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11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11
나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하며 정령왕들을 바라보았다.
“이봐요, 이거 어떻··· .”
“우와··· .”
아니 당신들이 놀라면 어떻게 하는데.
정령왕들 역시 얼떨떨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 대체 뭐죠? 어떻게 우리 힘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겁니까.”
“처음부터 저렇게 넓은 영역에 영향을 미치다니 대단하군.”
아니 아까는 빌려서 쓸 수 있다며?
나는 그들의 반응에 그제야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들이 예상한 것은 고작해야 소나기 수준.
그것도 저렇게까지 광범위한 지역이 아닌 작은 동네 정도를 예상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소나기가 아닌 폭우를, 작은 동네가 아니라 대도시 전체에 영향을 미쳤고 단시간에 물난리를 일으켜 버린 것이었다.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어쨌거나 저 폭우를 멈추는 것이 먼저였다.
지금도 계속해서 내리는 비 때문에 뉴스에서는 피해 상황이 계속 추가되고 있었으니까.
“저기요, 이거 어떻게 멈춥니까?”
“아··· 잠시만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세이렌이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일단 비를 그치겠다고 생각을 하세요.”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조금 전처럼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자 내 몸에서 대량의 마력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어.. 갑자기 마력이 빠져나가는데요.”
처음에 비를 내릴 때는 아무 반응이 없었는데 그치게 만드니 마력이 소모되었다.
지금 내 능력치로도 조금은 부담스러울 정도의 양이었다.
세이렌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는 원래 대가를 늦게 받아 갑니다. 비를 충분히 내려주면 나중에 만족한 사람들이 감사를 표하잖아요. 그것도 더 많이.”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감사보다는 원망을 듣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내 말에 정령왕 둘이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우리 생각보다 더 뛰어나서 일어난 일입니다.”
“와.. 이렇게 떠넘기시네.”
그사이에 비는 그쳤고 뉴스에서 계속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기상청을 비롯해 관련 기관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혼란에 빠진 상황.
“아무래도 연습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네.”
손짓 한 번, 생각 한 번으로 자연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능력.
진짜 신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정령왕들과는 조금 더 대화를 나누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또 다른 손님이 찾아오는 것 같군요.”
정령왕들의 시선이 왼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황금빛 빛무리와 함께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거···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대천사장 라디언트.
그가 굉장히 당황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또 오셨네요.”
지금까지 그를 만나본 적이 많지는 않지만 만나본 기억 중에 지금처럼 당황한 얼굴은 없었던 것 같다.
“대체 어떻게 자연의 힘을… .”
내 어깨를 흔들며 질문을 퍼붓던 라디언트의 시선이 천천히 돌아갔다.
“…. .”
“…. .”
서로를 어색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대천사장과 정령왕들.
먼저 입을 연 쪽은 라디언트였다.
“하아… 또 일이 벌어졌군요.”
고개를 저은 라디언트가 정령왕들에게 다가갔다.
“반갑습니다. 신의 의지를 대행하는 라디언트라고 합니다.”
그러자 정령왕들 역시 저마다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신의 대행자여.”
“우리 세상의 대행자랑은 좀 다르게 생겼구려. 좀 여자같이 생기셨네.”
“예의를 차려라. 불덩이.”
라디언트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조금 전 지상에 일어난 대규모 자연 간섭은 당신들의 힘인가요?”
정령왕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손가락을 뻗었다.
라디언트의 시선이 손가락을 따라 이동했다.
“… 대충 이해가 가는군요.”
“음.. 제가 저기 있는 분들이랑 계약을 맺었거든요. 그래서 실험을 해본다고 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
“정령왕 넷과 동시에 계약이라.. 정말 터무니없는 일을 저지르셨네요.”
라디언트가 정령왕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령계의 군주들께서는 어떤 목적으로 방문을 하신 겁니까? 계약을 맺은 이유는 무엇이고요?”
세이렌이 대표로 나서며 대답했다.
“우리 정령계에 마신의 수족들이 침입해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알고 있으신가요?”
라디언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대화가 빠르겠네요. 우리는 더이상 정령계에 박혀서 소심하게 지내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뛰어난 계약자를 찾아서 힘을 기르고 마계의 존재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차원 전쟁이라도 생각하고 있으신가요?”
“아직 그렇게까지 강경하게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다시는 우리를 무시하지는 못하게 만들 생각입니다.”
라디언트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정령왕들은 묵묵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군주들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정령계의 영향력이 이 세상에 퍼지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니 저희도 어느 정도 허용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저희도 크게 말썽을 부릴 생각은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괜찮으시면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될까요?”
“부탁이라면?”
얌전히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흠칫했다.
어… 이 흐름도 분명 전에 본 것 같은데.
“이곳에 머물 동안만이라도 수호자의 역할을 맡아주실 수 있으십니까?”
와.. 이 양반 진짜 대단하다.
드래곤 로드에 이어 정령왕까지 부려먹으려는 대천사장.
정령왕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대행자께서 우리의 편의를 봐주셨으니 우리도 그 정도는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니… 편의 봐준 것이 아닐 것 같은데.
“우리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사실 이 세상은 정령계의 영향력이 적은 편이라 자연환경이 많이 훼손된 상태입니다. 그것을 군주들의 힘을 이용해 회복시켰으면 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자연이 회복되면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힘도 늘어나고 정령들도 더 많이 태어날 것이니까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계약을 맺은 상태라 마음껏 움직이기는 한계가 있는데 괜찮겠소?”
이프리트의 말에 라디언트가 나를 바라보았다.
“준혁. 부탁드려도 될까요?”
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휴.. 뭐 지구가 건강해지는 일이니 도와야겠죠.”
악마들을 처리하는 일에 이제 환경보호까지 하게 생겼다.
그나마 악마들의 침공은 당분간은 없을 것 같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라디언트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조만간 신께서 다시 응답을 주실 것 같습니다. 그때는 당신에게 주어진 차원문을 만들어 내는 권능도 사용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흠.. 그래요?”
사실 딱히 쓰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궁금하기는 했다.
내가 직접 들어가지 않더라도 들여보낼 존재들이야 많았으니까.
‘뭣하면 영감님을 다시 보내버려도 되고 말이야.’
“그럼 저는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항상 일이 많으시네요.”
“모시는 분이 게을러셔요.”
라디언트는 정령왕들께도 인사를 건넨 후 빛과 함께 사라졌다.
“이래저래… 혼란스러운 하루네.”
라디언트가 사라지자 정령왕들이 급히 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인간! 너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아니 인간은 맞냐?”
“멍청하기는. 인간 특유의 향기와 존재감이 느껴지는데 그런 질문을 하는 거냐?”
“음… 우리 계약자는 생각보다 더 대단한 인간이었군.”
“신의 대리자와 소통하는 인간이라니… .”
정령왕들은 신기한 생물을 보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당신들이 더 신기한데.’
그들의 시선에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런데… 당신들 그 모습으로 계속 있을 겁니까?”
내가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지낸다면 상관은 없지만 밖에서 돌아다니려면 지금의 모습은 굉장히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었다.
“아.. 그렇군. 아무래도 이 모습은 효율이 높지 않지.”
곧 형형색색의 빛이 정령왕들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어라?”
빛이 사라지자 정령왕들은 처음의 보았던 모습에서 저마다 다른 형태로 변해 있었다.
이프리트는 새빨간 강아지.
엘리아는 푸른색의 거북이.
세이렌은 녹색의 참새.
다이노어는 갈색의 두더지.
저마다 작은 동물의 모습이 된 정령왕들.
본체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힘의 소모가 덜하다는 이유였다.
이세계 보육원에서 동물원으로 바꿔야 할 것 같은데?
***
순식간에 사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사흘 동안 나는 최대한 자연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력을 했다.
비가 필요한 곳은 비를 내렸고 땅이 오염된 곳은 땅을 회복시켰으며 태풍으로 피해가 심한 곳은 태풍을 없애버리기도 했다.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에 기상청은 매일 책임 추궁을 당해야 했지만 사람들에게 해가 되는 일은 없었기에 그들도 웃어넘기는 중이었다.
“이거… 은근히 힘드네.”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침대에 누워있었다.
계속 자연에 간섭하면서 깨닫게 되었는데 이것은 단순히 마력만 소모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신력의 소모 역시 굉장했고 한 번에 많은 범위, 많은 장소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직은 힘든 상태였다.
“인간, 나는 언제 힘을 쓰게 해줄 것이냐!”
강아지의 모습을 한 이프리트가 투덜거렸다.
다른 정령왕들은 저마다 자신의 힘을 발휘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었는데 이프리트만은 백수 신세였기 때문.
“기다려보세요. 언젠가는 나설 일이 있겠죠.”
“끄응… .”
사실 불의 힘이라는 것이 애매하기는 했다.
가장 좋은 것은 추운 곳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인데 그렇다고 남극이나 북극을 막무가내로 따뜻하게 만들 수도 없고 러시아를 열대기후로 만드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상황.
“그래도 불을 필요로 하는 곳이 하나 있기는 하잖아요?”
“어디? 아.. 거기 말이냐.”
토레타의 작업실에는 항상 불이 끊이지 않아야 했고 높은 화력이 필요했다.
마법의 불도 좋지만 순수한 정령왕의 불꽃은 그보다 더 좋은 효율을 보여주었다.
거기라도 힘을 써서 망정이지 토레타의 작업에 함께 하지 않았다면 그는 더 불평을 터트렸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건 잘 되고 있으려나.”
레이카르트에게 부탁했던 수련의 탑 계획.
탑을 통과하면 보상으로 주어질 아티팩트는 토레타가 만들고 있었다.
문제는 탑의 난이도나 규모.
“한 번 구경하러 가볼까.”
나는 레이카르트가 머무는 공간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끔찍한 착취의 현장이 벌어지고 있었다.
“허억… 여기.. 다 만들었습니다.”
“흐음.. 부족하다. 다시 만들어 와.”
“끄어억… .”
다 죽어가는 토레타를 보며 혀를 찬 레이카르트.
휘익
어디선가 날아온 물병이 토레타의 앞에 떨어졌다.
“이, 이건 뭡니까? 위대한 분이시여.”
“몸이 피로할 때 먹으면 좋은 거다. 엘릭서라고 한다.”
보통 게임이나 소설에서는 기적의 약이라고 불리던 건데 드래곤정도 되면 저것도 포션처럼 줄 수 있나 보다.
“오오! 역시 절 생각해 주는 것은 위대한 레이카르트님뿐입니다.”
“먹고 힘내서 더 열심히 만들어라. 수명도 좀 늘어날 거다.”
“… .”
결국 더 부려먹겠다는 것이었다.
“안 먹냐?”
“먹겠습니다!”
꿀꺽.
효과는 확실했는지 피곤에 절어있던 토레타의 얼굴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수준이었고 움직임도 날아갈 듯 가벼웠다.
하지만 작업장으로 향하는 토레타의 발걸음은 들어가기 전보다 더 무거워 보였다.
“왔냐?”
나를 발견한 레이카르트가 다가왔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좀 적당히 굴리는 것이 좋지 않나요?”
“저놈에게도 아주 좋은 기회다. 내가 직접 설계한 아티팩트들을 만들 기회가 어디 흔한 줄 아느냐.”
“… 그래서 탑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아.. 그거 말인데… .”
레이카르트가 조금은 곤란한 듯 말 끝을 흐렸다.
“금방 만들 수 있을 것처럼 말하더니 아직은 무리인가 봅니다?”
“대충 뼈대는 다 완성되었어. 문제는 다른 쪽이지.”
“결국은 미완성이라는 말 아닙니까?”
내 말에 발끈 한 레이카르트.
“뭣이? 이놈이 감히 위대한 로드를 무시하는 것이냐. 좋다, 따라와라.”
나는 레이카르트를 따라 의문의 공간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