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54)
# 54
자판기 (1)
수비대의 의무는 간단했다. 하루 1시간 크로스로드 내부 순찰을 돌거나, 몬스터 스무 마리를 잡거나.
대신 크로스로드 전체가 위협받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접속해 있는 한 달려와서 힘을 보태야 했다.
‘꿀 좀 빨다가 때려치우면 되니까.’
이 조건만 지키면 수비대의 역할은 유저가 마음대로 그만 둘 수 있었다. 들어가기는 까다롭지만 나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만약 수비대를 관둘 경우 나중에 다시 들어가기가 더 어려워진다지만, 그때쯤이면 자신은 더 높은 자리에 있을 터였다.
분쟁 지역으로 넘어가면 ‘계급 시스템’이 시작될 테니까.
“으흠, 그렇단 말이지…….”
그렇게 수비대원임을 증명하는 타이틀을 하나 받고 돌아 나온 로칸은 홈페이지를 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100레벨 달성자, 즉 3차 전직자가 나타난 것이다.
로칸의 존재를 아직 모르는 게임 웹진과 유저들은 최초의 3차 전직자가 등장했다며 나팔을 불어 대고 있었고 그 틈에 으쓱해진 놈은 인터뷰까지 남기며 100레벨 최초 달성자의 소감을 남겼다.
하지만 그 인터뷰를 읽은 이들 중 알 만한 자는 알 터였다. 그가 최초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멍청한 놈.”
한껏 으스대고, 기쁨에 취해 있긴 하지만 정작 따로 타이틀 같은 것은 따지 못했다고 밝힌 것이다.
거짓이라 생각하는 자가 있을 수도 있지만 눈치 빠른 자들은 그보다 먼저 100레벨을 찍은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터였다.
적어도 한 번이라도 최초 타이틀을 따 본 자라면.
“그래도 정보 교란이 제법 통한 건가 ”
최초 100레벨 달성자가 창세의 왕도, 그 팀의 누구도 아니라는 것은 좀 의외이긴 했다. 전생에는 그가 100레벨 달성도, 3차 도시 진출도 가장 먼저 했었으니까.
아무래도 자신이 흘린 거짓 정보에 속아 난이도 높은 100레벨 몬스터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흐흐흐, 어디 피똥 좀 싸 봐라.”
왠지 고소한 기분에 실실 쪼개며 로칸은 다음 거짓 정보를 흘렸다.
아예 로그아웃까지 해서 준비해 둔 3차 도시에 대한 힌트들을 쪼개어 올리고 마지막으로 한동안 방치해 두었던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접속했다.
MP 길드 사태 때 올린 영상들이 해외에까지 소문이 퍼져 각 영상마다 조회 수는 천만에서 3천만 정도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하지만 그 후 추가적인 영상이나 코멘트가 없었기에 구독자 수는 30만 정도에 불과했다.
냉정하게 말해 이 상태로는 다음 영상의 조회 수가 곤두박질을 칠 수도 있었다.
‘어디 안 보고 배길 수 있을까 ’
하지만 로칸은 개의치 않았다.
더 로드를 플레이할 시간도 부족해 유튜브 채널의 후속 관리가 안 된 것은 맞지만, 지금 업로드 중인 이 영상이면 기존의 스코어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 테니까.
[더 로드 3차 도시 및 인근 사냥터 공개]이전과 같은 풀 영상이 아니었다. 그랬다가는 자칫 너무 많은 정보가 노출될 수 있으니까. 대신 토막 영상에 스크린 샷을 붙여 알아볼 수만 있게 만들었다.
물론 3차 도시로 향하는 여정 따위도 넣지 않아서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이미 크로스로드에 도착한 이후부터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구경꾼들을 잔뜩 모을 수 있을 터였다.
그래서 로칸은 아예 광고를 봐야만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세팅했다.
돈독이 올랐다고 욕을 해도 상관없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니까.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광고조차 보지 않고 남이 고생해서 찍고 편집한 영상을 보려는 게 더 도둑놈 심보가 아닌가
아예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만 볼 수 있는 유료 영상으로 올려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나중을 위해서 그것만은 참았다.
“아차, 자동 번역 기능도 켜야지.”
마지막으로 다른 언어로 검색해도 자동으로 번역되어 노출되는 자동 번역 기능까지 설정한 로칸은 미련 없이 다른 영상들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전투 영상을 편집한 매드 무비 몇 개가 전부였지만 이런 호쾌한 전투를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제법 있는 모양이니 스코어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았다.
“됐다.”
이제는 소문이 퍼지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다.
달리 그가 기자를 아는 것도 아니고, 커뮤니티마다 글을 올리고 다니는 것도 속 보였다.
따로 게임 웹진 등에 인터뷰를 하거나 홈페이지에 자랑하듯 글을 올릴 생각도 없었기에 컴퓨터를 끄고 다시 더 로드에 접속했다. 이만한 떡밥이면 홍보는 알아서 될 터였다.
자신의 채널을 구독 중인 30만 명 중 몇 명만 떠들어도 소문은 금방 퍼질 테니까.
애가 닳아 매분마다 새로 고침을 하는 초짜 BJ들과 달리 덤덤하게 자신이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통합 경매장부터 들러야겠군.”
벌써 날이 어두워져 사냥을 나가는 것도 무리였다. 일단 통합 경매장에 들러 판매를 걸어 두었던 물품들의 대금을 수거했다.
아직 올린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팔린 것은 매직 이하 등급들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금액이 모인 상태였다.
“아, 그놈도 이걸 산 건가.”
어떤지 형태가 낯익다 했더니 최초의 100레벨 달성자라고 떠벌이던 놈도 자신이 올린 매직 등급의 롱 소드를 구매한 듯싶었다.
추가 보상을 포기하고 가장 쉬운 100레벨 몬스터 공략에 나서서 겨우 성공했다지만 그조차도 템발이 되었기에 간신히 성공한 게 아닐까 싶었다.
딱히 전생에서 놈의 얼굴을 보거나 이름을 들어 본 기억이 나지 않았으니까.
“참 재미있게도 흘러가는군.”
덕분에 참 재미있게 되었다. 덕분에 다른 유저들의 3차 도시 진출이 빨라질지는 모르지만 그 대상이 전생에 기억이 없는 자들이라면, 그리하여 예전에 위세를 떨던 놈들의 처지가 바뀌게 된다면 그것도 참 재미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자신은 잡을 수 없을 만큼 한참 앞서 나갈 테니까.
미래가 바뀔 수 있다
그것도 겁나지 않았다. 어차피 메인 시나리오는 그가 이끌어 나가고 있었으니 바뀐다 해도 소소한 변화일 뿐이었다.
“어디 보자, 슬슬 넘어온다 이거지 ”
대신 그들을 이용해 먹을 계획을 세웠다.
그들이 넘어왔을 때, 무엇으로 괴롭혀 줄 수 있을까
그것에서 시작한 고민은 오랜 시간 꼬리에 꼬리를 물며 로칸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일단 시즌 2부터 가 볼까 ”
기본은 부동산 투기 시즌 2였다. 많은 길드들이 이미 거점으로 삼는 길드 하우스를 갖고 있지 않냐고 물론 그렇다. 하지만 2차 도시에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앞으로 그들의 주 활동 무대는 3차 도시일 텐데, 거점이 2차 도시에 있어서는 영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텔레포트 스크롤 값도 무시할 수 없지.’
특히 이번에는 50레벨이 아니라 100레벨을 더 올릴 때까지, 즉 200레벨까지는 크로스로드를 거점으로 삼아야 했다.
다른 도시로 이동하더라도 크로스로드에서 멀지 않았고, 그다음 레벨 구간으로 넘어가더라도 크로스로드를 거쳐야 했기에 이곳에 터를 잡으면 여러 모로 편리하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크로스로드는 다양한 종족들이 모이는 거점일 뿐 아니라 위치상으로도 주변 지역 어디로든 뻗어 나갈 수 있는 교통의 중심이었으니까.
‘대도시라는 게 문제인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크로스로드가 상당히 거대한 도시라는 것이다. 다양한 종족들이 집결하는 장소이니만큼 도시 규모도 컸고, 건물도 많았다.
로칸이 아무리 부자라 해도 트린식에서처럼 독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노른자위를 골라야 하나 ’
물론 건물이 많은 만큼 실제 거주 중인 종족들도 많아서 빈집이 아주 많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가격이 2차 도시 때와는 딴판이었고 1년 단위의 장기 대여는 받아 주지도 않아서 기껏해야 3개월 정도 대여가 가능할 뿐이었다.
게다가 만약 다른 자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작당을 해서 계약하지 않아 버리면 로칸은 그 모든 임대료를 홀로 감당해야 했다.
‘가격이 뛰는 건 확실하고…….’
그렇기에 가장 목이 좋은 몇 곳을 구입해 버리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다. 어쨌든 부동산 가격이 뛰는 것은 확실하니 이 지역을 벗어날 때, 다시 웃돈을 받고 팔아 치우면 그만인 것이다.
[보유 금액] 803골드 71실버 23쿠퍼현재 보유 금액은 8백 골드가 조금 넘었다. 아직 경매 중인 레어, 유니크 등급의 무기가 판매되고 매일 서른세 자루씩 꼬박꼬박 강화를 해서 팔아 치운다면 대충 1천 골드 정도는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이 정도면 괜찮은 3층 건물 서너 동까지도 구입할 수 있을 금액이었다. 가장 좋은 위치로 구입한 뒤 시세 차익을 노리면 상당한 골드를 벌 수 있겠지.
‘정말 그렇게 하면 될까 ’
하지만 로칸은 어딘지 불안감을 느꼈다.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이게 아니야.”
건물을 구입하고 시세 차익을 얻는 것은 분명 큰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오랫동안 묶이는 돈이었고 그 동안 변칙적인 무언가를 하기 어려웠다.
로칸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플레이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었다.
“나만이 할 수 있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그러면서도 다른 유저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
결국, 생각을 바꾸었다.
“그래, 그게 좋겠군.”
로칸은 즉시 부동산을 찾았다. 유저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번화가의 4층 건물을 구입했다.
대여가 아닌 구입이기에, 단번에 5백 골드나 되는 거금이 사라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벤더 설치.”
다음으로 각 층마다 30골드씩을 들여 벤더를 고용했다. 최초 고용 시 30골드, 이후는 1개월에 3골드씩 월급을 줘야 하는 벤더는 유저가 고용할 수 있는 상인 NPC라고 생각하면 쉬웠다.
일반 NPC들처럼 다양한 사고나 판단을 하지는 못하지만 물건을 사고판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더없이 깔끔한 일 처리를 자랑하는 상인 NPC.
비슷하게 집 안 청소와 관리를 맡아 주는 ‘메이드’를 설치 할 수도 있었지만 실제 거주하는 집이 아닌 만큼 일부 특이 취향의 유저들에게만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무려 120골드나 되는 거금을 들여 그들을 설치한 로칸은 다음으로 각 층의 인테리어를 했다.
‘1, 2층은 최대한 심플하게.’
우선 1층과 2층은 가능한 심플하게 꾸미고 물건을 보관할 잠금 상자를 다수 배치했다. 이 상자는 도둑 클래스가 오더라도 열 수 없도록 시스템이 보호해 주고 있었다. 왜냐하면 바로 ‘상인 NPC’의 것이니까.
상인 NPC의 물건은 도둑 클래스라도 훔칠 수 없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것은 유저가 고용한 벤더에게도 통용되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도 벤더를 고용하지 않겠지.
그렇게 꾸미는 이유는 간단했다. 최대한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함이었다.
‘3층은 전시 공간을 중심으로.’
3층은 전시 공간을 최대한 늘렸다. 많은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대신 소수의 인원이 구경하고 눈이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4층은 고급스럽고 비밀스럽게.’
마지막 4층은 은밀하게 만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기 어렵도록 부스 형태를 취하면서도 정면의 연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짰다.
덕분에 여기서 비용이 많이 나갔다. 1층~3층까지의 인테리어 비용이 20골드였는데 여기서만 30골드가 나갔으니까.
하지만 만족스럽게 인테리어를 뽑을 수 있었다.
“이제 물건만 채워 넣으면 되겠군.”
건물 구입부터 벤더 설치, 인테리어 비용까지.
한순간에 무려 670골드가 날아갔지만 덕분에 원하던 그림을 만들어 냈다. 이제 남은 것은 각 층의 용도에 맞게 물건을 채워 넣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용도가 꽤나 재미있었다.
벌써부터 진한 돈 냄새가 풍기는 것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