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nd-In Empress’s Wedding Night RAW novel - Chapter (346)
대리 황후지만 첫날밤을 보내버렸다 346화. If외전 대리 황후가 아니었다면(3)(346/347)
346화. If외전 대리 황후가 아니었다면(3)
2024.02.25.
‘진짜 라피온 제국의 황제 폐하신가요?’
젤다는 감히 묻지도 못하고 그의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녀의 표정을 읽은 리넬은 일부러 더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불행하게도 나는, 샤트오닐 왕국이 증오하는 라피온 제국의 그 황제 놈이 맞아. 이 방은 오늘부터 내가 묵게 된 방이고.”
젤다는 눈만 깜빡이는 인형이 되어 정신이 다시 멍해졌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만을 속으로 무한 반복했다.
몸도 성치 않은데 극도로 긴장한 그녀의 모습에 리넬은 답지 않게 마음이 쓰였다.
그녀가 긴장을 풀어야 대화가 순조로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미소까지 지으며 농담을 건넸다.
“단두대에 끌려가기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다면 물어봐. 그 정도 아량은 있으니.”
평소 측근들에게 자주 하는 농담이지만, 그들도 매번 진담인지 농담인지 헷갈리는 살벌한 말투와 표정이었다.
젤다는 단두대를 언급하며 씩 웃는 그의 섬뜩한 미소에 이미 목이 떨어진 기분이었다.
얼른 두 손으로 제 목을 부여잡았다.
인정사정없는 냉정한 황제라더니 헛소문이 아닌 거 같았다.
그와 눈이 마주치는 시간이 길어지자 젤다의 몸이 알아서 무릎까지 꿇었다.
“무릎을 꿇은 걸 보니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이 났나?”
“아, 아니요…… 송구합니다, 폐하. 전혀 기억나는 게 없습니다.”
“그래? 그럼 기억이 끊기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
“예에?”
“욕실에 있는 보관함엔 왜 들어갔던 거냐고.”
리넬의 질문에 젤다는 방을 둘러봤다. 오후에 목욕용품을 확인하려고 들어왔다가 레실리아와 영애들을 만나 두들겨 맞았던 방이다.
가만, 라피온 황제가 묵을 방은 바로 옆방인데?
그 방을 들렀다가 이리로 건너왔기에 그건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폐하께서 왜 이 방을 쓰는 거지?’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 그딴 걸 궁금해할 여유가 없었다.
젤다는 다시 마음을 다잡으며 입을 열었다.
“그게…… 아, 인사가 늦었습니다, 폐하. 왕실의 목욕 시녀로 일하고 있는 젤다 폰 트로바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라피온 제국의 귀빈분들을 맞이하기에 앞서 욕실에 마련된 물품들을 점검하던 중이었습니다.”
“흠, 그러던 중에 피곤해서 보관함에 들어가 낮잠이라도 잤나?”
그가 가슴께에 팔짱을 끼며 물었다.
‘레실리아 공주가 저를 그곳에 가둔 거예요.’
젤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는 이 나라의 공주다. 사실을 말한다고 해도 레실리아가 발뺌하면 끝인 일이다.
오히려 감히 공주에게 누명을 씌웠다며 더 큰 화를 입을 가능성이 컸다.
리넬 황제는 어차피 며칠 후면 떠날 사람.
제가 처한 현실에 도움이 안 되는 진실은 묻어두는 편이 나았다.
“예에…… 제가 깜빡 잠이 들었던 거 같습니다…… 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납작 엎드려 빌고 또 빌면 단두대는 피할 수 있을 거 같았다.
푸른 눈의 황제는 말 그대로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무섭게 쳐다보고 있긴 하나 가혹한 벌까지는 내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가 침대에서 깨어난 것만 봐도 그랬다.
열감 때문에 의식을 잃은 탓에 기억나는 게 정말 없었지만, 정말 단두대에 끌려갈 정도의 실수를 저질렀다면 황제가 자신을 곱게 침대 위에 눕혀 놨을 리 없었다.
그것도 이불까지 잘 덮어서.
또 옆에서 본인도 자고 있지 않았나? 그것만 봐도 레실리아처럼 앞뒤 맥락도 없이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 같지는 않았다.
“마법사야?”
“예에?”
“아니면 걸쇠를 밖에서 잠그는 재주가 있나?”
“……아.”
망했네.
걸쇠가 밖에서 잠겨 있던 걸 깜빡했다.
젤다는 거짓말을 이어갈 수 없어 그만 고개를 숙인 채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내 기억은 이래.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욕조에 몸을 담그려는데, 보관함 안에서 계속 노크 소리가 들렸지. 암살자 손님인가 싶었는데, 걸쇠가 잠겨 있더군. 걸쇠를 풀어서 문을 여니까, 그쪽이 튀어나왔고.”
그녀가 암살자보다 더 격하게 달려들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젤다는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제, 제가 폐하의 몸에 손을 댔나요?!”
그가 왜 다짜고짜 단두대를 언급했는지 이제 이해가 됐다.
죽을 때 죽더라도 정확히 어떤 불경을 저질렀는지 알고는 죽어야지.
“어디 손만 댔을까?”
“그럼…….”
“살고 싶다고 애원하면서 어찌나 날 꽉 끌어안으시던지 돌아가신 어머니가 살아오신 줄 알았네?”
“!”
“그리고 그쪽 취향이 욕실 바닥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취향은 아니라서 침대로 옮겼어.”
모르는 게 나을 뻔했다.
“말해봐. 누가 그대를 보관함에 구겨 넣었지? 덕분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실 뻔해서 꼭 알아야겠는데.”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그래? 그럼 오늘 이 방에 들어왔던 사람들을 모두 잡아 와서 복도에 쭉 세워두고 추궁해야겠군. 할 일도 없는데 잘됐네. 어때, 단두대에 끌려갈 친구 하나 생겨서 좋지?”
“그, 그럴 수 없는 분이에요!”
“이봐요, 젤다 양. 이 세상에 내가 그럴 수 없는 분은 없어. 특히 여기 샤트오닐 왕실에선 더. 이러면 용기가 좀 솟으려나?”
리넬의 말은 효과가 있었다.
“대신 그분을 벌하진 말아 주세요.”
죽이지 못할 바엔 건드리지 않는 게 젤다의 신상에는 더 이로웠다.
“좋아. 그러지.”
“레실리아 공주님이십니다.”
“……와우, 그런 미친X이랑 결혼할 뻔했네요, 내가?”
리넬이 픽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러게요, 천운이십니다.’
젤다가 속으로 대꾸했다.
라피온 제국이 샤트오닐 왕국을 정복하기 전, 두 나라 사이에 국혼 얘기가 오고 갔던 건 모두가 아는 일이었다.
‘쯧, 어쩌다 공주에게 찍혀서는.’
리넬이 젤다를 향해 불쌍한 시선을 보냈다.
뭐. 그건 그렇고.
“다시 말하지만, 젤다 양이 내게 저지른 추행 내지는 추태를 두 명이 더 목격했으니 기억이 안 난다는 핑계는 접어 둬.”
젤다는 참담한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제 사정을 밝혔다.
“제가 열병을 앓고 있어서 가끔 정신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믿지 않으시겠지만 사실이에요.”
“들었다. 마법 포션을 복용해오고 있다지?”
“혹시…… 로건 님이 다녀가셨나요?”
젤다가 조금 안도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로건을 만났다면 적어도 지금 제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나와 함께 온 마탑주가 그자의 스승이라더군. 그가 로건을 만나러 갔으니 네가 복용 중인 포션을 가져오든, 로건을 데려오든 할 거야.”
“포션은 저에게도 있습니다.”
“그래?”
“네. 그리고 로건 님은 지금 출장이라 궁에 없으세요. 송구하오나 폐하, 제 거처로 돌아가 포션을 복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젤다가 쭈뼛거리며 침대 밖으로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안 돼.”
리넬이 차갑게 일갈했다.
그녀가 멀어지자 갑자기 다시 한기가 든 탓에 자신도 모르게 말이 강하게 나갔다.
젤다의 입장에선 사형선고와도 같은 말이기에 황제의 앞에서 감히 오만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부탁드립니다!”
“이제 멀쩡해진 거 같은데?”
“열은 내렸지만, 포션을 복용하지 않으면 좀…… 곤란해져서요.”
신기하게도 열은 내린 건 맞았다. 하지만 오른쪽 얼굴에 있는 화상 흉터는 포션을 복용하지 않으면 다시 나타난다.
그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화상을 입은 직후 그녀의 얼굴을 본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지만, 로건이 만들어 준 마법 포션을 복용하고부터는 화상 흉터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앞으로도 없어야 했다.
젤다에게 화상 흉터는 열감보다 더 고통스럽고,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였다.
“뭐가 곤란해진다는 거지?”
“그건…….”
젤다는 손으로 오른쪽 얼굴을 만지작거릴 뿐 대답하지 못했다.
“혹시 오른쪽 얼굴에 있는 흉터 때문에?”
그의 얼굴이 갑자기 그녀의 눈앞으로 훅 들어오며 물었다.
“어, 어, 어떻게 그걸!”
젤다가 고개를 돌려 방을 둘러보다가 거울이 있는 곳을 발견하고는 침대에서 쏜살같이 튀어갔다.
‘어? 안 보이는데?’
다행히 화상 흉터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오른쪽 얼굴에 있는 화상 흉터를 저 얼음 인간이 알고 있지?
마탑주라는 사람이 말했나? 그래, 로건 님한테 들었을 수도 있었다.
“아까 봤어. 침대에 눕히고 얼마 있다가 불이 켜졌다가 꺼지는 것처럼 번쩍하고 드러나던데.”
어느새 그녀의 곁으로 다가온 그가 상세히도 알려 준다.
“보, 보셨다고요? 그걸……?”
젤다는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절망감은 좋은 땔감이었다.
그녀의 몸이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걱정하지 마. 나만 봤으니까.”
리넬은 눈물이 차오르는 그녀의 눈을 보며 당황했다.
저러다 진짜 울겠네.
“마탑주랑 내 비서관이 나간 뒤에 나타났어. 그 화상 흉터가 사람을 가리는 모양이야. 하하.”
이렇게 말하면 덜 속상하겠지 싶어서 건넨 말이건만.
“흐, 흐, 흐으윽……!”
그게 오히려 젤다의 눈물샘을 터트리고 말았다.
서럽게 우는 그녀를 보며 리넬은 안절부절 어쩔 줄 몰랐다.
“왜 우는 거야? 나만 봤다니까.”
그게 무슨 소리세요, 너님도 눈이 있으신데?
젤다는 저도 모르게 그를 째려봤다.
“폐하께서도 보셨잖아요! 흐흐흐흑…….”
“나야 워낙 몸에 흉터가 많아서 놀랍지도 않았는데 왜.”
리넬은 대체 뭐가 기분 나빠 울고 난리냐며 오히려 젤다에게 화를 냈다.
“아, 나만 네 흉터를 봐서 억울해서 그래? 이러면, 이러면 공평한가?”
그가 느닷없이 셔츠를 위로 휙 올려 복근을 드러냈다.
“뭐, 뭐 하세요?!”
젤다가 뒤로 한 발 물러서며 경악했다.
“내 몸에 있는 흉터도 보라고. 자, 등에도 잔뜩 있다.”
그는, ‘이제 됐지?’ 하고 다시 셔츠를 내렸다.
하지만 젤다는 아무것도 되지 않은 눈빛으로 그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내 화상 흉터를 제대로 보긴 한 거야?’
그랬다면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대하진 못할 텐데.
화상 흉터를 본 귀족들의 눈빛들이 어땠는지 아직도 생생하다.
저렇게 덤덤하게 말한 사람도 없었다.
리넬의 태도 때문에 자신이 마치 별것도 아닌 일로 호들갑 떠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아직 얼굴은 다친 적이 없어서. 적들도 내 얼굴은 지켜주고 싶어 하는 거 같더라고. 생긴 게 웬만해야지. 안 그래?”
그가 자랑스럽게 고개를 들고 거들먹거렸다.
뚝뚝 떨어지는 자부심을 보아하니 진심이었다.
대체 이럴 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고민하는데, 리넬이 한마디 덧붙였다.
“아, 그렇다고 그대 얼굴이 웬만해서 얼굴에 그런 사고를 당했다는 건 아니니까 오해는 말고.”
“……예에?”
넋 놓고 있다가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아오, 황제만 아니면 맞짱 한 번 뜨는 건데.
젤다는 단전에서부터 인내심을 발휘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왜 떨어?”
“갑자기 좀 추워서요…….”
“음, 땀을 많이 흘렸으니 그럴 수도 있겠네. 근데 주먹만 추위를 타나? 왜 주먹만 부들부들 떨지?”
그는 힘이 잔뜩 들어간 젤다의 손을 흘깃거리며 물었다.
“유독, 그런 편입니다.”
그녀가 주먹 쥔 두 손을 얼른 뒤로 숨기며 대답했다.
리넬은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기며 대화를 이어갔다.
“포션을 마시면 흉터도 같이 사라지나?”
“그렇습니다.”
“내 저주보다 훨씬 낫네. 부럽군.”
미소를 지으며 말해도 그의 눈빛은 처연해 보였다.
그녀가 물끄러미 바라보자 그가 다시 입을 뗐다.
“저체온증 저주를 달고 살아. 온갖 포션을 들이부어도 조금 완화될 뿐이고 그대처럼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벽하게 사라지진 않는다고.”
“그럼 혹시…… 제 몸의 열감이 폐하의 저체온증 때문에 사라진 건가요?”
젤다는 그에게 대답을 듣기도 전에 제 입을 틀어막았다.
그래서 정신이 오락가락한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그에게 달려들었던 게 분명했다.
“그래. 그리고 그대 덕분에 나도 몸이 좀 따뜻해졌고.”
“그럼 아까 저를 단두대로 보내신다는 말씀은…….”
“당연히 농담이지. 들으면 딱 감이 안 와?”
그걸 믿었다니.
리넬은 되려 그녀를 타박했다.
누가 그딴 말을 농담으로 하느냐며 따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젤다는 더 상냥한 어조로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폐하, 살려주신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한 마음은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그러니 이만 나가보겠다고?”
리넬이 눈을 가늘게 뜨며 젤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호, 혹시 뭔가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제가 시종을 대신해서 시중을…….”
“목숨을 살려줬는데, 그건 너무 약하지 않아?”
그는 젤다의 말을 끊으며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녀도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터라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자 리넬이 인심 쓰듯 물었다.
“은혜, 어떻게 갚을지 알려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