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66)
# 66
마법사의 던전 (2)
쩌저적!
나무를 패듯 서너 번쯤 찍었을까, 고목의 형상이던 그것에서 반응이 왔다.
오류 난 화면처럼 고목의 모습에 노이즈가 끼는가 싶더니 고목은 온데간데없고 커다란 구멍이 나타난 것이다.
마법 결계로 가려져 있던 던전의 입구였다.
[비밀 던전 ‘마법사의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최초 입장 보너스로 3일간 획득 경험치가 30% 증가합니다.] [최초 입장 보너스로 3일간 드롭률이 30% 증가합니다.]안으로 쏙 들어가 버리니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축축하고 음습한 기운이 흐르는 동굴인 것을 보니 지하쯤 되는 듯싶었다.
“후우!”
콰직. 부스스스.
로칸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오색 진주 하나를 꺼내 부숴, 비비듯이 뭉개 가루로 만들어 자신의 몸에 적당히 뿌렸다.
[오색 진주 가루를 사용하셨습니다.] [3분간 모든 속성 방어력이 10%만큼 증가합니다.]고작 3분밖에 효과가 없는 소모품이니 아끼는 것도 좋겠지만 그러기엔 마법 함정이 언제 튀어나올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노가다를 통해 얻은 오색 진주만 무려 150개에 달하니 걱정 없을 것이다. 마법사의 던전은 길어 봐야 1시간 남짓이면 공략이 가능하니 말이다.
“처음엔 이거지.”
로칸이 다음으로 인벤토리에서 꺼낸 것은 다소 의외의 물품이었다.
2미터는 족히 될 만한 크기의 통나무.
이곳까지 오는 도중 한 번씩 내려서 나무를 패더니 그것을 통째로 인벤토리에 보관해 가져온 것이다.
이유가 뭘까, 던전 안이 어두워서 쪼개서 장작으로 쓰려고
아니다. 마법사의 던전은 던전답지 않게 밝은 편이었고, 설령 어둡다 해도 로칸에게는 야간시가 있었다. 빛이 없더라도 남들보다 더 쉽게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것이다.
“가랏!”
그 쓰임새는 곧바로 밝혀졌다. 로칸이 통로의 넓이를 재는가 싶더니 볼링하듯 통나무를 굴려 버린 것이다.
화륵! 콰앙! 쩌저적.
그러자 난리가 났다. 통나무가 함정들을 모조리 건드렸는지 벽과 바닥에서 불과 벼락이 뿜어진 것이다.
덕분에 통나무는 얼마 가지도 못한 채 쪼개지고 타올랐지만 로칸은 그런대로 만족했다.
통나무는 제 역할을 다했고, 같은 것이 몇 개나 더 있었으니까.
다음 행동은 말할 것도 없다. 천천히 걸어가서 쓸모없어진 통나무를 배틀 액스로 쪼개 치우고 새로운 통나무를 꺼내 굴렸다.
‘영악하다고 해야 할지…….’
그렇게 반복하자 준비해 온 열 개의 통나무가 금세 바닥이 났다.
워낙 마법 함정이 많아 거리상으로는 얼마 이동하지 못했지만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던전의 주인은 무슨 생각인지 초반에 마법 함정을 집중 배치해 놓은 것이다.
아예 공략을 해 볼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일까, 아니면 이후 진입하는 내내 긴장하게 만들어서 심력을 소모시키기 위함일까.
어느 쪽이든 유저의 입장에서 꽤나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부턴 몸으로 때워야겠군.”
생각 같아서는 노가다로 통나무 1백 개쯤 채워서 밀어 버리고 싶지만 아쉽게도 인벤토리 내에 보관할 수 있는 통나무의 개수는 열 개까지였다.
물론 그조차도 힘 수치가 충분히 따라 줘서 무게 게이지가 허락될 때의 이야기이지만.
어쨌든 꼼수는 여기까지. 이제는 정말 몸뚱어리를 믿고 헤쳐 나가야 할 때였다.
“일단은…… 가 보자.”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천천히 가거나, 빠르게 돌파하거나.
후자의 경우 영웅의 시험 때처럼 아예 버서크를 사용하고 모든 대미지를 받아 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류. 그때처럼 거리가 짧다면 모를까 후유증 시간까지 계산하면 너무 오래 걸렸다.
“으흠.”
꾸욱. 쐐애액.
새로이 한 걸음을 내딛자마자 이번엔 돌덩이가 날아왔다. 마법 함정만 있다는 착각을 하게끔 한 뒤, 물리 공격을 섞어 둔 것이다.
채앵.
물론 그 정도는 가볍게 막아 냈다. 무기를 들 것도 없이 팔로 후려치자 일부가 부서지며 돌 조각이 떨어져 내렸다.
덜컹.
문제는 돌 조각의 무게였다.
내쳐지는 힘까지 더해진 돌 조각은 또 다른 함정을 건드렸고, 이번에는 세 개의 돌덩이가 더 날아왔다.
마법적인 힘으로 쏘아진 탓에 그 위력만큼은 살벌했다.
“아오, 이놈의 저주캐.”
자세를 단단히 하고 막아 내긴 했지만 로칸의 표정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어찌 된 게 함정이란 함정은 다 밟는지……. 이래서 전생에도 함정이 없는 던전을 중심으로 돌아다닌 것이었다.
“차라리 버서크를 쓸 걸 그랬나…….”
오죽하며 열 발자국도 걷기 전에 후회가 될 지경이었다.
그러나 침착을 잃지는 않았다. 대신 걷는 방식을 바꾸었다. 한쪽 벽을 짚으면서 걷는 것이다.
이럴 경우 벽에 있는 장치를 건드릴 확률은 높아지지만 밟아서 작동하는 함정에 걸릴 확률은 낮아진다. 더불어 추락하는 함정이 빠져도 순발력 있게 악력을 이용해 버틸 수도 있고.
퍼엉!
“큭.”
물론 문제도 있었다. 마법이 발사되는 곳을 잘못 짚었다가 손이 익어 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로칸에게는 29%의 속성 방어력이 있었다. 대미지는 경감되었고, 대미지를 입는 즉시 멈추어 붕대를 감거나 회복 아이템을 사용했기에 어떻게든 나아갈 수 있었다.
“나왔군…….”
그렇게 10여 분을 나아가자 이번에는 양상이 또 바뀌었다. 함정뿐 아니라 몬스터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펙터…….”
몬스터의 종류는 언데드. 그것도 마법을 사용하고, 허공에 뜬 채로 이동하는 놈이었다.
자칫 가디언으로 세운 몬스터가 함정을 밟아 작동시킬 위험이 없도록 따로 발이 없는 놈을 배치하는 것이 이곳의 특징 중 하나였다.
키엣!
“스로잉!”
다짜고짜 로칸을 향해 불씨 같은 마법을 쏘아 내는 스펙터.
대개 100레벨 이하의 마법을 사용하지만 간혹 강력한 마법을 발현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놈이다.
로칸은 즉시 손도끼를 던져 마법을 공중에서 폭파해 버리고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지금처럼 좁은 공간에 서 있기만 해서는 놈을 잡는 것이 불가능했다.
“스크롤 사용, 파이어 인챈트.”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놈이 진짜 어려운 이유는, 영체이기 때문에 물리 공격을 무시한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값비싼 스크롤을 찢어 배틀 액스에 화염의 기운을 더했다.
이렇게 하면 화염 대미지뿐 아니라 물리 대미지까지 박히게 되니까.
‘단숨에 끝낸다.’
일단 로칸은 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마법 함정이 발동하긴 했지만 그 정도는 몸으로 받아 낼 수 있었다.
천천히 생명력이 회복되는 포션을 마시고, 붕대를 감으며 마법 몬스터인 스펙터를 상대로 거리를 확보했다.
“리프 어택!”
그러고는 단숨에 돌진!
연체동물같이 흐물거리는 영체를 쪼개고 놈의 코어를 박살 냈다.
‘얕군.’
그러나 놈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영혼이 쪼개지는 중에도 캐스팅을 멈추지 않고 마법을 완성한 것이다.
“큭!”
퍼벙!
자신조차 폭발 범위에 말려드는 폭발 마법이 코앞에서 터졌다. 로칸조차 얼굴을 가리고 몇 걸음이나 물러났을 정도의 위력!
“파괴의 돌진!”
끼에에에에에엑!
하지만 로칸은 멈추지 않았다. 두 쪽으로 덜렁거리는 스펙터의 몸통을 들이받아 박살을 내놓았다. 조합 스킬에 섞인 ‘포스’ 스킬 덕분에 통과하는 대신 으깨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후드드득.
반투명한 육신의 파편이 떨어져 내리고 스펙터가 끝장이 났다.
고작 120레벨짜리 일반 몬스터 한 마리를 잡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고생이 아닐 수 없다.
“뭐가 좀 나와 줬으면 좋겠는데…….”
잔뜩 그을린 얼굴을 닦아 내며 회복을 시작한 로칸은 일단 인벤토리부터 살폈다. 마법사의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높은 확률로 마법적 효과가 달린 아이템을 내놓으니까.
운이 좋아 속성 방어력이 잔뜩 달려 있거나 마법이 내장 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면 앞으로의 진행이 좀 더 수월해질 터였다.
“스크롤 정도인가 ”
그러나 들어온 것은 1서클의 공격 마법, 파이어 애로가 담긴 스크롤이 고작이었다.
담겨 있는 마법의 수준이 높지 않아 상점에나 팔아 치워야 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
실망하기는 아직 일렀다. 이제야 한 마리를 잡았을 뿐이고, 보스 룸에 도착하기 전에 이런 놈을 수십 마리는 족히 더 잡아야 할 테니까.
숨을 크게 들이쉰 로칸은 눈빛을 바꾸고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 길의 끝에서 얻을 보상만을 생각하며 묵묵히 마법 함정과 마법 몬스터 들을 견뎌 냈다.
“이게 아니었으면 곤란할 뻔했어.”
길을 뚫어 내는 데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다름 아닌 사자왕의 증표였다. 지능을 100이나 올려 준 덕분에 포스의 사용이 제법 자유로웠던 것이다.
물론 조합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마나가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탓에 여전히 모자랐지만, 중간중간 청명 호수의 물을 들이켜며 휴식 시간을 갖자 예상보다 빠르게 던전을 돌파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거리는 약 5분의 1.
묵묵히 전진하는 로칸의 눈에 어떤 것이 들어왔다.
던전의 감초라는 보물 상자였다.
“생각해 보면 참 간단한데 말이지.”
멀록의 난파선에서 본 것과 똑같이 생긴 보물 상자였지만 로칸의 태도는 덤덤하기만 했다.
기쁜 마음으로 상자를 여는 대신, 만능키라고 할 수 있는 것을 꺼내 들었다.
“스로잉!”
그러고는 냅다 보물 상자를 향해 집어 던졌다.
던전에서 보물 상자란 보너스 같은 느낌이기도 하지만 주의 대상이기도 하니까.
콰직! 딱딱딱딱!
그 순간 보물 상자가 살아 움직였다. 정확히는 보물 상자의 모습을 하고 모험가들을 홀려 잡아먹는 몬스터, 미믹이었다.
[잡아먹기]라는 스킬을 가지고 있어 상대보다 커다랗게 입을 벌려 씹어 삼키는 놈이었지만, 최초 기동 시에만 발동이 가능하기에 더 이상 주의할 것은 없었다.“시끄러, 인마!”
로칸의 무지막지한 도끼질에 미믹은 순식간에 나뭇조각으로 변해 버렸다.
상자를 파괴한다고 내용물이 부서져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굳이 손으로 열 게 뭐 있나
확실히 직접 몸으로 움직이는 더 로드는 일반 RPG들과는 다르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오 ”
최초 입장 보너스 덕분일까 미믹의 시체에서는 제법 많은 아이템들이 나왔다. 대부분이 잡템이긴 해도 몇몇은 꽤 쓸 만했다.
[겁쟁이 마법사의 방어 반지][매직]한 겁쟁이 마법사가 만든 방어용 반지.
-하루 두 번 ‘방어’를 외치면 ‘실드’ 사용 가능
-충전 상태 : 2/2
-재충전 대기 시간 : 0:00
[간이용 마나 충전기][매직]한 겁쟁이 마법사가 만든 간이용 마나 충전기
-하루 한 번 ‘마나 충전’을 외치면 마나 150 회복
-마나 진주를 연료로 사용
그중 써먹을 수 있는 것은 이 두 가지. 이미 알차게 써먹고 있는 [겁쟁이 마법사의 반지]와 같은 종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템에서 지칭하는 ‘겁쟁이 마법사’가 바로 이 던전의 주인이었으니까.
뭐가 그렇게 두려운지 온통 도주와 방어에 관련된 아이템들뿐이다.
로칸의 입장에서 오히려 어설픈 공격 아이템은 쓸모가 없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인 일이지만.
“만나면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 하나 ”
로칸은 피식 웃으며 끝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보스 룸 앞을 지키는 것은 스펙터 3기와 함정처럼 벽에 몸이 붙은 스켈레톤 아처 2기.
화살이야 막을 자신이 있었으니 피해를 감수하고 스펙터부터 박살 내자 보스만을 남길 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