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89)
# 89
타락 사냥꾼 (3)
“광역 도발! 태산 버티기!”
로칸의 부름에 고우키가 광역 도발로 응답했다.
로칸을 찢어 죽이기 위해 귀기 어린 눈빛을 빛내던 놈들이 일제히 고우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휠 윈드!”
그런 놈들의 뒤쪽으로 로칸이 떨어져 내렸다.
그다음 이어진 것은 일방적인 폭력!
눈이 돌아간 채 고우키를 향해 달리던 놈들은 제대로 된 방어도 하지 못한 채 로칸이 만든 회오리에 말려들었다.
캭!
터엉 텅 텅 텅.
그렇다고 빠져나간 놈들이 고우키에게 제대로 당도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미유키가 미리 깔아 놓은 함정들이 놈들의 진격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
대미지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발을 늦출 수 있는 함정을 깔아 달라고 요청한 것이 제대로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아니었다면 비슷한 레벨에, 타락한 힘으로 한껏 강화된 놈들의 공격을 고우키가 오랫동안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캬라라락!
로칸은 서둘러 놈들의 숫자를 줄여 갔지만 무려 2백이나 되는 인원이었다.
로칸을 피해, 함정을 넘어 고우키를 때리는 놈들만 벌써 스물은 넘었다.
아예 방어 태세를 굳히고 버티기에 들어간 고우키지만 이대로면 몇 분을 채 버티기가 어려울 터였다.
“뒤를 부탁합니다!”
휘이이잉.
그러나 로칸은 그들을 도울 생각 따위 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렇게 죽어 가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었으니까.
그가 버티는 동안 최대한 많이 숫자를 줄여 놓는 것에만 집중하겠다는 듯, 멈추지 않고 적들의 후방을 휩쓸고 다니자 고우키와 미유키는 서서히 공격을 허용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용병 고우키가 기절하였습니다. 자동으로 용병 길드로 복귀합니다.] [용병 미유키가 기절하였습니다. 자동으로 용병 길드로 복귀합니다.]캬악
목표를 잃은 하프엘프와 오크 들이 잠시 방황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캭!
의식 저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적의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타락한 힘이 이성을 잠식했다지만 그것은 내면의 분노를 촉발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를테면 분노 바이러스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이놈들! 그쪽이 아니다. 저놈을 공격해!”
덕분에 서로 싸우느라 난리가 난 콜로세움 안을 바라보던 타락한 마법사가 노성을 터트렸지만 이미 통제 불능이었다.
애초에 적대 종족이다 보니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주체 못 할 살심이 일어나는 상황이라 막을 수 없었다.
“휠 윈드!”
그 속에서 로칸 역시 차곡차곡 경험치를 쌓아 갔다.
이런 혼란만큼 경험치를 주워 먹기 좋은 상황이 또 어디 있겠나
그가 공격을 가하기 전까지는 저들끼리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으니 육신이 붕괴되고 혼이 갈라질 때까지 놈들은 이렇다 할 저항을 하지 못했다.
“땡큐!”
오죽하면 로칸이 씨익 웃으며 놈에게 감사를 표할 정도일까.
그러나 콜로세움에 쳐진 결계가 놈의 난입까지도 막고 있었기에 녀석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콜로세움을 감싸던 타락한 힘이 흩어집니다.]마침내 모든 하프엘프와 오크 들이 숨을 거두자 콜로세움을 감싸던 결계가 사라졌다.
“리프 어택!”
그와 동시에 로칸은 놈에게로 뛰어올랐다.
“윈드 해머!”
하지만 녀석도 역시 예상했다는 듯 마법을 발동시켰다. 바람을 뭉쳐 망치처럼 내리치는 마법.
순수한 힘만이라면 로칸이 압도하겠지만 물리력과는 또 다른 영역인지라 그대로 튕겨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젠장.”
타락한 힘이 섞여 있기 때문인지 생명력도 제법 깎였다.
“세트 3번.”
로칸은 즉시 장비 세팅을 바꿨다. 놈의 공격 방식이 마법만 있지 않다는 건 알지만, 당장 접근을 해야 뭐가 될 것 같았으니까.
“파괴의 구슬.”
그때 무시무시한 압력이 느껴지는 구슬이 날아들었다.
크기는 작지만 마주 부딪쳐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폴짝 뛰어 피하자 부딪힌 공간 전체가 뭉개져 버렸다.
“살벌하군.”
과연 타락한 몬스터라는 것일까.
하지만 녀석의 공격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폭격!”
바로 맞히지 못하면 끝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위력이 강한 만큼 공격과 공격 사이의 공백도 있었기에 로칸은 회피 동작에 연계해서 곧장 폭격을 날렸다.
“절망의 방패!”
투웅.
놈의 또 다른 마법에 막히는 폭격.
하지만 이것으로 놈의 조합 스킬 중 두 개가 사용되었다.
“돌격!”
로칸은 즉시 놈에게 짓쳐 가며 배틀 액스를 크게 휘둘렀다.
“건방진 놈! 감히 나에게 대항한 죗값을 치르게 해 주마!”
미치기라도 한 것일까 놈은 로칸을 향해 지팡이를 마주 휘둘렀다.
특수한 금속에 타락한 힘이 더해진 듯 보였다. 고작 마법사인 주제에 말이다.
쩌엉!
그러나 결과는 놀라웠다. 로칸과 정면으로 부딪쳤음에도 몇 미터 날아가 구른 게 전부인 것이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유저들은 역으로 힘에 압도당했을지도 모르겠다.
‘역시 인체 강화군.’
타락한 힘으로 빚어낸 녀석의 마지막 조합 스킬 때문이었다.
타락한 힘을 몸 안 세포에 녹여 냄으로써 힘을 얻을 수 있는 스킬.
마법사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근접전까지 강력한 마법사라면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 봤자 어중간하지.”
까앙 까앙 깡 깡.
하지만 그것도 적당한 상대일 때의 이야기였다. 힘이라면 200레벨과 싸워도 밀리지 않는 로칸을 고작 타락한 힘에 의존한 마법사 따위가 버텨 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공격을 받아 낼 때마다 밀려 나는 것은 놈이었고, 로칸은 차근차근 녀석을 무력화시키며 대미지를 쌓아 갔다.
단번에 처죽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타락한 힘이 깃들어 강화한 것은 근력만이 아니기에 가진 바 생명력도 대단한 까닭이다.
“치명적 일격! 스트라이크!”
‘그래 봤자 쥐어 터지다 보면 언젠가는 다 깎이겠지.’
그런 생각으로 냉정하게 놈을 바라보며 배틀 액스를 내리그었다.
“이럴 순 없다. 나는 선택받았어! 네놈 따위에게 당할 수는……!”
“다들 생각은 거창하더라고. 처맞기 전까지는.”
푸확!
로칸의 배틀 액스가 또다시 놈의 가슴을 베어 냈다.
부글부글.
즉시 피부가 들끓으며 회복되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놈이 가진 타락의 힘이 점점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슬슬 끝낼 때가 됐군.’
그렇게 놈의 남은 힘을 가늠하던 로칸은 배틀 액스를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이제는 끝내야 할 때.
로 킥으로 놈의 자세를 무너뜨리고 종으로 베어 내는 척 지팡이에 배틀 액스를 걸어 힘으로 당겼다.
팽그르르.
“돌아와라!”
놈이 무기를 회수하기 위해 마법적 힘을 실어 손을 뻗었지만 그보다는 로칸의 일격이 먼저였다.
내뻗은 팔을 자르고 돌아오던 지팡이를 발로 밟아 멈춰 세웠다.
그리고 이어진 근거리 폭격!
타락한 힘이 깃들지 않았다면 사지가 찢겨 터져 나갔을 위력이지만 놈은 간신히 구멍이 뚫리는 정도로 목숨을 건졌다.
“용서…… 못 한다. 네놈…… 네놈만은……!”
그러나 이미 전투력을 상실했기에 남은 것은 일방적인 구타요, 고문에 가까운 토막 치기뿐이었다.
마치 산 낙지처럼 팔다리를 뚝 잘라 떼어 내도 꿈틀거리며 되붙이려 했기에 로칸은 멀리 떨어뜨려 합쳐질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제 놈에게 남은 것은 악밖에 없었다.
‘끝났군.’
남은 것은 팔다리 떨어진 몸뚱어리뿐이지만 타락 중독 상태인 놈의 생명력은 끈질겼다.
목을 잘라 내야 죽을까, 심장을 터트려야 죽을까. 실험을 해 보기도 전에 놈이 마지막 수를 던졌다.
“……데려가고 말겠다!”
콰과과과과광!
자폭!
마지막 타락의 힘을 격발시켜 자신을 폭탄처럼 폭발시킨 것이다. 로칸을 함께 데려가기 위해서.
그러나 그 마지막 시도조차도 모두 로칸에게 읽히고 있었다.
“응, 아니야.”
버서크의 불사 효과.
타이밍 좋게 버서크를 사용하자 조금 그슬리는 정도로 쉽게 버텨 낼 수 있었다.
“캔슬.”
버서크를 굳이 오래 유지할 필요도 없었다. 폭발의 여운이 가시자마자 무심히 스킬을 취소시켰다.
[생명력이 부족합니다. 10초 이내에 최대 생명력의 9%까지 회복하지 못하면 사망할 수 있습니다.]“생명 충전.”
바닥까지 내려간 생명력이야 생명 충전 한 방이면 해결이다.
완전 회복한 로칸은 새하얗게 불타 버린 놈의 시체에서 어떤 구슬 하나를 집어 들었다.
진작 처죽일 수 있었지만 구태여 고문하듯 놈을 괴롭히고 자폭을 유도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니까.
[오염된 힘의 구슬을 획득하셨습니다.]이제는 거의 힘이 담겨 있지 않았지만 아직 미세하게 남아 있는 그것은 바로 타락한 힘이었다.
로칸이 이만큼 애를 써서 얻으려고 했던 그것.
여기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놈을 ‘죽일’ 경우 이 구슬이 깨어져 버리지만 자폭을 통해 ‘비워 내면’ 획득이 가능한 것이다.
로칸은 그것을 가지고 즉각 크로스로드로 이동했다.
그리고 크로스로드 수비대장이자 조사단원인 말킨을 찾아가 그것을 전달했다.
“응 이건……!”
처음에는 무심하게 받아 들었던 말킨이지만 곧 표정과 태도가 달라졌다. 크로스로드 최강자답게 그 안에 남아 있는 미세한 힘을 감지해 낸 것이다.
“자네, 이걸 어디서 찾았나 ”
“타락한 몬스터를 잡고 얻었습니다. 죽기 직전에 자폭을 하더니 이걸 남기더군요. 아무래도 이것을 통해 ‘타락’이 진행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가만히 둬도 알아서 찾아내겠지만 굳이 기다릴 필요는 없었기에 로칸은 선심 쓰듯 힌트까지 제공했다.
실제로 ‘타락의 구슬’이라 불리는 이 구슬을 통해 ‘그들’이 타락을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로칸이 메인 퀘스트 초반에 찾아낸 것들은 아마도 이 타락의 힘을 더 쉽고 넓게 퍼트리기 위한 실험이겠지.
“허어,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큰 발견이군. 자네, 굉장한 일을 해냈어. 잠시만 기다리게, 결과가 나오면 큰 보상이 있을 걸세.”
거기까지 전해 들은 말킨은 급히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내는가 싶더니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잠시 후 나타나 보상을 주겠지.
어차피 버서크 후유증으로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기다렸다. 홈페이지나 뒤적거리면서.
“이게…… 뭐야 ”
그러다 로칸은 느긋할 수 없게 만드는 한 가지 소식을 확인했다.
[4차 도시는 바다 건너에 최초의 중앙 대륙 진출을 향해 출항하다!]바로 중앙 대륙을 향해 출항한 팀이 있다는 것이다.
레벨은 아직 턱도 없이 부족했지만, 어떻게든 중앙 대륙으로 가기 위한 출항 퀘스트에 올 인 해서 기회를 잡았다는 짤막한 인터뷰도 함께 실린 기사였다.
‘이 새끼들…….’
이건 분명 ‘최초 타이틀’에 대해 아는 놈들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무모한 짓을 벌일 수 있을 리가 없지.
98% 확률로 실패할 것이 분명했지만 로칸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만약 2% 확률에 당첨되어 정말로 중앙 대륙에 상륙해 버린다면
하다못해 마크만 찍고 룬 북으로 다시 돌아와 버린다면
로칸은 어이없이 타이틀 하나를 빼앗기게 되는 셈이었다.
“돌겠군.”
문제는 그렇게 출항을 하거나 출항 준비 중인 이들이 한 팀이 아니라는 것이다.
크로스로드나 애쉬 타운에는 없지만 다른 3차 도시 지역 최상위 길드와 팀 중 꽤나 여러 곳이 160~170레벨을 달성하고 무리해서 바다를 건널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몇몇은 뒤따라 출항했고, 다른 몇 팀도 하루 이틀 내로 출항할 예정이라고.
습격이 발생하면 무조건 전멸할 게 뻔해 보이지만 그들 중 하나라도 요행히 안전하게 도착해 버린다면 중앙 대륙 최초 진출 타이틀은 놓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하지 ”
그렇다면 선택을 해야 했다.
훼방을 놓거나, 따라잡거나.
전자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다. 훼방을 놓을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제한적인 데다가 선택을 하더라도 미리 출발한 이들이 해양 몬스터의 습격을 받길 비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후자를 택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그 또한 만만치 않았다.
크로스로드에 함께 배를 타고 떠날 만한 길드가 있지도 않거니와, 억지로 끼워 간다 해도 별 도움이 안 될 게 분명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혼자 가는 편이 낫긴 한데, 그러면 결국 해양 몬스터의 습격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생존만 한다고 다가 아닌 게 문제로군…….’
혼자서라면 어떻게든 살아남겠지만 바다 한복판에서, 선원들이 모두 죽어 버린 배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룬 북을 이용한 꼼수를 막기 위해 ‘바다 위’에서는 룬 북의 저장과 사용이 불가능하니 어쩌면 자살을 해서 돌아와야 될 수도 있었다.
그만큼 바다라는 필드는 변수도 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은 곳이었다.
“결국 그걸 해야 하나 ”
말킨이 돌아오기까지 앉은자리에서 한참을 굳은 표정으로 고민하던 로칸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먼저 출발한 이들의 확률과 관계없이 앞질러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러나 그 자신조차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아 보류해 두고 있던 방법을 어쩔 수 없이 끄집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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