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76)
# 76
종족 퀘스트 (1)
“어 ”
캬루스의 비기 중 하나인 ‘각인’은 영웅의 시험과 같이 일회성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현재도 살아 있는 전설적인 사냥꾼, 캬루스가 내린 선물과도 같은 것이라 누구라도 시련에만 통과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치명타 대미지를 노리는 궁수 계열의 유저들이 필수적으로 습득하던 각인이 되기도 했고, 습득 방법도 제법 널리 알려졌었다.
다만 로칸이 노린 것은 바로 ‘최초’ 효과로 붙는 보너스였다.
한데 ‘성장’이라니 이것만큼은 로칸도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타락한 힘을 흡수한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것을 통해 각인이 성장한다는 것은 상정 외의 일이었다.
“여기서 더 ”
이미 최초 보너스의 효과로 치명타 확률 10%, 치명타 대미지 50% 증가라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 흡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제법 많은 타락한 몬스터를 사냥해야 하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캬루스의 시련이 종료되었습니다.] [10분 후 자동으로 던전을 나가게 됩니다. 미리 이동하거나 대비하시기 바랍니다.]“재미있군.”
캬루스의 각인인 영혼을 꿰뚫는 힘은 자동으로 습득되었기에 더 할 것은 없었다.
정상적으로 각인이 새겨졌음을 확인한 로칸은 즉시 귀환 스크롤을 찢었다.
다시 크로스로드로 귀환했다.
그렇게 돌아온 크로스로드의 분위기는 꽤나 많이 바뀌어 있었다.
애쉬 타운에 연전연패. 도시 인근까지 밀려나기가 수십 번이었던 까닭인지 전체적으로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었는데, 로칸의 활약 때문인지 이제는 제법 활기찬 상태인 것이다.
“음 ”
더불어 로칸의 상점도 들어가기 힘들 만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기대 덕분에, 로칸처럼 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더 강한 장비를 원하게 된 것이다.
로칸의 강함에 장비발이 크게 작용을 했을 것이란 오해에서 비롯된 흥행이기도 했다.
‘와우.’
물품 체크를 위해 잠시 상점에 들른 로칸은 1층뿐 아니라 2층과 3층에도 빼곡한 사람들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은행에서 대출이라도 당긴 것인지 그 비싼 강화 무기와 브랜드 제품 들이 이미 대부분 팔려 나간 상태였다.
덕분에 쌓여 있는 골드도 어마어마한 수준.
그것을 회수한 로칸은 1층에 자판기형 벤더를 더 늘리고 물품을 가득 채워 넣었다.
그쪽에서는 제작 재료를 포함해 아직 저평가되고 있는 아이템들을 구입하기만 했다.
당장 쓸 돈은 1호점에서 충분히 벌어들이고 있으니 굳이 비슷한 콘셉트의 상점을 또 열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세팅을 하며 홈페이지에 접속하자 새로운 소식들이 속속 들려왔다.
‘자극을 받았다고 봐야겠지 ’
그가 벌인 일들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다른 3차 도시들에서도 한창 전투가 벌어지는 모양이었다.
제2의 로칸이 되기 위해, 그리하여 로칸에게 집중되는 스포트라이트를 옮겨 오기 위해 랭커라고 하는 자들 중 다수가 전쟁에 뛰어든 것이다.
그것은 양측 진영 모두의 일이라서 어느 한쪽이 압도하는 일은 좀처럼 없었지만 서로 치고받고 싸우느라 소모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사이 자신이 치고 나갈 수 있다는 것도.
“타락한 몬스터를 발견했다고 이거 정말 놀랍군. 정말로 재능이 있어. 이 정도 재능이라면 조금만 다듬어도 ‘그곳’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겠어.”
정비를 마친 로칸은 즉시 수비대장 말킨을 찾았다.
한바탕 애쉬 타운의 유저들과 전투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다치기는커녕 더없이 개운한 표정이었다. 역시 200레벨의 위험이라는 것일까
“좋아, 이제 가르쳐 주지. 타락한 몬스터들은 어떤 세력에 의해 은밀하게 만들어지고 있다네. 이곳뿐 아니라 ‘중앙’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하니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알겠지 놈들 중 일부는 다른 종족에 대해 무척 과격한 행동을 보일 뿐 아니라 도시를 습격하거나 이상행동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지. 우리 조사단에서는 그 원인과 해결 방법, 이 일을 벌인 집단에 대해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실마리가 나오고 있지는 않아. 아직 타락한 몬스터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해서 더 많은 타락한 몬스터의 위치와 신체 정보들을 수집하고 있네. 자네도 한 사람 분의 몫을 제대로 해낼 수 있게 되었으니 적극 협조해 주면 좋겠군. 그런 의미에서 자네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나 주지.”
[‘단독 임무권’을 획득하셨습니다.]“그건 조사단원이 단독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하는 문서네. 조사단이나 도시, 영주 들이 의뢰를 할 수도 있지만 자네가 무언가 단서를 발견할 경우 그것을 통해 임무를 받을 수 있을 테니 항상 소지하고 있게.”
말킨이 넘겨준 단독 임무권은 쉽게 말해 휴대용 퀘스트였다.
타락한 몬스터 관련 퀘스트를 원거리에서 자동으로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랄까.
소급 적용하여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퀘스트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퀘스트들도 더러 있기 때문에 어디서든 퀘스트를 얻을 수 있는 이 아이템의 가치는 낮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그것을 받아 챙긴 로칸은 기분 좋게 밖으로 나왔다.
다시 일정 레벨에 도달할 때까지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타락한 몬스터를 더 발견해서 잡아 죽이는 것이 전부였지만, 퀘스트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슬슬 그걸 할 때가 된 건가.”
다음으로 로칸이 이동한 곳은 종족 건물, 그것도 아직 들러 본 적 없는 인간 종족의 건물이었다.
‘인정 퀘’를 따로 받을 필요도 없는 이곳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
‘종족 퀘스트 제한이 분명 150레벨이었지 ’
바로 각 종족의 염원을 이루기 위한 ‘종족 퀘스트’를 받기 위함이었다.
물론 그것이 아니더라도 동 레벨에 받을 수 있는 퀘스트는 제법 많았지만 로칸의 성장 속도로 볼 때 큰 의미 없는 것들이 많았다.
당장 일반 퀘스트를 완료하고 얻을 수 있는 보상보다 상점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훨씬 많았고, 획득 경험치 또한 상위 지역에서 ‘닥사’를 하는 편이 훨씬 나았으니까.
그 때문에 로칸은 아예 일반 퀘스트는 최대한 패스하기로 마음먹었다.
“자네는 누구인가 ”
인간 종족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딱 봐도 꼬장꼬장해 보이는 늙은이가 의뭉스러운 눈빛으로 로칸을 훑었다.
‘저 문양은 의회 쪽이었지.’
마찬가지로 그의 옷차림을 빠르게 스캔한 로칸은 연기 톤의 목소리로 응대했다.
“151레벨 진 버서커 로칸입니다. 인간의 번영을 위해 힘쓰시는 분들께 한 팔 거들 수 있는 영광을 얻을 수 있을까 싶어 찾아왔습니다.”
“오오, 훌륭한 생각을 가진 젊은이로군. 환영하네!”
151레벨이라는 말에 화색을 띠는 노인. 아마도 부려 먹기 좋은 일꾼이 생겨 좋은 것이겠지.
빤히 보이는 수작이지만 이건 로칸도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이름값이 올라가고 계급이 올라가면 모르겠지만, 아직은 충직한 일꾼 정도의 포지션이니까.
“인간의 번영을 위해 힘쓰고 싶다니, 어떤 일을 부탁하는 게 좋을까……. 옳지! 그게 좋겠군.”
[철갑 거북 사냥][퀘스트]킨싱턴 의회 소속 하르반이 동쪽 해안에 있는 철갑 거북 사냥을 의뢰했습니다. 정기선 운행을 방해하는 철갑 거북을 사냥하여 그 사체를 가져다주십시오.
-완료 조건 : 철갑 거북의 시체 0/10
-완료 보상 : 10실버
‘정기선 운행 방해는 개뿔.’
하르반이 부탁해 온 것은 철갑 거북의 사냥.
그냥 사냥하는 것이 아닌, 사체를 가져오는 것이 특이했지만 로칸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재미 좀 보려는 거지.’
핑계는 거창하지만 철갑 거북이 실제 정기선 운행에 방해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정말 간혹 있는 일이고, 그마저도 부딪혀서 배가 파손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까.
진짜 이유는 아랫도리만 팔팔한 노인이 철갑 거북의 사체로 보양식을 해 먹으려는 것이다.
더불어 놈의 등껍질은 제법 값이 나가는 방어구의 재료이니 뒷돈도 좀 만지고.
따로 철갑 거북의 사체를 도축해서 팔아도 10실버가 아니라 50실버는 거뜬히 챙길 테지만, 로칸은 모르는 척 눈을 감았다.
지금은 ‘의회’의 공헌도를 쌓아야 할 때이니까.
어차피 3차 도시에 있는 의회 인물들은 다 이런 식이다. 3차 도시 자체가 전체 맵으로 볼 때 ‘변두리’에 불과하고 이곳에 파견되었다는 것은 좌천에 가까운 인사라는 뜻이니까.
그렇기에 초반 퀘스트들은 이런 잡다한 심부름에 가까웠다.
열정 페이로 보상도 짜고, 의회 공헌도는 올라가지만 직접적으로 의회와 관련이 없는 일들도 섞여 있는 것들.
‘얼른 중앙으로 넘어가든가 해야지 원…….’
하지만 곧 그것도 끝이다.
로칸의 레벨이 올라 ‘중앙’에 가까워질수록, 그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테니까.
아무래도 중앙 대륙에 있는 의회에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 곤란하지 않겠나
로칸은 그때를 바라보며 일단은 참기로 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철갑 거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멀록의 난파선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니까.
룬 북을 이용해 단숨에 이동한 뒤, 말을 꺼내 한참을 달리자 항구가 나타났다.
‘기다려라. 곧 돌아올 테니.’
중앙 대륙으로 향하는 정기선이 운행되는 보테스 항구.
200레벨까지는 아직 멀긴 했지만 그곳을 보며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 나타난 해안가. 느릿느릿 뭍으로 기어 올라오는 검은 물체들이 바로 철갑 거북이었다.
[철갑 거북][Lv 153]“돌격.”
일반 거북이보다야 훨씬 빠르다지만 전력으로 달리면 떨어뜨릴 수 있는 정도의 철갑 거북이니 폭격 같은 원거리 공격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전생에 대부분의 유저들이 사냥하던 방식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럴 경우 문제가 있었다. 철갑 거북의 등껍질이 워낙 단단한 까닭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
그것은 심지어 로칸에게도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 택한 것이 바로 뒤집기.
“으랏차!”
로칸의 팔뚝에 힘줄이 솟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러자 단단한 바위처럼 묵직한 철갑 거북의 몸이 들썩이는가 싶더니 서서히 들어 올려졌다.
오직 로칸이기에 가능한 일.
게다가 이 행위 자체는 ‘공격’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철갑 거북의 강력한 물기 공격에도 노출되지 않았다.
휘익. 팽그르르.
잠시 후, 철갑 거북의 몸이 완전히 뒤집혀졌다. 연약한 뱃가죽을 드러내고 짧은 다리를 버둥거렸다.
“후우, 치명적 일격!”
[크리티컬!]거북이 사냥이 시작되었다.
철갑처럼 단단한 등껍질은 로칸의 도끼질도 몇 번이나 버텨 낼 만큼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했지만 뱃가죽은 도끼질 한 번에 가뿐히 터져 나갔다.
배 속을 도끼로 몇 번이나 휘젓자 금세 혀를 빼고 죽는 철갑 거북의 모습에 로칸도 만족하고 인벤토리를 열었다.
[철갑 거북의 사체(퀘스트)를 획득하셨습니다.]본래는 사체가 통째로 인벤토리에 들어가진 않지만 퀘스트 아이템으로 분류된 덕분에 너끈히 수납할 수 있었다.
다음 놈도, 그다음 놈도.
몇 번이나 뒤집고 도끼질하기를 반복하자 금세 목표한 수량을 채울 수 있었다.
“후우, 빡세군.”
어찌나 힘을 뺐는지 살짝 떨리는 양팔을 붙잡고 진정에 나선 로칸은 철갑 거북을 지나쳐 해안가 쪽으로 걸어갔다.
갑자기 수영이라도 하고 싶어진 것일까 아니면 자살
그럴 리가. 어느 지점까지 다가간 로칸은 스윽 주변 훑더니 손으로 땅을 파내기 시작했다.
“역시.”
바로 철갑 거북의 알이 묻혀 있는 장소였다.
제대로 짚어 낸 로칸은 두 팔로 쑥쑥 땅을 파냈다. 철갑 거북의 알을 인벤토리에 몽땅 쓸어담았다.
철갑 거북의 알은 그 자체로 훌륭한 마법 촉매이자 누군가와 만날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