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
“대단하구나 인간이여. 이 정도 차원에서는 나를 막을 존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
하반신이 날아간 누군가가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 나 혼자 한 게 아니지. 모두가 희생했기에 해낼 수 있었다.”
대답하는 이의 몸 역시 정상은 아니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고 특히 복부에 뚫린 커다란 구멍은 살아날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나를 상대한 것은.. 네 녀석 혼자였지. 솔직히.. 예상 외였다. 힘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인간이 혼자서.. 날 상대로 이렇게까지 해낼 줄이야.”
“오기 전에.. 버프를… 엄청나게 받았거든.”
“그렇다고 해도… 대단한 것은 사실이지.”
둘의 목소리에서 점점 힘이, 아니 생명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너는 분명 이 세계의 최강자일 터, 너를 잃은 이 세상이 과연 다음에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
“알게.. 뭐냐, 살아남은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큭..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교환이군.”
그 말과 함께 상대는 남아있던 상반신도 가루가 되며 사라졌다.
“이제 끝인가… 녀석도 그리고 나도… .”
이어서 남자의 눈도 천천히 감겼다.
***
사방이 어두컴컴하다. 잠에서 깬 듯한 몽롱한 기분에서 서서히 정신을 차린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야, 여긴 또 어디야?”
“오, 정신이 들었냐?”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에는 누군가 서 있었다.
아니 사람 형태의 빛나는 무엇인가였다.
“당신은 누굽니까? 아니 그전에 난 죽었는데… 당신 사람 맞아?”
“죽었지.”
“그럼 여기가 저승인가 보군… 저승사자세요?”
빛나는 그림자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했다.
“하하, 저승과는 좀 다르지. 나는 너희들이 신이라 부르는 존재다.”
“우와.. 대단한 분이셨네. 그런 분이 어쩐 일로 이렇게 행차하셨습니까?”
“너는 지나온 삶에 만족하느냐?”
갑자기 훅 들어오는 질문이 꽤 당황스러웠다.
“글쎄요… .”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2년 인생을 되돌려 본 후 입을 열었다.
“나름 만족은 합니다만… 솔직히 아쉬운 점이 더 많죠.”
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는 강한 힘을 가졌지만 그 힘을 함부로 쓰지 않았고 많은 사람을 돕고 살렸다. 나는 그 공을 높이 사 또 한 번의 기회를 주려 한다. 원하는 게 있느냐?”
“그러니까… 지금 환생을 시켜주겠다는 겁니까?”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니 굳이 따지면 회귀라고 할 수 있겠지.”
잠시 고민하던 나는 대답했다.
“평범하게 살고 싶습니다. 남들보다 딱히 뛰어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중간, 평균으로 살아가면 좋을 거 같네요.”
“너는 가장 강한 인간이었고 누구보다 뛰어난 존재였다. 그런데 그 힘을 포기하겠다는 건가?”
“강하니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더군요, 귀찮은 일도 많이 생기고. 다음 생은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냥 뭐 굶을 걱정 없고 어디 가서 안 맞고 다닐 정도만 되면 좋겠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신이 웃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그것으로 충분하겠느냐?”
“그걸로 만족합니다”
“너의 바람은 이루어질 것이다. 행운을 빌어주마.”
곧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나의 의식은 사라졌다.
***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낯설면서도 어디선가 본듯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잠깐 멍한 기분에서 깨어나 주위를 살폈다.
“진짜로.. 다시 살아난 건가?”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10대로 보이는 학생들과 부모님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꿈은… 아니겠지? 아 더럽게 아프네.”
혹시나 해서 꼬집어 보니 아프다. 그럼 꿈은 아닌 거 같고.
“일단 언제쯤으로 돌아왔는지부터 확인을 해야겠는데.”
그때 누군가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을 걸었다.
“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 정신 안 차릴래?”
“누구신데 시비를… .”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에는 한 중년 여인이 서있었다.
“… 어머니.”
내 말에 여인, 아니 어머니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뭘 잘못 먹었나? 징그럽게 왜 그런 눈길로 보니?
“아 그게… .”
울컥하는 감정이 차올라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내가 죽기 5년 전 어머니께서는 병에 걸려 돌아가셨다. 치료법이 나중에 개발되었기에 당시에는 손을 쓸 수가 없었다.
투병 생활하시며 야윈 모습만이 기억에 남았었는데 이렇게 건강한 어머니를 보게 되니 온갖 감정들이 섞여 기분이 이상했다.
“돌아.. 왔구나. 정말 돌아왔어… .”
나는 어머니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삼켰다.
“어머니… .”
딱
“악!”
“징그럽게 왜 이래?”
“그래, 이 손맛! 오랜만이지만 확실히 어머니야. 하하 돌아왔다!”
어머니 김혜연 여사가 이상한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그래, 아들아. 네가 돌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각성하는 것이 그렇게 부담이 되었나?”
“각성요?”
“그래 각성.”
어머니의 말에 나는 지금이 언제인지 알 수 있었다.
’17살 때… 그러니까 15년 전으로 돌아온 건가.’
주변을 다시 한번 살펴보니 확실하게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여기는 국립 각성 센터다.
가장 최근에 가서 봤던 최신의 세련된 건물과 장비들은 아니지만 15년 전이니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각성 전으로 돌아온 건가? 뭐 나쁘진 않네.’
만으로 16세 고등학교 1학년에 나는 각성을 했고 내 삶이 평범하지 않게 바뀐 것은 그때부터였다. 이번 생에서는 평범하게 조용하게 살아가려면 지금부터 바꾸어 가면 될 것이다. 더 어린 시절부터 다시 삶을 살아야 했다면 오히려 더 귀찮았을지도 모른다.
‘이번 생은 어머니 병도 미리 치료하고 오붓하게 지내야지.’
간신히 감정을 추스르고 나니 한 가지 문제점이 생각이 났다.
‘그럼 지금 내가 각성을 하려고 왔다는 건데… .’
전생의 나는 각성하자마자 C급 헌터 수준의 스탯과 최상급 고유 스킬을 보유한 손꼽히는 유망주였다.
내가 각성했을 때 국가와 수많은 길드들에서 러브콜을 날렸던 걸 생각해보면 분명 골치 아플 상황이 생길 확률이 높았다.
“정신 차리고 이제 들어가자. 네 순서 다 되었네.”
“저기.. 어머니 나 검사 안 받고 그냥 가면 안 될까요?”
“갑자기? 며칠 전부터 각성 각성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녀석이 갑자기 왜 그러니?”
‘검사받으면 분명 난리가 날 거 같으니 그렇지요.’
그렇다고 사실대로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차피 만 16세부터는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잖아. 돈 드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받아.”
“네… .”
나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센터 건물 안은 굉장히 넓은 편이었다. 거대한 기계장치와 그 기계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큰 모니터가 있었는데 그 모니터에 각성자의 정보가 나타난다.
이미 많은 부모님들과 학생들이 결과를 확인하고 좌절하거나 환호하고 있었다.
“저기 봐, 지금 막 한 명 끝났나 보다.”
어머니의 말에 시선이 모니터에 꽂혔다.
띠링!
이름 : 김원재
레벨 : 1
클래스 : 탱커
능력치 : 힘(240) 민첩(125) 마력(172) 내구(270)
고유 스킬 : 불굴
모니터를 확인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자신의 아이의 등급과 잠재력, 고유 스킬이 더 뛰어난 쪽은 안도의 한숨과 비웃음을, 떨어지는 쪽은 부러움과 질투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저 정도면 나쁘진 않네. 클래스와 고유 스킬 시너지도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는데.’
옆에서 어머니의 감탄사가 터졌다.
“우와.. 엄마는 잘 모르겠지만 저 정도면 꽤 높은 거 아닌가?”
“평균? 아니면 좀 더 높은 수준일 거예요.”
“우리 아들도 딱 저 정도만 나오면 좋겠구나.”
‘그러면 저도 좋겠습니다만… .’
신이 내 소원을 제대로 들어주었다면 분명 평범한 능력치가 나올 수도 있었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각성 측정은 계속되었고 내 앞 순번의 학생이 측정을 마쳤다.
띠링!
이름 : 최지훈
레벨 : 1
클래스 : 투사
능력치 : 힘(530) 민첩(495) 마력(512) 내구(450)
고유 스킬 : 천둥 군주의 검
“……. .”
장내가 침묵에 휩싸였다. 그리고 잠시 후 여기저기서 폭발적인 반응이 터졌다.
“스탯이 뭐 저리 높아? 시작부터 대박났네 저 학생은.”
“평균 능력치 500대는 거의 1년만에 처음 뜬 거 아냐? 거기다 천둥 군주 계열은 최상급 중 하나인데.”
“어머나.. 누구 집 아들이려나, 앞길이 훤하겠네.”
주위에는 경악과 부러움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길드의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도 여기저기 통화를 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최지훈이라.. 기억나네.’
분명 뛰어난 유망주였고 모두의 관심을 받을만했지만 하필 내가 바로 뒤의 순서였고 평균 능력치가 700대에 고유 스킬도 엄청난 것들이 나와서 묻혀버린 친구다.
만약 변한 것이 없다면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을 겪게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저 학생 부모는 참 좋겠네. 대단한 거지 저거?”
“예.. 뭐 높은 수준이죠.”
‘어머니 아들은 전생에 더 대단했지만요.’
이렇게 되고 보니 그냥 전생이랑 같은 결과가 나와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준혁 학생 이리로 들어오세요.”
“아들아 긴장하지 말고!”
어머니의 응원을 들으며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
전생에는 두근거리는 마음과 긴장감 때문에 제대로 안을 살펴보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꽤나 복잡한 마법진들이 사방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가운데의 가장 큰 마법진의 가운데에 서니 사방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흠… 역시나 썩 유쾌한 느낌은 아니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빛이 서서히 사라지며 메세지가 들렸다.
체감상 1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인 것 같았지만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20분이 지나있었다.
“이상하네, 전생에는 분명 5분 만에 끝났었던 걸로 아는데.”
띠링!
이름 : 이준혁
레벨 : 1
클래스 : 올라운더
능력치 : 힘(110) 민첩(120) 마력(122) 내구(110)
고유 스킬 : 미획득
“…이걸 좋아해야 하나.”
전생과는 다른 결과였다. 지금의 능력치는 각성하는 헌터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하급의 능력치였다.
“흠 이 정도면 평범하게 살 수 있겠네. 신이라는 양반이 제대로 처리를 해준 건가?”
이 정도 능력치의 헌터들은 넘친다. 거기다 고유 스킬도 없고 능력치도 낮은 편이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도 않을 것이고 전장에서 사는 삶이 아닌 그저 가족과 함께 평범한 삶을 지낼 수 있을 터.
밖으로 나오니 걱정스러운 표정의 어머니가 다가오셨다.
“아들 괜찮아? 보통은 5분에서 길어야 10분인데 20분 넘게 걸려서 뭔가 문제 생겼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다고.”
혹시나 결과가 좋지 않아 실망하셨나 했지만 오히려 내게 무슨 문제가 있지나 않나 걱정하셨나 보다.
“괜찮아요, 아무 문제 없어요. 근데 좀 아쉽긴 하네요 잘 나왔으면 어머니도 기쁘셨을 텐데.”
“어이구 괜찮다. 각성 못 하는 사람도 있는데 각성한 것만 해도 대단한 거지. 그리고 괜히 등급 높고 그러면 위험한 데 불려 다니고 그럴 건데 이 정도면 안전한 곳에서 일할 거니 엄마는 오히려 기쁘네.”
어머니의 진심이 담긴 말에 나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낮은 등급 헌터라도 그럭저럭 보통 사람보단 잘 살 테니 괜찮겠지.’
주변 사람들의 비웃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상관없다. 내가 원하던 건 평범한 삶이었으니까.
“어머니 배고파요,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죠.”
“그래, 오랜만에 외식이나 하자.”
그렇게 어머니의 손을 잡고 센터를 나왔고 그 순간 주변이 어두워지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
“아니 잠깐 이게 무슨… .”
그리고 눈앞에 새로운 상태창이 떠올랐다.
띠링!
이름 : 이준혁
레벨 : 1
클래스 : 올라운더
능력치 : 힘(5000) 민첩(5000) 마력(5000) 내구(5000)
고유 스킬 : xxxx(봉인)
“…. 5천이라고!?”
저기요? 신 님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만?
신은 나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