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79)
# 79
여왕벌의 최후 (2)
‘얼굴 반반한 거 하나로 버스 탔나 보군.’
그들은 모르겠지만 로칸은 이미 모든 것을 본 상태였다. 위기의 순간, 아군이 아닌 자신에게 보호막을 씌운 것도, 다 된 밥에 재 뿌려진 것 같은 두 남자의 표정도.
게임을 한 짬밥이 얼마인데 척하면 딱 답이 나오지 않나
그저 여자 유저라면 눈이 돌아가서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주는 남자들이야 모든 게임에서 넘쳐났다. 거기다 예쁘기까지 하다면 공대 아름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공주 대접을 하고.
남자 유저들의 그 호구짓에 데여 본 적 있는 로칸으로서는 떠받드는 남자 유저도, 그것을 즐기는 여자 유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실물이야 딴판일 수도 있지.’
더 로드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본래 얼굴을 기준으로 소소한 변화만을 허용한다지만 종족 보정에, 변경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면 전혀 딴판인 얼굴이 될 수도 있었다.
특히나 대표적인 것이 하프엘프와 인간 종족이었으니 캐릭터도 예쁘기를 바라는 대다수의 여성들이 인간과 하프엘프를 선택한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렇다 보니 포토샵 수준으로 뜯어고친 이들도 제법 된다는 것이다.
실제 외모는 뭔가 2% 부족하게 안 예쁘지만 게임에서는 그 2%를 커버해서 절세 미녀로 탈바꿈하는 이들을 로칸은 얼마든지 보았다.
그리고 그렇기에 게임 상의 외모에 대해서는 꽤나 무감각해지고 시니컬해진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 미인계 따위가 통할 리는 없지만, 눈앞의 여성 유저가 하는 꼴을 보니 어쩐지 분노가 치밀었다.
전생에 더 로드를 즐기던 초반에 가입했던 길드에서 예쁘장한 여성 유저에게 홀린 길드원들이 무조건 그녀를 두둔하며 자신의 뒤통수를 쳤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예쁘장한 이목구비. 어느 RPG에서나 귀족 취급 받는 사제 클래스. 아주 제대로 꿀을 빠셨겠구먼 ’
냉정한 눈빛이 그녀를 향했다가, 이내 호구의 그것으로 바뀌었다.
일단 3차 전직까지 통과했으니 기본 실력은 있지 않겠냐고 1차와 2차 전직에서 모두 비전투 계열을 선택한 경우, 100레벨 몬스터 사냥과 다른 3차 전직 퀘스트가 주어지니 그런 것도 아니었다.
“크흠, 괜찮으십니까 ”
은근 슬쩍 팔짱을 끼고 가슴을 부벼 오는 그녀에게 헤벌쭉한 표정을 보여 주자 즉각 반응이 나타났다.
“그럼요. 오빠 덕분에 겨우 살았어요. 그렇지 않아도 저 사람들하고는 이번 사냥이 마지막이었는데 막판에 큰일을 당할 뻔했지 뭐에요 아참, 제 아이디는 리엔. 본명은 김예린이에요.”
“예, 예린아…….”
즉시 아이디뿐 아니라 본명까지 까는 그녀의 모습에 두 사내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지만 감히 섣불리 행동하지는 못했다.
그러기엔 로칸의 무위가 너무 압도적인 까닭이다.
이미 떠나 버린 버스에 손 흔들 듯 질척거려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직감하기도 했지만, PK를 걸어 봤자 전혀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더불어 ‘하프엘프’가 아닌 존재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한발 늦게 깨달았다.
“마침 저 사람들은 여기까지 사냥한다고 하던데, 혹시 저랑 같이 플레이하실래요 제가 싸움에 소질은 없어도 제가 2차 전직까지 사제를 선택해서 제법 도움은 될 거예요!”
“…….”
아예 대놓고 교태를 부리는 그녀의 모습에 두 사내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들이 그저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모든 의욕을 상실한 것이다.
이미 그녀의 마음은 떠났고, 자신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본 모습을 밝혀 깽판 치는 것이었다.
“……사랑했었다.”
그러나 그 또한 포기했다.
한때나마 연심을 품은 이에게 그처럼 매정한 짓을 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런 말을 한들 상대가 들어먹을 것 같지 않은 것이다. 자신이라도 저만한 미인이 엉겨 붙는다면 그럴 테니까.
까놓고 말해 자신들이 저 사내보다 훨씬 강했다면 그녀가 떠날 일도 없지 않았겠는가
‘순정파로군. ……아니면 호구이거나.’
그런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로칸은 그들을 완전히 단념시킬 한마디를 던졌다.
“좋습니다. 함께 다니죠.”
그 대답까지 확인한 두 사내는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며 로그아웃하거나, 마을로 귀환했다.
“……나쁜 년.”
“……행복해라.”
하지만 리엔은 그들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로칸에게 백합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다.
“가시죠.”
로칸 역시 음흉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앞장서 나갔다.
“전사님은 아이디랑 레벨이 어떻게 되세요 ”
“하하, 글쎄요 약간의 비밀이 있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일단 레벨은, 여기에서 도망 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는 됩니다.”
하지만 이전처럼 닥치는 대로 사냥을 하지는 않았다. 이동을 시작하자마자 대놓고 로칸의 정보를 캐내려는 리엔에게 의뭉을 떨어 주고 조금 더 걸음을 서둘렀다.
그러자 마음이 조급해진 것은 리엔 쪽이었다.
훨씬 레벨이 높은 것 같아 재빨리 갈아탔는데 그가 자신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면 곤란한 것이다.
물론 이 미모와 귀족인 사제 클래스라면 금방 새로운 호구를 찾을 수 있겠지만 다시 처음부터 대상을 물색하고, 미끼를 던지고, 연기를 해 가며 시간을 보내기는 너무나 귀찮았다.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했고.
“호호, 재미있는 분이시네요. 일단 제가 버프 한번 풀로 돌려 드릴게요. 이래 봬도 꽤 도움이 된다구요.”
오히려 안달이 난 리엔은 적극적으로 버프를 돌려 가며 자신의 가치를 어필했고, 로칸은 어차피 경험치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굳이 그녀의 레벨을 올려 주고 싶지 않아 최대한 전투를 피하며 온실의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온실의 실질적인 주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보스 몬스터 ‘빅 버드’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와, 정말 대단해요!”
물론 가는 길에 몇 마리의 몬스터를 만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리엔을 좀 더 제대로 낚기 위해 로칸은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그 모습을 본 리엔은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했다.
로칸이 어떤 생각을 품었는지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이왕 잡는 거, 보스까지 잡아 보죠.”
“보, 보스요 아까부터 난이도가 꽤 올라간 것 같던데 괜찮을까요 ”
“난이도가 올라 봤자 별것 없습니다. 특히 한 가지만 준비하면 오히려 보스 몹이 더 간단하죠. 제가 이미 잡아 봤습니다.”
“예 벌써 보스를요 ”
그 말에 리엔의 눈이 화잔등만 해졌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따지고 보면 자신이 이곳에 온지는 고작 이틀밖에 되지 않았고, 온실의 넓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자신이 꼬드겨 이곳에 온 두 사람도 고작해야 입구 주변에서 사냥하는 것이 다였지 않나
그에 반해 이름을 비공개로 파티를 맺고 있는 이 사람은 아주 수월하게 이곳까지 뚫고 왔다.
‘이런 기회를 놓치면 바보지. 안 그래 ’
그녀가 눈알을 굴리는 동안 로칸은 속으로 쓰게 웃었다. 다음 행동이야 뻔한 일이었으니까.
“뭘 준비해야 하죠 ”
“바로 미끼죠. 그것도 아주 먹음직스러운.”
씨익.
로칸이 사악한 미소와 함께 가리킨 것은 화려하게 꽃을 피운 어떤 풀이었다.
“저건 마비초입니다. 채집 숙련도가 제법 높아야 확인이 가능하지만 숙련도가 없는 사람이 뽑는다고 효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죠. 저걸 들고 있다가 빅 버드가 날아들면 그 입에 던져 넣으면 됩니다. 미리 고깃덩이로 싸 두면 더 쉽게 던질 수 있겠죠 ”
그것을 꺾어 들고 보스 몬스터인 ‘빅 버드’를 유인하라는 말에 리엔은 살짝 멈칫거렸지만 직접 먹히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에 조금은 안도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거대한 새의 부리에 그것을 집어넣어야 하는 임무는 크게 부담이 되었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지 않는다면 로칸이 데리고 다녀 주지 않을 테니까.
이 일 또한 그것을 위한 시험이라고 생각했기에 용기를 내는 수밖에 없었다.
“해 볼게요.”
결국, 리엔은 미끼를 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리엔은 고깃덩이와 뭉친 마비초 덩어리를 양손에 쥐고 빅 버드의 둥지와 가까운 곳에 섰다.
온실 내에서도 가장 거대한 나무 아래, 알을 품고 있던 빅 버드를 자극하기 위해 핏물까지 뚝뚝 흘려 가며 기다리자 곧 나무 위에서 반응이 왔다.
끼룩
리엔을 발견한 빅 버드가 패액 홰를 치며 날아올랐다.
“꺄악!”
놀란 리엔이 고깃덩이 하나를 던져 봤지만 놈은 갸웃거리며 피해 버렸다.
너무 멀리에서 자지러지며 던진 까닭에 먹지 않은 것이다.
이대로라면 자신도 함께 잡아먹힐 판.
하지만 로칸은 나서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미 그녀에 대한 조치는 모두 끝났으니까. 이대로 죽든, 미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든 그녀는 더 이상 이곳에 있지 못할 터였다.
‘온실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텐데 풀을 뽑다니.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이 온실의 모든 식물은 하프엘프들의 보물이다.
물론 병충해 제거의 임무를 받았으니 그 과정에서 일부 손상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와 상관없이 임의로 화초를 채집했다가 걸리면 여지없이 이곳에서 쫓겨나고, 심한 경우 하프엘프들의 친밀도가 대폭 하락하여 인정 퀘를 수행하기 이전보다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었다.
물론 그녀의 종족이 하프엘프이니 적대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어디까지 추락할지 사뭇 궁금해졌다.
“저 좀 살려……. 이잇!”
첫 번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순간, 로칸을 향해 돌아서던 리엔은 그의 차가운 눈을 확인하고 다시 돌아섰다. 보호막을 펼칠까 잠시 고민하다가, 눈을 딱 감고 팔을 휘둘렀다.
터업.
빅 버드의 날름거리는 혀에 잠시 손이 파묻히는 끔찍한 느낌과 함께 쥐고 있던 고깃덩어리가 사라졌다. 다행히 씹히기 전에 손을 빼낼 수 있었다.
꾹
그도 그럴 것이, 빅 버드는 일단 선공 몬스터가 아니었으니까.
고기를 물고 올라가 텁텁 씹어 먹은 빅 버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몸이 서서히 마비되는 느낌 때문에 그럴 리가. 애초에 로칸이 뽑도록 지시한 풀은 마비초가 아니었다.
오히려 일정 수준 이하의 상태 이상을 해제하고, 심신을 맑게 해 주는 영초였다.
그러니 빅 버드가 적의를 품거나 이상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슬슬 시작해 볼까 ”
그 모습에 어리둥절해하는 리엔을 뒤로하고 로칸이 이동한 것은 나무 위, 놈의 둥지였다. 정신이 팔린 동안 둥지로 올라간 로칸은 휘익 휘파람을 불어 빅 버드의 시선을 끌었다.
“어, 어…… ”
“끼잇!”
휘익. 퍼억!
로칸은 말릴 새도 없이 둥지 안의 알을 주먹으로 때렸다. 껍질이 워낙 단단한 탓에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그 행동에 빅 버드의 눈이 홱 돌아갔다.
“읏차.”
놈이 부리로 쪼아오기 전에 땅으로 뛰어내린 로칸. 리엔의 바로 옆에 착지한 그는 그녀를 향해 씨익 웃어 주며 마지막 행동을 취했다.
자신을 이용하려 했던 대가를 치르게 해 주었다.
“은신.”
[파티에서 탈퇴하셨습니다.]은신 후 파티 탈퇴. 그렇다면 타깃을 잃은 빅 버드의 분노가 누구를 향하게 될까
“끼아아악!”
“디, 디바인 실……. 꺄아아악!”
빅 버드가 그녀를 씹어 삼키는 동안 로칸이 놈의 목덜미를 노리고 날아올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