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56)
# 56
트롤 던전 (1)
로칸은 크로스로드에서 준비를 마치는 즉시 미친 남작이 있는 별장으로 향했다.
별장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저택 수준의 건물이었다. 남작이긴 해도 귀족의 지위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똑똑.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좀 더 있다가 와야 하나 ’
무반응에 로칸은 하늘을 바라봤다. 이제 막 노을이 지평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필드에서 사냥하기 어려운 저녁 시간대였지만 굳이 로칸이 이 시간에 이곳을 찾은 이유는 간단했다.
미친 백작은 밤에만 만날 수 있으니까.
“……누구십니까 ”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안에서 반응이 왔다. 미친 남작 본인은 아니고, 그 하인쯤 되는 듯싶었다.
“크로스로드 수비대 소속, 로칸이라고 합니다. 트뤼엘 남작님께서 도움이 필요하시다고 들었습니다만 ”
거짓말이었다. 어떤 경로를 통해 미친 남작, 트뤼엘 남작이 사람을 구한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로칸이 그걸 직접 듣거나 의뢰를 받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저 전생의 기억을 통해 앞질러 간 것이지만 크로스로드 수비대의 직함이 신빙성을 더해 주었다.
“아, 수비대분이시군요. 잘 와 주셨습니다. 이리로 들어오시죠.”
덕분에 하인도 속아 넘어갔다. 로칸을 안으로 들이는가 싶더니 2층으로 올라가 트뤼엘 남작을 불러왔다.
“수비대에서 직접 사람을 보내올 줄은 몰랐군. 그래, 날 돕겠다고 ”
“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성심을 다해 돕겠습니다.”
로칸의 레벨이 낮아서일까, 트뤼엘 남작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가 싶더니 이내 결정을 내린 듯, 번들거리는 입술을 열었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어린 딸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네. 난 그 아이를 위해서라면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어. 하지만 지금은 몸이 너무 약해져 뭔가를 시도해 볼 수도 없다네. 그래서 부탁하지, 저주받은 생명의 동굴에 나타나는 트롤의 피를 구해다 주게. 트롤의 생명력이면 몸을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을 테니.”
[트뤼엘 남작의 어린 딸 회복 1][퀘스트]트뤼엘 남작이 자신의 어린 딸을 살리기 위해 당신에게 도움을 청했다.
-완료 조건 : 저주받은 동굴 트롤의 피 (0/10)
-보상 : 5골드
“알겠습니다.”
로칸은 흔쾌히 퀘스트를 수락했다. 과연 귀족이라는 것인지 보상도 꽤나 후했지만 밖으로 나오는 로칸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2회 차인 그는 이 퀘스트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뭐, 어쩔 수 없지.”
로칸은 마크를 사용해 룬 북에 위치를 저장시킨 뒤, 저주받은 생명의 동굴이라 불리는 트롤 던전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 위치를 저장시켜 두었기에 이동은 금방 이루어졌다.
“지금부터 크로스로드 주변에 위치한 공개 던전 중 하나인 ‘저주받은 생명의 동굴’을 공략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던전의 입구에 도착한 순간, 로칸은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애초부터 유튜브용으로 촬영하기 위해 던전 공략을 나선 것이기에 이번에는 멘트도 추가했다.
물론 “형님들~.” 하며 시작하는 방정맞은 콘셉트는 아니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이 던전의 경우 외부의 시간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어차피 폐쇄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밤 또는 낮에 더 강해지는 특성은 적용되지 않는 것이죠. 더불어 늘 똑같은 시야를 제공하기 때문에 저녁 사냥이 어려우신 분들은 일단 던전에 자리를 잡으시는 것도 좋습니다. 3차 도시 인근의 필드에는 100레벨 초반부터 120레벨에 가까운 놈들까지 뒤섞여 있거든요.”
그냥 막무가내로 던전 내부를 보여 주고 등장 몬스터를 보여 주고, 패턴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굳이 잘하지 못하는 멘트를 추가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큰 그림이라는 거지.’
처음에는 제대로 된 정보를 푼다. 물론 그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간단한 것들로. 그렇게 신뢰를 쌓은 뒤, 자신이 필요한 순간 약간의 거짓을 섞는 것이다.
어차피 100% 라이브를 진행할 생각은 당분간 없었기에 원하는 대로 노출되는 정보를 조절할 수 있었다.
“이 던전의 특징은 역시 트롤이 몬스터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트롤이라는 종족이 황금사자 진영에서 몬스터로 등장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요. 하지만 트롤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드디어 첫 번째 몬스터가 나왔군요.”
[동굴 돌원숭][Lv 103]던전 안으로 들어서자 처음 로칸을 맞아 준 것은 동굴 돌원숭이라는 몬스터였다.
근육 원숭이라고 하면 설명이 빠를까 몸과 주먹이 돌처럼 단단해서 공격력과 방어력이 뛰어난 데다 원숭이 특유의 날랜 몸놀림으로 유저들을 괴롭히는 놈이다.
“일단 레벨은 적당합니다. 하지만 공격력과 방어력, 민첩이 고르게 높아서 주의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설명은 위협적이지만 로칸의 대응은 간단했다. 주먹을 날리며 빠르게 달려드는 동굴 돌원숭의 주먹을 끝까지 쳐다보다가 벼락같이 도끼를 휘둘러 바닥에 패대기를 쳐 버린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모든 능력치가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힘이나 속도 중 자신 있는 것으로 눌러 버리시면 됩니다. 참 쉽죠 ”
끼익!
바닥에 널브러진 돌원숭은 발작하듯 다시 일어나 덤벼 왔지만, 상대는 로칸이다.
지휘하듯 가볍게 휘돌린 배틀 액스가 놈의 팔을 자르고 골통을 부숴 놓았다.
“그렇다면 트롤의 서식지에 왜 이런 놈들이 있는 걸까요 ”
다시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다섯씩 뭉쳐 있는 놈들을 보았다. 침입자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고 있는 놈들이 귀엽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건 놈들이 트롤의 먹이이기 때문입니다. 떼로 모여 위협한다 한들, 포식자에게는 한낱 먹잇감에 불과한 것이죠. 바로 이렇게 말이죠, 크허허허허허허헝!”
포스까지 섞인 광기의 외침이었다.
전율적인 공포가 일대를 휩쓸고, 당장이라도 덤벼들 것 같던 돌원숭들이 눈을 까뒤집었다. 마치 트롤을 보듯 발작을 일으키거나, 몇몇은 아예 저항을 포기하고 몸을 뒤집었다.
하지만 영상을 시청하는 이들은 영문을 모를 터였다. 딱히 이펙트가 다르게 나타나지 않으니 그저 워크라잉을 쓴 것이라 생각하겠지. 덕분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겠지만 로칸의 입장에서는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림이 나와 주는군.’
이 정도면 그림은 쓸 만했다. 로칸은 더 이상의 멘트를 생략하고 놈들에게 달려들어 춤을 추듯 배틀 액스를 휘돌렸다.
굳이 자신의 조합 스킬을 까발리듯 보여 줄 필요도 없었다. 조합 스킬 없이도 충분히 압살할 수 있는 놈들이니까.
본다고 똑같이 만들어 낼 수도 없겠지만 이후 크로스로드에 진출하는 놈들 중 자신을 견제하려는 자들이 있을 수 있으니 최대한 감추어 두는 것이 좋았다.
“다음은 자이언트 배트. 거대 박쥐이기는 하지만 초음파 공격 같은 건 없습니다. 몸통 박치기와 깨물기가 주력 공격으로, 비행을 한다는 게 까다롭지만 어차피 동굴이니 비행 몬스터를 연습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음은 하이드 록. 바위와 생김이 똑같아서 위장을 하고 있다가 덤비는 몬스터입니다. 구분하는 방법은…….”
“다음은…….”
대신 던전의 지형과 등장 몬스터, 공략법은 제대로 다루었다. 어차피 그가 말하지 않더라도 길어 봤자 하루 이틀이면 끝날 공략이기에 아까울 것도 없다.
다만 로칸이 쉽게 상대하는 것을 보고 쉽게 대했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순 있겠지.
“자, 이제부터는 트롤의 영역입니다. 이 던전에 등장하는 트롤의 숫자는 열댓 마리 정도 되는데, 모두 스스로의 강함에 취해 개인행동을 하니 한 마리씩 끌어 들여 사냥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뚫고 들어가자 트롤들의 영역이 나타났다. 놈들의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차지하고 있는 영역은 앞서 나타난 어떤 몬스터들보다도 넓었으니 상대하기는 오히려 편할 수도 있다.
“트롤에 대한 흔한 오해는 그 재생력에 있지만, 생각하시는 것만큼 엄청난 재생 능력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나타나게 될 고레벨 트롤이라면 모를까, 지금 나타나는 저주받은 동굴 트롤의 경우 빠른 생명력 재생 정도를 가진 것이 전부입니다. 가만히 놔두면 금세 생명력을 회복해 버리긴 하지만, 조금만 주의하고 꾸준히 공격을 퍼부어 준다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상대는 아니죠. 그럼 전투를 시작하겠습니다.”
로칸은 즉시 돌진을 사용해 놈에게 파고들었다. 이어진 대시와 숄더 차지! 불시에 대포알 같은 몸통 박치기를 맞은 트롤은 허리가 기역 자로 꺾이며 분비물을 뿜어 댔다.
“흐잣!”
로칸은 그대로 배틀 액스를 꺼내 목을 올려 쳤다.
원래대로라면 기동력을 뺏고, 온전히 힘을 쓰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하체를 쓸어 갔겠지만 그런 정석적인 플레이를 보여 주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은 것이다.
그 때문에 오히려 힘과 공격력을 이용한 정면 승부로 어렵게 다가갔다.
크웍!
단숨에 목을 쳐 낼 기세로 날아들었던 도끼날은 그저 트롤의 가슴팍을 베었을 뿐이다. 황급히 몸을 젖힌 트롤이 가슴으로 공격을 대신 받고 로칸을 힘으로 밀쳐 내었다.
덕분에 로칸도 튕기듯 떨어져 나갔지만, 예상했다는 듯 몸을 굴려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리프 어택, 포스!”
되레 튕기듯 몸을 날려 일격을 가하니, 그 자체로 조합 스킬에 다름없는 위력이 터져 나왔다.
커헝!
힘껏 몽둥이를 휘둘렀던 트롤의 팔이 꺾이고 뒤틀렸다. 힘도 힘인 데다 여러 효과들로 뻥튀기된 공격력을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로칸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저 배틀 액스를 휘둘렀다.
빠르게 아물어 가던 가슴팍의 상처를 더욱 찢어 내고 뼈와 심장을 드러나게 만들었다.
“능력에 자신이 있는 만큼 무모하기도 하니 이렇게 단숨에 해치우시면 됩니다. 간단하죠 ”
서걱!
그 말을 끝으로 로칸이 트롤의 목을 베어 냈다. 아무리 놈들이라도 목을 베이거나 심장을 터트려 버리면 더 이상 재생 할 수 없는 것이다.
“휴, 다행이군.”
그렇게 가뿐하게 한 마리 처리를 마친 로칸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별것 아니라는 듯 해치워 보이긴 했지만 놈들에게는 강력한 조합 스킬이 있는 것이다.
‘급속 재생’이 바로 그것이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잘린 팔도 붙여 낼 만큼 강력한 재생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었으니 방심하고 있을 때 그것이 발동한다면 꽤나 낭패를 볼 게 분명했다.
바로 그렇기에 로칸이 공개하지 않으려는 것이고.
‘쉽기만 하면 재미없지. 안 그래 ’
그 밖에도 공격용 조합 스킬인 ‘마구 부수기’도 있으니 유저들은 좀 더 오락가락할 터였다.
그렇게 촬영을 일단락한 로칸은 즉시 도축용 칼을 꺼냈다. 스킬을 발동해 피와 힘줄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저주받은 동굴 트롤의 도축에 성공했습니다.] [도축 스킬의 숙련도가 낮아 획득하는 부산물의 양이 줄어듭니다.] [도축이 0.1% 상승했습니다.]트롤의 피와 힘줄은 꽤나 값어치가 나가는 물건이었으니 이 또한 비밀이다.
더구나 일반 사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트롤의 피뿐이었으니 힘줄은 한동안 독점할 수 있을 터였다.
트롤의 부산물들은 상점에만 팔아 치워도 상당한 금액을 받을 수 있으니 꽤나 이득을 볼 수 있겠지.
그렇게 하나하나 트롤들의 수를 줄여 가자 어렵지 않게 모든 트롤들을 처치할 수 있었다.
“여기 어디 숨겨져 있을 텐데…….”
그리고 로칸은 트롤의 서식지 곳곳을 훑고 다니며 어떤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