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95)
# 95
증명의 탑 (1)
“반격!”
트윈 헤드 오우거의 배틀 액스가 로칸의 앞머리를 베었다. 나풀거리며 날리는 몇 가닥의 머리카락. 하지만 그 대가로 놈은 더 큰 것을 내놓아야만 했다.
퍼억!
회피와 동시에 짓쳐 든 로칸의 공격이 놈의 머리통을 깨 놓은 것이다.
황급히 회피하려는 움직임은 있었지만 이미 폭격과 일반 공격들로 무뎌진 몸으로는 따라가기 어려웠다.
크컹!
하지만 놈에게는 아직 머리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로칸이 두 개의 심장 덕분에 목숨을 구했던 것처럼, 굼뜨기는 했지만 나머지 머리가 명령을 내려 로칸을 떼어 냈다.
커허헝!
그리고 동시에 놈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광전사 타입인 녀석에게 그런 이펙트가 났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급가속을 하듯 자신을 찍어 오는 도끼날을 주시하며 로칸이 마주 소리쳤다.
“폭주!”
로칸의 몸이 조금 부풀어 오르는가 싶더니 트윈 헤드 오우거의 배틀 액스가 가볍게 튕겨져 나갔다.
순간적으로 버프를 받은 로칸이 방어력을 믿고 주먹으로 쳐 낸 것이다.
파바바바바밧!
그리고 날아든 10연격!
순식간에 트윈 헤드 오우거의 몸을 난자해 버린 로칸이 배틀 액스를 회수하지 않고 오히려 더 깊숙이 몸을 날렸다.
“광살.”
마나 소모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로칸의 필살기!
보통 때도 위력을 발휘하겠지만 지금처럼 버서크를 사용한 상태에서는 극강의 위력을 발휘했다.
커……헉…….
치명적 일격의 위력을 다시 증폭시킨 10연격이 내리꽂히니 사지가 찢겨 나가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필드 보스인 트윈 헤드 오우거라 해도 감히 저항하지 못하고, 불사의 권능을 받은 것이 무색할 만큼 간단히 무력화되었다.
“후우, 자주 쓸 건 못 되는군.”
하지만 스킬을 사용한 로칸의 표정도 좋지만은 않았다.
위력 하나만큼은 확실하지만 스킬 사용 후의 경직도, 마나뿐 아니라 체력의 소모도 상당한 것이다.
버서크 상태에서도 이 정도이니, 일반 상태에서는 정말 승부를 가르는 순간에서나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좋군!”
그러나 큰 문제는 아니었다. 원래 필살기라는 것이 그렇지 않던가 적을 반드시 죽이는 기술. 그렇기에 뒤가 없는 것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그게 안 되면 그냥 조금 강한 기술일 뿐이겠지.’
아니라면 필살기라고 감히 이름 붙여선 안 될 것이다.
“오, 득템!”
그렇게 놈의 팔다리를 잃은 채 버둥거리는 놈의 목숨을 끊어 주자 인벤토리로 아주 좋은 놈이 들어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드롭 운이 좋지 않아 내심 포기하고 있던 그것!
트윈 헤드 오우거가 사용하던 배틀 액스. 강력하지만, 최소 오우거급의 힘을 가진 자가 아니라면 감히 들어 올릴 수 없을 것 같다.
-공격력 : 1,200
-내구력 : 1,000/1,000
-착용 제한 : 순수 힘 600 이상
-[압도적인 힘] 효과로 자신보다 힘 수치가 낮은 대상에게 공격력 20% 증가
트윈 헤드 오우거의 배틀 액스는 로칸의 2배만큼이나 커다랬지만, 보정에 의해 쥐는 순간 딱 알맞을 만큼 사이즈가 줄어든 상태였다.
“캬!”
무려 레어 등급의 도끼!
사용하는 몬스터가 별로 없어서 구하기 어려운 도끼류의 고레벨 무기를 얻었다는 것도 좋았지만 그 옵션 또한 훌륭했다.
마치 로칸을 위해 준비된 것 같지 않은가
로칸이 아니면 그 누가 순수한 능력치만으로 힘 600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캐릭터 생성 시부터 힘 수치에 이점을 받는 드워프나 트롤 중에서도 아주 극소수가 있을까 말까 할 정도였다. 그것도 거의 힘에 올 인을 한 케이스겠지.
“압도적인 힘이라니, 이 정도면 옵션 중에서도 상급이잖아 ”
더구나 일단 착용 제한만 해결되면 압도적인 힘 효과에는 장비 옵션까지 더해진다. 누가 감히 로칸보다 힘으로 우위에 설 수 있을까.
실제로는 1,200이 아니라 공격력 1,440짜리 무기를 얻은 셈이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이렇게 되면 더 쉬워지겠는데 ”
흐뭇한 미소를 지은 로칸은 서둘러 타이무라로 돌아갔다.
바쁜 것은 이제부터였다.
* * *
“장비 제작을 요청드립니다.”
타이무라로 돌아온 로칸이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바로 대장간이었다.
타이무라 내에는 무려 다섯 개나 되는 커다란 대장간들이 있었지만 로칸이 택한 것은 그중에서도 ‘망치와 모루’라는 곳이었다.
‘꺼지지 않는 불꽃’이나 ‘멈추지 않는 바람’ 등 특정한 속성을 연상케 하는 이름의 대장간에서라면 추가 옵션까지 받은 장비 제작도 가능하겠지만, 로칸이 이 평범한 이름의 대장간을 고른 것은 딱 한 가지 이유에서였다.
“그래, 어떤 장비를 제작하고 싶지 ”
“맞춤 제작입니다.”
바로 맞춤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곳들은 추가 옵션이 붙는 대신 제작물에 붙는 나머지 옵션들이 랜덤이지만 이곳에서 만큼은 딱 한 가지 옵션에 한해 선택하여 고정시킬 수 있었다.
나머지 옵션은 랜덤이고, 선택한 옵션이 장비에 붙는 총 옵션 개수에 포함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인 것이다.
그래서 이후에도 콘셉트를 가진 장비를 원하는 이들 중 이곳을 찾는 자들이 제법 많았다.
물론 그것도 ‘드워프들과의 친밀도’가 있는 자들에 한해서이지만.
다섯 개의 대장간 중 드워프가 운영하는 곳은 두 곳, 나머지는 노움과 인간, 하프엘프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모두 각 종족의 친밀도가 있어야만 수리나 강화, 제작 요청이 가능하다.
‘그래도 역시 드워프제가 최고지.’
각 대장간들의 실력 차는 분명히 존재했다.
다만 각각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공격력과 방어력만으로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었다.
예를 들어 하프엘프의 대장간에서는 속성 공격력 등이 붙어서 나오기 쉬웠고, 노움의 대장간에서는 기계장치를 이용한 부가 스킬이 붙어 나오기 쉬운 식이다.
그럼 인간의 대장간은
‘……저렴하긴 하지.’
어딘지 서글픈 마음도 들었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맞춤 제작 그건 꽤 비싼데. 표정을 보아하니 재력에는 제법 자신이 있나 보군. 그래, 어떤 옵션을 원하나 ”
로칸을 위아래로 슥 훑어본 드워프는 무심하게 내뱉듯 물었지만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컸다.
제작을 해 주겠다는 뜻이니까.
본래 로칸이 드워프들에게 맡길 수 있는 아이템 제작은 170레벨이 제한이었지만 남는 시간 동안 종족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제한이 좀 더 오른 것이다.
‘한 250까지는 되려나 ’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충 그 정도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 당장 200레벨 장비만 맞출 수 있어도 땡큐였다. 까짓것, 모자라면 올리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선택할 옵션은 정해져 있었다.
“치명타 확률로 부탁합니다.”
“치명타 확률 꽤 특이한 선택을 하는군. 알겠네. 제작할 부위는 ”
“투구를 제외한 모든 방어구입니다.”
레어로 뽑아낸 마나 합금 글러브의 포스 강화, 마나 소모 감소 효과와 광전사의 흉갑이 가진 위압, 공포 효과 증가 및 연속 처치 시 공격력, 방어력 증가 옵션은 무척 아까웠다.
하지만 새로이 제작하여 얻을 수 있는 장비의 능력은 그 이상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이건 추출해야겠군.’
그나마 다행인 것인 중앙 대륙으로 넘어오면서 ‘옵션 추출’ 기능이 해금되었다는 것이다.
장비를 파괴하는 대신 딱 한 가지의 옵션을 추출해 낼 수 있는 이 기능은, 엄청난 가격도 부담이지만 장비의 옵션 중 어떤 것이 추출될지 알 수 없었기에 더 아쉬웠다.
“그럼 목, 어깨, 손, 가슴, 바지, 신발까지 여섯 개 파츠면 되겠지 하루에 다섯 개까지니까 모레 찾아오게. 아니면 내일 와서 일부만이라도 받아 가든가.”
‘콘돌, 이 새끼가…….’
드워프 대장장이의 대답을 듣는 순간, 로칸은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비용만 내면 제작 횟수에 제한이 없던 것이 갑자기 일일 다섯 건으로 제약이 걸린 것이다.
아무래도 슈퍼컴퓨터 콘돌이 지난 크로스로드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전 개입한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로서도 어쩔 수 없다. 한 방에 제대로 뽑아내기를 바라는 수밖에.
아니면 유저들에게 되팔든 해야 하는데 그건 또 싫었다.
‘누구 좋으라고 ’
차라리 상점에 팔아 치우든 녹여서 다시 만들든 할 것이라 생각하며 ‘탑’으로 향했다.
공식 명칭은 증명의 탑.
무엇을 증명하냐고
유저들이 증명할 것이 과연 무엇이겠나 딴 한 가지밖에 없다. 바로 힘이다.
“증명의 탑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증명의 탑은 탑의 층수가 높아질수록 더 강력한 몬스터가 시험 상대로 나타나고, 그것들을 전멸시켜야만 다음 층으로 갈 수 있는 구조였다.
그렇게 해치운 몬스터에게서는 아이템이 드롭되지 않기에 정말로 증명과 명예를 위한 도전이라 할 수 있었지만 상위 1백 명에게는 매월 상품을 주기에 상위에만 든다면 꽤 괜찮은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게 다가 아니지.’
하지만 로칸은 증명의 탑에 숨겨진 비밀 몇 가지를 알고 있었다.
증명의 탑에서만 얻을 수 있는 타이틀과 증명의 탑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을.
그것도 쓸 만하다 못해 아주 훌륭한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도전할 자격은 충분하군요. 좋습니다. 응시료는 5골드이고 몇 층에 도달하든, 몇 번을 반복하든 추가 요금은 없습니다.”
단 한 번 도전하는 요금치고는 무척이나 비싼 금액이지만 죽지 않으면 그만이다.
로칸은 비용을 흔쾌히 지불하고 탑의 안쪽으로 들어섰다.
[증명의 탑 1층, 시련이 시작됩니다. 5, 4, 3, 2, 1.]파앗!
빛과 함께 소환된 몬스터가 로칸을 바라보았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찍찍
따위가 아니었다. 소환된 것은 레벨 1의 몬스터, 다람쥐였으니까.
아무리 1층이라지만, 허무할 정도로 약한 몬스터가 배치되어 있었다.
“후우, 시작이군.”
그러나 놈을 바라보는 로칸의 눈빛이 불타올랐다.
사실은 다람쥐의 탈을 쓴 강력한 몬스터인 걸까
의심할 새도 없이 로칸의 배틀 액스가 휘둘러졌다.
퍼억!
[증명의 탑 1층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2층으로 이동/재도전/포기]그대로 끝. 다람쥐는 정말로 다람쥐일 뿐이었던 것이다.
포켓 시티에서나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갔지, 200레벨을 달성한 지금은 풍압만으로도 죽일 수 있는 수준.
로칸은 자연스럽게 알림 창을 조작했다.
[증명의 탑 1층, 시련이 시작됩니다. 5, 4, 3, 2, 1.]재도전을 선택해 다람쥐를 다시 소환해 냈다.
‘앞으로 999번.’
이유는 단 하나다. 특수한 조건을 달성해야만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해서.
그것을 위해 로칸은 ‘한 방’에 끝낼 수 있는 다람쥐를 반복해서 소환해 냈다.
한 번, 열 번, 백 번.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배틀 액스를 휘두를 때마다 다람쥐가 하얗게 질려 짓뭉개졌다.
사이즈는 작았지만, 로칸의 집중력은 결코 흐트러지는 일이 없었다.
원 샷 원 킬.
놓치지 않고 오직 단 한 방으로 다람쥐를 죽였고, 단 한 번의 미스도 없이 1천 번이라는 미친 횟수를 채웠을 때 비로소 변화가 나타났다.
‘양학’에 최적화된 무시무시한 타이틀을 획득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