칸과 나란히 섰다.
“파리? 이 이도저도 아닌 잡종 놈이……!”
콰앙!
바알제불은 준비 동작도 없이 광풍에게 일격을 날렸다.
그러나 광풍은 예상했다는 듯 배틀 액스를 들어 간단히 해소해 버렸다.
“상대는 대충 정해진 것 같군.”
2 대 2의 싸움. 하지만 일대일 매치가 결정되었다.
물론 이쪽에는 정령 신과 천신, 마신이 함께이긴 했지만 그들의 힘으로는 약간의 보조가 전부일 터였다.
자칫 목숨을 빼앗기며 신성을 헌납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지.
적어도 전투력이라는 측면에서는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지했는지 그들은 슬쩍 신성의 보호막을 두르며 뒤로 물러났다.
완전히 손을 놓지는 않겠지만 죽지 않는 것이 둘을 돕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방어를 단단히 굳히고 전투에서 이탈했다.
“자, 그럼 붙어 볼까? 파리채로 쓰기엔 좀 과하지만 저 정도 큰 놈이라면 썰어 볼 만하겠지.”
“저 잡종 놈이……!”
넷은 둘로 분열했다.
광풍이 어그로를 제대로 끌어 준 덕분에 바알제불이 눈 뒤집혀 달려들어 준 덕분이었다.
덕분에 홀로 남은 카이륜은 다시 로칸의 상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시작해 볼까?”
바알제불이 얼마나 강할지 모른다. 광풍이 그를 이기거나, 얼마 동안이나 묶어 둘 수 있는지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로칸은 시작부터 전력으로 카이륜을 몰아쳤다.
이미 그의 차원력은 자신에게 큰 피해를 입히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에, 수없이 생성되는 차원의 힘들을 분쇄하며 단박에 놈의 앞까지 들이닥쳤다.
“난무! 파멸의 일격!”
수작을 부려 볼 새도 주지 않고 몰아치는 로칸의 공격에 카이륜은 속수무책 밀려 났다.
차원의 문을 열면 문을 부수고,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바꿔치기를 하면 아예 차원을 부숴 그를 끄집어내었다.
차원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했고, 손발이 어지러워진 카이륜에게 찰나의 빈틈이 생겨났다.
“광살!”
로칸이 놓치지 않고 파괴의 힘을 담은 연격을 펼쳐 냈다.
모든 것들 파괴하는 참격이 카이륜의 몸을 몇 번이고 베었다.
퍼엉!
“……!”
하지만, 로칸의 공격은 그대로 놈의 몸을 통과해 버렸다.
놈의 육신을 조각 냈어야 할 공격이 모래를 가르듯 먼지를 후려치듯 허무하게 지나쳐 버렸다.
“무슨……!”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설마 지금까지 자신이 싸웠던 것이 허상이기라도 했단 말인가?
당황하며 얼른 자세를 잡아보지만 카이륜의 기척은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스르르르릇.
“……!”
그리고 곧 로칸은 발견할 수 있었다.
먼지 같은 입자들이 모여 카이륜의 형상을 다시 이루는 것을.
“넌 나를 죽일 수 없다.”
입자화.
바알제불의 고유 능력이 카이륜에게서 선보여지는 순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