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98)
# 98
기사의 맹세 (2)
“그럼 가 볼까 ”
그렇다면 계속 자유 기사로 있을 생각일까
그건 아니다. 영지를 가진 주군을 모시지 않음으로써 손해를 볼 수 있는 부분이 꽤 많은 것이다.
일단 ‘영지’를 가진 귀족들은 ‘전용 사냥터’와 ‘특산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귀족을 주군으로 모신다면 더 많은 사냥터와 던전을, 200레벨 중후반까지 안정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것을 생각하면 로칸이 가려는 곳은 가시밭길에 가까웠지만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았다.
“온 김에 종족 퀘스트까지는 받아 가야겠군.”
전쟁 지구에 온 김에 동선을 고려해 즉시 인간 종족의 대표 건물인 ‘의회’로 이동했다.
인간 종족의 경우 중앙 대륙에서 ‘아에로크 제국’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었지만 그와 별개의 ‘종족 발전 기구’로서 의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국가의 번영과 더불어 종족의 번영을 위해 설치된 기구라고나 할까.
하지만 사실 의회 자체가 큰 힘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모든 힘과 권력은 제국의 주인인 황제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의회는 황제를 보좌하며 다른 종족과의 조율과 종족 퀘스트를 주기 위한 파견 기관 같은 존재였다.
의회의 의원들은 독재국가의 국회의원, 또는 고위 공무원 정도의 느낌이랄까.
‘기사 계급까지 달았으니 자잘한 퀘스트는 패스겠지.’
안으로 들어선 로칸은 곧장 한 의원을 찾았다.
말단이기는 하지만 명색이 의회 소속의 12인의 의원 중 하나인 카르본이었다.
본래는 안내 데스크에서 안내를 받아 자잘한 퀘스트를 수행한 뒤에나 의원 중 하나를 만날 수 있겠지만 그에게는 하르반이 몰래 찔러 준 소개장이 있는 것이다.
‘끼리끼리라고는 하지만……. 빠르기만 하다면 문제 될 건 없지.’
질이 썩 좋은 편은 아닌 하르반을 통했다는 것이 찝찝하기는 했으나 반대로 그렇기에 더 쉽게 일이 풀릴 수도 있었다.
“흐응, 하르반 그 녀석이 보냈다고 ”
“마침 중앙 대륙으로 진출할 시기가 되어 이야기했더니 의원님을 꼭 찾아뵙고 도와드리라고 하더군요.”
“도와 자네가 나를 흐응, 글쎄, 그럴 만한 일이 있을지 모르겠군. 방문자 중에서 최초로 기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건 그거고 내 휘하에도 쓸 만한 기사들은 꽤 많아서 말이지.”
음흉한 눈초리로 로칸을 훑어보는 사내.
그의 말처럼 의원이자 귀족인 그에게는 많은 휘하 기사들이 있을 테지만 로칸은 이럴 때 잘 통하는 묘수를 알고 있었다.
“물론 그러시겠지요. 훌륭하신 분의 밑에는 훌륭한 기사들이 모여들 테니까요. 아 참, 제가 정신이 없어서 깜박했습니다. 활동이 많이 바쁘셔서 귀한 시간을 내주실 테니 의원님께 꼭 감사의 표시를 하라는 하르반 님의 당부가 있었는데 말이죠.”
출렁.
그 말과 함께 로칸의 테이블 위로 내민 것은 묵직한 한 자루의 주머니였다.
족히 일이백 골드는 됨직한 크기와 무게에 놈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가 돌아왔다.
“흠흠, 그 녀석이 쓸데없는 소리를 했구먼. 내가 겨우 이런 것에 혹할 사람으로 보이나 ”
그 정도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카르본 의원은 눈동자를 야비하게 굴리면서도 짐짓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또한 모두 예상 범위.
로칸은 무언가를 더 꺼내는 대신 슬쩍 손가락을 놀려 주머니의 주둥이를 풀어 놓았다.
번쩍!
그러자 주머니의 안에서 영롱한 빛이 반사되었다.
“이, 이것은…….”
“보석입니다. 무거우실 것 같아 쓰기 편하시도록 보석으로 준비해 봤습니다.”
1골드와 사이즈는 비슷하지만 가치는 최소 2~3배가 더 나가는 것이 보석이다.
이럴 줄 알고 로칸이 넉넉하게 넣었던 것.
가능하면 뇌물을 주지 않고 해결하는 것이 좋지만, 만약 주려거든 받아먹을 수밖에 없도록 목구멍 깊숙이까지 찔러 넣어야 한다는 것이 로칸의 생각이었다.
더구나 상대는 어중이떠중이도 아닌 ‘의원’이었으니 한번 연줄을 만들어 놓으면 꽤 오랫동안 써먹을 수 있을 터였다.
“흠흠, 그럼 자네의 성의를 봐서 받도록 할까 ”
의뭉을 떨고 있지만 카르본의 입가에는 이미 감출 수 없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카르본 의원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그러고 보니 자네에게 부탁할 만한 일이 딱 있었군. 자네 혹시 피라미드의 전설에 대해 알고 있나 ”
“예, 알고 있습니다.”
‘알다마다. 거기서 죽치고 보낸 시간이 얼마인데.’
로칸이 고개를 끄덕이자 잘되었다는 듯 카르본이 다음 말을 이었다.
“듣자 하니 그 피라미드 내부에는 썩지 않고 오랫동안 생을 유지하는 존재들이 있다더군. 그들에 대해 조사해 주게.”
“맡겨 주십시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썩지 않는 존재들][퀘스트]스코른 사막에 존재하는 피라미드의 전설에 따르면 오랜 세월 죽지도, 썩지도 않고 생을 이어 가는 존재들이 있다고 한다. 그들의 존재를 확인하자.
-완료 조건 : 썩지 않는 존재 확인
-완료 보상 : 퀘스트 진행도에 따라 합산 결정
이내 퀘스트를 내어 주었다.
피라미드에 사는 썩지 않는 존재들을 확인하라는 것인데, 완료 보상이 특이했다. 퀘스트 진행도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시겠지.’
이 퀘스트는 단지 ‘확인’만 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니까.
그들을 발견했으면 필연적으로 전투가 벌어질 테고, 거기서 ‘혈석’이라는 것을 얻어 가져오면 퀘스트가 완료되는 방식이었다.
여기서 죽어서 돌아오느냐, 그들을 죽이고 돌아오느냐, 혈석을 확보해 오느냐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데, 사실은 그보다 위 등급의 보상을 받는 방법들도 있었다.
‘당장은 무리겠는데…….’
하지만 당장은 무리다. 뇌물을 먹여 중간을 크게 건너뛴 탓인지 퀘스트의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것이다.
피라미드에 나타나는 머미나 모래 병사의 레벨은 240 정도였으니까.
40레벨 정도의 차이면 로칸에게 별것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1레벨, 1레벨이 지랄 맞게 올리기 어려워지는 200레벨대에 들어선 것이다.
더구나 200레벨부터는 1레벨 업당 여유 능력치를 5가 아닌 10이나 주기에 1레벨의 차이는 더욱 컸다.
‘몬스터들도 타이틀이나 특수 효과를 가진 경우가 많고 말이지.’
그런 이유로 로칸은 퀘스트 완료를 일단 미뤄 두기로 하고 의원실을 빠져나왔다.
다음 목적지는 상업 지구에 있는 투기장으로 정했다.
“일단 투기장 등급부터 올려놓아야겠지 ”
마음은 이미 점찍어 둔 주군감에게로 곧장 달려가 다음 계획들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홈페이지와 게임 방송, 그리고 소문으로 퍼진 이야기에 따르면 중앙 대륙에 진출을 시도한 길드들 중 단 한 곳도 성공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타이무라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미리 해 두는 편이 좋으니까.
[투기장 리그가 ‘기사 계급’으로 변경되셨습니다.] [이제부터 승리 시 더 많은 투기장 포인트를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투기장 포인트로 구입 가능한 상품들이 더 많아집니다.] [기사 계급의 리그부터는 귀족들이 주목합니다. 승리 시 명성을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자유 기사 신분으로 연승, 또는 많은 명성을 획득 시 귀족의 영입 제안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그래서 일단 투기장의 등급을 올려 두었다.
이미 병사 계급의 1티어 리그까지 올려 둔 상태였기에 기사 등급 리그로의 승격은 간단했다.
그러자 몇 가지 혜택이 주어졌다. 1회 승리 시 획득 가능한 투기장 포인트가 10에서 20으로 상승했고, 굳이 투기장 포인트를 사용해 전사의 명예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명성 수치를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꿀이긴 한데, 지금은 아니지.’
또한 자유 기사 상태에서는 먼저 주군을 정하지 않아도 귀족들 쪽에서 먼저 러브 콜이 오도록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런 이유로 로칸은 리그 진행까지는 하지 않았다.
만약 여기서 투기장 포인트 좀 쌓겠다고 주목을 받았다가 다른 귀족이 찝쩍거리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카르본 의원과 대면하면서도 살짝 불안했지만 의원의 신분 때문인지 그는 굳이 로칸을 탐내지 않았다. 로칸의 재물은 탐했을지언정.
“다음은…… 역시 메인 퀘스트지.”
이전까지는 이름으로만 존재하던 조사단이지만 이곳 중앙 대륙에서는 달랐다. 조사단이라는 이름을 당당히 내건 건물이 존재하는 것이다.
다종족 연합체답게 입구에는 하프엘프와 인간이 어울려 경비를 서고 있었고, 그들에게 조사단원의 반지를 보여 주자 몸을 틀어 입구를 열어 주었다.
‘역시 정상은 아니야.’
안으로 들어선 로칸의 첫 소감은 간단했다.
전생에도 경험해 봤지만 이 조사단원이라는 자들은 대체로 정상이 아니었다.
좋게 말하면 개성이 있었지만, 나쁘게 말하면 나사가 빠진 애들 같달까.
‘보디빌더 같던 하프엘프 말킨은 애교로 봐야겠군…….’
여기서 정상은 자신뿐이라고 생각하며 로칸은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당당히 요구했다.
“타락한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습니다.”
“흐음, 타락한 몬스터 아, 자네였구먼, 곧 올 거라던 신참이.”
안내 데스크에 턱을 괴고 앉아 있던 노움이 로칸을 바로 알아보았다.
타락의 원인을 찾아내는 공을 세웠으니 그의 소식이 이미 알려진 듯싶었다.
“지도 있나 ”
흥미로운 눈빛으로 로칸을 훑어본 녀석은 로칸에게 다짜고짜 지도를 요구했다.
“여기 있습니다.”
로칸이 마법 지도를 내밀자 다시 한 번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일단은 줄 것부터 넘겨주었다.
지이잉.
그가 꺼낸 어떤 도구를 사용하자 로칸의 마법 지도에 정보가 옮겨 갔다. 타락한 몬스터들의 확인된 위치가 표시된 것이다.
이미 50골드나 주고 대륙 전도를 구입한 로칸이었기에, 요사스러운 녹색으로 빛나는 점들은 그 수가 제법 많았다.
“이 중 세 마리만 잡아오게. 그럼 좋은 걸 주지.”
[더 깊은 곳으로][퀘스트]타락한 몬스터 세 마리를 골라 처치하고 증거를 가져와라.
-완료 조건 : 타락한 몬스터 처치 0/3
-완료 보상 : 선임 조사단원으로 승격, 조사단원의 팔찌
‘벌써 ’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라지도 않았던 퀘스트까지 제시했다. 아무래도 타락의 원인을 밝혀낸 것에서 상당한 가산점을 받은 모양이었다.
원래는 단독 임무권을 이용해서 이리저리 한참이나 들쑤시고 다녀야 받을 수 있는 퀘스트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이런 좋은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로칸은 흔쾌히 받아들인 뒤 조사단 건물을 빠져나왔다.
벌써 할 일이 꽤나 쌓였다.
‘슬슬 가 볼까 ’
그 후로도 몇 가지 퀘스트를 받아 놓고, 미리 사 두었던 건물에 벤더를 채워 ‘자판기’로 만들어 놓은 로칸은 마지막으로 거대한 마법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1, 2, 3차 도시 때와 달리 중앙 대륙은 각 주요 도시들이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연결되어 있어 돈만 있으면 언제든 왕복이 가능했다.
물론 진출 초반에는 그 비용이 부담스러워 쉽게 이용할 수 없지만 로칸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크로스로드의 돈이란 돈은 모조리 긁어모은 덕분에 그렇게 돈을 펑펑 쓰고도 아직 수천 골드가 은행에 잠들어 있으니까.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
“레밍턴으로 보내 주십시오.”
“레밍턴요…… ”
로칸의 요구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운영하는 마법사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곧 힘을 쓰기 시작했다.
이상하긴 했지만 자신이야 정해진 값을 받고 이동만 시켜 주면 그만. 이동 장소의 선택과 나머지 일들은 로칸이 결정할 문제인 것이다.
슈우우우우웅.
곧 마법진이 점멸하며 힘을 발휘해, 로칸의 몸을 저 멀리 어딘가로 전송시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