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55)
# 55
자판기 (2)
“일단 4층은 경매장으로 쓸 거니까 패스.”
4층에는 아직 채워 넣을 것이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통합 경매장에 등록해 놓은 유니크 등급의 검 정도겠지만 아직 3차 도시 진출자도 없는 마당에 여기서 썩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나중에 좋은 아이템을 구한다면 여기에 두고 경매를 치러 판매할 생각이었다.
‘입장료도 받고, 수수료도 챙기고 말이지.’
물건의 수량이 모자란다면 위탁 판매를 맡아도 좋겠지. 수수료는 자신이 갖고, 경매를 대신해 주는 것이다.
대신 최상급의 물품들만 받으면 입장료를 따로 받더라도 참여할 사람이 넘쳐 날 터였다.
그래서 이곳의 벤더는 입장료를 받는 용도로 세웠다. 진행은 자신이 직접 할 테니까.
“3층에는 브랜드 제품으로 깔아 둘 거니까 제작 템이 나오는 걸 봐야겠군.”
지금까지는 통합 경매장에 올라온 무기를 구입해 강화했고, 제작 템도 등급에 따라 차등하게 기간을 두고 경매에 붙였다.
하지만 내일부터 나오는 아이템들은 그러지 않을 작정이었다.
T.K의 브랜드 네임이 박힌 제품들은 오직 이곳에서만 판매할 작정인 것이다.
처음에는 100레벨용 무기부터 유저들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더 높은 레벨 제한이 붙은 아이템까지 확장해 나갈 참이었다.
당장 로칸이 이용할 수 있는 드워프 대장장이의 실력은 170레벨 아이템을 제작할 정도까지였으니 제법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2층은 프리미엄 아이템으로 할 거니까, 강화 아이템이랑 내가 사냥하고 얻는 아이템 정도면 되겠지 ”
2층에서는 프리미엄 아이템을 판매할 생각이었다.
일반 아이템들보다는 성능이 좋은 장비들. 경매장과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지만 오직 강화 아이템은 이곳에서만 판매한다는 것을 미끼로 사람들을 끌어모을 참이었다.
더불어 남들보다 앞서가기에 제값을 받기 어려운 전리품들도 이곳에서 떨어 낼 수 있다면 좋았다.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즉시 사용하기 위해 레벨 제한이 높은 장비들을 미리 사 두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특히 크로스로드에까지 진출한 유저들은 99레벨에 100레벨 몬스터를 잡고 어느 정도 실력에 자신이 붙은 이들일 테니 더욱 혹하기 쉬웠다.
자신이라면 금방 그 레벨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을 테니까.
“1층은 역시 자판기지.”
1층이야말로 로칸이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었다. 벤더를 이용해 일명 ‘자판기’를 설치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잘 팔리는 아이템들을 저렴하게 즉시 매입하고,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시세와 같거나 조금 더 비싸게 판매하는 것이다.
통합 경매장을 이용하면 분명히 돈을 더 받을 수도 있겠지만 수수료와 하루, 또는 즉시 구매가 이루어질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생각하면 분명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이곳을 이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이미 많은 게임들을 통해 검증된 방식이기도 했고.
문제는 물건과 여유 자금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로칸에게는 별로 해당 사항이 없는 일이었다.
“흐음, 초기 판매 물품은 마크 스크롤과 텔레포트 스크롤, 귀환 스크롤, 포션, 세이프티 가드, 지도, 숫돌 정도면 괜찮으려나 ”
최소 한 종족 이상의 인정을 받기 전까지 도시 내로의 출입은 허용되지만 상점 이용이 제한되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품목들이었다.
다만 그 가격이 터무니없었다. 모두 트린식 등 1차 도시와 2차 도시에서도 구할 수 있는 물품들이지만 가격을 2배로 책정한 것이다.
이 정도면 차라리 룬 북을 이용해 이전 도시로 넘어갔다가, 대량으로 구입해 돌아오는 편이 이득일 정도였다.
‘과연 안 살 수 있을까 ’
그러나 로칸은 단호했다.
안 사면 말고.
매 사냥을 나설 때마다 다른 도시를 갔다 온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항상 인벤토리가 꽉꽉 차도록 소모품을 채워서 다닌다
그들이 불편한 것과 비싼 것 중 과연 어떤 것을 선택하게 될까 스스로도 올드 게이머인 로칸은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유저들이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말이다.
예상이 정말로 빗나갈 경우 값을 조금 내리거나 자신이 가져다가 사용해도 된다.
진정한 돈지랄이 가능한 상태이기에 로칸은 과감하게 수를 던졌다. 구입 물품과 판매 물품에 대한 세부 세팅을 한동안 고민하고 한참 동안이나 세팅을 이어 갔다.
마지막으로 건물 앞에 상점임을 알리는 간판과 작은 알림글을 걸어 두자 접속 제한 시간이 다가왔다.
[방문자들에게도 물품 판매합니다.]아주 간단한 알림이지만 유저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처럼, 아니 생명수처럼 느껴질 터였다.
* * *
로칸이 상점을 만드는 데 열중하는 동안, 게임 밖에서는 난리가 났다.
최초의 3차 도시 공개!
누구도 해내지 못한 위업을 해낸 이에 대한 말들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것이다.
와드 : 외쳐! 로칸갓!
다르트 : 이거 3차 도시 맞아 진짜 레알
└기니야 : 적어도 지금까지 밝혀진 도시는 아님. 근데, 너무 빠르지 않아
└자몽소다 : 빠르긴 뭐가 빠름 100레벨 달성자도 이미 나왔는데. 아, 그럼 걔도 1빠가 아니겠네 ㅋㅋㅋㅋ
└기니야 : 아니, 내가 빠르다는 건 로칸 말이야. 렙업이 뭐가 이렇게 빨라 벌써 100레벨이라고 블러드 체이서랑 시비 붙었을 때가 40렙도 안됐다고 들었는데 ㄷㄷㄷ. 아님 100레벨은 아니고 3차 도시만 먼저 간 건가
세금마차 : 괜히 로칸갓이 아님. 친구가 MP 길드라서 들었는데, 처음 시비 붙은 게 35레벨이었는데 며칠 뒤에 50레벨 돼서 나타나서 다 발랐대 ㅋㅋㅋ. 레알 미친 렙업 속도임. 핵도 아니라며 사장 아들인가
필멸 : 그래서, 여기 어떻게 가는 거야 어차피 우리는 트린식도 아닌데 정보 공개 좀!
└벤하르파 : 너 같으면 알려 주겠냐 혼자서 꿀 빨겠지.
영상과 스크린 샷만 봐서는 3차 도시라고 확신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공개된 도시는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더구나 이 영상에 대한 소식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그 신빙성이 더해졌다. 해외 유저들 역시 처음 보는 도시와 사냥터라는 것이다.
마이크모하임 : 맙소사, 한국인들이 또 일냈다! 벌써 3차도시라고
└하티 : 난 이럴 줄 알았어. 한국인들은 정말 미친놈들이거든. 적어도 게임에 있어서는 말이야.
리처드갤리엇 : 이봐, 로칸, 좀 더 정보를 공개해 줄 수 없어 감질나게 도시 스케치만 하지 말고 도시 정보를 좀 더 공개해 줘! 아니면 사냥터 레벨이나 패턴이라도! 후원금은 충분히 쏠게!
알드리치 : 우리 나라 길드들은 대체 뭘 하는 거야 개인보다 늦다니!
덕분에 로칸의 이름이 세계에 제대로 알려졌다.
블러드 체이서와 한판 붙은 영상도 해외에 소개되긴 했지만 시원시원한 전투 영상쯤으로만 여겨졌기에 로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전 세계 최초! 이 정도 타이틀이라면 충분히 이름을 기억해 둘 만하지 않겠나
“헐, 이게 다 얼마야 ”
더불어 3차 도시 소개 영상의 조회 수도 폭발하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돌려 보며 하나라도 더 정보를 얻으려는 이들도 많았기에 영상 조회 수는 천만 단위가 아니라 억 단위로 올라갔다.
로칸이 확인했을 때는 막 조회 수가 1억 뷰를 넘기고 있을 때였다.
자신이 풀어 놓은 거짓 정보에 너무 크게 휘둘리지만 않는다면 며칠 내로 3차 도시 진출 방법을 찾아내고 이동해 올 테지만 이미 기대 이상의 조회 수를 달성한 걸 확인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 정도면 광고 수익으로만 수천만 원이 꽂힐 게 분명했으니까. 이쯤 되면 더 로드에서 벌어들인 골드를 과감하게 재투자한 것이 아깝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해외도 비슷하겠네.”
해외의 상황까지 일일이 체크할 수는 없기도 했지만 한국 유저들의 진행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차였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들 역시 슬슬 99레벨 달성자가 나오기 시작할 때쯤이 된 것 같았다. 덕분에 포텐이 터져 조회 수가 폭발하는 중인 것이다.
“하긴, 몇 명은 정말 실력이 괜찮았지.”
그래 봤자 그들과 만나는 것은 한참이 더 진행된 이후.
국가 단위로 쪼개져 파벌 싸움을 할 것이 걱정된 것인지, 아니면 언어 때문인지 팔콘사에서 국가별로 스타팅 지역들을 묶어 놓은 것이다.
나중에 자동 통역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져 후자는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유저들이 알 도리가 없었다.
“이 정도면 다음 영상들도 탄력받을 수 있겠는데 ”
확인해 보니 구독자 수도 크게 늘어 있었다. 30만 명 정도였던 구독자가 이미 1천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올려진 영상은 도합 열 개가 채 되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어디 가서 유튜브 스타라고 자랑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로칸은 그조차도 발판으로 생각했다. 저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한 디딤돌일 뿐, 여기서 만족할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영상도 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으로 준비할 참이었다.
추가로 몇 가지 거짓 정보를 더 퍼트린 뒤, 컨디션을 회복하기 위해 한숨 자고 일어나 더 로드에 접속했다.
“가장 쉽게 어그로를 끌 수 있는 건 역시 던전이겠지.”
크로스로드와 아주 인접해 있는 던전은 총 세 개였다.
공개 던전이 두 개, 비밀 던전이 하나. 좀 더 멀어지거나 다른 도시 근처로 이동하면 훨씬 많아지겠지만 레벨이 맞고 거리가 가까운 것들만 보면 그랬다.
그리고 로칸은 그 공개 던전 중 하나를 공략할 생각이었다.
“이게 좋겠군.”
로칸이 고른 것은 일명 ‘트롤 던전’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적대 진영의 종족 중 오크와 고블린, 언데드는 몬스터의 형태로 만나 보았지만 트롤의 경우 기본 설정된 능력치가 높아 아직 본 적 없는 이들이 대부분일 테니까.
물론 유저들만큼 영악하게 종족 특성을 이용하지는 못할 테지만 110~120레벨대의 몬스터인 만큼 육체 능력만큼은 발군이니 제법 멋진 그림들을 연출할 수 있을 터였다.
그래 봤자 이미 종족의 한계를 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로칸에게는 안 될 테지만 말이다.
“트롤이 또 짭짤하지.”
게다가 트롤 사냥은 돈이 됐다.
사냥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어떤 종류의 트롤이든 잡으면 얻을 수 있는 피와 힘줄은 몬스터의 부산물 중에서도 가장 비싼 축에 드는 것이니까.
더구나 이런 날을 대비해 틈틈이 도축 스킬을 올려 둔 로칸이었으니, 드롭 템 이외에 추가적인 피와 힘줄을 모아 상점을 채우느라 텅 비어 버린 잔고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터였다.
“가만, 여기와 관련된 에피소드 퀘스트가 있던 것 같은데 ”
너무 오래전에 지나와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일명 ‘미친 남작’ 퀘로 불리던 에피소드였다. 크로스로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외딴 장소에 별장을 짓고 생활 중인 한 남작에게 받을 수 있는 퀘스트.
가만히 서서 그 흐름과 보상을 떠올린 로칸은 씨익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왜 이것을 잊고 있었을까.
드워프 대장장이와 유저가 없어 파리 날리는 중인 상점을 다시 한 번 체크한 뒤 즉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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