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8)
# 8
1차 전직 (1)
허름한 짐수레와 함께 도착한 곳은 꽤나 커다란 도시였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느낄 뿐 실제로는 중소형에 해당하는 도시에 불과했다.
“와…….”
“이게 시작 도시인가 ”
“확실히 본토는 다르네.”
모두가 입을 벌리고 감탄하는 동안 로칸은 도시 안으로 쓱 들어갔다.
졸업 동기라며 함께 포켓 시티를 탈출한 이들끼리 파티를 이루는 경우도 있지만 로칸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실례합니다. 혹시 이 도시의 이름이 무엇이죠 ”
로칸이 지나가던 사람을 붙잡고 정중하게 묻자 그는 흔쾌히 답을 주었다.
“하하, 촌에서 올라온 모양이군. 이 도시의 이름은 크톤일세.”
보통이라면 경계하거나 무시하고 지나갈 텐데, 이 또한 평판 [우호]의 효과였다.
‘크톤이라니…… 우연인가 ’
포켓 시티에서 이어지는 도시의 배치는 랜덤이었다. 때문에 로칸은 각 도시에 떨어질 때를 대비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해 둔 상태였다.
한데 재미있게도, 크톤은 전생의 그가 포켓 시티를 벗어나며 도착했던 익숙한 도시였다.
‘일단은 직업부터 얻자.’
위치를 확인한 로칸은 기억을 더듬어 즉시 직업 길드부터 찾았다. 포켓 시티에는 존재하지 않던 직업 길드가 이곳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직업을 얻는 것에서부터 본격적인 플레이가 시작된다고 보면 되었다.
반대로 직업을 얻지 않는다면 포켓 시티에서 초식 동물들을 상대로 아무리 날고 기는 활약을 보였다 한들 사냥을 하는 입장이 아니라 사냥을 당하는 입장이 될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는 먼저 공격을 하는 선공 몹들이 등장할 뿐 아니라 전투력 면에서도 급격한 차이를 보일 테니까.
문제는 어떤 직업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인데, 이미 온라인에서는 어떤 직업이 좋다느니 사기라느니 하는 소리가 가득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로칸은 이미 직업을 정해 둔 상태였다.
그것은 전생 때와 같았다.
다른 직업의 장단점과 몇몇 히든 클래스의 습득 방법도 알고 있는 그였지만, 그렇기에 그는 더욱더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없었다.
히든 클래스라고 해도 만능은 아니고, 오히려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클래스를 선택하는 것이 맞겠지.’
로칸은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어차피 차이를 벌리는 것은 레벨과 장비, 그리고 타이틀일 테니까.
끼이익…….
기름칠도 되지 않은 입구가 비명을 질러 댔다.
“으응 아직도 올 놈이 남았나 ”
얼굴에 헝겊을 올리고 잠을 청하던 안내원이 탐탁지 않은 얼굴로 로칸을 돌아보았다.
심장이 약한 자라면 지레 겁을 집어먹고 뒤돌아 나갈 것 같은 험상궂은 얼굴, 그 뒤로 칠해진 핏자국들.
하지만 로칸은 씨익 웃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다른 이들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내 집과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여기는 여전히 인기가 없군.’
길드 내부는 썰렁했다. 초반에는 호기심을 갖고 들어온 이들도 많았고 그의 얼굴을 보고도 겁을 먹지 않을 만큼 강단 있는 자들도 많았지만, 전직을 한 이들의 후기와 이런저런 소문들이 퍼지면서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수준이 돼 버렸던 것이다.
더 로드에는 전투 직업과 생산 직업, 즐기기 위한 생활 직업들이 수없이 많았기에, 비주류 길드라면 초반에는 하루 한 명도 방문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더구나 이곳처럼 장소부터가 외진 곳이라면 더더욱.
그 때문에 이곳뿐만이 아니라 비주류 직업 길드 중에는 그런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전직하고 싶습니다.”
“전직 여기가 어디인지는 알고 온 거겠지 ”
로칸이 아무렇지 않게 카운터로 다가가 본론부터 꺼내자 오히려 접수원이 조심스러워했다. 괜히 잘못 알고 전직했다며 생떼를 부릴 수도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럼요. 광전사로 전직하고 싶습니다.”
“하하, 이거 오랜만에 쓸 만한 녀석이 들어왔군. 좋아, 여기에 서명해.”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는 로칸을 보고 접수원이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로칸의 눈빛을 읽고 흔쾌히 접수 서류를 내주었다.
이곳은 광전사 길드. 강단이 약한 자들은 감당하지 못할 미친놈들의 길드였다.
[주의하십시오. 한번 얻은 직업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변경이나 취소가 불가능합니다.]로칸이 서명하자 접수원이 빼앗듯 서류를 받아 들었다. 이젠 무를 수도 없다는 듯 로칸을 똑바로 쳐다보며 한쪽의 마법진에 서류를 올려 등록을 마쳤다.
퍼엉!
[광전사로 전직을 완료하였습니다.]붉은 덩어리가 로칸의 머리 위에서 터졌다. 저주 같은 붉은 빛 가루가 흩어져 그에게 흡수되었다.
“자, 전직 선물이다. 원하는 걸로 골라 봐.”
쿠웅, 쿵, 쿵!
접수원이 내놓은 것은 세 가지였다. 전직 기념으로 받을 수 있는 무기들로, 하나같이 포켓 시티에서 구입한 무기들보다 월등한 위력을 지닌 진짜 무기들이었다.
‘이러니 포켓 시티를 떠나기 전 무기 장만한 놈들만 바보 되는 거지.’
본토에서 활약해 보겠다며 포켓 시티에서 모은 돈으로 무기를 사 들고 넘어온 자들만 억울한 일이었지만 모든 직업들이 다 무기만 주는 것은 아니니 완전히 망한 것은 아니었다.
무기 장만은커녕 땡전 한 푼 없이 넘어온 로칸 같은 이들은 수지맞는 거고.
[낡은 대검][노멀]오래 방치되어 날이 무뎌진 대검. 검이라기보다는 둔기에 가깝다.
-공격력 : 70
-내구력 : 300/300
[허름한 롱 소드][노멀]아무렇게나 대충 만들어진 롱 소드.
-공격력 : 45
-내구력 : 120/120
[나무꾼의 외날 도끼][노멀]나무꾼이 사용하던 외날 도끼.
-공격력 : 65
-내구력 : 200/200
-벌목 성공 확률 30% 증가.
‘이름은 진짜 거지 같네.’
공짜 전직 선물로 주는 아이템답게 이름과 설명이 개떡 같다는 것만 빼면 꽤 괜찮은 물건들이었다.
로칸은 그것들이 전생에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즉시 선택을 마쳤다.
“으하하하, 역시 광전사는 도끼지. 자네, 뭘 좀 아는군!”
[광전사 길드 마스터 ‘랄프’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광전사 길드 마스터의 평판이 우호에서 호감으로 변경되었습니다.]‘벌써 ’
아무리 [우호]에서 시작했대도 벌써 그 이상의 단계로 넘어간 것이 놀라웠다.
하지만 로칸은 곧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광전사란 작자들은 하나같이 정상적인 놈들이 아니었으니까.
대신 그는 한 손으로 나무꾼의 외날 도끼를 들어 보이며 씨익 마주 웃어 주었다.
튜토리얼에서 그가 외날 도끼를 선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나 실수가 아니었다. 가장 손에 익은 주 무기를 선택한 것뿐이었다.
사실 마을 회관을 무너뜨리기 수월했던 것은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로칸은 어지간하면 도끼를 골랐을 터였다.
“이제 스킬 북 좀 보여 주시죠.”
“스킬 북 좋지! 어디 보자, 1레벨 광전사니까 간단하군. 액스 마스터리랑 대시, 스트라이크, 워 크라이, 버서크까지. 하나당 2실버니까 10실버 내놔.”
랄프는 카운터 뒤쪽을 뒤적거리더니 다섯 권의 빛바랜 책을 꺼내 올려 두었다.
한 권당 2실버면 굉장히 비싼 편이었다. 만약 정상적으로 퀘스트를 거치며 포켓 시티를 탈출한다면 약 13실버 정도를 가지고 있을 테니까, 수중의 모든 돈을 털어야 겨우 살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이러니 스킬 북 푸어라는 말이 생기지.’
그나마 광전사는 다른 직업에 비해 스킬 북의 숫자가 적은 편이었다. 마법 계열이나 사냥 계열의 경우 시작부터 익힐 수 있는 스킬의 수가 열 가지를 넘기는 경우도 많아서, 예산이 허용하는 선에서 골라 배우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로칸은 바로 돈을 지불할 수 없었다. 1실버 50쿠퍼라는 제법 많은 돈으로 시작을 했지만 한 달 치 식량과 훈련장 이용권을 사느라 돈을 다 써 버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소지금은 정확히 0.
그럼에도 로칸의 눈에는 비굴함 같은 것이 없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로칸은 당당하게 랄프에게 기다려 줄 것을 요청하더니 길드 구석에서 열심히 졸고 있는 사내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은행 파견 직원 맞죠 ”
“어흠! 안 잤습니다, 저 안 잤어요.”
크게 발을 구르며 기척을 하자 사내는 벌떡 일어나 침을 닦았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는지 로칸을 앞에 두고도 두리번거리며 횡설수설했다.
“돈을 좀 빌리고 싶습니다.”
“어 아…… 잘 오셨습니다. 언제나 행복을 드리는 아에로크 은행 파견 직원 시탄입니다. 돈을 빌리고 싶다고 하셨죠 직업과 이름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광전사 로칸입니다.”
그러다 간신히 정신을 차렸는지 제대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직업과 이름을 묻는 것. 그것을 통해 연동된 계정을 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였다.
“확인되었습니다. 얼마나 빌리고 싶으십니까 1차 직업이시면 최대 30실버까지 빌리실 수 있습니다. 아, 이자는 1개월에 3%입니다. 대출금은 계좌에 연동되어 징수되니 잘 생각해서 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대출 가능 금액과 이자에 대한 설명.
그가 말한 것처럼 대출을 받아 놓고 잠수를 타거나 캐릭터를 삭제해도 소용없었다. 연동된 계좌를 통해 캐릭터를 다시 생성해도 대출금은 남아 있고 이자도 계속 올라갈 테니까.
아예 더 로드를 접을 생각이 아니라면 ‘먹튀’는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였다.
이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일부 유저들이 초반 시세가 높을 때 용돈 좀 만져 보겠다고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 거래를 올렸다가 크게 곤란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30실버 전부 빌리죠.”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30실버를 빌리시는 게 맞습니까 ”
“예.”
“여기 있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십시오.”
대출금을 내어 주자마자 다시 자리에 앉아 꿀잠 모드로 돌입하는 시탄을 버려두고 로칸은 카운터에 10실버를 올려놓았다. 대출금의 3분의 1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액스 마스터리 외 네 개의 1차 직업 스킬 북을 획득하셨습니다.]대신 다섯 개의 스킬 북을 손에 넣었다.
이 정도면 나쁜 거래는 아니다. 적어도 50레벨까지는 지금 익히는 1차 직업 스킬들로만 버텨야 하니까.
게다가 50레벨에서 얻을 수 있는 2차 직업 스킬들도 딱히 가짓수가 많은 것은 아니었고 대부분 지금의 스킬을 업그레이드해서 사용하는 것들이기에 두고두고 써먹게 되는 것이다.
“자네는 이제부터 진짜 광전사네. 그러니까 어디 가서 쪽팔린 짓은 하지 말라고!”
로칸은 랄프의 배웅을 받으며 광전사 길드를 빠져나왔다. 어차피 이상의 볼 일은 없었다.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걸으며 새롭게 습득한 스킬들을 확인했다.
[액스 마스터리][Lv 1][0.0%]도끼를 다루는 것에 대한 능숙한 정도를 나타낸다. 숙련도가 낮은 무기를 사용 시 페널티를 받고, 숙련도가 높은 무기를 사용 시 이점을 받을 수 있다.
무기 마스터리 스킬은 중복해서 익힐 수 있다.
-현재 단계 : 초보자
-공격력 70%
[대시][Lv 1]세 걸음 동안 빠르게 움직인다.
-세 걸음 동안 민첩 110%
[스트라이크][Lv 1]다음 공격 시 1회에 한해 적을 평소보다 강하게 공격한다.
-힘 110%
-민첩 110%
[워 크라이][Lv 1]광기가 깃든 포효를 내뱉어 적들을 공포에 빠뜨린다.
-사용자보다 수준이 낮을 경우 모든 능력치 하락.
-사용자보다 심각하게 수준이 낮을 경우 랜덤하게 짧은 기절 효과 발휘.
-사용자보다 수준이 높을 경우 효과가 감소하거나 없을 수도 있음.
-사용자에게 걸린 부정적 효과 약화.
[버서크][Lv 1]광폭함으로 자신을 불태워 강력한 힘을 이끌어 낸다.
-지속 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 200% 상승
-지속 시간 동안 모든 스킬의 마나 소모 없음.
-지속 시간 동안 생명력이 0이 되어도 사망하지 않음.
-지속 시간 동안 모든 정신 계열 공격에 면역.
-광기가 정신을 지배해 피아 구분이 불가능.
-지속 시간이 끝나면 최대 체력의 50% 대미지를 한 번에 받음.
-지속 시간 종료 후 체력이 0일 경우, 5초 이내에 최대 체력의 10%까지 끌어 올리지 못하면 사망.
-지속 시간 종료 후 10분간 모든 능력치 50% 하락.
-1차 후유증 이후 20분간 모든 능력치 20% 하락.
-후유증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버서크 재사용 시 페널티 지속 시간 2배.
-지속 시간 : 10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