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ts are a bit weird RAW novel - Chapter 116
저기요? 능력치가 좀 이상합니다 #116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에 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소설이나 만화에서 자주 나오는 그 이세계?”
“그래.”
“고등학생이 넘어가서 기연을 얻고 깽판을 친다는 그 이세계?”
“그렇다니까!”
“아니… 그게 그러니까.”
분명 이세계의 존재는 알고 있다.
당장 내 주변만 봐도 거기서 날아온 존재들이 몇 명 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넘어간 경우는 생각을 못 했는데.’
물론 나도 고유 스킬을 각성하며 차원문을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나는 신이라는 존재와 직접 엮이면서 새롭게 능력을 얻은 것이고 보통의 경우에는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능력이었다.
“거기는 어떻게 넘어가게 된 거냐?”
서영준은 대답을 하지 않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게… .”
하지만 내가 계속 압박을 주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나는 정말 평범한 학생이었어. 게임도 좋아하고 공부도 평균은 했지. 그런데 각성을 하게 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어.”
“고유 스킬이 엄청 좋았나 보네?”
서영준이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 좋았다고 하기도 그렇고 아니라고 하기도 그런데.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을 여는 스킬이었어.”
“그건… 굉장한 스킬 아니냐?”
“1회용만 아니었다면 그랬겠지.”
그 말을 들으니 서영준의 말이 이해되었다.
분명 희귀한 스킬은 맞지만 한 번 쓰고 끝이라면 정말 애매한 스킬이었다.
“게다가 넘어가는 순간 문은 사라져서 돌아올 수도 없었어. 또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혼자뿐이라 연구 목적으로 이용하기도 애매했지.”
나 외에도 여러 명을 데려갈 수 있다고 나와 있는 내 고유 스킬에 비교하면 굉장히 급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만약 내가 이 스킬을 공개했다면 아마 어딘가 끌려가서 실험당하는 신세가 되었을지도 몰라.”
고유 스킬은 본인이 밝히기 전까지는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기에 스킬을 공개하지 않은 서영준의 결정은 현명했다.
“그랬겠네. 그런데 그 한 번의 기회를 왜 사용한 거냐?”
아무런 정보도 없는 다른 세상.
들어가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확신도 없고 어떤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넘어간다는 것은 보통 사람이라면 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내가 다른 세상에 환상이 좀 있었거든. 판타지 소설도 많이 읽고… .”
“그래서 그냥 넘어갔다? 뭔가 좀 이상한데.”
서영준이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투덜거렸다.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공개 고백했다가 거절당하고 쪽팔려서 갔다!”
어… 그거면 인정해야지.
“그래서? 계속 이야기해 봐.”
“넘어가니까 빛나는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더라고. 아케시아의 신이라던 양반인데 내가 용사로 선택이 되었다면서 갑자기 세상을 구하라는 거야.”
그쪽의 신이라는 양반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엄청난 빛에 집어 삼켜졌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떤 왕국에 도착해있었지. 사람들이 날 보고 용사님! 이러면서 막… .”
계속 이야기를 듣다가는 끝이 없을 것 같았다.
“간단하게 줄여서 말해.”
“와.. 내 모험을 이렇게 무시하다니.”
“혼난다.”
“그냥 거기 신의 선택을 받고 용사가 되어서 악마들과 흑마법사들에게 집어 삼켜진 왕국들을 구원한 것이 전부야. 신성력도 신이 내려준 것이고 레벨도 거기서 올렸고.”
“흠… .”
신이 내려준 힘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와 겹치는 부분이 있기는 했다.
둘 다 원하지 않는 힘을 얻었고 억지로 흐름에 말려든 것도 같았고.
“그런데 어떻게 돌아오게 된 거냐? 네 스킬은 1회용이었다면서.”
“그게… 원래는 내 수준의 힘을 지닌 존재가 지구로 넘어가면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넘어갈 수 없다고 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넘어가도 된다고 하더라고.”
아마 내 존재로 인해 일어난 변화인 것 같았다.
내가 없었다면 서영준은 평생 다른 세상에서 살아갔을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나랑 친한 드래곤과 대마법사들의 도움으로 차원문이라는 것을 열어서 다시 돌아온 거야.”
용사라고 하더니 인맥도 꽤 쌓았던 것 같았다.
“그런데 왜 굳이 돌아왔냐? 거기서 악마들을 물리치고 영웅이 되었으면 널 엄청나게 떠받들었을 것 같은데. 거기다 너 여자한테 차여서 갔다며? 소설에서 보면 공주나 엘프들이 달라붙던데 다 거절하고 온 거냐?”
서영준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빌어먹을 여신… .”
“?”
“아케시아의 신은 여신이었는데 용사는 동정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여자랑 엮이는 것을 절대 금지했단 말이야.”
“아… .”
“용사 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그렇다 쳐. 왜 끝나고도 그래야 하는데? 거기서 고자로 평생을 사느니 차라리 여기가 낫겠다고 생각했지.”
나는 온갖 감정이 교차하는 얼굴로 녀석을 바라보았다.
알고 보니 정말 불쌍한 놈이었다.
“너도 참… 인생이 고달프구나.”
‘시끄러!’
나는 스킬을 버릴 생각이면 고자를 유지하지 않아도 되니 녀석이랑은 달랐다.
‘그래, 분명히 그럴 거야.’
서영준이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뭐… 부모님을 다시 보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어. 사실 이게 제일 컸지.”
“뒤늦게 세탁하려고 해도 소용없다.”
“흠흠.. 아무튼 내가 거기서 10년 가까이 굴렀는데 돌아오니 고작 3달밖에 안 지났더라고.”
“3달이라고?”
“그래, 뭐라더라… 차원간의 시간축이 다르다고 하던데.”
분명 처음 레오와 레이나가 건너왔던 시점에는 5달이 5년 정도라고 했었다.
그 뒤에 레이카르트가 넘어오며 조금 변했었는데 그때보다 시간 비율이 또 달라진 것 같았다.
‘뭐..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아무튼.. 기왕 능력치도 높아졌고 새로운 힘도 얻었으니 새롭게 삶을 시작하려고 편입하고 이번 교류전도 나온 거야.”
“편입하려면 재측정을 해야 했을 건데?”
“나 거기서 용사였다니까. 배운 마법 중에 환상을 보여주는 것이 있어서 그걸로 넘겼지.”
“흐음.. 그래?”
우선 녀석의 정확한 능력치를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너.. 능력치는 어느 정도 되냐? 고유 스킬 같은 건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평균적으로 5천 조금 넘는 수준이지.”
역시 처음에 예상했던 것이 맞았다.
“이야.. 굉장하네.”
내 말에 서영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일방적으로 날 두들겨 패놓고 그런 말이 나오냐? 여기 넘어와서 내가 제일 강할 줄 알았는데 드래곤 나이트라는 괴물이 떡하니 있는 것도 모자라 다른 괴물도 존재할 줄이야. 아니 잠깐… .”
고개를 갸웃거리던 서영준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흠.. 눈치를 챈 건가?’
사실 평균 능력치 5천을 때려잡는 고등학생이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으니까.
“너도 고등학생인데 이렇게 강하다는 건… 너도 저쪽 세상에 갔다 왔냐? 아니면 회귀인가.. 그런 걸 했다거나.”
조금은 이상한 방향으로 눈치를 챈 것 같았다.
어쨋거나 회귀를 한 것은 맞았으니까.
“뭐..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역시… 그런데 드래곤 나이트라는 사람은 대체 누구야? 들어보니 진짜 장난 아닌 것 같던데.”
“그거 나야.”
“?”
“나라고.”
서영준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에서 놀랍다는 표정으로, 마지막은 이해했다는 얼굴까지.
“역시나 그렇지? 날 능가하는 예측 불가능한 존재가 둘이나 있을 리가 없지.”
내 주변에 있는 드래곤과 정령왕들만 해도 5명이었지만 굳이 이야기해주지는 않았다.
“아니 그런데… 그걸 이렇게 간단히 말해줘도 되냐?”
사실 내 정체를 밝힐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녀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순간 좋은 계획이 떠올랐고 어느 정도는 알려줘도 괜찮을 거라는 판단이 섰다.
“안 될 것도 없지.”
내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서영준이 헛웃음을 켰다.
“그러다 내가 떠벌리고 다니면 어쩌려고?”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을 믿겠냐? 고등학생이 드래곤 나이트라고? 그리고 그러면 너도 정체가 밝혀질 확률이 높은데 그건 너한테도 손해야.”
“아… 그렇네.”
“그리고 넌 함부로 나에 대해 말하지 못 할 테니까.”
“물론 내가 압도적으로 졌지만 그렇다고 부하가 되거나 그럴 생각은 없는데?”
서영준이 제법 강단 있는 표정을 지었지만.
“응, 그렇게 될 거야.”
내 손에 모여드는 낙인의 마력 앞에 녀석의 얼굴색이 변해갔고.
“자, 잠깐만? 그거 뭐냐?”
“아주 좋은 거니까 받아들이면 된다. 낙인!”
“제기랄!”
서영준은 마력과 신성력을 뿜어내며 반항을 하였지만 낙인은 아무 저항 없이 녀석에게 스며들었다.
“?”
눈을 질끈 감았다 뜬 서영준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아무… 변화가 없는데?”
“네가 내 말만 잘 들으면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을 거야.”
“아까도 말했는데 난 그럴 생각이 없…지는 않고.”
서영준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간단해. 넌 이제 내 말을 들어야 해. 물론 나쁜 짓을 시키거나 네가 감당하지 못 하는 일을 시킬 생각은 없으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말고.”
“웃기고 있네. 누가 그럴… 게. 어라?”
나는 녀석을 바라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녀석에게 걸은 낙인의 조건은 내 말을 거역하지 않을 것.
그리고 거역했을 경우 일어나는 부작용은.
“너, 내 말 안 들으면 평생 동정이다.”
“미, 미친!”
고자 모드가 되는 것이었다.
‘악마들 울리는 것은 이제 익숙해서 말이야.’
내 계획을 위해 서영준은 꼭 필요한 조각이었다.
“지, 진짜야? 진짜냐고!”
이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려던 서영준에게는 날벼락과 같은 말.
“확인해보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을게.”
하지만 서영준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까부터 이상하게 눈앞의 인간에게 따라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영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도 함께 들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내 말만 잘 따르면 아무 문제 없어.”
“야 이 치사한!”
서영준은 억울한 듯 땅을 걷어찼지만 발길질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잘 부탁한다. 영준아.”
그렇게 조승호에 이어서 새로운 부하를 얻게 되었다.
***
“오랜만입니다. 루시펠 님.”
“이게 누구야. 베르무스 아닌가?”
갑작스러운 방문객에 루시펠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이렇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마신의 시련을 통과했다는 소식은 들었다. 우선 축하부터 해야 하나?”
“괜찮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부탁이라?”
“차원문을 좀 열어주셨으면 합니다.”
“차원문이라… 미안하군. 우리도 얼마 전 정령계와 아케시아를 침공하며 소모된 에너지가 많아서 어렵겠는데.”
베르무스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저는 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정체도, 그리고 계획도.”
루시펠의 얼굴이 일순간 굳어졌다.
“… 어떻게 알았지?”
“제가 무엇을 통과했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마신의 시련… 그렇군, 그곳에서 들은 것이냐?”
“제가 마신의 시련을 통과하고 얻은 것은 단순히 격의 상승뿐이 아닙니다.”
“그래, 그런 것 같군.”
“어떻게… 아까와는 생각이 좀 달라지셨습니까?”
루시펠은 자신의 턱을 톡톡 두들기며 생각에 잠겼다.
“단순히 차원문을 통해 넘어가는 것이 목적이 아닐 터.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
“우선은… 못난 동생의 복수부터 하겠습니다.”
잠시 뜸을 들인 베르무스가 차갑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쪽 차원은 제가 오롯이 지배를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
굳이 뒤의 말을 듣지 않아도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되었다.
“그만. 더 들을 필요는 없겠군.”
“승낙하시겠습니까?”
“잠시 내 성에서 머물도록 해라. 준비가 되면 부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루시펠은 등을 돌려 걸어나가는 베르무스를 보며 비웃음을 삼켰다.
“그곳에 드래곤 로드까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렇게 자신만만할 수 있을까?”
하지만 베르무스의 힘은 꽤나 큰 위협이 될 것 같았다.
“적어도 양패구상이나 드래곤 로드의 힘을 빼놓는 정도는 될 것 같군.”
그와 동격의 존재들이 더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이번만큼은 실패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루시펠이었다.