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01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01
“할아버지!”
레이카르트의 등장에 레이나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 우리 손녀. 어디 다친 곳은 없지?”
“괜찮아요. 그보다 여긴 어떻게?”
“응? 어… 나도 인간 세상을 구경하고 싶어서 말이야.”
당황하는 레이카르트를 보며 레이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혹시… 절 따라오신 거예요?”
“그럴 리가! 그냥 드워프 놈한테 만들 물건들을 보여주려고 돌아다니다 우연히 악마 놈들의 기운이 느껴져서 온 거야.”
조금은 수상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자신의 할아버지만큼 든든한 지원군은 없었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영감님. 레이나는 멀쩡한데요? 오히려 제가 다치면 다쳤지.”
레이카르트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레이나가 다쳤다면 네놈도 가만두지 않았을 거다. 약해빠져서 저런 놈들에게 상처나 입고. 쯧쯧.”
“허… .”
어이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안도감이 찾아왔다.
“기왕 오셨으니 그 위대한 힘이나 좀 보여주시죠.”
“흥! 말하지 않아도 그럴 것이다. 감히 내 손녀를 다치게 하다니!”
“좀 전에도 말했지만 다친 것은 저라니까요. 레이나는 멀쩡합니다.”
“시끄럽다.”
레이카르트가 살기 어린 눈으로 악마들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불청객에 켈빈이 눈을 찌푸렸다.
“저건 또 뭐야?”
하지만 그는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 누구건 상관없다. 제물 하나가 더 추가될 뿐 달라질 것은 없으니까.”
켈빈은 단검을 자신의 심장에 가져다 대며 주문을 발동하려 했지만.
“거기 너! 허튼짓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알아볼 것이 있으니까.”
“뭐라고?”
그 행동은 정체불명의 말에 의해 가로막혔다.
그렇다 말이었다.
눈에 보이는 어떤 힘이 작용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저 인간의 말 한마디에 자신의 몸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게… 대체 무슨?”
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켈빈은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조금씩이지만 상대를 몰아붙이며 점점 승기를 잡아가던 바이퍼와 켄타비누스 역시 행동을 멈춘 채로 이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아무래도…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할 것 같다.”
켈빈의 곁으로 다가온 켄타비누스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나 역시… 동감이다.”
바이퍼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저 인간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말이냐?”
분명 묘한 기운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강해 보이지도 않았다.
차라리 자신을 몰아붙이던 인간이 더 강해 보였으니까.
“인간이… 아니다. 드래곤이야.”
“드래곤이라고?”
켈빈이 눈을 크게 뜨며 레이카르트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도마뱀 특유의 느낌이 조금 나기도 하는군.”
바이퍼나 켄타비누스에 비해 마법적인 역량이 부족한 켈빈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굉장하군… .”
“무엇이 말이냐?”
“저놈… 보통 드래곤이 아니다.”
“딱 봐도 한 수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강해 보이는 것도 아닌데?”
켈빈의 말에 바이퍼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드래곤… 이곳에 도착하는 즉시 주변으로 광역 결계를 쳤다.”
“결계라고?”
“아니··· 보통 결계랑은 좀 다른가? 아무튼 지금 이 공간은 저 드래곤의 지배하에 있다.”
켄타비누스가 굳은 표정으로 말을 보태었다.
“아니… 저건 단순한 결계 따위가 아니다. 용언의 힘이다.”
“용언이라고? 그건 드래곤 중에서도 로드급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힘이잖아!”
“설마?”
바이퍼와 켈빈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아무래도.. 살아돌아가기 어렵겠군.”
예상 밖의 상황이 연달아 벌어진 탓에 악마들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꼬였군. 저 인간의 힘이 예상을 뛰어넘은 것부터 시작이었어.”
악마들이 저마다 의견을 나누는 사이 레이카르트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너희들 전부 보통 놈들은 아니구나. 특히… 하나는 일족을 배신한 쓰레기구나.”
자신을 모욕하는 말이었지만 켄타비누스는 아무런 대꾸를 할 수 없었다.
“드래곤 로드가 어떻게 여기에 나타날 수 있지?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레이카르트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렇게 따지면 너희들 정도의 존재들이 셋이나 넘어온 것도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지.”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악마들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켄타비누스… 골드 일족의 기대주였던 놈이 하찮은 유혹을 못 이겨 타락하고 무엇을 하나 했더니 이런 짓이나 하고 있었더냐. 엘리스 따위의 저급한 녀석을 따르다니.”
“엘리스 님을 모욕하지 마라! 아집에 빠진 너희들 따위와 격이 다른 분이다.”
“쯧. 완전히 빠져버렸군. 아르메이어가 봤다면 네놈을 당장에 처 죽였을 것인데.”
아무리 일족이 다르다지만 로드인 자신에게 저런 불경한 언사를 하는 것은 정상적인 드래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여기 불경한 인간이 하나 있기는 하지만… .’
레이카르트가 슬쩍 시선을 돌려 레이나의 옆에 있는 인간을 바라보았다.
“준혁. 할아버지가 다 처리하실 거니 안심해요.”
“대단하신 로드시니 당연히 쓸어버리시겠죠.”
‘끄응… .’
속으로 한숨을 삼킨 레이카르트가 켄타비누스에게 다가갔다.
“너를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겠다.”
“쉽게 당하지는 않는다.”
레이카르트는 다른 악마들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켄타비누스에게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 순간 켈빈의 눈이 빛났다.
“죽어라!”
아무리 드래곤 로드라도 기습에 당하면 피해를 입을 확률이 높았다.
더구나 디아블로의 힘이 담긴 마검이라면 죽일 수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너희들은 거기서 가만히 있어라. 아직 너희 차례가 아니니까.”
용언의 힘은 아무리 공작급의 악마라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크.. 크억!”
켈빈과 바이퍼의 몸이 천천히 내려갔고 곧 쓰려졌다.
“켄타비누스. 그래도 한때는 빛나는 드래곤이었던 것을 생각해 스스로 자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마.”
“무슨 개소리냐!”
켄타비누스가 온몸 가득 마기와 마력을 뿜어내며 레이카르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양손에서 새까만 불꽃과 번개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콰콰콰쾅!
어마어마한 열기가 대지를 녹이고 허공을 달구며 레이카르트를 향해 날아갔다.
마치 불꽃으로 된 눈사태가 일어나는 것처럼 압도적인 광경.
콰아아앙!
이내 거대한 폭음과 함께 레이카르트가 불길에 휩싸였다.
“할아버지!”
나는 사방으로 튕겨 나오는 불꽃의 파편을 쳐내며 레이나를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요. 저런 공격에 당할 분이 아니잖아요.”
레이카르트를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용언의 힘에는 놀라는 중이었다.
‘나한테도 용언이 먹혔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패배했겠네.’
나와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악마들이 단순히 말 한마디에 꼼짝도 못 하는 광경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었다.
잠시 후 불길이 사그라들고 레이카르트의 모습이 드러났다.
“발악은 그게 끝이냐? 애송아.”
엄청난 불길과 마력은 그에게 조금의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그의 주변은 어떤 영향도 받지 않은 채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선… 드래곤 하트부터 빼앗겠다.”
레이카르트의 가벼운 손짓에 주변의 마력이 뭉치며 하나의 화살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화살은 천천히 켄타비누스를 향해 날아갔다.
“나를 무시하지 마라!”
켄타비누스가 조금 전과 비교도 안 되는 마력을 모아 또 한 번 불꽃과 번개를 내뿜었지만.
퍼어억!
부질없는 행동이었다.
화살은 앞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방어막을 통과했고 켄타비누스의 배를 관통해버렸으니까.
“크.. 크아아악!”
켄타비누스가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화살이 뚫고 지나간 곳에서 검은 기운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상처는 크지 않았지만 그는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내, 내 마력이… .”
레이카르트는 차가운 눈으로 켄타비누스를 바라보았다.
“이미 타락해버린 존재는 드래곤 하트를 가질 자격이 없다.”
이윽고 켄타비누스의 몸에 느껴지던 강대한 마력이 모두 사라졌다.
“흠… 그런데 엘리의 힘이면 저놈도 테오도르처럼 부하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중얼거림에 레이카르트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녀석을 다시 세뇌해서 부려먹는 것은 골드 드래곤 로드 녀석의 얼굴을 봐서라도 허락하지 않는다. 아니.. 드래곤이 누군가에게 지배받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냥 해본 말입니다.”
드래곤 하트를 잃고 모든 힘이 소진된 켄타비누스가 엘리스의 매혹에서 벗어났다.
털썩
“제가…. 정말 어리석은 짓을 했습니다.”
힘에 취해 해서는 안 될 짓들을 수없이 했고 그 기억들이 지금 켄타비누스에게 밀려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있나?”
“로드께… 죄송하다고… 앞으로도 일족을 잘 지켜달라고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마지막은… 드래곤으로 죽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전해주마.”
레이카르트가 손을 휘젓자 켄타비누스의 몸이 서서히 가루가 되며 흩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황금빛이 깃든 뼈가 나타났다.
“…. .”
레이카르트는 아무 말 없이 뼈를 집어 들어 품 속에 넣은 후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에 켈빈과 바이퍼가 움찔하며 물러났다.
“이제… 너희 차례다.”
레이카르트가 입꼬리를 뒤틀며 앞으로 나섰다.
“말을 하는 것에 팔이나 다리는 필요 없겠지. 남은 하나도 없애주마.”
파아앗!
하나 남은 켈빈의 팔이 날아가며 검은 피가 흩뿌려졌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곧 무릎 아래가 다 사라지며 켈빈이 바닥에 쓰러졌다.
“말해라. 어떻게 여기에 왔지? 그리고 목적은 무엇이냐?”
“크크… 그걸 말할 것 같.. 크아악!”
“악마들을 고문하는 것은 내 특기 중 하나지. 천천히 대답해도 상관없다. 대답하지 않고 죽어도 상관없고.”
용언의 힘으로도 공작급 이상 악마들의 정신을 무너뜨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건방진 도마뱀 같으니… 이대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라! 바이퍼! 나를 써라!”
“크하하! 같이 발버둥 쳐주마.”
바이퍼가 저주의 단검으로 켈빈의 심장을 찔렀다.
그와 동시에 바이퍼와 켈빈의 주변으로 기괴한 마법진이 나타나며 그들을 집어삼켰다.
레이카르트는 무표정한 얼굴로 둘의 발악을 지켜보고 있었다.
검은 연기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이내 하나의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저급한 수작이군.”
다리가 만들어지고 팔이 만들어지며 몸이 만들어졌다.
마지막으로 머리까지 완성되며 등장한 존재는 거대한 악마였다.
근육질의 육체에 여섯 개의 뿔을 자랑하는 악마는 온몸 가득 불길을 내뿜고 있었다.
“저건.. 뭡니까?”
나는 레이카르트의 옆으로 이동하며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흥. 대마왕 놈의 힘의 파편 중 하나다. 꼴을 보니 디아블로 놈이군.”
“그렇군요. 어서 처리해버리죠.”
레이카르트가 눈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 내가 왜?”
“그럼 누가 잡나요?”
“네가 잡아라.”
“제가요?”
“그래, 어차피 분신체라 대마왕 특유의 권능도 사용 못 하는 반쪽짜리다. 힘은 제법 강하지만 지금 네 상태면 이기기 어렵지 않다.”
“흐음… 대마왕의 분신이라.”
엘리스의 경우는 육체적 강함이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디아블로의 분신체는 겉으로 보기에도 꽤 강해 보였다.
“한 번 해볼까?”
아직 능력치 증가 스킬도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상태라 해볼 만은 할 것 같았다.
“그럼 뭐.. 경험치나 얻어볼까요.”
만약 내가 밀리더라도 레이카르트가 있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었으니 부담 없이 붙어보기로 했다.
“자.. 그럼 어디 한 번… .”
검을 뽑아들고 달려들려던 순간.
콰아앙!
하늘에서 떨어진 황금색 빛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가장 먼저 사방을 침식하며 퍼져있던 검붉은 마력을 지웠고 이어서 기괴한 문양이 그려진 불길한 마법진도 지웠다. 마지막으로 거대한 악마의 육체까지.
모든 것이 빛에 지워졌다.
그리고 그 빛을 보며 나는 소리쳤다.
“아씨 내 경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