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07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07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실리에게 바람의 정령왕 세이렌이 다가왔다.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죄, 죄송합니다. 제가 못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괜찮다. 아무 언질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우리 잘못도 있으니 넘어가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세이렌의 시선이 실리의 뒤로 향했다.
“그런데… 저 인간은 누구지?”
“아! 제 계약자입니다.”
실리는 그제야 뒤에서 멀뚱멀뚱 서있는 예린이 떠올랐다.
“예린아, 이분들은… 어라?”
예린은 멍한 표정을 지은 채 그 자리에 가만히 굳어 있었다.
“인간은 아직 우리의 전정한 모습을 마주하기에는 너무 약하다. 그래서 잠깐 공간을 차단했다.”
“아… 그렇군요.”
확실히 갑작스럽게 정령왕 급의 존재의 격을 정면으로 마주치면 보통의 인간은 그 충격으로 큰 피해를 입을 확률도 있었다.
주변을 살펴보던 세이렌이 이마를 찌푸렸다.
“그나저나… 이곳은 좀 다르지만 차원 전체로 보면 정령이 살기에 그렇게 좋은 세상은 아닌 것 같구나.”
“네, 저도 우연히 넘어와 운이 따라 계약자를 찾을 수 있었지 아니라면 그냥 자연으로 돌아갔을 확률이 높았습니다.”
“흐음… .”
잠시 생각을 정리한 세이렌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이 세상에 우리와 계약을 할 만한 존재가 있을까?”
“그, 글쎄요. 그렇게 강한 인간이 있을 것 같지… 아!”
순간 실리의 뇌리를 스치는 인물.
‘그래… 그 드래곤이라면.’
어차피 정체를 밝혀낼 생각이었으니 잘 된 걸지도 몰랐다.
“드래곤이 있습니다.”
그 말에 세이렌이 눈을 크게 떴다.
“드래곤이라고?”
“그.. 본인은 아니라고 우겼지만 드래곤의 향기가 짙게 풍겼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힘도 보통 인간들 보다 강해 보였고요.”
“드래곤이라… .”
고민에 빠진 세이렌을 대신해 다른 정령왕들이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확실한 것이냐?”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물론 계속 귀찮게 몰아붙여도 아니라고는 했습니다만… .”
“아무래도 직접 봐야 정확할 것 같군.”
“그런데 넌 운이 좋구나?”
뜻밖의 말에 실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그러자 다른 정령왕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군. 어쩌면 드래곤이 아닐 수도 있겠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 드래곤을 귀찮게 했다고 하지 않았냐?”
“그렇습니다.”
대지의 정령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드래곤들이 얼마나 오만하고 자존심이 강한 족속들인데 네가 까부는 것을 그냥 두고 봤을 리가 없다.”
“그, 그런가요?”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가 말을 받았다.
“만약 네가 말한 그 존재가 진짜 드래곤이었다면 너 같은 하급 정령 하나 소멸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제야 심각함을 느낀 실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자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을 했는지 깨달은 것이다.
“드래곤이 아니라면… 어쩌면 대화가 통할지도 모르겠군.”
“그래, 설사 드래곤이라고 해도 자신을 귀찮게 한 정령을 소멸시키지 않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 기본은 되는 것 같다.”
“그럼 다들 동의하는 것인가?”
정령왕들이 저마다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눈 후 세이렌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이렌의 시선이 실리에게 향했다.
“너에게 시킬 일이 하나 있다.”
“네, 명령만 내려주세요.”
“그 드래곤이라고 짐작되는 존재를 이곳으로 데려와라.”
“이곳으로요?”
정령왕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곳으로.”
타이밍을 맞추기라도 한 걸까.
동시에 하급 정령에게 엄청난 압박감을 선사하는 정령왕들이었다.
“괜찮으시면.. 저와 같이 가주시면 안 될까요?”
조금 전에 들은 말이 있어서 갑자기 겁이 나는 실리였다.
말을 전하는 것도 아니고 직접 데리고 오라니 솔직히 무리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러자 세이렌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
“아직 우리가 자유롭게 다니기에는 자연의 힘이 부족하다. 계약자를 찾건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건 일단 그와 만나는 것이 먼저다.”
“네… .”
“급할 것은 없지만 될 수 있으면 빠르게 데려왔으면 좋겠구나.”
말은 최대한 느긋하고 인자하게 했지만 실리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지금 당장 데려와라.
“다녀오겠습니다… .”
세이렌이 손을 흔들자 정령왕들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졌다.
곧 차단된 공간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예린이 정신을 차렸다.
“헉?”
급히 주변을 둘러본 예린의 눈에 실리가 들어왔다.
“실리야! 방금 엄청나게 큰 회오리바람이… 어라?”
“흐윽… .”
바닥에 주저앉아 울먹이는 꼬마 정령.
예린은 당황하며 실리를 달래기 시작했다.
“저기 무슨 일이야? 왜 그래?”
“흑… 아니야. 예린… 일단 돌아가자.”
“이렇게 빨리? 좀 둘러보고 가자.”
“아니야! 급한 일이 있어. 저번에 만난 그 인간한테 가야 해.”
묘하게 박력이 넘치는 태도에 예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가자.”
실리는 떨어지는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기며 자리를 벗어났다.
***
내가 흥미를 보이자 협회장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러시아의 얼음 공주에게 관심이 있으십니까?”
“뭐… 워낙 만나기 어려운 존재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흥미가 있는 분야에만 움직이는 편이라 협회장도 직접 만난 적은 없었으니까.
협회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사실 그렇게 따지면 드래곤 나이트가 더 만나기 어렵지 않을까요?”
“그런가요?”
“저희야 운이 따라서 이렇게 만남을 가지고 협력도 얻을 수 있지만 사실 다른 국가들에서는 드래곤 나이트를 한 번 만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내 정체에 대해 알아내려는 국가들이 많기는 했다.
“이번 교류전에 다른 나라 헌터들이 오는 이유도 드래곤 나이트를 만나기 위해서라는 것이 저희의 예상입니다.”
“흠··· .”
한국 내에서는 내가 협회 쪽과 손을 잡고 있다는 소문이 알게 모르게 퍼진 상태.
때문에 다른 길드들도 협회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었다.
“그들을 만나보실 생각이십니까?”
“글쎄요… .”
저마다 다양한 생각들을 품고 오는 것 같았다.
물론 그들의 의도대로 이루어질 확률은 없었다.
굳이 귀찮게 어울릴 생각은 없었으니까.
‘뭐··· 흥미로운 일이 생긴다면 모르겠지만.’
생각을 정리한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행사에 얼굴만 비추고 빠져나갈 생각입니다.”
“그렇군요. 허면 그렇게 알고 준비하겠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뵙죠.”
***
협회에서 나온 후 집으로 돌아가던 나는 뜻밖의 사람을 마주쳤다.
“예린 선배?”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예린이었다.
급히 뛰어오기라도 한 것인지 숨을 헐떡이는 예린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저어기··· .”
정령 실리가 쭈뼛거리며 고개를 내밀었다.
“뭐야? 또 너냐?”
“히익··· .”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번과 다르게 꽤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뭐야?’
그 사이 숨을 고른 예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준혁아. 실리가 급하게 너한테 부탁할 것이 있다고 해서··· .”
“그래요? 근데 저 여기 있는 줄은 어찌 알고.”
“드래.. 인간 님의 냄새를 쫓아서 왔어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코를 킁킁거리며 물었다.
“냄새라고?”
“아··· 일반적인 냄새가 아니라 정령만이 맡을 수 있는 특별한 향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아마 지크가 영혼의 향기를 맡는 것과 비슷한 듯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무슨 일인데?”
“그게··· .”
실리가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우물쭈물했다.
나는 예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녀석 왜 이래요?”
예린 역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니라 고개를 젓기만 했다.
“나도 잘… 실리야 무슨 일인지 말을 해야 우리가 뭐라도 하지.”
머뭇거리던 실리가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다.
“저, 저랑 같이 어디 좀 가주세요!”
그렇게 뜸을 들이던 것치고는 별로 어렵지 않은 부탁.
나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가자고? 어딜?”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어요.”
“흐음··· .”
그러자 예린이 당황하며 끼어들었다.
“잠깐만! 나한테는 그런 말 없었잖아.”
“지금 당장은 자세하게 설명하기 그렇지만 저 인간 님에게도 나쁜 일은 아닐 거야.”
“그거야 두고 보면 알겠지.”
나는 잠시 고민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 번 누가 기다리나 만나 보자.”
“괜찮겠어?”
예린이 조금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별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요?”
어차피 지금 시점에 날 위협할 존재는 이 세상에 레이카르트 말고는 없었다.
‘아마 저 녀석이랑 비슷한 정령들이 날 보자고 하는 거겠지.’
“가, 감사합니다.”
실리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했다.
녀석의 태도를 보니 적어도 저 녀석보다는 높은 급의 존재가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럼 가볼까?”
***
실리를 따라 도착한 곳은 자연 농원이었다.
“예린은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줘.”
“왜?”
“그게··· 다른 계약자는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라.”
실리는 대충 둘러대며 예린을 떨어뜨려 놓았다.
물론 정령왕들이 아까처럼 그녀를 보호해 줄 수도 있었지만 혹시 모를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나았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세요.”
나 역시 예린이 괜히 내 힘에 대해 알기라도 하면 귀찮아질 수 있었으니 따로 가는 것이 편했다.
‘꼬마 정령 입 막는 것 정도는 쉬울 것 같고.’
입구에서 한참을 걸어 들어간 후 나를 기다리는 존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허어··· . ”
“드래곤은 아니지만··· .”
“인간이 확실한데 어떻게 저렇게 강한 힘을.”
“거기다 정령들과 궁합도 좋아 보이는 것 같아.”
의문의 존재들은 저마다 감탄을 터트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 역시.
“꽤 강력한 정령들인 것 같은데.”
조금은 감탄 어린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호오··· 우리를 앞에 두고도 딱히 영향을 받지 않는군.”
“생각보다 더 대단한 것 같아.”
상황을 지켜보던 실리가 급히 끼어들었다.
“저분들은 정령왕들이세요! 예의를 갖추셔야 합니다.”
그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정령왕이라고?”
내가 놀란 이유는 두 가지.
첫째는 기껏해야 실리보다 조금 높은 급의 정령들을 예상했는데 갑작스럽게 나타난 정령왕들이란 존재들 때문.
‘듣기로는 대마왕들이나 드래곤 로드와 동급의 강자들이라고 했는데.’
그런 존재들이 갑자기 넷이나 등장한 것은 엄청난 변수였다.
‘그런데··· .’
내가 놀란 두 번째 이유.
‘왜 이렇게 약해 보이지?’
아니 느껴지는 힘의 결이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강한 존재들은 맞았다.
단지 정령왕이라는 이름에 비해서 부족함이 느껴졌다는 것이 문제.
‘내가··· 이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전부 다 상대한다면 모르겠지만 하나씩이라면 질 것 같지 않았다.
지금 상황은 정령들의 특성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정령계를 벗어난 정령들은 완전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주변의 환경과 계약자의 유무에 따라 변수가 많기에 지금 정령왕들의 힘은 불안정한 상태.
그걸 모르는 내 입장에서는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
“되었다. 모르고 한 행동이니 잘못을 따질 필요는 없지.”
“지금부터 예를 갖추면 되지 않겠나.”
“인간. 너에게 할 말이 있다.”
“그런데 인간에게 우리의 법도를 강요하는 것도 잘못된 것 아닌가?”
한 명만이 제대로 된 반응을 보였고 나머지는 다짜고짜 자기들 할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정령왕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양반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교육이 필요할 것 같았다.
내가 드래곤 로드한테 삥도 뜯고 일도 시키고 막말도 하는 사람이야. 어디서 건방지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