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1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1
1차전에 탈락한 학생들은 여기저기 모여서 스크린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몇몇은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까 보니까 이준혁 제법 잘 싸우더라?’
“그러게 스탯이 똑같이 적용돼서 그런가? 브론즈인데 골드를 이겼더라고.”
마침 근처에 있던 강민호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야! 실제 전투라면 완전히 다를걸.”
“그, 그렇겠지. 애초에 능력치도 스킬도 차이가 나니까.”
강민호가 인상을 쓰자 학생들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제길··· 이게 무슨 망신이야.”
그리고 최영민 교관이 흥미로운 눈길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대가 미숙하긴 했지만 움직임이 보통은 아니었어. 타고난 실력은 있는 학생인가? 지켜볼 만하겠는데.’
능력치가 동일하게 설정이 되어있으니 결국은 개개인의 기본 실력을 이 훈련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들이니 훈련과 교육을 통해 차이가 날 확률은 드물었다.
물론 입학 전부터 교육을 받아 온 소수의 학생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도 아니었고.
그는 기대에 찬 눈으로 대련장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르는 사이 모두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
내 바람이 닿았던 걸까 2라운드의 상대는 아까 시비를 걸던 무리 중 리더 격인 변지훈이었다.
“너 이 새끼 잘 만났다. 쥐뿔도 없는 게 건방지게 구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데.”
어째.. 이런 비슷한 대사를 아까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너는 분명··· 아! 변기··· .”
“변지훈이다 변지훈! 운 좋게 한 번 이겼다고 나대지 마라. 제대로 박살 내주마.”
곧 카운트다운이 완료되었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변지훈은 원거리 클래스였는지 활과 표창 등으로 무장을 한 상태였고 시작과 동시에 나에게서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화면을 지켜보던 학생들이 수군거렸다.
“어··· 아처한테 저렇게 거리를 주면 안 될 텐데, 그렇지 않나?”
“그렇지, 아무래도 활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근접전에 취약한 편이라 거리를 최대한 안 주는 게 중요한데 시작부터 저렇게 수월하게 거리를 벌리게 해주면 일방적인 공격을 허용하게 될 확률이 높아. 게다가 표창과 단검류의 투척 무기까지 있다면 화살을 피하더라도 접근하기가 까다로울 테고.”
경기를 보고 있는 재민 역시 같은 생각이었기에 걱정을 하며 지켜보았다.
‘준혁이가 너무 쉽게 거리를 주는데.. 그걸 모르지는 않을 거고 무슨 생각이 있나?’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변지훈이 활을 들고 화살을 메겨 순식간에 3발을 발사했고 연달아 3발을 또 발사했다.
나는 이번에도 아무런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하나라도 맞으면 치명적일 수 있었지만 화살이 지척에 다다를 때까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에이 거리 줬으니 끝났네. 화살에 다 맞고 바로 게임 아웃이겠네.”
“화살이 치명적인 급소로 다 날아가고 있어. 첫발을 피해도 연달아 날아오는 화살에 적중당할 확률이 높아.”
“뭔가 있어 보이는 척하더니 허세였구만.”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있는 강민호는 초조해졌다.
‘아씨 이대로 저놈이 형편없이 지면 내가 더 쪽팔려지는데.’
그렇게 투덜거리던 그의 눈에 놀라운 광경이 들어왔다.
화살이 날아오는 것을 바라보던 나는 검을 든 팔을 움직였고 곧 여섯 번의 타격음이 들렸다.
타타타타타탕 푹!
“변기야 이 정도가 다냐? 좀 잘 해 봐… 어라?”
화면을 보고 있던 모든 이들이 소란스러워졌다.
“대, 대박! 화살을 검으로 다 튕겨냈어!”
“아니.. 저게 실제로 가능한 일인가. 단검이나 표창을 튕겨낸 건 봤어도 저렇게 작정하고 자리 잡고 날린 화살을 다 튕겨내다니.”
“저것 보라고 저놈 뭔가 있는 녀석이라니까.”
유독 신나서 소리치는 강민호를 안쓰럽게 쳐다보는 친구들이었다.
화려한 재주에 화면을 지켜보던 모두가 경악을 하고 있었지만 더 놀라운 일이 남아있었다.
– 게임 오버! 플레이어 2가 사망하였습니다. –
“… 이건 또 뭐야? 화살을 쏘던 녀석이 갑자기 왜 죽어.”
“저, 저것 봐.”
화면은 화살을 쏘던 상대의 머리에 정확하게 꽂혀있는 화살을 비추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날아오는 화살을.. 튕겨낸 것도 모자라 되날려서 맞춘 거란 말이야?”
“실화냐? 말이 안 나오네.”
모두가 할 말을 잃은 가운데 나는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너무 오버했나.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시작 전부터 계속 시비를 걸던 녀석이라 조금은 진지하게 상대해 줄 생각에 다섯 발의 화살을 튕겨내고 마지막 화살을 받아치기로 다시 날려버렸는데 그게 급소에 맞으면서 끝나 버린 것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거 하나를 못 피하냐.”
“뭐 그렇긴 하지. 뭐라고 둘러대야 하나.”
나는 다음 라운드는 그냥 기권해 버릴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
한윤호는 2라운드 역시 간단하게 승리했고 다른 학생들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렇게까지 수준이 뛰어난 친구들은 없나.”
어린 시절부터 전문적으로 훈련과 교육을 받아 온 자신에게 보통 학생들의 실력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에고.. 아버지는 왜 나랑 유나를 여기에 보내셔서. 그냥 바로 협회 소속으로 등록해서 활동 시작해도 상관없는데.”
그렇게 지루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그의 눈에 의아한 장면이 잡혔다.
브론즈 뱃지임에도 변지훈 무리에게 전혀 기죽지 않아서 기억에 남아있는 친구의 전투가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원거리 딜러를 상대로 저렇게 쉽게 거리를 주면 안 되는데. 어느 정도 하는 녀석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나.”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의아함은 경악으로 바뀌었다.
“저, 저게 뭐야!”
검을 든 녀석이 화살을 모두 튕겨내고 심지어 하나를 되날려서 상대를 맞춰 아웃까지 시켰다.
“마, 말도 안 되는, 저놈 뭐지?”
따분하고 지루한 표정이던 한윤호의 눈빛이 살아났다.
“그래 나름 한 수는 있는 친구였구만. 재미있겠네.”
변지훈의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실력 자체는 괜찮은 편이었기에 보통 수준으로는 쉽게 이기기 힘들었다.
“그런데 저렇게 수월하게 잡았다는 말이지.”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저 녀석은 충분히 4강 안에 들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나한테는 아무 소용 없을 거야.”
마법사인 자신은 저런 식의 어설픈 공격을 하지도 않고 허용하지도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때가 기대되는 한윤호였다.
“빠르면 다음 경기에서 만날지도 모르겠네.”
그리고 교관인 최영민 역시 상당히 놀라는 중이었다.
“저 정도면 전투 감각과 시야가 최상급 이상이다.”
자신도 날아오는 화살을 검으로 튕겨내는 정도는 가능하다. 하지만 화살을 되날려서 상대를 맞춘다니 그건 자신도 쉽게 성공하기 힘들며 더구나 보통의 학생이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1라운드의 경기도 지켜보았지만 보면 볼수록 뛰어난 재능이 엿보였다.
‘각성한지도 몇 달 되지 않았다고 했어. 타고난 감각은 그렇다고 쳐도 10년은 넘게 헌터를 한 듯한 노련함과 침착함이라니.’
가끔 그런 학생들이 있다. 가르치지 않아도 타고난 재능으로 전투를 이해하고 또 능력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인재들.
그리고 대개 그런 학생들은 훌륭한 헌터로 성장하며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아쉽군. 초기 능력치가 평균 이상만 되었어도 충분히 더 좋은 헌터로 성장할 수 있었을 텐데.’
준혁의 초기 능력치는 평균 100대. 아무리 타고난 센스가 있어도 기본적으로 스탯이 받쳐주지 못하면 의미가 없었다.
‘잘 커봐야··· 그저 중하급의 몬스터나 상대할 수준이 끝이겠지.’
저 감각과 재주를 활용할 전장은 주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신은 왜 저 학생에게 저런 재주를 주면서 형편없는 능력치를 주었는지··· 아깝구나.’
그 신이라는 양반이 얼마나 엄청난 능력치를 주었는지 최영민은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저 정도면 전투 교관 쪽으로 진로를 잡아 줄 수는 있을 것 같군.”
그렇게 굉장한 착각을 하며 교관은 걸음을 옮겼다.
밖으로 나오니 여러 시선들이 느껴졌다.
“준혁아 진짜 대박이다.”
재민이 상기된 얼굴로 다가와 말했다.
“뭘 이 정도 가지고. 운이 좋았어.”
“운으로 그런 걸 어떻게 해.”
그리고 어느새 곁에 와있던 한유나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맞아, 그건 분명 네 실력이고 아무나 할 수 없어.”
“너는 또 언제 왔냐?”
유나가 살짝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같은 조에 같은 교관님 밑에서 교육받는 사이잖아. 관심 가지고 지켜 봐야지.”
“뭐··· 그렇긴 하지.”
이런 분위기가 어색했기에 화제를 돌렸다.
“재민이 너는 아직 안 했어?”
“어, 조금 뒤에 할 거야.”
“그래 너도 이겨서 올라가자.”
“헤헤 그러면 좋겠다.”
하지만 잠시 후 재민의 다음 상대를 확인 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힘들겠구만.’
재민의 상대는 정우혁이었다.
첫날 자신과 재민에게 시비를 걸던 녀석들을 쫓아내 준 괜찮은 녀석이었다. 물론 미래에는 다크 헌터가 될 예정이지만.
‘아직 재민이 실력으론 무리지.’
아무리 동일한 조건이지만 녀석은 재민에 비해 경험이 많아 보였고 실력도 나름 뛰어난 듯했다.
거기다 상성도 좋지 않았다.
재민은 창을 사용했고 우혁은 맨주먹으로 싸우는 근접 파이터였다.
둘 다 비슷한 수준이거나 상위 레벨일 경우에는 창은 거리의 이점을 가지고 근접 계열을 압도하거나 훨씬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초보 수준인 재민이 그렇게 하기는 어렵지.’
숙련도 때문에 상성이 오히려 뒤바뀐 것이다.
잠시 후 대결이 펼쳐졌고 역시나 재민의 완패였다.
하지만 재민은 최선을 다했고 우혁 역시 다른 녀석들처럼 무시하거나 거들먹거리지 않고 재민을 상대했다.
“실제랑은 다르게 상처 좀 입는다고 엄청 아픈 것도 아니고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넌 너무 사린다. 자잘한 공격은 피하지 말고 나처럼 몸으로 때워.”
드문드문 조언까지 해주면서.
물론 그 조언은 내 입장에서는 헛웃음이 나오는 말이었지만.
‘제대로 된 랜서를 못 만났으니 저런 말을 하지.’
거기다 우혁의 근육질 몸과 클래스에 어울리는 방식만 재민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고, 고마워. 새겨들을게.”
아니··· 재민아 새겨듣지 마.
그렇게 재민이 패했고 내 다음 상대가 우혁으로 결정되었다.
‘어디 보자… 적당히 재미도 봤고 너무 눈에 띈 것 같기도 하고 대충 하다가 항복할까.’
고민 중인 그때 우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생각보다 잘 싸우더라?”
“운이 좀 따라줬지.”
내 말에 녀석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운으로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너도 꽤나 단련을 해왔던 것 같은데 내가 저번에 약하다고 했던 거 사과한다. 그러니까 난 최선을 다할 거야. 너도 그래라.”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걸까 단호하게 말하는 우혁이었다.
‘에헤이 이러면 빼기가 힘들지.’
‘그럼 어디 솜씨 한 번 확인해 봐야겠네.’
그렇게 나는 우혁을 따라 훈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