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05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05
예상하지 못한 예린의 말에 나는 혼란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뭐지? 뭔가 눈치를 챘나? 아니 일단 난 드래곤이 아니니까 상관없기는 한데.’
괜히 당황해서 틈을 줄 필요는 없었기에 일단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먼저였다.
“드래곤요? 설마.. 그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그 드래곤을 말하는 건가요?”
예린은 자신도 이해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일단 그 드래곤을 말하는 것이 맞아.”
“아니··· 아무리 세상이 게임이나 소설처럼 변했다지만 그동안 드래곤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날 보고 드래곤이라고 하면 당황스러운데요.”
“얼마 전에 드래곤 나이트가 드래곤이랑 비슷한 존재랑 전투를 한 적이 있잖아.”
“그건 이미 가짜였다고 협회에서 발표하지 않았나요? 설마 그게 나라고요? 재미있는 농담을 하시네.”
내 반응에 예린이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치, 아니지?”
“당연히 아니죠.”
예린의 얼굴은 조금 밝아졌다.
하지만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존재가 있었으니.
“거짓말하지 마.. 세요.”
예린과 계약한 바람의 정령 실리였다.
매번 반말을 하며 까불던 녀석이 어색한 존댓말을 하고 있었다.
“거짓말이라니?”
나는 일단 잡아떼기로 했다.
“인간··· 은 아니고 그쪽 분은 분명 드래곤이 맞아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내 시선에 실리는 약간은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예린의 뒤로 숨었다.
“최상급 정령 수준의 힘이 느껴지는데 드래곤의 향기까지 물씬 풍기면 당연히 드래곤이죠. 인간이 이렇게 강할 수는 없어요.”
“내가 강하다고?”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일단 내 주변에 드래곤만 셋이 있는 상황이니 향기가 난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지금까지 몇 번을 마주쳤고 이야기도 나누었지만 한 번도 내 힘을 느끼지 못했던 실리였다. 그런데 갑자기 저렇게 나오다니?
‘뭐가 바뀐 거지? 설마 그건가.’
레이카르트가 넘어오면서 이쪽에도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다고 했었으니 이유가 있다면 아마 그 때문일 확률이 높았다.
“전에는 아무 말도 없다가 갑자기 이러니까 당황스럽네.”
“그동안은 예린의 힘도 약했고 정령계와 연결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몰랐지만 얼마 전부터 감각이 확장되었어요. 당신의 힘은··· 인간의 것이 아니에요.”
겁을 먹었지만 단호하게 말하는 실리를 보며 나는 고민에 빠졌다.
지금 상황에서 아니라고 우겨도 저 꼬마 정령이 계속 귀찮게 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실대로 다 밝힐 수도 없는 노릇.
‘그렇긴 하지.’
나중에 레이카르트의 도움을 받으면 의심을 벗을 방법 정도는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생각을 정리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마 내 고유 스킬과 아티팩트 때문에 착각을 한 것 같은데 난 드래곤이 아니고 그렇다고 강하지도 않아.”
“거짓말이에요!”
“너 드래곤 실제로 봤냐?”
내 말에 실리가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시,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
“그런데 뭘 보고 사람을 드래곤으로 몰아. 어이가 없네.”
“정령왕 님께서 드래곤들을 만나고 올 때마다 나던 광폭하고 짙은 마나의 향기가 난단 말이야!…요.”
정령들의 감각이 특출나다더니 그런 것도 느낄 수 있나 보다.
“어쨌거나 직접 본 것은 아니라는 말이네.”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실리가 입을 앙 다물었다.
“이이··· 그러면 그 힘은 어떻게 설명할 거죠?”
“힘이라니 난 그저 보통 학생보다 조금 더 강한 수준인데?”
“으으··· .”
증명을 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 실리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예린 선배. 정령 교육 좀 시키셔야겠어요. 이상한 소리만 자꾸 하네요.”
“아, 미안··· 나도 참 이 녀석이 하는 이상한 소리에 말려서 괜히 시간만 뺏었네.”
“아니야! 분명··· .”
“쓰읍. 더 이상 준혁이를 곤란하게 하지 마.”
실리는 볼을 부풀리며 온몸 가득 불만을 표했지만 일단은 물러나기로 했다.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내가 반드시 밝혀내겠어.’
지금 자신과 예린의 힘으로는 힘들겠지만 조만간 정령계에서 넘어오기로 한 고위 정령들이라면 저 드래곤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분명 드래곤이 맞아.’
심각한 착각에 빠진 꼬마 정령이었다.
***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니 우혁이 다가왔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했냐?
“별거 아니야. 그냥 훈련에 관해서 대화했어.”
“그래? 맞다, 너 다른 학교랑 교류전 한다는 소식 들었지?”
“교류전은 또 뭐야?”
“이거 학교 일정에 너무 무관심한 거 아니야?”
“알았으니까 설명이나 좀 해 봐.”
“그건 내가 알려줄게 ”
어느샌가 다가온 한유나의 입에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간단하게 말하면 학교 별로 대표를 뽑아서 대회를 여는 거라고 할 수 있지.”
“대회?”
“보통 개인전, 단체전, 던전 클리어 등의 종목에서 헌터 지망생들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 목적인 대회야.”
“흐음··· .”
이런 대회가 있는 줄은 몰랐다.
아니 딱히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 맞았다.
전생에는 학교를 다니지 않았고 훈련하느라 바빴으니 이런 대회의 존재를 알 수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나도 나가야 하나.’
전생과 비교도 되지 않게 강해진 상태에서 또래 지망생들과 드잡이를 하는 것도 우습기는 했다.
당장 며칠 전까지 공작급 악마들과 싸웠었는데 급이 달라도 너무 달랐으니까.
“몇 개 학교가 참여하는데?”
“원래는 수도권 지역만 모아서 할 예정이었는데 전국의 학교들을 다 모아서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하던데.”
“갑자기 왜?”
“자세히는 모르지만 드래곤 나이트의 활약에 지망생들이 더 열심히 배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서 그렇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또 나 때문이야?
근데 내 활약이랑 대회 규모가 커진 것이 무슨 연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옆에서 듣고 있던 재민이 의견을 냈다.
“아마도 홍보효과를 노리는 것 같기도 해.”
“맞아. 그러고 보니 교류전에 유명한 헌터들도 참관 오고 세계적으로 방송을 할 예정이라는 말도 있더라.”
“드래곤 나이트가 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점점 이상한 오해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학교 대표는 누구냐?”
한유나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모르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저러는 건지··· .”
“뭔 소리야?”
“여기 있는 멤버들은 아마 대표로 뽑힐 확률이 높잖아.”
“그런가?”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긴··· 내가 직접 굴렸는데 안 뽑히면 이상하지.’
고작 3~4 개월 정도였지만 실전과 같은, 아니 실전보다 더 빡센 훈련들을 겪은 친구들은 적어도 또래에서는 상대가 없었다.
교관들이 보는 눈이 있다면 안 뽑을 리가 없는 상황.
‘나도 처음이랑 입장이 많이 달라졌고 말이지.’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유성민 헌터의 제자로 알려진 상태고 유호준 교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능력치도 상승한 상태. 원칙상 1학기가 끝나야만 등급이 조정되기에 아직은 브론즈 뱃지지만 다이아 뱃지로 올라갈 것이 거의 확실한 상태였다.
거기다 세이 녀석이 처음 대타를 할 때 워낙 활개치고 다녀서 이래저래 인지도도 올라가서 이제는 내가 뽑히더라도 말이 나올 일은 없었다.
“그럼 몇 명이나 뽑힐 것 같아?”
“글쎄··· 이번에 규모가 늘어나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학년마다 10명씩은 뽑힐 것 같아.”
10명이라면 우리 멤버들은 다 뽑히고도 남을 숫자.
누가 빠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예린 선배도 뽑히겠네요?”
예린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을까?”
“언니 수준이면 안 뽑히는 것이 이상하지. 거기다 희귀한 정령을 다루는 사람인데 희소성까지 있잖아.”
“에이··· 그렇게 자랑할 정도는 아니야.”
말은 저렇게 하지만 정령을 다루는 것은 굉장히 희귀한 것이 맞았다.
이번 생에서 내 영향으로 더 많은 정령술사가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희소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그 교류전인가는 어디서 할 예정이래?”
내 질문에 한유나가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저기 나오네.”
티비 속 화면에는 교류전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 특별히 큰 규모로 진행될 이번 교류전은 4박 5일 일정이며 서울 외곽의 유성민 훈련 센터에서 치러질 예정입니다. –
나도 잘 알고 있는 곳이었다.
“유성민 훈련 센터라··· .”
“준혁이 넌 몇 번 가봤잖아.”
“뭐··· 그렇지.”
전생까지 합치면 몇 번 수준이 아니라 거기서 몇 년을 산 수준.
‘그런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네.’
일단 유성민 훈련 센터는 한국에서는 최신식 기술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헌터 양성 학교들이 저마다 다양한 훈련 방식과 기술들을 도입해 지망생들을 교육하고 있지만 유성민 센터에 비하면 모두 부족함이 있었다.
‘유성민 헌터가 돈을 버는 족족 센터에 다 퍼부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가?’
다른 나라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고 했으니 홍보 효과도 확실하게 있을 것이고.
‘네크로 녀석도 뽑히려나?’
조승호의 경우에는 가진 실력만 놓고 보면 여기에 모두를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단기간에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고 던전에서 버스까지 받았으니까.
거기다 네크로맨서라는 클래스는 정령을 다루는 예린만큼이나 희귀했다.
‘녀석이 진짜 힘을 발휘만 한다면 대표로 뽑히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나중에 한 번 찾아서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다들 훈련이나 계속합시다.”
“얼마 쉬었다고… 악덕 교관.”
나는 불만을 표하는 모두를 친절하게 굴려주었다.
***
집으로 돌아온 나는 부모님께 교류전에 대한 사실을 알려드렸다.
“우리 아들이 학교 대표라고?”
“세상에… 개천에서 용 난다고 하더니.”
어머니… 그럼 여기가 개천입니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에요. 그럴 확률이 높다는 거죠.”
“그래도 유성민 헌터한테 가르침을 받는데 널 안 뽑겠니?”
유성민의 이름값은 부모님들께는 확실히 먹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다시 말씀드릴게요.”
나는 방 안으로 들어온 후 아리엔의 궁전을 활성화시켰다.
부모님이 집에 있으실 때는 레오나 레이나를 제외하면 아공간 속에서 지내기로 했다.
엘리의 경우에는 고양이로 변신해 활동하기도 했지만 레이카르트 어르신은 어떤 사고를 칠지 몰랐기에 아공간에 박아두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저 둘은 또 뭐 하는 거지?
레이나와 엘리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진짜 불이 나고 있는 것 같은데?’
엘리의 몸에서는 보라색의 불꽃이, 레이나에게서는 붉은색의 불꽃이 터져나오는 중이었다.
“멍청한 악마라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도 모르나 보네?”
아니.. 한국 생활 몇 달 안 되었는데 그런 걸 언제 배웠지.
엘리가 코웃음을 치며 반격했다.
“물 들어왔다고 신나서 노 젓다가 노가 부러져서 망하는 경우도 있다는 걸 몰라?”
… 넌 또 그런 말 어디서 배웠냐.
지구 생활 합쳐서 6개월 될까 말까 한 둘의 설전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모르겠다 그냥 가야지.
자리를 벗어나려는 순간.
“어디 가요!”
“어디 가세요!”
둘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 내가 있어야 해?”
“아.. 그건 아닌데.”
“아뇨… .”
막상 불러놓고는 당황하는 그녀들.
“그럼… 난 간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좋게! 만들어 내란 말이야!”
열심히 토레타를 쥐어짜고 있는 레이카르트가 눈에 들어왔다.
와… 진짜 악마가 여기 있었네.
“어르신.”
“뭐냐?”
“뭐 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레이카르트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위대한 드래곤 로드에게 지식을 구하는 것은 뛰어난 인간 마법사들도 평생의 소원으로 여길 정도로 귀한 기회인 것을 아느냐?”
“모르는데요.”
“끄응… .”
생각 같아서는 거절하고 내쫓고 싶었으나 그랬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쫓겨날 확률이 높았다. 저 인간은 자신에 대한 존경심도, 두려움도 없는 괴상한 놈이었으니까.
“뭔데 그러냐?”
나는 천천히 이야기를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