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12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12
레이카르트를 따라 도착한 곳에는 독특한 외향의 탑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고대 유적을 연상하게 만드는 탑은 생각보다 그 높이가 크지는 않았다.
“여기에요?”
“그렇다.”
“생각보다.. 높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기껏해야 10층 정도 될까 싶은 높이의 탑.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가서 수련을 하게 만들기에는 조금은 낮아 보였다.
“마법의 위대함을 모르는 녀석이니 그런 말을 하지. 아리엔의 궁전과 용언을 활용하면 저 안은 밖과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 자리잡게 된다. 규모도, 환경도, 밖에서 보이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흐음… .”
“들어오기나 해라.”
레이카르트는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 하며 탑으로 들어갔다.
“흐음… .”
그를 따라 들어온 후 보이는 풍경은 예상보다 더 단순했다.
“이게… 전부입니까?”
몇 개의 입구가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앞에는 독특한 문양의 마법진이 빛나고 있었다.
“목적은 전투를 직접 경험하며 더 강해지는 것 아니냐? 그럼 굳이 다른 것들은 필요 없지.”
어찌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럼.. 어디 한 번 완성도를 시험해 볼까요?”
나는 가장 낮은 난이도부터 도전해보기로 했다.
“후후… 제아무리 너라도 내가 만든 이 탑을 수월하게 통과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마법진 위에 올라서니 다른 공간으로 이동되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 후.
“아니 이런 미친 양반이… .”
나는 눈앞에 나타난 상대를 보며 어이가 없어 소리쳤다.
“1단계에서 베르탄스를 내보내면 어쩌자는 거냐고.”
물론 나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걸 나 말고 누가 상대하라고 만든 건데?”
지금의 내 수준은 되어야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말.
이 탑은 내가 아니라 보통의 헌터들이나 지망생들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인 탑이었다. 그런데 제일 약한 놈이 베르탄스면 1단계에서 다 나가떨어질 확률이 높았다.
“이쯤 되면 다음 단계는 더 심하겠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면 갈수록 할 말을 잃어버렸다.
케이로스, 공작급 악마들, 마지막에는 레이카르트 자신의 환영이 나타나 난리를 치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 단계에는 레이카르트 혼자가 아닌 다른 드래곤 로드들까지 등장한 상태.
지크의 말처럼 이건 절대로 불가능한 난이도였다.
“이 어르신 안 되겠네.”
도전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온 나를 의기양양한 표정의 레이카르트가 맞이했다.
“으하하! 어떠냐 아무리 네 녀석이라도 깰 수 없지?”
나는 얼굴 가득 짜증을 담아 소리쳤다.
“장난치세요?”
“뭐라? 이놈이 감히 위대한 로드에게… .”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의 수련이 주목적이라고 했는데 저런 말도 안 되는 상대들을 등장시켜요? 거기다 저건 나도 못 깨겠구만.”
레이카르트가 살짝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아… 그게 만들다 보니 재미가 있어서 말이야… .”
“다시 만드세요. 이번에는 제대로 사람들 수준에 맞추어서.”
레이카르트는 뭐라고 한마디 하려 했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휴.. 내가 어쩌다가 이런 꼴이… 잠깐만 기다려라.”
레이카르트는 아리엔의 궁전을 들고 마법진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자, 적당하게 난이도를 바꾸었다.”
“어떻게 수정하셨어요?”
레이카르트가 손가락으로 입구를 하나하나 가리켰다.
“아까처럼 수준에 따라 단계별로 나누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입구에 들어가면 그 사람의 현재 능력에 맞추어서 전장과 상대가 나타날 것이야. 조금 까다롭지만 그렇다고 이기지 못할 수준은 아닌 정도로 맞추었으니 약한 인간들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흠.. 경험치는 못 얻는 겁니까?”
던전이나 게이트에서 사냥을 하면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데 수련의 탑에서도 그것이 가능하다면 더욱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레이카르트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 경험치던가 하는 것으로 인간을 성장시키는 것은 이 세상을 다스리는 신의 고유 영역이다. 물론 내가 용언을 최대한 활용하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는 없지.”
“흠… .”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목숨을 잃을 걱정 없이 실전과 동일한 훈련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탑의 가치는 충분했다. 거기다 탑을 통과하면 토레타가 만든 뛰어난 아티팩트들까지 지급이 될 예정이었으니까.
“여기 한 번에 몇 명 정도 들어갈 수 있나요?”
“아직 확정 짓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야.”
“그렇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아직 완성은 아니야. 조금씩 다듬을 부분도 있고 더 해보고 싶은 것도 있다.”
“그건 어르신께서 알아서 하시면 됩니다.”
나는 밖으로 나오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수련의 탑은… 어디다가 열리게 하는 것이 나으려나.”
각 국가마다 전부 만들기에는 아직 여유가 되지 않았다.
“그게 제일 낫겠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수련의 탑에도 제한 인원이 있다고 했으니 우리나라 헌터들과 지망생 위주로 먼저 도전하게 만드는 것이 맞았다.
헌터 협회에 알려주면 알아서 잘 협의를 해서 이용을 할 것이다.
“나는 이용료만 받으면서 꿀 빨면 되겠지.”
결정을 내린 나는 한재윤에게 연락을 했다.
***
“그게.. 정말입니까?’
내 입에서 나온 수련의 탑에 대한 정보는 협회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제가 저번에 만든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 그랬었죠.”
‘그게… 이렇게 빨리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가?’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만으로도 보통의 장소가 아니었다.
“혹시 언제쯤 완벽하게 완성이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넉넉하게 일주일 정도 잡으면 될 것 같습니다.”
“일주일이라… .”
“우리나라부터 먼저 공개를 해서 이용하도록 만들 생각인데 어떠세요?”
한재윤이 손가락으로 턱을 톡톡 두들기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그것은 제가 다른 기관과 협의를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교류전에 관해 전해드릴 내용이 있습니다만… .”
“어떤 겁니까?”
“혹시 괜찮으시면 드래곤 나이트께서는 폐막식에 나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폐막식에요?”
“네, 개막식에 등장하는 것보다는 폐막식에 나오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
“사람들이 저만 보고 난 후 그냥 빠져나가 버리는 것을 염려하시는 건가요?”
“맞습니다. 교류전이 메인이기는 하지만 드래곤 나이트를 보려고 모이는 사람들도 많은데 처음 개막식에 나왔다가 가버리시면 흥행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아서요.”
연예인들 축하공연만 보고 행사는 관심도 가지지 않고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다던데 이번이 비슷한 경우인 것 같았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협회장의 제안이 더 괜찮게 느껴졌다.
‘초반에는 친구 녀석들이랑 어울려 주는 것이 낫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에는 수련의 탑에 대해서 공개를 할 예정이었기에 더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유가 된다면 중간쯤에도 한 번 얼굴을 비추겠습니다.”
내 말에 한재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기회가 되면 제 아들과 딸도 소개해드려도 될까요? 드래곤 나이트의 열렬한 팬이랍니다.”
“그렇게 하세요.”
‘아… 그랬었지.’
잠시 잊고 있었는데 매일 학교에서 만나는 녀석들이었다.
뭐 별일 있겠어?
그렇게 교류전에 대한 계획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
시간이 흘러 교류전이 개막하는 날이 되었다.
출전 멤버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던 중 임예린이 다가왔다.
“준혁아, 너도 정령과 계약을 했다던데 정말이야?”
“네? 어… 누가 그래요?”
“실리가 그러던데?”
나는 눈치 없는 정령을 살짝 노려보았다.
찔끔 한 실리가 급히 다가와서 귓속말을 했다.
“어쩔 수 없었어요. 예린도 계약자라 당신을 만나면 정령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그럼 계약한 것을 알게 될 것인데 차라리 말해두는 것이 나았어요. 대신 정령왕님들과 계약을 한 것은 절대 말하지 않았어요.”
“흠..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기껏해야 하급이지만요.”
정령왕들이 들으면 피를 토할 말.
“와.. 그래도 대단하다. 그러면 앞으로 다른 사람들도 정령과 계약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거네?”
그동안 혼자만 정령과 소통해서 답답했던 예린의 입장에서는 좋은 징조였다.
“뭐…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정령왕들의 영향력이 늘어나면서 급이 낮은 정령들도 많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으니까.
“그런데 네 정령은 어디 있어? 무슨 정령이야?”
“어… 불의 정령이에요.”
넷과 계약을 했다고 하면 놀랄 것 같으니 하나만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안 보인다?”
“하하, 그 친구는 혼자서 노는 것을 좋아해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는 중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네 정령도 보여줘.”
어… 그러면 큰일이 날 것 같은데.
정령왕들이 직접 나타나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
“기회가 되면 그렇게 할게요.”
대충 둘러대며 상황을 넘기기로 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중 조승호가 알은척을 하며 다가왔다.
“형님 오셨네요. 이야.. 또 주변에 미인이 있다니 역시 카사노바 기질이… .”
“카사노바라고요?”
예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어라? 모르시는구나. 형님 주변에 읍… .”
녀석이 이상한 말을 더 늘어놓기 전에 빠르게 제압을 했다.
“저는 이 친구랑 잠깐 대화 좀 나누고 오겠습니다.”
“억… 사, 살려… ”
녀석을 데리고 으슥한 곳에 도착한 후 잠깐 갈굼의 시간을 가졌다.
“차렷.”
“차렷했습니다.”
군기가 바짝 뜬 조승호가 부동자세를 취했다.
“앞으로 쓸 데 없는 헛소리는 내 주변에 하지 않는다. 알겠지?”
“명심하겠습니다!”
녀석에게 교육을 시킨 후 문득 잊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너는 왜 여기에 나왔냐? 이런 종류의 행사는 싫어했던 것 같은데.”
속이고자 하면 얼마든지 다른 사람들을 속일 수 있는 녀석이었기에 전부터 궁금했었다.
“아.. 그거 말입니다. 그냥… .”
녀석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조금은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연애를 하고 싶어서 출전하기로 했다?”
“그렇습니다! 형님은 주변에 엄청난 미인들이 가득한데 저는 하나도 없어요. 라스칼이 여자라면 혹시 몰랐는데… .”
아니 여자라도 언데드랑 사귀고 싶냐…
그리고 나도 저 녀석보다 딱히 나은 상황도 아니었다.
‘시끄러!’
스킬 때문에 원치 않는 고자 상태를 유지해야 하니 더 나쁜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결국 이번에 나가서 활약하면 여자들이 너를 좋게 봐줄 것이고 그것을 이용해 꼬셔보겠다?”
“뭐… 결론만 따지면 그렇지요.”
어찌 보면 참 소박한 목적이었다.
나를 제외하면 현재 수호 학교에서 가장 강한 학생이 조승호였다.
라스칼의 도움이 있다면 헌터들 중에도 적수를 찾기 어려운 수준.
‘그런 놈이 고작 연애 때문에… .’
사실 생긴 것 자체는 멀쩡했다.
한윤호 수준의 꽃미남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못난 것도 아니니까.
‘시아가 너 좀 만져보고 싶다던데.’
지크는 태세 전환이 매우 빠른 검이었다.
“연애 때문에 아싸를 벗어나려 하다니… 뭐 좋은 현상이라고 봐야 하나.”
조승호가 갑자기 분위기를 잡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형님… 연애가 하고 싶어요… .”
농구가 하고 싶다던 불꽃남자가 떠오르는 간절한 표정.
“어… 그래.”
너무나 애절한 표정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조승호의 연애에 조금은 도움을 주어야 할 것 같았다.
‘마침 이쪽에는 전문가도 있으니까.’
마계 제일의 유혹 장인을 불러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