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499)
499 초월 신 (2)
하늘에 뚫린 구멍은 신계에서만 나타난 일이 아니었다.
천상 그리고 지상까지.
알 수 없는 작은 점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그것은 꼬박 반나절 동안 지속되었다.
문제는, 그것을 로칸이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후우! 그래 이제는 살짝 쉬엄쉬엄할 때도 됐지.”
벌써 한참이나 진도가 나가지 않는 타 차원과의 차원 문 연결에 실망한 로칸이 마음을 다잡으며 간만에 꽤 긴 휴식을 취한 것이다.
어차피 친구는 없었기에 혼술, 혼밥이었지만 꽤나 거나하게 외식도 즐기고 쉬었다가 접속했다.
간만에 몸 좀 풀 겸, 공허로 사냥을 나섰다.
공허의 존재들은 거의 말살당한 상태였지만 재미있게도 그들의 빈자리에 웬 몬스터들이 대신 자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공허였던 그곳들은 신성을 수급할 수 있는 훌륭한 사냥터가 되었다.
나중에 공허의 존재들이 생겨날 때 다시 이곳에서 탄생할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한동안 신위를 얻은 유저들은 자잘한 심부름이나 세계 관리에만 너무 열중하지 않아도 이곳에서 적당히 신성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
‘왠지 남 좋은 일 한 것 같긴 하지만…….’
그것이 살짝 고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이미 그들과 자신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갭이 있는 상태였다.
더구나 아직 서식지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기에 이곳에 출몰하는 몬스터의 종류와 레벨은 천차만별이었기에 자칫 깊게 들어왔다가는 그대로 게임 오버를 당할 수도 있어 한동안은 유저들의 사냥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응? 저런 것도 있었나?”
그렇게 새로운 형태의 몬스터들을 처치하며 안으로 들어서던 로칸의 눈에 무언가 이상한 것이 잡혔다.
기존에는 보지 못하던 형태의 몬스터들이 나타난 것이다.
[무선 남궁장천][Lv 592]처음 보는 이름. 게다가 특이한 것은 녀석이 인간형이라는 것이었다.
마치 중국 무협에 나올 법한 옷을 입은 녀석이 다른 몬스터들을 가볍게 썰고 다니는 중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녀석은 혼자가 아니었다.
[무선 황보충][Lv 587] [무선 악도극][Lv 585]비슷한 외형을 한 두 명과 함께 있었는데 앞에 붙는 수식어가 ‘무선’으로 동일했다.
게다가 하나같이 580레벨이 넘는 강자들이었다.
공허와의 전쟁 이후 580레벨 대의 몬스터가 나타난 적이 있던가?
그 정도면 거의 최상위 신들의 수준이었기에 로칸이 이마를 구겼다. 아무래도 이상한 것이다.
그들의 존재도, 사용하는 기술들도.
“너희, 뭐냐?”
잠시 후, 주변 정리를 마친 그들이 돌아보자 로칸이 퉁명스러운 말을 던졌다.
대화가 통하는 지성체 같기는 한데, 그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느껴지는 기운도 특이하군.’
또한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신성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아예 한 놈은 신성보다 공허에 가까운 힘을 지니고 있었다.
‘돌연변이 같은 건가?’
“그대는 이곳의 주민이군. 맞나?”
꿈틀.
아무리 신성을 갈무리하고 있다지만 다짜고짜 하대를 하는 놈의 말에 로칸의 심사가 뒤틀렸다.
이것들은 대체 뭐기에 자신에게 이 따위로 군단 말인가?
아무리 새로 태어난 몬스터라지만 지상과 천상, 신계까지 통일한 자신을 몰라보고 저 따위 망발을 내뱉어?
어이가 없었지만 어떤 말을 지껄이는지 한번 지켜보았다.
“과묵한 놈이군.”
피식.
놈들은 로칸이 얼어붙었다고 생각했는지 가벼운 비웃음과 함께 협박 아닌 협박을 시도했다.
“잘 들어라.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따르면 살 것이오, 따르지 않는다면 죽을 것이다. 다시 묻지, 너는 이 차원의 주민인가?”
끄덕.
당장 처죽일까 생각하던 로칸은 녀석이 내뱉는 말에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일단 연기를 했다.
겁먹은 척하는 것 따위는 익숙할 리 없지만 어색한 그 모습 자체가 녀석들에게는 그럴싸하게 다가온 모양이었다.
“좋아. 우리를 이 차원의 지배자에게 데려가라.”
“무슨 일로……?”
“그건 네가 알 것…….”
“교섭을 하기 위함이다. 너희 차원에 해가 될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로칸의 물음에 누군가 잔뜩 기세를 드러내며 압박을 했지만 처음 물은 존재가 다시 나서 그를 안심시켰다.
‘너희 차원이라…….’
두 번이나 언급된 ‘차원’이라는 단어.
그 말에 로칸은 확신했다. 녀석들이 ‘이 차원’의 존재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저들 이름 앞에 붙은 ‘무선’이라는 수식어는 아마도 녀석들의 차원을 뜻하는 바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해가 없을 거라고?’
때문에 로칸이 흥미롭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해가 없을 것이라 이야기했지만 로칸의 생각은 좀 다르기도 했고.
아주 오래전, 차원의 힘을 다루는 신이 탄생하기 이전의 상황이 떠오른 것이다.
그때도 여러 차원의 존재들이 모여들어 어르고 달래며 차원 간의 교류를 요구했었지. 말이 교류일 뿐, 사실상 식민지로 삼겠다는 것과 다름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들 역시 그런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왔을 확률이 높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대화를 나눠 봐? 아니면 안내하는 척 뱅뱅 주변을 돌며 좀 더 정보를 캐 봐?
잠시 고민하던 로칸은 결정을 내렸다.
“헛!”
“이놈, 힘을 숨기고 있었구나!”
“……놈, 너의 이런 행위가 차원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퍼억!
갈무리하고 있던 힘을 개방함과 동시에 주먹을 내질렀다.
입을 털어 대고 있는 놈의 입안에 주먹을 처넣어 버렸다.
“으억!”
후드득.
나름대로 기운을 이끌어 스스로를 보호해 보지만 로칸의 파괴력을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적당히 힘 조절을 했음에도 녀석의 입에서는 옥수수 낱알 같은 치아 조각이 후드득 떨어졌고, 불시에 공격을 당한 놈들은 황급히 전투태세를 취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하는구나. 그럼 일단 맞고 시작해 볼까?”
그 기세가 사뭇 대단했지만 로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로칸은 마왕 같은 모습으로 힘을 일으키며 그들을 덮쳐 갔다.
“낙도인지선!”
“벽력만천!
하나 다른 둘의 반격도 매서웠다.
남궁장천은 제왕검형이라 불리는 무공의 초식을 내지르며 열십(十)자 모양의 기운을 내뿜었고, 황보충은 벽력신장의 초식을 뿜으며 벼락같은 기운을 마구 뿜어댔다.
“아, 그쪽이었군?”
그 모습에 로칸의 표정이 묘해졌다. 이런 비슷한 능력은 이미 칼튼을 통해 본 적 있지 않던가?
세계 : 무림.
그곳의 존재들이 펼친 무공과 흡사한 모습에 은근한 반가움을 느끼며 배틀 액스를 내질렀다.
콰앙!
힘으로 깨부수었다.
그것은 내공과 신성의 차이도 아니고, 무공과 로칸의 실전 전투의 고하 차이도 아니었다.
어차피 무공이라는 것은, 잘 통하는 투로를 모아 놓은 초식을 정리해 놓은 것에 불과하니까.
그저 로칸이 압도적인 힘을 가졌을 뿐이다.
십자 형태의 강기와 벼락의 힘을 동반한 권강은 폭력과 파괴의 힘 앞에 무참히 부서졌고, 그들은 당황할 새도 없이 로칸의 주먹에 두들겨 맞았다.
굳이 배틀 액스를 사용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압도적인 전투력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꿇어, 새꺄.”
결국 잠시 후, 세 명의 무선은 로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무(武)로써 신선의 위치까지 오른 그들이지만 로칸 역시 신 중 최강의 전투력을 지녔으니까.
폭력에 굴복한 그들은 소멸하는 대신 납작 엎드리며 목숨을 구걸했다.
“갑자기 여기에는 왜 온 거냐?”
“그, 그게, 갑자기 이 차원에 대한 좌표가 드러나서 교역을 위해…….”
“쓰읍.”
“……사실 이 차원을 어떻게든 집어삼키려고 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슬쩍 로칸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던 녀석들은 로칸의 반응에 화들짝 놀라 머리를 조아렸다.
한마디만 잘못해도 개 패듯 두들겨 맞을 것이라는 사실이 머릿속에, 몸에 각인된 것이다.
그의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 왔으니 자존심이고 뭐고 없었다.
당장 소멸은 면해야 할 것 아닌가?
이미 신선의 위에 올라 평범한 힘으로는 소멸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그들이지만, 로칸이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으니까.
“차원이 드러났다라…….”
“이 차원에 자원이 풍부하여 얻을 것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 저희뿐 아니라 다른 차원에서도 대거 인원이 투입된 걸로 압니다.”
“다른 차원에서도?”
그 말에 로칸이 인상을 찌푸렸고, 놈들이 화들짝 놀라 몸을 떨었다.
다른 차원의 놈들에게 화살을 돌리려 했으나 로칸의 기분이 상했을까 두려운 것이다.
“다른 차원에서도 왔단 말이지.”
로칸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다른 차원에서 벌써 원정을 왔다고?
이들의 처음 태도와 반응으로 볼 때, 비슷하게 말썽을 부리고 있을 것 같았기에 눈이 가늘어졌지만 동시에 약간 기대도 되었다.
이미 적수가 없는 로칸이 아니던가?
새로운 힘과 능력을 사용하는 더 많은 적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된 것도 기뻤지만 초월 신에 대한 실마리를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요놈들을 때려잡으면 차원 좌표 같은 거라도 나타나지 않을까?’
때문에 로칸은 무릎 꿇은 3인방을 날카롭게 바라보았고, 곧 무언가를 떠올렸다.
“너희는 어떻게 차원 문을 만든 거지? 뭔가 장치 같은 게 있나?”
“차원 문요? 아, 그건 저희 세계에서 기본기와 같은 겁니다. 무선계의 상위 무선들이라면 공간과 차원을 가르는 능력을 자연적으로 습득하죠. 이 차원은 그게 안 되는 모양이지요……?”
로칸이 묻자 남궁장천이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며 말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살짝 안도하는 눈치였다.
차원의 힘을 다룰 수 없다면 도망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럼 좌표는? 어떻게 이곳으로 정확히 올 수 있는 거지?”
“그건…… 차원마다 조금 다릅니다. 어떤 곳은 특별한 장치를 이용해 좌표를 특정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기를 느껴서 감지하기도 하죠. 여러 차원들을 접하다 보면 이것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흠, 그렇단 말이지.”
원하던 대답은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은 답변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적응이고 면역력 같은 것이 아닐까? 여러 차원과 연결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게 되는.
아마도 로칸 자신이 다른 차원의 좌표를 얻지 못하는 건, 아직 이 차원이 다른 차원과의 교류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좋아. 일단 자리를 옮기지.”
지이이잉.
“……!”
로칸은 즉시 신들의 도시로 통하는 차원 문을 열었다.
그러자 놈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차원의 힘을 다루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차원의 힘 자체를 다루는 능력에 있어서는 로칸이 훨씬 뛰어난 능력을 보인 것이다.
그들은 고작해야 차원의 경계를 찢고 그 틈으로 몸을 던지는 것인데, 로칸이 만들어 낸 차원 문은 무척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안색이 파리해진 채 따라 이동한 셋은 포박된 채로 신들에게 둘러싸였다.
로칸에게 보고를 하고 의견을 묻기 위해 모여든 신들이었다.
“로칸 님,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나타났습니다.”
“소란을 피우거나, 로칸 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강짜를 부리는 녀석들이…….”
“이미 만나셨군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들은 다른 차원의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로칸의 곁에 있는 자들을 확인하고 눈을 부라렸다.
그들이야 비교적 온건한 방식으로 로칸을 찾았지만 난동을 부리고 있는 놈들도 있는 것이다.
당연히 다른 차원의 존재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고 그들이 발하는 신성에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아무리 상급 신 또는 최상위 신 급의 능력을 지녔다고는 하나, 그들 주변에 모여든 이들 역시 비슷한 수준의 힘을 지닌 것이다.
대부분의 신들이 아직 신성을 회복하는 중이라는 것을 생각하더라도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들이 알고 있는 신들의 힘은 아주 오래전의 것이었기에 예전보다 발전되고 강화된 신성을 가진 신들에게 상당한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어.”
그때, 광풍이 모습을 드러냈다.
로칸과 마찬가지로 타 차원의 존재 하나를 앞장세우고서.
“다른 차원의 존재들을 만나신 겁니까?”
“어. 까불길래 다 죽이고 한 놈만 데려왔지.”
과격하기로는 로칸을 능가하는 그였기에 한 명을 만난 것이 아니라, 여럿을 만나 한 놈만 살려 둔 것이었다.
그 말에 세 놈의 표정은 다시 핼쑥해졌고, 로칸은 광풍이 잡아온 녀석을 살폈다.
[지옥 대장군 칼큐라문][Lv 588]상급 신 중에서도 끝자락에 위치한 강자.
이미 광풍에게 쥐어 터지고 동료들을 모조리 잃은 까닭인지 꼬리를 내렸지만 녀석을 보자 왜 광풍이 놈들을 몽땅 처죽였는지 알 것 같았다.
지옥.
무선계라는 곳과 또 다른 차원이자 바알제불의 고향에서 넘어온 놈이었으니까.
녀석을 보자 한두 차원에서만 그들을 노리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교역인지 침공인지가 시작된 게 맞는 것 같군요.”
그 말과 함께 로칸이 살풋 눈을 감았다.
주신의 권능을 이용해 지상과 천상, 신계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들을 감지해내기 시작했다.
“놈들이 우리를 얼마나 호구로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놈들이 원하는 대로 한번 만나 보죠. 물론 환영은 우리 식대로 해야겠지만.”
로칸과 광풍이 마주 보며 웃었다.
그들의 광기와 폭력성이 전염된 듯, 주변에 있던 다른 신들도 미소를 지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